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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11시11분 <파란장미>
작가 : 물달
작품등록일 : 2017.6.17

고백한번 못해본 사랑을 찾아 해매는 수혁. 유명한 마술사이지만 주로 하는 공연은 작은 도시들을 다니며 공연시작 전  광장에서 바람잡이를 한다. 수혁이는 말한다 “뮤지컬을 보러 와서 나를 만날수도 있고 아니면 어딘가에 숨어서 보고 있을수도 있겠죠, 뭐가 됐든 아직 찾고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episode ] ....16
작성일 : 17-07-24 03:58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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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도서관은 만원을 이루고 있었고 오히려 도서관 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휴게실에서 캔 커피를 빼든 수혁이는 4층 창문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내린 비에 놀란 사람들이 이리 저리 분주히 뛰어가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 보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처럼 낯설었지만 수혁이에게 중요한건 아래서 뛰어 다니는 사람보다 조금 있으면 도착할 아영이이기에 그저 아영이의 모습을 찾아 헤매기 바빴다.

 캔 커피 한모금 마시며 내려다 본 창문아래 우산을 쓰고 들어오는 아영이 모습에 여태 기다리던 모습을 지우고 남은 커피도 버리고 들어가려고 움직이던 수혁이는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폴더폰을 꺼내 확인한 수혁이는 다시 유리창문으로 향해 방금전 그자세를 유지했지만 방금전 쳐다보던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천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잔뜩 굳은 얼굴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들어오는 모습까지 확인했것만 못 온다는 아영이 문자는 수혁이의 표정을 그렇게 굳게 만들었다.

 일이 있을수 있다. 그래 그것까지 이해할수 있지만 건물로 들어서는걸 확인 했것만 뻔히 여기있는줄 알면서 보지도 않고 간다는 인사가 더 화가 나게 만들었다.

 "도대체 어떤놈을 만나느라 나를 버린거야?"

 평소 생각은 많이 하지만 말로 표현한 적이 적은 수혁이는 처음으로 혼잣말을 입밖으로 꺼냈지만 말을 입 밖으로 꺼냈는지도 모를만큼 현관을 바라보는 일에 집중했다.

  누군지도 모르는지만 아영이를 만나는 사람을 그저 놈으로 취급해 버리고는 도대체 여기까지 와서 누구를 만나 얼굴도 안보고 가는지 궁금해서 그런가는 핑계를 대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핑계가 왜 필요한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누구랑 나오나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짜증이 솟구치는 이유는 생각하지 않고

 화가 난 이유를 단순하게 취급해 버리고 

 현관만을 바라보며 갈수록 더욱 굳어지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혁이에게만 길게 적용되던 시간이 지나자 아영이는 현관 밖으로 나오는 모습에 안심하기 무섭게 다시 빈 주먹을 움켜 쥐었다. 아니 방금전에 짜증 나던건 그저 양반이였고 신사적이였다. 지금의 상황은 말로 형용할수 없을만큼 화가 났다.  

 도대체 누구를 만났길에 쓰고 오던 우산을 주고 왔는지...  화장실에 핸드폰을 놓고 온다거나 식당에 지갑을 놓고 온다거나 한적이 있을만큼 잘 깜박거리는걸 알지만 우산을 놓고 온 건 아니였다. 이렇게 비가내리는데 우산을 놓고 갔으면 다시 가지러 들어가지 비를 쳐다보며 맞을 준비를 하지는 않으니깐.

 아영이가 빗속에 발을 디디려 하자 화가난 수혁이는 따라가려고 나서는데 휴게실로 들어오는 성민이가 뛰어나가는 수혁이 팔을 잡았다.

 "너 어디가? 밖에 갈꺼면 우산 가져가라. 너 진짜 의남매 하나는 잘 만난거 같아"

 "딴 놈 만난고는 지 우산도... 됐다. 말할시간 없어 나 간다"

 아영이가 누굴 만나는지 성별도 모르는 수혁이에게 남자라고 확신한 듯 말하자 수혁이 말에 의미심장하게 웃는 성민이는 팔을 놓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남자친구는 만나야지. 그게 캠퍼스의 로망 아니겠냐? 그래도 네가 걱정되기는 하나보던데"

 "미쳤냐? 뭔소리 하는거야?"

 마음만 급한 수혁이에게 성민이는 그저 공부하기 싫은 놈 붙잡아 놨더니 미쳐버린것 처럼 보였고 더 신경쓰기에는 마음이 바쁜 수혁이는 성민이 팔을 뿌리치고 뛰어나가려는데 이번에는 팔이 아니라 말로 수혁이를 붙잡았다. 

 "아영이 왔다 갔어!  너랑 같이 우산쓰고 오라던데 자기는 약속이 있다고."

 “우산?”

 “공부하다가 미쳤나? 우산 몰라? 니 자리에 쪽지랑 같이 남겨놓고 갔어”

 수혁이는 비상계단을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열람실로 향했다. 여학생들이 쓰고 다닐만큼 아기자기 한 우산이 아니라 그저 검정색 우산이 가방옆에서 흰 봉지에 씌워진채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책상위에는 스포잇지에 동글동글한 글씨가 쓰여있었다. 뭐라고 쓰여있는지 읽어보기도 전에 우산만 들고 뛰쳐나갔다. 시끄러운 소리에 공부하던 사람들은 쳐다보며 인상을 썼지만 그런건 수혁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정문까지 다다르자 위에서는 그저 비가 내리는 구나 라고 인식 될 만큼 조금 내린다고 생각했는데 정문에서 바라본 빗방울은 방울이라는 말이 우습게 직선으로 쏟아지도 있었다. 

