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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67 화. 성숙함을 위한 기다림
작성일 : 17-07-24 12:59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8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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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67 화. 성숙함을 위한 기다림

 

 

 

 

 [퇴근할 때쯤에 사장 전용 객실로 내려와.]

 

 세희는 지원의 문자를 받고 그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똑. 똑.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지원이 왼팔을 이마에 올린 채 눈을 가리고 누워 있었다.

 

 피곤해서 자고 있는 사람을 괜히 깨우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세희가 곁에 온 것을 느꼈는지 지원이 팔을 내린 뒤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상대가 감정을 읽지 못하게 단단히 벽을 둘러둔 그의 눈빛. 입사 떄 이후로 오랜만이다. 자신 앞에서 만큼은 그 벽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이런 그가 낯설면서도 걱정된다.

 

 “무슨 일, 있어요?”

 

 “문...... 잠갔어?”

 

 “응.”

 

 “일루와.”

 

 왜 이럴까. 자신에게 말 못한 일이라도 있었던 건지. 세희는 그에게 가지 않고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지원의 눈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늘 먼저 표현해주고 다가오던 지원이었다. 그와 함께하며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분위기에 더 혼란스러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면서도 그녀 역시 지원의 품이 싫지는 않아 나른하게 누운 채로 팔을 내어주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누웠다.

 

 무슨 일이지?

 

 세희가 눕는 것을 본 지원은.

 

 

 

 확-.

 

 !!!!!!

 

 세희의 팔을 잡아 제 쪽으로 당기며 그녀를 품 아래에 가뒀다.

 

 불안했던 것은 괜한 기우였는지, 지원의 눈빛에서 그녀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감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세희는 동그란 눈을 여러 번 깜박이다 자신을 결박한 지원의 두 팔을 밀어냈다.

 

 할 수 있으면 해 봐.

 

 .......꿈쩍도 안 했다.

 

 세희는 최대한 불쌍한 눈빛을 지으며 지원을 올려다봤다.

 

 “아직 낮이에요. 해 지려면 멀었는데.......”

 

 “......”

 

 지원은 입 한번 뻥긋하지 않은 채로 세희의 행동을 가만히 주시하기만 했다. 세희가 들어온지 한참이 지나서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그였다. 덕분에 공기가 무거웠다. 그저 세희의 행동을 지켜보려는 듯 여유로운 지원의 분위기. 거기다, 살짝 내려뜬 눈은 무겁고 어두웠다.

 

 그렇게. 한껏 여유로운 맹수를 가장한 지원의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넌 바로 좋다고 해줄까? 기다리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거절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만약 네가 기다려달라 그러면 난 얼마나 널 기다려야 할까?

 

 

 

 이... 이게 아닌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길 기다리는 건지, 기를 쓰고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애꿎은 눈만 도르륵 굴리다 다시 지원의 눈을 마주했다.

 

 “여긴 회산데....... 참으면 안돼요?”

 

 피식.

 

 굳게 맞물려 있던 지원의 입가가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풀어지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널 어쩌면 좋니.”

 

 “?”

 

 지원의 입술이 아주 잠시. 스쳐간 온기가 머무를 시간도 없을 만큼 빠르게 닿았다 떨어졌다.

 

 아쉬움만이 가득 남은 입맞춤이라 개운하지 않았다.

 

 지원은 침대 위로 풍성하게 퍼져있는 세희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며 중얼거렸다.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는 세심한 손길에 세희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세희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아슬아슬하게 빛났다.

 

 “엉큼하긴.”

 

 

 

 엉큼......... 방금 엉큼하다고?!

 

 세희의 얼굴이 바보처럼 멍해졌다. 방금 들은 말이 워낙 황당했다.

 

 당하고 보니 오늘만큼은 자신을 잡은 남자가 맹수가 아닌 고양이였다.

 

 그리고 자신은 고양이한테 잡힌 쥐고.

 

 지원의 장난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나니 기가 막혔다.

