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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11시11분 <파란장미>
작가 : 물달
작품등록일 : 2017.6.17

고백한번 못해본 사랑을 찾아 해매는 수혁. 유명한 마술사이지만 주로 하는 공연은 작은 도시들을 다니며 공연시작 전  광장에서 바람잡이를 한다. 수혁이는 말한다 “뮤지컬을 보러 와서 나를 만날수도 있고 아니면 어딘가에 숨어서 보고 있을수도 있겠죠, 뭐가 됐든 아직 찾고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episode ] ....17
작성일 : 17-07-24 05:08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4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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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이 라도 주는 듯 쏟아지던 빗줄기가 그친 늦은 밤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게 내려 앉아 깊은 어둠의 무게를 선사하고 있었다.

 어둠의 무게를 즐기기 위해서 인지 마음의 무게를 즐기기 위해서인지 도연이는 자주 가는 실내 포차에 앉아 안주 하나 없이 소주를 입에 붓고 있었다.

 그리 유명한 집은 아니지만 도연이가 혼자 술을 자주 마시는 나름 단골집에는 외관만큼 낡은 브라운관 TV소리와 도연이 술잔이 채워지는 소리만 들렸다.

 고요함에 눈치를 보던 주인 아줌마는 TV를 집중하던 모습을 보리고 도연이의 뒷모습과 입구를 번갈아 보며 가끔 시계를 향해 외도를 하며 있었다. 

 동그란 은색테이블 위해 초록색 병이 세개정도 쌓였지만 부족했는지 한쪽 냉장고에서 술을 한 병더 가지고 자리에 앉을때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고, 총각 어여 오랑꼐. 오늘은 아주 인사불성이여. 도대체 먼일이당가? 얼마전에도 그리 마시고 갔는디 일주일에 두번 온적은 없자느. 내가 걱정이 되서 원. 큰일있는건 아니제?"

 시계를 향한 외도의 이유가 태현 이었는지 들어오는 태현이를 보고 벌떡 일어나 다가가면서 크게 손벽까지 치며 반기던 주인아주머니는 여태 참고 있었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도연이가 자주 가는 단골집 몇 군데에 명함을 돌린 태현이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한 달에 한번 꼴로 술을 마시던 도연이가 걱정이 되던 태현이가 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나마 공연장에서 일하고 부터는 한 달에 한번이 일 년에 세 번 정도로 많이 줄어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가 줄어들어 걱정을 놓고 있었는데 내일이 일요일이것만 술을 마시는 도연이가 줄어든 것보다 더 큰 걱정거리를 가지고 앉아 있었다.

 "오늘 많이 마셨어요?"

 말하지 않아도 테이블 위에 놓인 빈병과 손에 들고 있는 병까지 세어보면 알수 있었지만 설마 저만큼이나 마셨을까 하는 마음에 물어본 질문에 주인은 부정하지 않았다.

 "긍께. 요즘 먼일인가 싶당께. 장사 잘되는건 좋지먼 그래두 자주 봤다고 걱정이 되서 이랗게 내가 전화한거제.  어여 도연이랑 결혼해야제 지금 연애만 몇 년이여?"

 태현이는 쓴 미소를 보이며 더 말을 하지 않고 도연이 맞은 편에 자리 잡고 앉아 도연이 손에서 기울려져 있는 술병을 잡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선배님 오셨어요. 헤헤"

 "백도연. 그만 마시고 집에 가자"

 태현이의 말을 듣고 있는지 다시 술을 가져가 한 모금 마시던 도연이는 웃으며 태현이를 쳐다보았다.

 "선배 미안해. 진짜 미안해.."

 "네가 미안한게 한 두개냐?"

 "나 선배한테 거짓말 했어. 아니지. 거짓말은 아닌가? 말하지 않았어... 그냥 너무 신기루 같은거야. 그날 벚꽃 잎이 가져온 신기루 같았어...정리가 안됐어... 고개를 돌리면 내 옆에서 웃어 주는게 너무 꿈같아서 말 할 수 없었어. 매일 꾸던 꿈이기에 이것도 꿈일꺼라 생각해서 말하지 않았어... "

 태현이는 도연이 손에서 뺏은 술을 따라 한잔 마시기만 할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루 주제에 환상 주제에!  내 마음을 다시 흔들어놔. 평평하게 다져놓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고 있는 내 마음을 다시 헤집어놔.  진실이 아닌걸 아닌데 그저 환상 이라는 걸 아는데 .. 왜 자꾸 가슴이 아플까? 왜 요즘 내 심장은 그 사람 손에 움켜 잡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까?"

 "..."

 "그래도 나 잘 한거 있어. 몇 번을 백 도연이라고 말했어. 내가 흔들릴 때마다  더욱 많이 외쳤어. 나는 백도연이라고! 아마 꿈에도 모를껄.. 내가 아영이인줄. 히히. 나 잘했지.. 그런데 고작 한 달이면 가는데 .. 나 한 달 동안만. 정말 딱 한 달 동안 만 그 사람 옆에 있으면 안 될까? 욕심인건 아는데...그러면 안 될까?"

 " 누굴 만난건데?"

 태현이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꺼 같았다. 하지만 그 이름만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물었지만 언제나 처럼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윤수혁. 수혁이 오빠.."

