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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66 화. 방아쇠를 당기다
작성일 : 17-07-24 12:58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7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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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66 화. 방아쇠를 당기다

 

 

 

 “오셨어요, 아가씨.”

 

 정원을 가로질러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민 회장의 개인 비서가 민 지수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한 뒤 그녀의 앞에 실내화를 가지런히 놓아주었다.

 

 “아버지는요?”

 

 이 집안 어딘가에 있을 민 회장을 찾는 민 지수의 얼굴과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이었기에 이 비서는 민 지수가 집 안으로 들어와 자신에게 답을 요구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민 지수가 눈치 채지 못하게 조심스레 그녀를 살핀다.

 

 이 비서는 민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민 회장을 대신하여 그의 빈자리를 채워주기도 했기에 사소한 움직임 하나만으로 그녀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에게 민 지수는 감히 쳐다봐서는 안 될 아가씨지만, 동시에 소중하게 아껴주고 싶은 존재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 아가씨의 맑은 눈빛.

 

 어릴 적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을 붙잡고 올려다보던 그 눈빛처럼, 맑았다.

 

 그저 조용히. 곁에서 불편함 없도록 힘이 되어드리는 것이 저의 일이었기에 사소한 것까지 손을 델 수는 없었지만,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민 지수는 기뻐하고 있었다.

 

 이 비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을 해주었다.

 

 “바(Bar)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남들 이목에 품위 없다 느껴질까 당장 민 회장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른 채 걸음을 재촉하는 민 지수의 뒷모습을 잔잔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이 비서는 자신의 별채로 향했다.

 

 

 

 

 

 ***

 

 

 

 

 

 “아빠!”

 

 어느 정도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되자, 복도에서부터 민 회장이 있는 테라스까지 뛰었다.

 

 “뭐가 그렇게 급하니, 우리 딸.”

 

 민 회장은 유리잔에 얼음을 담던 손을 잠시 멈춘 채, 벌컥 열린 문을 통해 테라스로 나온 자신의 딸에게 흐뭇한 시선을 주었다.

 

 “강 지원 사장이랑 뮤지컬 보고 왔어요.”

 

 “그래? 그것만으로 우리 딸이 이렇게 좋아할 리가 없는데. 강 사장이 잘해주더냐?”

 

 대답 대신 자신이 들고 있던 유리잔에 위스키를 따르는 딸을 본 민 회장은 기겁을 하며 얼른 그녀를 말렸다.

 

 “에헤이, 숙녀가 늦은 밤에 술 마시면 못 써. 내일 피부 거칠어지면 화장 잘 안 먹잖니.”

 

 기분이 좋아서 한 잔 마시려 했던 것인데 민 회장이 단단히 벼루고 있으니 먹고 싶던 술이 물보다 더 맛없어 보였다.

 

 상관없다. 어차피 민 회장한테 할 말이 있어서 잠시 들른 것이니까. 술은 흥을 돋우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민 회장의 옆자리에 앉은 민 지수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빠도 강 사장, 소문 아시잖아요.”

 

 “알지. 그럼 잘해줄 리가 없는데 뭐가 그리 좋으냐?”

 

 “강 사장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소원 하나 이룬 것 같아서 좋아요.”

 

 “......”

 

 “실제로 만나보니까 정말 좋아. 아빠, 나 빨리 이 결혼 진행하고 싶어요. 먼저 얘기 꺼내보시면 안돼요? 지난번에 강 회장님 만나 뵈었을 때 당장 허락하실 것 같던데.”

 

 ‘......이런.........’

 

 민 지수가 바(Bar)에 온 이후로 줄곧 그녀를 향한 애정 가득한 눈빛을 거두지 않던 민 회장은 제 딸의 그 말에 섣불리 대답해 줄 수 없었다.

 

 강 사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을 때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딸을 보며 남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새로운 상대에 대한 호감이겠거니 했는데. 아닌 것 같다.

