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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네가 자백하면, 열 한명이 살아
작성일 : 17-07-24 15:08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7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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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안정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몽환적인 안개를 뚫고 들려왔다.

 

 

 “맛있어. 식감, 향, 색. 다 좋아.”

 

 

 어느새 둘은 카라스 본성의 식당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 번져가는 것을 보면서 그의 칭찬이 계속 되었다.

 

 

  “이전 보다 더 깊은 풍미군.”

 

 “나름 이제 전문가죠.”

 

 “특히 요리하는 사람의 요구가 분명해서 마음에 드는군.”

 

 “……그렇죠.”

 

 “근데 또 낚시꾼이네?”

 

 “네.”

 

 “당연히 낚시꾼은 당신?”

 

 

 세라는 미소를 지었다.

 

 

 “이 요리는 미끼고?”

 

 

 고개를 끄덖였다.

 

 

 “나는 늘 그렇듯 거침없이, 이백서른일곱 번째 미끼를 물었고.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세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그가 뇌쇄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

 

 

 “우선, 다른 물고기들을 다 잡아먹겠어. 당신이 다른 녀석을 낚지 못하게.”

 

 “재수 없는 물고기야.”

 

 

 그녀가 생긋이 중얼거렸다.

 

 

 “그런 후, 당신한테 잡히겠지, 기꺼이.”

 

 “참도 그러겠네.”

 

 “그리고 먹힐 거야. 그래서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될 거야. 당신 안에서.”

 

 

 세라는 혀를 찼다.

 

 

 “초를 쳐요 초를. 잘 나가다 꼭 호러, 괴기물이지. 그 물고기가 내 몸에서 점점 커지다가 막 꿈틀대고, 결국 몸을 뚫고 나오겠네.”

 

 “어떻게 알았어?”

 

 “침 질질 흘려대며, 어그적 어그적 기어 다니고.”

 

 “제법인데.”

 

 “내가 그런 식으로 당했으면 좋겠어요?”

 

 “나로서는 이보다 더 이상적인 스토리는 떠오르지 않는군.”

 

 “차라리 낚시터를 바꾸든지 해야지.”

 

 “그건 안 돼! 그냥 먹어. 물고기가 낚시꾼한테 홀딱 반했으니까. 그 정도는 해줘야지.”

 

 “반했대요?”

 

 “반하지도 않고 먹히고 싶겠어?”

 

 “싫어요. 안 먹을래요.”

 

 “왜? 하나가 되는 건데. 낚시꾼과 물고기 사이에 다른 합일점이라도 있나?”

 

 “당신 같으면 먹겠어요? 자기한테 반했다는데. 인간미 없게.”

 

 “인간미 필요 없어. 그냥 먹어!”

 

 “싫다는데 왜 자꾸 먹으래.”

 

 “좋다잖아, 먹히고 싶다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못 먹겠어요.”

 

 “그래서, 절대 안 먹겠다?”

 

 “안 먹어요.”

 

 “정말?”

 

 “절대로! 비인간적이야.”

 

 “주스에도 취하는 당신! 취하면 멍청해지는 당신! 그러면 아기는 어떻게 만들건데? 당신이 나를 먹어줘야,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돼서 꼼지락 거리다가 세상으로 나와 침을 질질 흘려 대며 안아달라고 다시 기어 오겠지, 안 그래?”

 

 “……?!”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그런 얘기였어요? 진작 말하지잉.”

 

 “당신, 아기 원할 때마다 똑같은 요리에, 장식에, 대화도 똑같고. 뭐가 어렵다고 매번 안 먹겠다고 우겨?”

 

 “똑같긴요. 조금씩 얘기가 달라지니까 이해 못 한 거지.”

 

 “이백서른여덟 번 째 아이 요구할 때도 안 먹는다고 우겨 봐. 그때부터 나 미끼 안 물테니까. 다른 호수로 옮길 거야.”

 

 “알았어요. 알았다니까. 팍팍 먹어 줄 게요.”

 

 “비인간적이라며?”

 

 “무슨, 너무나 너………무나 인간적이에요.”

 

 “언제 먹을 건데, 오늘 밤?”

 

 “응, 오늘 밤.”

 

 “좋아. 먹기 전에 손질할거지?”

 

 “당연하죠.”

 

 

 그는 세라를 번쩍 안아들었다.

 

 식당 안엔 아카드와 세라를 닮은 아이들이 바글바글, 기기도 하고 폴짝거리며 뛰어 놀고 있었다.

 

 아카드가 아이들 틈새로 조심조심 빠져나가 침실로 향했다.