 

 졸지에 변태 되게 생겼다.

 

 그럼 이 자세가 그거 아니고 뭘 뜻하는 거란 말인가.

 

 세희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지원을 흘겨보며 따졌다.

 

 “오빠가 더 엉큼하거든요?!”

 

 지원이 영문을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어온다.

 

 “왜?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또 속을 줄 알고.

 

 “무슨 일 있나 싶어서 걱정했더니 괜찮아 보이네. 갈게.”

 

 장난 가득한 남자를 건드리면 장난의 정도만 더 세질 뿐이라는 것을 세희는 알고 있었다.

 

 흥!

 

 짓궂은 남자의 장단에 일일이 맞춰줄 필요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다려.”

 

 지원에게 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무시를 가장한 도망이었다.

 

 

 

 빠져나갈 확률은 처음부터 없었다. 혼자 얼굴 붉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시트를 폭 뒤집어쓰고 있는 세희의 뒤로 지원이 누우며 시트에 가려진 그녀의 작은 손을 찾아냈다.

 

 “세희야.”

 

 지원은 커다란 제 손 안에 세희의 여린 손을 가둔 뒤, 세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삐지면 안 되는데. 나 좀 봐 줘,

 

 어느새 지원의 얼굴은 아까처럼, 복잡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당장 설명해주고 싶지만. 꾹 눌러담으며 여태껏 가장 원하고 원했던 말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세희를 다시 한 번 부르는 목소리는 여태껏 그녀에게 들려준 그 어떠한 목소리보다 더 무거웠다.

 

 “결혼하자, 우리.”

 

 결혼하자는 그 말에 세희의 몸이 굳었다.

 

 갑자기 왜.......

 

 숨어만 있던 세희가 시트를 천천히 걷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세희가 지원과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 상체를 일으키자, 지원은 잡고 있던 세희의 손을 놔주었다.

 

 

 

 방금까지 아무 것도 없었던 손 안에, 조그마한 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왜.......”

 

 세희가 그 상자를 내려다보며 아무 말 못하고 있는 것을 본 지원은 상체를 일으켜 앉으며 그녀의 다른 손을 잡아 그 위에 올려주었다.

 

 “열어봐. 네 꺼야.”

 

 “......”

 

 세희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자를 열면 그에게 대답을 해줘야 하는데, 기분 좋은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구석에 뭐가 걸린 듯. 답답하다.

 

 대답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지원이 스쳐지나가듯 결혼에 대해 얘기할 때는 당연히 그와 결혼할 생각이니 그러려니 했었다.

 

 열어보고 싶지만, 손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 안일했던 건지, 당연히 지원의 일을 마무리 지은 후에 결혼에 대해 정식으로 언급할 줄 알았다.

 

 나중에 할 거라 미뤄놓았던, 언젠가 해야 하는 고민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니 혼란스러웠다. 지원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에 잠식되어 가기 시작했다.

 

 

 

 “세희야......?”

 

 지원이 고개를 숙여 세희의 얼굴을 감쌌다.

 

 “왜 그래?”

 

 “오빠.......”

 

 거절만은 아니길 수십 번 곱씹으며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움직였다.

 

 “얘기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남자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었는데, 그 마음은 어디 가고 내 손으로 직접 그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다.

 

 아프다.

 

 그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결혼인데, 그걸 알면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못난 내가 밉다.

 

 입술이 뜨겁다.

 

 “당장은....... 못하겠어. ........미안.......”

 

 “......”

 

 

 

 다행히, 거절은 아니었다.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당장은 못 하겠다’라는 말이지만 당연히 세희가 망설임 없이 흔쾌히 받아 줄줄 알았다. 기대했던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랬기에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외로웠고, 사무치게 시렸다.

 

 “오빠, 미안해요....... 나한테 청혼해줘서 고마워. 오빠 마음 아는데,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몰라. 모르겠어. 지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조차 모르겠어.......”

 

 지원은 일렁이는 세희의 눈을 말없이 보고만 있다가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가 품에 안았다.