 

 강 회장이 자녀들의 만남을 제안했을 때, 민 회장은 결혼에 대해 일부러 말을 아꼈다. 정말 말 그대로 딸아이와 강 사장의 순수한 만남을 위한 다리 역할만 하고 나머지는 당사자들에게 맡겨둘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제 딸은 사랑받고 살아야 할 권리가 있으니까. 딸이 좋다는 사람이 아니라, 딸을 좋아하는 남자여야 한다.

 

 그렇기에 진흙탕 같은 이 세계와는 동떨어진 평범한 사람이어도 좋으니 사윗감만큼은 딸에게 무조건 허락해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민 회장은 딸을 착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딸아이가 강 사장을 그 자체만으로 보지 않고 다른 쪽으로 욕심내기 시작한 것 같다.

 

 넘치는 젊음과 딸아이의 열정은 매번 그녀가 보여준 행동들에 믿는 구석이 있으니 높이 평가하지만, 딸이 알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이것만큼 어려우면서도 묘한 게 어디 있을까.

 

 직접 겪지 않고는 절대 모를 세상사, 남이 가르쳐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강 회장님, 아빠보다 더 바쁘신 분이야. 언제 한번 시간 내서 만나볼게. 늦었다. 건너가서 쉬어.”

 

 세상에서 절대 욕심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이다.

 

 

 

 아내와 사별한 젊은 시절부터 혼자 딸을 키우느라,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핏줄이 너무 예뻤다. 그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 또한 유일한 가족이라 할 수 있는 딸이었기에 어찌 보면 민 회장이 민 지수를 곱게만 키운 것은 당연했다.

 

 그는 딸을 너무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 것을 속으로 한탄했다.

 

 세상 일이 원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닌데, 딸에게 너무 평탄한 길만 내어준 것 같아 처음으로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누구를 탓하겠나.

 

 그리고. 지금 와서 말로 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강 사장과 잘 된다면야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부디. 이번 일을 통해 딸아이가 배우길 바란다.

 

 일일이 가르쳐주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딸이 커버렸다.

 

 

 

 

 

 ***

 

 

 

 

 

 민 지수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한쪽 벽에 빼곡하게 자리한 상장들과 트로피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것들은 그녀가 강 지원이라는 남자의 존재를 알기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노력했던 결과들이었다.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의 등장은 그녀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은 어느덧 관심을 뛰어넘었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강 지원이라는 남자는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탐이 난다.

 

 민 지수는 트로피 하나를 집어 들어 엄지로 쓸었다.

 

 이 모든 것들을 장식해줄 마지막. 강 지원을 제 곁에 두기만 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것은 다 가지게 되는 셈이었다.

 

 

 

 

 

 ***

 

 

 

 

 

 다음 날.

 

 지원이 임원 회의를 통해 발표했던 신기술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를 접목 시킨 무인 자동차 출시가 임박해 오고 있었다.

 

 신제품과는 상관없이, 지원이 제일 정성을 들이는 부서가 연구개발팀이었기에 늘 그렇듯. 그는 연구개발 팀 양 이사에게로 내려와 연구실을 돌아보고 있었다.

 

 지원은 주변을 쓰윽 훑어보다 양 이사의 책상에 놓아둔 책 한 권을 집어 들어 펼쳤다.

 

 “양 이사님, 저번에 보여주신 차체 디자인 말입니다.”

 

 “네. 최종 컨펌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양 이사의 대답에, 지원은 집어 들었던 책을 탁 소리가 나게 덮은 뒤 짓궂게 씨익 웃었다.

 

 “전반적인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차 문을 기존의 전후 개폐방식이 아닌, 위 아래로 열고 닫는 버터플라이 형으로 바꿔보면 어떻겠습니까?”

 

 지원의 파격적인 제안에 양 이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건 아직 국내 연구팀 그 누구도 시도 해보지 않은 거라....... 게다가, 버터플라이 형은 자동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고객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합니다.”

 

 알고 있다. 지원은 이미 양 이사가 저렇게 대답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양 이사는 원리를 중시하며 성실하기까지 한 보수적인 면이 없지 않았지만, 기술에서나 디자인에서나 자신의 이익이 아닌 소비자들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니까.

 

 오랜 세월 같이 일하면 좋은 점의 매력을 양 이사를 통해 배운 지원이었다.

