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작성일 : 17-07-24 00:24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67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난 왕비가 될 거예요.

 

 그렇게 선언했지만 왕비가 되는 게 내 목표는 아니었다. 내 목표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수도로 올라가는 것에 있었다. 평생 여기 있을 수는 없었다. 혜림과 미하엘, 주요 인물들이 있는 수도로 복귀해야 뭘 해도 할 수 있었다.

 

 “엔도르시, 맹세할게요. 내가 왕비가 되도록 도와주세요. 다시는 성녀님을 건드리지 않을게요. 이 나라를 나가서 폐하에 대한 것도, 성녀님에 대한 것도 모두 잊겠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이 나라를 나가서 죽은 듯이 조용히 살 테니까요. 당신 귀에 내 소식이 들리는 일도, 당신이 나의 처분을 가지고 어떻게 할지 고심하는 일도 더는 없을 거예요.”

 

 “왕비로 자원하는 귀족가 여성이 없으면 입적 시키면 그만이야. 유력한 공후백작가 처녀가 없다고 널 선택할 이유는 없어. 설마하니 개가 무섭다고 호랑이굴에 아가리를 디밀까.”

 

 “오, 족보에 입적 잉크도 마르기 전에 출발하는 새 아가씨와 유서깊은 공작가의 공녀 중 어느 쪽이 헨리 왕국이 기쁘게 왕비로 맞아들일 거 같나요? 이건 너무 뻔한 문제 아닌가?”

 

 “이름뿐인 왕비라도 왕비는 왕비야. 맞아, 벨하임 공작가의 공녀. 넌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돼. 그래서 더 문제야. 자격이 있고 힘이 있는 왕비라고? 그 힘으로 다시 누굴 겨냥할 지 이게 더 뻔한 문제 아닌가?”

 

 “혈서 쓸까요?”

 

 “뭐?”

 

 “왕비 자리에 앉아도 혜림을 절대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혈서 쓸게요. 어느 날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오늘은 마침 날씨가 좋으니 혜림을 죽여야지 라고 생각이 들어도 절대 안 그럴게요. 지금 손가락 딸까요?”

 

 “알렌시아, 정신 나갔어?”

 

 “못 믿겠다면서요! 어떡하겠어요. 어떻게든 난 당신을 믿게 만들어야 하는데!”

 

 “혈서장이 아니라 혈서장 할아버지를 만들어도 못 믿어.”

 

 “아 왜!”

 

 “머리 위에 있는 게 어깨가 허전해서 올려두는 장식품이 아닌 이상은 알렌시아 폰 벨하임은 못 믿지. 널 믿느니 지옥과 천당의 존재를 믿는 쪽이 확률이 높을 걸.”

 

 왜 이래? 악마는 확실히 있다고. 나는 속으로 입을 삐죽이다 겉으론 도도하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왕비로 보내지 않으면 후회해요.”

 

 “그 지경이 되어서도 허세는 여전하군. 너는 죽을 때도 저승사자 앞에서 흥정할거야.”

 

 “이미 했어요.”

 

 “또 허세.”

 

 말을 토막으로 던지며 흘려듣는 그를 위해 내가 정정해 주었다.

 

 “아니, 잊은 것 같은데. 이미 했잖아요. 사형대 앞에서 목숨을 건 도박.”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나는지 그가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 그러시겠지. 누구 덕에 내가 빠져나왔는데.

 

 “나는 번번이 당신 앞에 나타날 거예요. 그리고 당신에게 말하겠죠. 그러게 그때 나를 바다 건너 헨리 왕국으로 보냈더라면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없었을 거 아니에요? 라고요.”

 

 나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좀 더 가까이.

 실례가 되는 범위를 지나 바로 앞까지.

 그리고 얼굴을 들어 올려 눈과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그걸 감당할 수 있겠어요?”

 

 나는 방긋 웃었다.

 

 “무시해요. 어차피 허세인데.”