 

 

 

 *

 

 

 

 세라는 허탈감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꿈이 너무 달콤해서 깨고 싶지 않다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꿈속에서도 그것이 꿈인 줄 알기에 깨고 싶지 않았던 간절함에 마음이 저려왔다.

 

 그의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와 눈빛, 그녀를 향한 그의 욕망이 아직도 고스란히 그녀를 휘감고 있는 것 같아 다시 꿈속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었다. 안 될 걸 알면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은 채,

 

 

 “제발, 다시 잠들게 하소서. 제발…….”

 

 “밤새 낚시질 하더니, 뭘 또 낚으려고…… 다시 자겠다는 거지?”

 

 

 느닷없이 덧붙은 대꾸에 고개를 돌렸다. 아카드가 맞은편 소파에 앉아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옷을 다 갖춰 있는 깔끔한 모습이 그녀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아침이 이런 식으로 시작된 적이 없었기에 당황한 세라는 벌떡 일어나 머리와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세라의 반응을 지켜보던 그가,

 

 

 “동쪽 국경근처가 시끄러워지고 있어. 곧 출발할 거야.”

 

 

 세라는 머리를 매만지던 손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어디 간다고 그녀한테 말하고 가던 사람인가?

 

 

 “출발하기 전에 네 대답을 들어야겠어.”

 

 “……?”

 

 

 그녀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에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 조건에 대한, 네 대답.”

 

 

 세라는 고개를 숙였다. 무슨 말인지 잘 알기에.

 

 

 “일주일이 다 가도록 너는 대답을 회피했어.”

 

 “…….”

 

 “그러면 거절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세라는 선뜻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은 그의 조건을 거절하라했고, 마음은 그의 품으로 달려들고자 했다.

 

 한 주간, 고민하는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던 그가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신념과 맞바꾸고 싶을 정도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절실하지 않았다.

 

 합당한 관계, 합법적인 절차와 의식, 변치 않는 사랑의 서약들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쾌락을 요구하는 그의 조건을 거절할 수밖에.

 

 여인의 몸이란 생명을 잉태하고 동반자와의 결속을 굳게 하는 역할을 하기에 정신만큼이나 고결하게 가꿔져야 한다고 어린나이부터 믿어 왔던 신념. 그것이 순간순간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만큼 그에게 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으로 서로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결국 우위를 차지했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대수롭지 않게 행해진 문란한 관계들이 횡행할 때, 대부분 피해를 보는 것은 여자 쪽이었다. 그것도 가난하거나 어리석고 순진한 여자들.

 

 제자들에게 얼마나 진심을 다해 조심하고 경계하라고 그녀의 입으로 가르치고 또 가르치지 않았던가.

 

 

 “어차피 네 허락 없이는 손도 대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나니까 당당하게 거절해도 돼.”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라스 영주님.”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뜻을 전했다.

 

 카라스 영주님.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는 그녀의 뜻.

 

 잠시의 침묵 뒤에,

 

 

 “그럼, 내가 돌아왔을 땐, 이 방에 없겠군. 의무노역 기간인 6개월이 거의 다 지나갔으니.”

 

 

 세라는 고개를 들었다.

 

 그와의 분리를 생각해 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쾌락만을 추구하려는 육체적인 관계를 부정하기에 급급했었다.

 

 

 “내 조건을 거부한 이상, 이방에 더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새로운 하사품이 들어올 테니.”

 

 

 의무노역기간 만료, 새로운 하사품?

 

 세라는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예기치 못한 말들 때문에 뒤죽박죽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3주가 지나면 카라스성에 온지 6개월이 되고, 이방에서 나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3주……게다가 그 금쪽같은 시간동안 아카드 없이 그녀 혼자라니.

 

 그가 일어섰다. 그녀를 버려두고 갈 것처럼 싸늘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를 붙잡고 싶은 그녀의 마음은 무슨 말이라도 하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난……당신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나도 당신의 여자가 되고 싶다고요. 그렇지만 단순한 잠자리 상대는 되고 싶지 않아요. 내 자신만 비참해질 뿐이니까.”

 

 

 진심을 털어놓는 그녀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나, 세라 파갈은 당신의 몸뿐만이 아니라, 당신의 과거 현재 미래 모두를 원해요. 전부다 갖기를 원한다고요.”

 

 

 그가 애원하듯 올려다보는 흔들리는 홍안을 표정 없이 내려다보았다.

 

 

 “……결혼을 말하는 거군.”

 

 

 홍안이 커졌다. 그녀도 자신이 바라던 것이 결혼이라는 것을, 그 순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육체적인 관계든 결혼이든 내겐 별반 다르지 않게 들리지만, 너한텐 큰 차이가 있다니……재고해 보지.”

 

 “……?”