 

 “그러니까 새로운 시도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설마.......”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분위기를 감출 수는 없었다. 양 이사의 등 뒤로, 긴장이 가득 배인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맞습니다. 비용이 조금 더 늘어나겠지만, 한번 해보십시오. 얼마든지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버터플라이 형 도어가 고급 외제차에만 한정된다는 인식을 깨봅시다.”

 

 “하하, 강 사장님. 저희 팀과 B팀 모두 최종 컨펌 받고 숨 좀 돌리려니 했는데. 도무지 틈을 안 내주시는 군요. 디자인 담당 B팀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습니다.”

 

 지원의 한 마디는 양 이사를 향한 무거운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양 이사님이시니까요. 그리고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연구개발팀 전원에게 일주일 휴가 드리겠습니다.”

 

 양 이사에게 일주일이라는 휴가는 이사직보다 더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보상이었으나, 이 일을 끝낸 이후의 상황이니 제쳐두고.

 

 이제 숨 좀 돌리려는 연구원들에게 또 야근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속으로 엄청 미안해하며 실성한 사람처럼 그저 허허 웃었다.

 

 그래서 내가 이 자리 싫다고 했던 거였어.

 

 

 

 자신은 연구와 일이 좋아,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운이 좋게도 지원이 그런 자신을 알아봤고, 덕분에 K 그룹까지 올 수 있었는데.

 

 안정적인 환경은 좋다 치자.

 

 일을 하면서 재미를 좀 붙이다보니 갑자기, ‘자네, 나와 같이 일해 볼 생각 없는가?’라는 드라마에 나올 법한 아저씨 같은 말투로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꼭 해보고 싶은 연구가 있다는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하기에 바로 들어줬다.

 

 그게 이번 연구와 관련하여 총대를 메는 일이었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지만 말이다.

 

 연구개발팀 이사라니.......

 

 능력 있고, 절대 허튼짓 하지 않을 거라는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린 지원이 양 이사를 K 그룹에 묶어두기 위해 채운 족쇄와도 같은 자리였다.

 

 “언제까지 마무리 해드리면 됩니까?”

 

 “넉넉하게 한 달 정도 안에만 해주시면 됩니다.”

 

 남의 집 불구경하듯 무심하게 한 달이라는 기간을 툭 던져준 지원을 보던 양 이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 달이 무슨 옆집 애 이름인가?

 

 시간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랐다.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열심히 그리고 있던 양 이사는 잠시 멈추어야 했다.

 

 지원은 재킷 안에 손을 넣어 작은 물체를 하나 꺼내 양 이사에게로 넘겨주었다.

 

 “?”

 

 “당분간....... 제가 되었다고 할 때까지. 아무도 믿지 마십시오.”

 

 USB 하나가 둘 사이를 오갔을 뿐인데, 분위기가 삽시간에 무거워지고 살벌해졌다.

 

 양 이사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지원을 보았다.

 

 “무슨.......”

 

 “자세한 건 일이 마무리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은 신기술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러서 보안을 철저히 하기 위한 절차로만 알아주십시오. 대신, 양 이사님께서 그 USB로 해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지원이 다녀간 후, 양 이사는 자신의 손에 들린 USB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행동 하나에 회사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그 말은 연구개발 팀 총 책임자로서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오래 공들여 만든 기술의 원작자로서도 내쉬는 숨마저 무겁게 했다.

 

 기술로 먹고 살다보니 이런 문제는 그 역시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고나 할까. 직원들이 얼마나 고생하며 구슬땀 흘린 건데.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그런 그의 등 뒤로 누군가가 팔을 둘러왔다.

 

 “양 이사,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나? 사람이 불러도 대답 한 번 안하고.”

 

 “아, 서 이사. 미안하네.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랬네.”

 

 양 이사가 미안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양 이사와 서 이사는 대학 동기였다. 막역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서 이사가 대학 동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워낙 싹싹하게 다가오다 보니 어느덧 친해지게 된 두 사람이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어 공허한 사회생활에 조금 쓸쓸하던 차에, 학연으로라도 알고 있는 동기는 그들만의 유대감을 형성했다.