 설마 했던 이름이 도연이 입에서 흘러 나오자 태현이는 물을 마시는 듯 소주를 병채로 벌컥벌컥 마셨다.

 속이 아릿하게 쓰려오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거 같았다. 도연이 옆에 있던 게 어느덧 7년이였다. 7년 동안  자신은 쳐다보지도 않더니 또 다시 수혁이에게 흔들리고 있었다.

 몇 년을 옆에 있는 태현이는 아직 선배라는 호칭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수혁이는 몇 년을 만나지 못했는데도 오빠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웠다. 

 "백도연. 네가 다시 사랑한 사람이 생기면 그건 나여야만해"

 여태 한번도 강요하지 않았던 말이 수혁이라는 이름을 만나 두려움에 뛰쳐나왔다. 

 태현이 말을 들었는지 못들 었는지 도연이의 고개를 점점 내려가 테이블에 기대더니 그 상태로 잠에 빠졌다. 

 지방 공연장에 돌아다는 다는 소리를 들었 을때는 혹시 이런 일이 생길까봐 불안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지방 공연한다는 말이 호태와 나누는 메일에서도 인터넷 기사에서도 사라져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을 줄이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걸 알았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다니고 있는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도망가 버리면 수혁이가 눈치챌까봐 서툴게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도연이는 자신이 아영이인 줄 모른다고 하지만 태현이가 아는 수혁이는 아영이인걸 알아차리거나 최소한 의심 할 수 있었기에 서투르게 도망치면 분명 쫓아올꺼 같았다. 이번에는 이름도 바꾸고 얼굴도 바꿀 수 없기에 숨기에는 더욱 힘들테니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 낼께 분명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아니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지만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안일했던 자신을 책망하던 태현이는 잠이든 도연이에게 말했다

 "버텨라. 제발... 이번에 흔들리면 그때보다 더 잔인해진 나를 볼수 있을꺼야. 너를 위해서는  몇 번이고 더 잔인해 질수 있어"

 

 **

 "사장님. 여기 오늘 주문한 사람 중 백아영 이라는 이름으로 주문한 목록입니다"

 여성복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태현이는 목록을 받아들고 주소와 전화번호를 눈으로 훑었지만 낯익은 주소와 번호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이중에 오늘 처음으로 주문하신 분 있나요?"

 "수원에서 [입고 나가면 대학생] 이라는 옷 주문하신 분은 오늘 첫 고객이시구요. 나머지는 기존이랑 같습니다"

 매번 묻는 질문이기에 미리 파악을 해둔 직원은 파일 중 한 명을 가르키며 말했고 태현이는 주소를 눈으로 외운 뒤 차를 몰고 수원으로 향했다.

 "백아영씨 계세요?"

 초인종에 사람이 나오지 않자 문을 두드리는자 안에서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보조키가 잠긴 문을 열어 살포시 내다본 사람은 태현이가 그렇게 찾던 아영이가 아니었다. 

 "오늘 주문하신 분들 중 몇 분을 추첨해서 이렇게 상품권을 드리는데요. 당첨 되서 찾아왔습니다. 옷은 이번주 내로 도착할꺼구요. 이거 받으세요"

 아영이라는 이름이 있을때마다 무작정 찾아 나섰고 그 때마다 마주친 상황에 요령이 생겨 차안에는 각종 상품권이 넘쳐나 있었다. 이정도 일이야 아무것도 아니니 제발 아영이이기만을 바라고 왔것만 역시 오늘도 수원까지 달려온 보람이 없었졌다. 그래도 수원이면 양반이지 대구까지 가서 헛걸음 한 적도 있었으니 ...

 낯선 사람이 내민 상품권을 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지 빼꼼하게 보이는 곳에 손이 나올듯 말듯 하고 있었고 태현이는 망설이는 손에 상품권을 밀어 넣고 나와 차안에서 자리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 쇼핑몰을 이용하는 건 아니고 아영이도 어쩌면 불가능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아닌것을 확인한 후에는 더 힘들었지만 이거라도 붙잡고 있어야 살수 있다는 생각에 포기 할 수는 없었다.

 나름 철저하게 생각한 계획이었는데 아영이가 대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사라져 버린 건 예상하지 못 한게 너무 한심했다.  

 차창 넘어 먼 하늘을 응시 하며 몸을 기대고 있던 수혁이는 고개를 저으며 잡념을 떨쳐내고 핸들을 잡을 때 벨소리가 들렸다.

 차안에 들어오면서 조수석으로 던져 놓은 폰이 아니라 핸즈프리에 꽂여 있는 낡고 오래된 기종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오~ 전화 받네. 내폰 잘 가지고 있지?"

 "너는 어제는 내 폰으로 오늘은 니 껄로 전화하고 어째 하루가 멀다하고 번호 섞어가면서 전화하는구나. 요즘 군대 한가하냐?"

 "전혀. 네가 전화 꺼놨나 안 꺼놨나 확인 차 한거지. 나도 내 시간 아깝다!"

 "여기다가 전화 하지마 이 벨 울릴 때마다 아영인줄 알고 놀라니깐. "

 "알았어. 이젠 니껄로 할께. 아영이 전화 오면 놓치지 말고 받아주고 나는 바빠서 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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