 

 그녀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내야 하는 이 순간이 정말. 너무 아프다. 싫다.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겨우 열었다. 뱉어낸 숨을 통해 흩어져가는 그의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하나만 약속 하자.”

 

 세희가 무슨 마음일지, 이해 못하는 거 아니다.

 

 “고민이 끝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와.”

 

 네 선택을 믿으니까.

 

 혼란한 마음,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다음은 없어.

 

 

 

 세희가 지원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너무 길지만 않게. 나 외롭게 만들지 마, 제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그때는....... 지금 이 상자 안에 있는 반지. 네 왼손 약지에 있으면 좋겠다.”

 

 지원은 한동안은 보지 않을 세희의 얼굴을 두 눈에 새기기 위해 그녀를 품에서 떨어뜨렸다.

 

 세희의 두 눈 가득, 투명한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지원이 쓰게 웃으며 세희의 눈가를 쓸었다.

 

 “울지 마. 예쁜 얼굴 다 망가지잖아.”

 

 참으려 여러 번 애를 써도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당분간은 기획팀으로 출근해. 몸조심하고.”

 

 기다릴게. 모든 준비를 다 끝내놓고.

 

 지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로 객실에서 나가버렸다.

 

 “오빠....... 지원 오빠....... 흑........”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있을 틈 하나 내주지 않은 그라서, 그녀가 품에 안고 숨죽여 울 수 있는 것은 그의 체취가 묻어있는 시트 한 장 뿐이었다.

 

 

 

 

 

 ***

 

 

 

 

 

 [지수 양과 함께 들어왔으면 좋겠구나.]

 

 지원은 강 회장이 연락준 대로, 민 지수를 데리고 그의 본가로 가고 있었다.

 

 운전 내내 한 마디도 안 하는 지원을 바라보는 민 지수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물었다.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요?”

 

 어차피 이렇게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벽에 대고 얘기하는 셈 치기로 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하나 싶은 오기에서 더 열심히 말을 거는 것도 있었다.

 

 “......”

 

 역시나. 이번에도 지원은 묵묵부답.

 

 이렇게까지 꿋꿋하게 자신을 무시하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눈길 한 번 안 줄 수가 있는 거지?

 

 M 호텔 회장의 딸이라는 배경으로 평가 받기 싫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 똑 부러지게 생긴 외모와 본인의 힘으로 일군 능력 덕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던 그녀였다.

 

 “나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싫나요?”

 

 

 

 투정 부리다 시피 홧김에 물어본 말이었는데, 웬일인지 지원이 대답했다.

 

 “말했을 텐데요. 민 지수 씨와 좋은 동료로 만났더라면, 민 지수 씨. 충분히 매력 있습니다. 하지만, 민 지수 씨와 약속한 두 가지를 지키는 것. 여기까지가 제가 허용할 수 있는 선입니다. 주차하고 가야하니까 먼저 내리시죠.”

 

 “기다릴게요. 강 회장님께서 분명 ‘같이’ 오라고 하셨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원하는 대로 하시죠.”

 

 현관 앞에서부터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던 강 회장은 민 지수와 함께 올라오는 지원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지수 양, 지난번보다 더 예뻐진 것 같구나. 오느라 힘들지는 않았고?”

 

 민 지수가 다소곳하게 인사하며 웃어보였다.

 

 “지원 씨가 신경 써준 덕분에 괜찮았어요.”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보기 좋아. 그러지 말고들 어서 들어오도록. 식사 준비가 끝나서 언제 오나, 마중 나와 있었더니 허기지구나.”

 

 

 

 

 

 ***

 

 

 

 

 

 강 회장은 지원과 민 지수가 맞은편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며 연신 웃어댔다.

 

 지원에게는 모래알 씹는 것보다 더 불편한 자리였다. 아무도 모르게, 은근히 보내오는 강 회장의 눈치 덕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수도, 족쇄처럼 답답하게 조여 오는 넥타이를 끌어 내릴 수도 없어 속으로 한숨만 삼켰다.