 

 “이 사람아, 일이 아무리 좋아도 밥은 먹고 해야지! 배가 든든해야 머리에 에너지가 공급될 게 아닌가. 가세.”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양 이사는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서 이사에게 끌려가면서도 손에 쥔 물체를 놓치지 않았다. 잠시 걸음을 멈추며 와이셔츠 가슴 주머니에 고이 넣었다.

 

 서 이사가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양 이사의 가슴팍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건 뭔가? 이번 기술 개발과 관련 있는 자료인 것 같은데. 맞는가?”

 

 “하하, 이 사람. 눈치가 빨라도 너무 빠르면 다친다네. 오늘은 뭐 먹을 생각인가?”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일식 돈가스 집이 있는데, 직원들이 맛있다고 입을 모으더군. 거기 가지. 내가 한 턱 쏠 테니 자네는 후식이나 대접해주게.”

 

 “우리 회사 식당만큼 맛있는 곳은 없는데. 그냥 회사에서 해결하면 안 되겠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따라 오시게!”

 

 사람 좋은 얼굴로 양 이사를 잡아끄는 서 이사의 눈이 날카롭게 번득였다.

 

 

 

 

 

 ***

 

 

 

 

 

 지원은 홀로 차를 몰아 어딘가로 향했다.

 

 장 비서에게 보고 받은 대로라면, 메일의 주인은 반드시 브로커와 만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선수 쳐야 한다.

 

 양 이사에게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양 이사의 손에 넘겨준 미끼가 제 역할을 잘 해내느냐에 따라 지원의 운명이 좌우된다.

 

 한 치의 오차라도 있었다가는, 신기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받아둔 투자금은 물론이고 그 후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지원은 숨을 내쉬며 신호 대기를 받을 동안 손을 들어 마른세수를 했다.

 

 가슴이 불안으로 일렁인다. 혹시라도 일이 틀어질까봐.

 

 여태껏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하며 그에 맞는 계획들 안에서 살아온 그였는데, 실수 하나 용납 할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또 준비하며 살았는데.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만큼 이미 쏘아버린 방아쇠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견고하게 계획들을 여러 번 다듬어 나간다.

 

 사력을 다하는 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세희야......”

 

 지원은 아침에 곤히 잠들어 있던 세희를 떠올렸다.

 

 세희와 만나기 시작한 이후로 그녀의 마음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지만, 자신의 다른 모습에 실망하여 떠나버릴까 불안했던 마음 역시 공존하고 있었다.

 

 그래서 세희를 통해 직접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가지 말라고. 강 회장에게 끌려 다니기만 했던 나약한 자신을 잡아주길 원했다.

 

 자신에게 애타게 매달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불안함이 사라질 거라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을 떠날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그 말.

 

 그래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었다.

 

 .......됐다.

 

 

 

 어떻게 보면 나는 정말 못됐다.

 

 너만 내 곁에 있어주면 괜찮다는 말은 내 욕심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처럼.

 

 널 지켜준다면서도 네가 떠나가 버릴까, 날 먼저 안심시키기 위해 널 그렇게 밀어붙이고.

 

 너에게 받는 사랑, 과분하다는 걸 알면서 끊임없이 따뜻한 손길을 원한다.

 

 세희가 제게 매달려오던 어젯밤, 지원은 알 수 있었다.

 

 불안해하지 않게 등을 끌어안고 보듬어 주고 싶었다.

 

 마주잡은 손 절대 놓을 리 없을 거라고.

 

 될 수만 있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마주한 입술로, 원하는 만큼 주고 싶었다.

 

 세희에게 필사적이던 순간들. 그녀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었다.

 

 너도 날 보면서 아팠겠구나.

 

 자신의 모든 걸 다 끌어안을 마음으로 품을 내어주는 그 깊은 마음에 옹졸했던 나약한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내게는 네가 전부다.

 

 하나 밖에 없는 널 불안하게 하는 것들.

 

 내가 다 막아줄게.

 

 [퇴근할 때쯤 사장 전용 객실로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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