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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 장미의 제국
작가 : 임다온
작품등록일 : 2016.8.21

나를 불러온 건 당신들인데.
나를 버리는 것 또한 당신들인가.......

어느 날, 평범한 현실에서 제국으로 오게 된 하랑.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것도 황당한데, 게다가 자신을 신이라 하며 천 년 동안 피지 않았던 붉은 장미를 피우라고 한다!

오직 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아름다운 황제 샤를과 오직 신만을 지켰던 매혹적인 기사 칼. 그리고 신이 되고자 하는 소녀 하랑.

그들 앞에 펼쳐질 가혹한 운명과 세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 판타지.

 
2. 어서 와. 신은 처음이지?
작성일 : 16-08-22 08:27     조회 : 253     추천 : 2     분량 : 6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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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제복을 입은 여인이 차가운 돌계단을 한 발짝씩 내디디며 올라간다. 그녀의 양옆에는 악의로 가득 찬 영혼들이 웃고 떠들며 곧 다가올 그녀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녀의 고결한 영혼은 그 무리 속에서 유린당하며 찢기고 더럽혀지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이 꿇린 채 양팔은 쇠사슬에 감겨 멀리 떨어져 있는 나무기둥에 걸렸다. 여인의 무릎이 딛고 있는 축축한 나무 바닥 아래로 군중의 떼가 몰려있었고 시선은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는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 이제는 증오와 고통만 있을 뿐이었다.

  칼이 허공을 가르며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칼날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결코, 뚫린 적이 없던 그녀의 몸이 쉽게 피를 토했다.

 분노의 찬 그녀의 목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내가 너희를 용서치 않겠다! 곧 이 땅에는 멸망과 죽음만이 있을 것이니....... 하얀 장미가 붉게 물 들 때 마침내 붉은 신이 올 것이다.”

 

 바르만 디 포르메『제국의 역사』 붉은 신의 죽음 中

 

 

 ***

 

 

 아, 좋다. 이 촉감.

 배 위에 푹신하게 덥혀있던 이불의 감촉이 좋았다.

 술이 많이 취한 상태에서도 집으로 잘 돌아왔나 보다.

 역시 귀소본능.

 하랑은 손으로 다시 한 번 이불을 쓸며 보송한 느낌에 기분 좋은 콧소리를 냈다.

 그런데 잠깐. 보송? 눅눅이 아니라?

 벽지에 곰팡이를 옵션으로 키우고 있는 하랑의 자취방에서 보송이라는 단어와는 인연이 멀었다.

 그 순간, 의아함과 동시에 소름이 끼쳐 번득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높고 하얀 천장이었다.

 우리집인가.......가 아닌데?

 작고 허름한 자취방에 무슨 샹들리에가 달렸어.

 고장 난 로봇처럼 고개를 삐거덕거리며 돌렸다.

 그리고 탁상에 놓인 크리스털 물잔부터 시작해 서서히 모든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게..........”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두꺼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깨, 깨어나셨습니다!”

 

 방문자가 하랑을 보고 소리를 지르자 다가오는 수많은 발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하랑은 손에 쥔 이불을 더욱더 끌어올렸다.

 그때 떨어지는 샹들리에의 빛을 받으며 걸어들어오는 이를 보았다.

 하랑이 있는 침대로 다가와 걸터앉았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당신이 눈 뜨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랑을 보며 말하는 남자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눈부심 그 자체였다. 화려한 이목구비와 그 안에 조화롭게 자리 잡은 눈이며 코며 입술이며,

 게다가 한 번쯤 쓸어보고 싶을 만큼의 은색의 머리카락까지 완벽했다.

 문득 어제의 꿈에서 보았던 남자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미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이름은 샤를 폰 그리테니아입니다. 기억하시겠습니까?”

 넋을 잃고 보던 하랑에게 샤를이 물었다.

 

 “네? 샤, 를?”

 “맞습니다. 저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 함께 놀아주시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무슨 말은....... 제가 왜 여기에 있어요? 당신은 누, 누구세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랑이 고개를 갸웃거리니 샤를의 뒤에서 웬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억하지 못하는군.”

 “당신?!!!!”