 

 “첩자의 의혹을 벗지 못한 너와 결혼하면 사람들의 동요가 상당할 것이다. 돌아와서 신무기 제작을 시작할 거야. 별 문제없이 완성되면 불만들도 잦아들겠지. 그럼 그때 결혼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걸로.”

 

 

 아카드는 결혼, 재고, 이런 말들을 남기고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홀로 남겨진 세라는 뭐에 홀린 듯 앉아 있었다.

 

 

 “간밤의 꿈이 길몽 이었나봐.”

 

 

 한 참 후에 입 밖으로 나온 말이었다.

 

 

 

 **

 

 

 

 세라는 미소를 머금고 영주의 서재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세라 파갈, 기밀정보 유출로 너를 체포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기사들이 세라의 팔을 거칠게 잡아 당겼다.

 

 경호기사들에게 누군가 설명했다.

 

 

 “국경을 몰래 넘어가려던 말코족 첩자를 잡았는데 저 여자가 그린 신무기 도면을 숨기고 있었다는군.”

 

 

 경호기사들의 배신감이 들어찬 매서운 눈빛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무슨 말이에요. 도면은 전부 영주님이 불태웠다고요!”

 

 

 감옥으로 끌려내려가는 내내,

 

 

 “영주님을 만나게 해줘요. 그 분이 설명해 줄 거라고요.”

 

 

 외쳐댔지만 기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철컹!

 

 감옥 속으로 밀쳐진 그녀는 벌떡 일어나 철창을 잡고 절규했다.

 

 

 “뭔가 오해에요. 영주님은 언제 오시나요? 영주님을 만나게 해 줘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뭔가 오해가 있다고요!”

 

 

 아무도 없는 어둡고 음침한 복도 끝에 대고 소리칠 때,

 

 

 “신참, 소용없어.”

 

 

 낯익은 목소리였다. 세라는 다급히 건너편 감옥을 응시했다.

 

 어두운 그늘 속에서 아델의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델, 당신이 여기 왜 있어요?”

 

 “영주의 명령이야. 모두 잡아가두라고 했어.”

 

 “무슨 말이에요, 모두라니요?”

 

 “나와 너뿐만이 아니야. 샤르트, 노파, 할리, 주방장과 주방일꾼들 다섯 명 그리고 바넷사까지 전부 여기 어딘가에 갇혀 있어.”

 

 “대체 왜?”

 

 “너와 내통할 가능성 있는 자들은 전부 잡아들였어.”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네가 첩자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왔고 협력자들도 모조리 찾아 처벌 할 거라더군. 대체 영주의 집무실에 박혀 무슨 일을 했길래 우리까지 전부 엮인 거야?”

 

 “……새로 개발한 무기 도면을 그리라고 해서 수 십장씩 그렸어요. 다 그리고 나니 모조리 불태워 버렸어요. 자연히 제 머릿속에 기억된 도면만 남긴 채, 전부 사라졌어요. 무기 개발자인 이사벨라도 죽고.”

 

 “뭔가 구린 냄새가 나는 고만.”

 

 “저를 지켜주기 위해, 기사들의 보호를 받게 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영주가 말했어요.”

 

 

 그에 대한 신뢰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카드가 그녀를 속인 걸까?

 

 사랑에 빠진 그녀를 농락하고 황제를 엿 먹일 뭔가를 꾸몄던 것인가?

 

 세라는 머리를 흔들어 의심을 털어냈다. 이럴 때일수록 믿고 의지해야 하는 거 아닌가.

 

 대략 자초지종을 들은 아델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사벨라 고년이 그리 곱게 죽을 년이 아닌데. 영주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고.”

 

 “아델, 당신은 미래를 보잖아요. 우린 어떻게 되는 거죠?”

 

 “나도 노력중이지만, 내가 보고 싶다고 보이는 게 아냐. 초자연적인 존재가 보여줘야 보이는 거라고.”

 

 

 세라는 아카드와 결혼할 단꿈에 젖어 있다가 청천벽력 같은 이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카드를 만나 얘기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거라고 믿고 싶었다.

 

 다른 방으로 끌려가서 문초는 매일 반복되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증거가 나와도, 첩자로 몰려도 자백하지 마.’

 

 

 아카드의 충고를 따라 보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시간이 지날수록 나타나지 않는 그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고 있었다.

 

 

 “도면 빼돌리는 거 누가 도와줬어?”

 

 “영주님은 언제 오시나요?”

 

 

 문초하는 기사에게 물었다.

 

 

 “주군이 오면 널 살려주시기라도 할 것 같아? 꿈 깨. 그분이 오는 날이 네 제삿날이야. 그렇게 애타게 기다려봐야 널 봐줄 분이 아니야. 확실한 증거가 나온 이상.”