 손에 움켜진 우산이 있것만 쓰고 한적하게 산책할 생각이 아닌 수혁이는 우산을 펴지 않고 도연이가 자주가는 후문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후문으로 한참 달리자 멀리서 보이는 큰 나무 아래 비를 피하고 있는 아영이가 모습을 확인하고는 거칠게 내뱉던 숨을 정리하며 다가갔다.  

  아영이만 쳐다보며 걷던 수혁이는  아영이의 온전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발걸음을 멈췄다. 단발머리가 떨구는 물방울 때문이 아니였다.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뜬 얼굴에 푸르스름하게 변해가는 입술 때문도 아니였다.  아이보리색 티셔츠가 몸에 달라 붙어 실루엣을 강하게 보여주는 모습에 다가 갈수 없었다.

 유난히 핏이 큰 옷을 입고 다녀 귀엽게만 생각했는데 바라보고 있는 아영이의 모습은 여태 모습을 부정할만큼 굴곡진 몸을 보여주고 있었 쿵쾅거리는 심장만큼이나 놀란 수혁이는 다가가지 못했다.

 수혁이가 그 모습에 멈칫한 사이 한 남자가 우산을 들고 아영이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고 있었고 그 남자의 눈빛이 아영이의 몸을 훑은듯 게슴치레해졌지만 그걸 눈치 채지 못했는지 대답해 주자 지켜보던 수혁이의 발걸음은 다시 빨라하며 자켓을 벗어 아영이 어깨에 덮고는 대화하던 남자에게 눈빛을 보냈다. 

 아영이에게 보낸 눈빛에 내가 너를 정말 죽이고 싶다라는 감정을 그저 노려보는걸로 대신 하니 그는 나중에 보자라는 말을 하며 뒷걸음질쳤다. 

 “시험기간인데 도망가서 미안해. 화 많이 났지?”

 수혁이는 그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질때 까지 쳐다보던 수혁이를 올려보던 아영이는 사과하고 있었다. 파랗게 떨리는 입술로 사과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내가 화난건 그냥 빨리 와서 자켓을 덮어줬어야 했는데 자신에게 보이는 모습이 창피하지 않을까 망설였던 순간이 화났을 뿐이였고 그 남자의 눈빛에 화났고 여기까지 비 맞고 온게 만든게 화가 났고. 그런 아영이를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했던게 화가났지 아영이에게 화가 난건 아니였다.  그런게 자신을 보며 화를 낸다고 단정지으는 것도 모자라 그 이유가 공부라니 어떻게 생각하면 그렇게 돌아가는지 뇌속이 궁금할 정도였다. 

 “ 왜 ! 비맞고 다녀!”

 “오빠 우산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비를 좋아해서... 아니 맞고 싶어서..”

 처음으로 큰소리를 내는 수혁이를 보자 아영이는 당황해 어쩔줄 몰라하며 말을 잇는데 수혁이의 목소리는 땅속 깊은 곳에 깔리듯 낮은 음으로 날카롭게 아영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백아영 하지도 못하는 거짓말 늘어놓지말고 사실만 말해”.

 

 

 처음으로 큰소리를 내는 수혁이를 보자 아영이는 당황해 어쩔줄 몰라하며 말을 잇는데 수혁이의 목소리는 땅속 깊은 곳에 깔리듯 낮은 음으로 날카롭게 아영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백아영 하지도 못하는 거짓말 늘어놓지말고 사실만 말해”.

 “내가 비맞으면 혼자지만 오빠는 성민선배랑 둘이 맞아야 하니깐..내가 맞는게 효율적이여서?!”

 “백아영.너 진짜 ..”

 “오빠 !! 감기걸리겠다 옷 입어 내가 데려다 줄까?”

 아영이는 수혁이가 말을 하려고 입을 달싹거리자 먼저 말을 끈으며 수혁이가 걸쳐준 자켓을 벗어 꼿발을 딛고 어깨에 걸쳐 줬다. 앞에서 걸쳐주는 자켓에 아영이는 수혁이에게 매달려있는 모양이 되었고 아영이의 적은 숨결은 수혁이 가슴에서 뜨거워져 부딪치자 수혁이는 졸업할때 까지만이라고 참던 이성을 놓고 아영이의 허리를 잡아 당겨 안았다.

 떨리는 심장소리가 나무 밖에서 울리는 빗소리 보다 더욱 크게 들렸고 가슴속에서 꿈틀대던 아영이의 움직임을 막으려 수혁이의 팔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아여이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수혁이의 입술은 아영이의 입술을 찾아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이성과는 작별하고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수혁이에게 졸업할때까지만 기다리자 내가 원하는걸 할수 있을때 부모님이 인정해주실때 그 떄쯤 당당히 고백하자라는 생각은 구겨져 기억 저 먼 곳으로 버려졌다. 

 거부하고 있었다. 아영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빠진걸... 부모님이 반대하는 직업. 마술사가 되기위해서는 경영학과는 졸업해야 했으니 공부를 해야한다라는 졸업을 해야 한다라는 말들도 미뤄내고 있었다 . 그러면서 질투했고 떨려했고 함께 하는 미래를 그렸다.  그저 그때까지는 동생으로 옆에서 지켜줘야 한다는 말로 매번 참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도서관에서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하던 순간. 자신에게 우산을 주며 나가는 아영이를 보는 순간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내가 너를 지켜줄꺼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네가 지켜야 할 존재가 아니라 내가 너를 지켜준다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오..빠..."

 개미들 중에서도  귀 좋은 젊은개미나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가 수혁이의 입속에서 들리자 수혁이는 조심스레 눈을 뜨고 아영이를 바라보았다. 동그란 눈이 수혁이와 마주치자 빙그레 웃더니 스르르르 감기고 있었다. 

 "아영아 ! 백아영 !"

 감긴 눈처럼 쳐져버린 몸을 붙잡고 앉은 수혁이는 아영이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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