 

 꿈에 나와서 달콤한 로맨스, 아니 그냥 로맨스를 찍다가 사라진 그 미남이 샤를의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꿈속에서는 몰랐었는데 하랑의 앞에 선 그는 완벽하게 각이 잡힌 검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

 하랑은 모르겠지만 아까 그녀가 남긴 그 더러운 자취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달라 보이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꿈속에서와 정반대의 차가운 눈빛.

 

 “나를 알아보는가.”

 

 다가오는 남자의 허리께에서 서로 닿는 쇳소리가 굉장히 위험하게 들렸다. 소리의 정체는 검이었다.

 어느새 무릎이 침대가 근처까지 와 부딪쳤다.

 넋을 놓고 있다가 드리워진 그림자에 깜짝 놀라며 동그란 눈을 하고 그를 올려다보니 그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

 

 “아주 실례가 많았지.”

 

 순식간에 이불을 쥐고 있던 하랑의 손이 잡혀 끌어당겨 졌다.

 무시무시한 힘이 그녀의 팔을 등 뒤에 닿게 한 뒤 그대로 엎드리게 하였다.

 데자뷰다. 그때도 그렇고 왜 이렇게 덮치는 거지?

 설마 또 키키키키, 스?

 하랑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팔이 뒤로 꺾인 시점에서 이미 장르의 방향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잡히지 않은 오른팔을 붕붕 휘저었다. 나름의 반항 아닌 반항이었다. 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반항했어야 했다.

 갑자기 팔꿈치로 팍 치고 들어오는 통증.

 

 “저기, 갑자기 왜 이러세요! 아파, 아파요!”

 “이유는 네가 더 잘 알겠지.”

 

 이유? 무슨 이유?

 

 

 ***

 

 

 몇 시간 전.

 

 “신을 이곳으로!”

 

 음성과 함께 내리꽂힌 칼날 아래는 피로 적셔져 바닥까지 흘러내렸다.

 그 순간 검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데 그 빛이 얼마나 눈 부신지 일곱의 원로들은 팔을 들어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은발의 남자 샤를만이 눈을 피하지 않고 그것을 온전히 지켜보았다.

 조금씩 사그라지는 빛 사이로 한 여자가 보였다. 눈을 감고 있는 육체가 잘게 경련하더니 이윽고 잠잠해졌다.

 

 “아니. 이것은!”

 “인간이 아닙니까?”

 

 시체가 있던 자리에 갈색 단발머리를 한 여자가 대신하고 있었다.

 원로 중 하나가 소리치자 모두가 웅성거리며 놀랐다. 샤를이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눈동자에도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성공했습니다, 폐하!”

 “그렇군요.”

 

 소환된 것까지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머리카락 색과 모든 것이 다른데.......”

 

 그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검은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그것은 곧 여자와 샤를 사이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소용돌이가 멈추고 인영이 드러났다.

 

 “신의 기사!”

 

 누군가의 목소리에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그곳엔 검은 제복을 입고 있는 장신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등장에 좌중이 모두 압도당했다. 천천히 뜨여지는 눈 속에 칠흑처럼 검은 눈동자가 날 선 빛을 내뿜는다. 그와 눈을 마주친 이가 무릎을 꿇자 다들 숨을 삼키며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5천 년 전 신의 곁에서 함께 했던 제국의 유일한 기사.

 

 “신의 기사 칼”

 

 샤를의 입으로 낮게 읊조렸다.

 오직 그만이 꼿꼿이 서서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누군데 나를 아는가.”

 

 동굴처럼 낮고 깊은 목소리의 주인이 샤를을 보며 물었다. 제국의 황족만 가지는 은발을 보고도 추측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오로지 한 가지만을 알던 자였으니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오만함, 이 사내와 이토록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기억 못 하겠지만, 샤를입니다.”

 

 그 이름을 듣고도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그저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 듯 보였으나 착각이라고 할 정도로 짧았다.

 그동안 자취를 감추고 있던 그가 어째서 나타난 것일까. 샤를은 문득 궁금해졌다. 그토록 찾을 때는 없었건만. 칼을 보는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 인간은 뭐지.”

 

 칼이 그들 앞에 놓인 인간에게 시선을 던졌다. 샤를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붉은 신.”