 

 평소에도 식구들끼리 자주 모여 이렇게 둘러 앉아 식사했더라면 이 불편함이 조금은 덜 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침묵을 유지했다.

 

 식사가 어느 정도 끝이 나자, 강 회장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아들의 분위기를 찬찬히 살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지원의 몸은 여기 있으나 정신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강 회장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최 실장에게 부탁해 가장 아끼는 곡주(穀酒)를 가져오게 했다.

 

 “지수 양, 이거 한 번 마셔보게. 지원이 할아버지 이전 대에 담아놓은 술인데, 오래 발효 시켜서 독하지도 않고 먹어도 취하질 않아. 괜찮나?”

 

 “귀한 술 주셔서 감사해요.”

 

 “귀한 손님한테 귀한 대접하는 것은 당연하지.”

 

 문 여사가 강 회장의 잔에 한 잔 따라주자 강 회장은 그걸 받아들어 민 지수에게 한잔 내어주었다. 그는 자신의 잔을 들기 전, 식사 내내 간간히 장단만 맞추기만 하는 지원을 흘깃 바라본 뒤 투명한 액체를 한입 마셨다.

 

 “지원이 넌 지수 양 데려다 줘야 하니 그냥 있거라.”

 

 

 

 강 회장이 술을 내어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 아들이 살갑지 않은 성격이라 애비로서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네. 내 아들 아니랄까봐 젊은 나이에 저리 무뚝뚝해서야 원... 마음고생은 좀 하겠지만 지수 양이 먼저 살갑게 대하고 잘해주면 우리 아들도 금방 마음 열게 될 거야. 지수 양, 민 회장님은 뭐라고 하시던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 녀석 빨리 장가보내서 손자를 보는 게 소원이라네. 난 지수 양을 며느리로 삼고 싶은데. 어떤가, 우리 아들?”

 

 “안 그래도 저희 아버지께서 회장님 연락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셨어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원하던 대답이 즉각 나오자 강 회장은 나른하게 기대고 있던 등을 꼿꼿하게 바로 세우며 상체를 앞으로 당겨왔다.

 

 “그거 정말 잘됐구나. 사람 일이 되려면 시기와 운이 맞아야 잘 풀린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니었어. 허허허. 내 조만간 민 회장님 한번 만나 뵈어야겠군. 지수 양, 시아비가 며느리한테 점수 좀 더 따려고 하는데. 예식은 지수 양이 원하는 대로 진행할 수 있게 준비해보게. 약혼식과 결혼식을 두 번 치루는 것은 번거롭기만 하니 약혼식을 결혼식으로 대체하도록 하자고. 2주일 내로 너희들을 이어주는 것으로 이야기 마무리 지어보겠네. 식구가 하나 더 늘겠구먼. 허허허.”

 

 그때까지만 해도 대화에 참여할 기미가 없던 지원이 의자에서 살짝 일어나며 주춤했다.

 

 다음 달이라니.

 

 빨라도 너무 빨랐다.

 

 자신보다 몇 배는 더 날카롭고, 마음먹은 일이면 바로 밀어붙이는 게 바로 강 회장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다.

 

 지원의 얼굴 위로 좀처럼 보이지 않던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강 회장이 회사 직원을 보듯 건조한 눈빛으로 지원을 쳐다보자, 지원은 감정을 지우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닙니다. 시간이 깊었어요, 아버지.”

 

 지원이 손목시계를 쳐다본 뒤 말하자, 강 회장은 자신의 지시 없이도 아들이 자발적으로 민 지수를 에스코트 해주려나 싶어 눈치껏 행동했다.

 

 “아~ 벌써 그렇게 됐나? 내 정신 좀 보게. 지수 양 오늘 즐거웠어. 아니, 아니지. 새아가라고 불러도 되겠나? 새아가, 앞으로 자주 놀러오렴.”