 

 

 

  *

 

 

 

 약방 책임자 브르노가 그녀를 찾아왔다. 그는 성내에 숨어든 첩자 색출 책임자였다.

 

 

 “세라, 결국 이렇게 돼버리고 말았군.”

 

 “브르노 선생님도 제가 도면을 빼돌렸다고 생각하세요?”

 

 “증거가 확실하니.”

 

 “대체 뭐가 확실하다는 거죠? 영주든 이사벨라든 다른 기사들도 다 의심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나만.”

 

 “그들은 카라스를 배반할 이유가 없으니까.”

 

 “들춰보면 얼마든지 적에게 회유당할 이유는 많을 거예요.”

 

 “세라, 너랑 말씨름 하고 싶지 않아. 결론부터 말해주지.”

 

 “…….”

 

 “네가 단독으로 했다고 자백하면, 너와 말코족 첩자만 교수형으로 끝나. 네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세탁방 3인방, 할리, 바넷사, 주방장과 일꾼들, 열 한 명은 앞으로 햇빛을 못 보고 지하 감옥에서 혐의가 풀릴 때까지 평생 나오지 못하게 되지. 그런데 사실상 네가 죽고 나면 누가 혐의를 풀어 주냐가 문제겠지만.”

 

 

 세라의 머리가 핑, 돌았다.

 

 

 “게다가 세탁방 3인방은 마녀혐의를 받고 감금된 거나 다름없어. 영주가 증거 불충분으로 보류시켜 놓은 거니까. 이번 일로 휘말리면 여지없이 그들은 교회의 처분으로 넘겨지기 쉬워. 말도 안 되는 마녀 테스트를 받고 결국, 화형을 받겠지.”

 

 

 “영주님은 언제 오세요? 직접 그 입으로 무슨 말을 할지 들어야겠어요.”

 

 “영주님이 오셔도 달라질 건 없어.”

 

 

 그가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하사품 신분이 끝나는 날 맞춰 오실거야.”

 

 “……?”

 

 “하사품신분일 땐 너를 교수형 시킬 수가 없거든.”

 

 

 상상도 못했던 말을 듣고 있었다.

 

 

 “보통 첩자로 밝혀지면 영주님이 조용히 처리하시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 처리했지.”

 

 “…….”

 

 “이곳의 여론이 너의 죽음을 직접 보고 싶어 해. 대놓고 황제를 거역할 수 없는 여기 처지를 벌써 알고 있겠지만, 노예로 불모지 같은 이곳에 무서운 적과 싸우라고 보내놓고 여차여차해서 간신히 살아남아 삶의 터전을 꾸렸는데 적한테 넘겨주라니……. 너를 통해 황제한테 울분을 토하고 싶은 거지. 영주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

 

 

 굳게 닫고 있었던 입술이 맥없이 열려버렸다.

 

 

 “영주님은 너를 백성들에게 넘길 참이신 거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신무기가 완성되면 결혼을 생각해 보자고 말한 사람이 그럴 리가.

 

 이런 결말을 위해 나를 안심시키고 얌전히 있게 하기 위해서였던거야?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끌고 늪에 빠질지 너만 빠질지 선택하는 것뿐이란다. 무슨 연유에서 이런 일에 말려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네가 그렇게까지 악랄한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한다.”

 

 

 브르노의 말은 아카드의 충고를 머릿속으로 불러왔다.

 

 

 ‘어설프게, 다른 사람 살릴 생각 따위도 집어치워. 더 많이 죽게 되니까.’

 

 

 아카드, 이 사람들 말로는……당신은 날 완전히 버린 것 같군요.

 

 날 버린 거라면, 거짓 자백이라도 해서 사람들을 살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끔찍한 현실이 꿈이고 그 달콤한 꿈이 현실이었으면…….

 

 

 

 

 **

 

 

 

 

 “폐하, 세라 파갈이 열흘 후에 교수형당할 거라는 전갈이 왔습니다.”

 

 “뭐?”

 

 

 라시스 황제는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국경을 넘으려던 말코족 첩자가 신무기 도면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그린 자가 세라 파갈이라 합니다.”

 

 

 이런저런 자세한 보고를 마저 들은 황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정보통에 의하면 둘이 식사도 즐기고, 단 둘이 집무실에 붙어 있을 때도 적지 않았다. 잘 지내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안심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카라스 영주, 대체!”

 

 

 라시스 황제의 다시 뜬 회색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림자 기사단을 지금 바로 준비시켜. 내가 지휘한다.”

 

 

 직접 지휘하겠다는 말에, 신하는 놀라는 기색을 감추며 황제의 명을 받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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