 

 칼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붉은 신이라고 했나. 샤를 네가 감히 신을 모욕하는 것인가.”

 “붉은 신은 이곳에 있습니다. 저의 부름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칼이 샤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강한 믿음을 가지고 말하는 샤를의 눈동자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미쳤군.”

 “수백, 수천에게 칼을 꽂아 넣었지만 모두 진정한 하얀 장미가 아니었기에 실패했죠.”

 “.......”

 “그러나 이번은 다릅니다.”

 

 샤를은 여자의 명치에 박힌 검 손잡이를 잡고 힘껏 뽑아냈다. 뿜어져 나오던 피가 마치 물처럼 다시 스며들어 갔다.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자들 모두 그 모습이 믿기지 않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하지만 유일하게 칼만이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샤를로부터 거둔 손을 여자의 목에 가져다 댔다. 샤를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목에 힘이 가해졌다.

 

 “무슨 짓을!”

 

 샤를이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났다.

 

 “이미 천 년 전에 죽지 않았나. 이제 신은 이곳에 없다.”

 

 그의 목소리에 노여움이 섞여 있었다. 그는 손에 힘을 풀지 않고 여덟의 무리를 노려보았다. 여기서 누군가 숨소리라도 내었다가는 당장에 몸을 잿더미로 만들 정도의 살기가 그에서 뿜어져 나왔다.

 

 “하얀 장미가 붉게 물 들 때 마침내 붉은 신이 올 것이다.”

 

 그 긴장감을 샤를의 목소리가 뚫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칼의 심기를 건드렸다. 확신에 가득 찬 그 단어가.

 

 “당신도 신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고 있겠지요. 지금 눈앞에 신이 부활한 것입니다. 그때와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

 “게다가..... 신을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은 저뿐만이 아닐 텐데요.”

 

 칼과 샤를의 시선이 팽팽하게 부딪혔다. 엄청나게 당긴 악기의 현처럼 언제 끊어질지 모를 아슬한 기운이 밀실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

 

 “...으윽.....”

 

 칼의 손에서 미세하게 떨리며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무......울...”

 “뭐라고 하는 거냐.”

 

 그 소리를 자세히 듣기 위해 칼이 손의 힘을 느슨하게 풀었다.

 

 “나.... 토할 것.... 같, 웁!”

 

 그 소리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는 곧바로 떨어지려 했으나 하랑의 허우적거린 손에 의해 칼의 옷자락이 붙잡혔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연의 소리.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던 칼뿐만 아니라 날이 서 있던 샤를까지, 아니 그곳에 있던 전부가 공황에 빠졌다.

 

 “아, 살았다. 비닐봉지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네.”

 

 비몽사몽으로 중얼거리던 하랑은 다시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오물범벅이 된 자신의 제복을 본 칼은 검을 꺼내 들어 색색거리며 잠든 하랑의 목에 가져다 댔다.

 

 “죽이는 것이 났겠군. 이 인간의 존재 자체가 신성모독이다.”

 “........”

 

 그의 말에 반박하던 샤를은 이번에는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하였다.

 하랑의 목 근처에서 빛나는 검이 이방을 다시 피로 덮을 모양새였다.

 그때 한 원로가 나섰다.

 

 “신의 기사여. 고정하시옵소서. 지금은 비록 하찮은 인간으로 보일지언정 신으로 이 자리에 온 자입니다. 부디 자비를.......”

 “이 꼴을 보고도 자비를 논하느냐.”

 “신이 아니라면 그때 처벌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만 거두시지요. 깨어있지도 않은 이를 죽여본들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가만히 있던 샤를이 원로의 말에 힘을 실었다.

 

 

 ***

 

 

 “이유는 네가 더 잘 알겠지.”

 

 팔의 꺾임이 심해졌다.

 

 “아아아아악! 아파요.”

 “아프다고?”

 

 아니, 이 남자가 지금 장난치나. 아프지. 그럼 간지럽겠어.

 

 “아악! 진짜 팔 부러져요!!”

 “네가 신이라면 쉽게 빠져나가 봐. 그렇지 않으면 이 팔이 꺾여 버릴 테니.”