 

 “가보겠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

 

 

 

 

 

 지원은 민 지수를 배웅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하지만 현관 앞까지가 다였다.

 

 “아버지께 드릴 얘기가 있으니 데려다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술기운 때문에 운전은 무리일 테니 장 비서에게 부탁해 놓겠습니다. 제 차 타고 가시죠.”

 

 “네?”

 

 “이제 제가 민 지수 씨와 지켜야 할 약속은, 없습니다.”

 

 그러고서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 만났을 때보다 더 냉랭하게 등을 돌리고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다시는 볼 사이가 아닌 것처럼.

 

 

 

 자신과 틀어지면 세희와 지원에 관한 이야기가 강 회장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지원은 어제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분위기를 맞춰 주며 어느 정도 자신을 따라 오던 것이 어제였다면.

 

 오늘은 들켜도 상관없다는 듯. 작정한 사람 같았다. 정말 비즈니스적인 관계의 소명을 다하고 제 길을 찾은 사람처럼 거침없었다.

 

 하루 사이에 저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불안해졌다.

 

 지원의 발목을 잡을 뭔가를 쥐고 있지 못한다면 그를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져버린다.

 

 

 

 

 

 ***

 

 

 

 

 

 지원은 성큼성큼 2층으로 올라가 강 회장의 방 문 앞에 섰다.

 

 심호흡을 한 번 깊게 들였다 내쉰 뒤, 망설이지 않고 방문을 두드렸다.

 

 똑. 똑.

 

 “네.”

 

 지원은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가 강 회장을 마주했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강 회장은 앉은 상태로 고개를 홱 들었다.

 

 유일하게 제 말을 따르며 끝까지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자식은 아들 뿐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던 강 회장이었다. 그래서 지금 그는 민 지수를 데려다 주기 위해 나가 있어야 할 지원의 돌발 행동에 기가 막혔다.

 

 그는 지원을 쏘아보았다.

 

 “너.......! 새아가는 데려다주고 온 거냐?”

 

 

 

 빨리 네가 있을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겠느냐는 호통이 내리는 와중에도 지원은 꿋꿋하기만 했다.

 

 강 회장의 날카로운 눈빛과 말투. 자신의 뜻과 반하는 행동에는 가차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짐작은 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는 그라서 강 회장의 눈빛과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지원은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 잡으려 주먹을 꽉 쥐었다.

 

 “민 지수 씨와 관련해서 꼭 드려야 할 말씀이 있습니다.”

 

 강 회장은 매정하게 등을 돌려 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물을 필요도 없이 여자가 생긴 걸 테지. 한때의 호기심과 어린 마음이라 마음대로 정의 내리며 단정 지었다. 욕심에 눈이 먼 강 회장에게 아들을 돌아볼 여유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나 역시 그거에 관해 너에게 들을 말은 없다. 나가서 지수 양 데려다 주고 와. 네 아내 될 사람이다.”

 

 “...... 저, 이 결혼.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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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제 60 화.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야 2017 / 7 / 20 304 0 6300   
60 제 59 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는 법이 없… 2017 / 7 / 20 306 0 7420   
59 제 58 화. 그러니까, 못 놔 줘 2017 / 7 / 20 288 0 8692   
58 제 57 화. 텅 빈 속을, 마음을, 따뜻하게 가득 … 2017 / 7 / 20 298 0 8089   
57 제 56 화. 사랑 때문에 무릎 꿇은 남자 2017 / 7 / 20 294 0 8720   
56 제 55 화. 그래, 사랑이 뭐 별 거 있나 2017 / 7 / 20 291 0 8629   
55 제 54 화. 허공에 대고 불러보는 간절한 이름 2017 / 7 / 20 309 0 6552   
54 제 53 화. 뜨거운 태양 아래 홀로 싸우려는 남… 2017 / 7 / 19 294 0 7397   
53 제 52 화. 어림도 없지 2017 / 7 / 19 287 0 6555   
52 제 51 화. 덮쳐, 말아? 2017 / 7 / 19 276 0 7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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