 

 남자의 말대로 팔에 통증이 진해졌다.

 그 때문에 귓가에 속삭이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을 끌지 않는 것이 좋아. 난 참을성이 별로 없거든.”

 

 그 순간, 그가 쥐고 있는 하랑의 왼팔에 힘이 가해졌다.

 정말 꺾이기 일보 직전으로 뼈마디가 아파졌다.

 

 “학-! 하악!”

 

 이 미친놈아!

 잡혀있지 않은 오른팔로 매트리스를 두드렸다. 스릴러다. 로맨스가 아니고 스릴러야. 제발 누가 날 좀 살려줘!!

 

 “그만두십시오.”

 

 샤를이라고 했던가. 그의 음성이 마치 구원의 손길처럼 들려왔다.

 

 “깨어났으니 처벌해도 상관없지 않나.”

 

 아까 하랑의 목숨을 살려둘 때 샤를이 했던 말을 칼이 교묘하게 역이용해서 말했다.

 하지만, 샤를 또한 지지 않았다.

 

 “그 처벌이라는 것을 하시고 싶다면 제국의 법규대로 하시지요. 신의 기사라 하여도 그 아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요.”

 “제국의 법 따위에 일일이 통제받았던 기억은 없는데.”

 “그 말대로 이 인간이 신이 아니라면 당신 또한 신의 기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일개’ 기사의 신분이라면 처벌할 권한은 없습니다.”

 

 칼이 피식 웃었다. 긴장감이 방을 가득 채웠다.

 둘 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얼굴이 이불보에 파묻힌 채 듣고 있던 하랑은 자신의 존망(存亡)이 걸린 문제를 그저 한 귀로 흘려 듣고 있었다.

 숙취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려 정신이 멍해졌다.

 언제쯤 팔을 풀어줄 것인가. 그것만 궁금할 뿐.

 가만히 있는 하랑을 내려다보던 칼이 팔에 힘을 가했다.

 

 “아악-! 아아악!”

 

 멍 때린 거 잘못 했어요. 내가 다 잘못 했어요. 제발 놔주세요.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빌면서 용서를 구했다. 비틀려진 팔에 조금만 힘을 준다면 부러질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몸을 덜덜 떨며 눈물을 흘렸다.

 

 “이것 보라지. 그저 조금의 고통이 주어지면 사고도 못 하는 멍청한 인간 같으니.”

 

 비하하는 언어가 무자비하게 쏟아짐에도 귓가에서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소름 끼쳐 하랑은 아까처럼 소리 지를 수도 없었다.

 내가 뽑을 검이 어디 있다는 거야. 그런 게 있으면 진작에 뽑았어! 눈물과 콧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그때 왼팔을 압박하고 있던 힘이 풀렸다.

 그 틈에 몸을 돌려 손을 빼냈다.

 왼팔을 최대한 감싸며 그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애썼다.

 순간 보았던 그의 표정에서는 경멸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가쁜 숨만 내뱉었다.

 

 “죽일 가치도 느끼지 못하겠군.”

 

 저 미친놈이 끝까지. 죽이려고 했냐? 그리고 작은 고통 아니거든요!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의 말에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그때 옆에 있던 샤를이 내 몸을 감싸주었다.

 

 “만약 그녀라면 오늘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글쎄.”

 

 남자는 제복을 휘날리며 문밖으로 나갔다. 그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반드시 기억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 포근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품 안으로 하랑을 꽈악 끌어안아 주었다.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처럼 이상한 세계에 뚝 떨어졌다는 것은 머리로는 당장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세계를 이해하기도 전에 갑작스레 많은 것을 당했다.

 잠에서 깨어 눈을 떠보니 이런 낯선 곳이다.

 한 번 더 잠들면 여느 때와 같은 내방 침대가 아닐까.

 방금까지 내 팔을 꺾으려 했던 남자도, 지금 날 안고 있는 이 남자도 다 꿈이 아닐까.

 하지만, 이것을 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고통이 너무 생생했고 그것은 왼팔의 채 가시지 않은 얼얼함이 증명해주고 있었다.

 

 ‘남자들 조심하고.’

 

 이 순간 엄마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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