 

 “…….”

 

 나는 그의 얼굴을 다시 놓아주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 자리로 돌아가 (사실은 남작의 자리였다. 남작이 갑작스러운 불청객인 나를 위해 자리를 준비해주지는 않았으니까. 나는 태연하게 남작을 일으켜 세워 쫓아내고는 그의 자리에 앉았다. 남작은 벽에 기대서서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각하께서 내가 왕비 자리에 앉으면 생길 불이익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유리한 것도 한번 고려해 보세요. 첫째, 난 제국의 사람으로서 앞으로 헨리 왕국에서도 제국의 이익을 첫째로 고려할 거예요. 두번째, 각하가 날 도와준다면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할 거예요. 왕비한테 은혜를 입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각하께서 왕비가 된 제 도움을 받을 날이 분명 있을 거라구요. 타국에 자기 사람을 왕비로 앉히는 건 정말 멋진 패가 새로 생기는 거 아닌가요?”

 

 그의 표정은 극적으로 내가 등장한 처음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초록색 눈동자는 바람이 일지 않는 호수처럼 고요했고 표정은 차갑고 무표정했다. 엔도르시는 격정적인 미하엘과 다르다. 미하엘이라면 감정의 진폭을 숨기지 않고 되려 그걸로 사람을 휘두르겠지만, 엔도르시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간다.

 

 “각하 제발, 정말로 나쁜 일 안 할게요. 진짜 착하게 산다니까? 지금까지의 알렌시아와 다르게.”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한 번 하소연했다. 일각이 천추 같은 시간이 계속 흘렀다. 무거운 침묵 끝에 마침내 엔도르시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미하엘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 허락이 쉽지 않을 거다."

 

 "기다리죠, 뭐. 폐서인에게 넘쳐나는 게 눈 먼 시간밖에 더 있겠어요?"

 

 나는 뛸 듯한 심정을 숨기며 말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우리 사이가 최악이 아니라면 엔도르시의 그 잘생긴 얼굴을 끌어안고 싶었다.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대신에 나는 내가 돼지라고 불렀던 크로이트 남작의 목을 끌어안고 빙빙 돌았다. 남작이 기겁했지만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엔도르시 각하.”

 

 할 말도 끝났으니 나가려다가, 어쩐지 내가 방에 들어오기 전보다 매우 피곤해 보이는 엔도르시에게 생각난 말이 있어 다시 말을 붙였다.

 

 “머리채 잘라 드릴까요? 혈서가 싫으시다면 머리카락으로 제 진심을 증명하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그 머리채 그대로 당장 나가.”

 

 그 질색팔색의 거절엔 ‘폐서인 알렌시아를 타국의 왕비로 삼게 복직시켜 주세요’라는 요청보다 더 협상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고어 싫어하는구나, 너?

 

 

 집으로 돌아오니 제인이 죄인처럼 떨며 웅크리고 있었다. 내가 찔렀던 제인의 손은 엉성한 솜씨로 붕대가 메어져 있었고 그녀를 족치며 난장판을 쳐놨던 집도 그런대로 정리가 되어 있었다.

 

 의사에게 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제가 독을 타서 분노한 아가씨가 손을 찔렀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었을 테니. 내가 직접 뒷배를 치러 갔으니 자기를 보냈던 남작가로 돌아갈 수도 없었을 테고. 내가 나가자마자 돈 될 걸 챙겨 멀리 달아나는 게 제일 현명했겠지만 자기 입으로 자기한테 줄줄이 딸린 식구가 많다고 했으니 그걸 생각하면 여기에 발을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

 

 사실 나는 제인을 다시 볼 때 까지 그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었다. 엔도르시와 협상하고 설득하고 협박하는 문제에 온 정신을 다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고 나서야 나는 얘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게 생각났다. 좀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그녀가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하는 걸 못 본 척 하며 태연하게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말했다.

 

 “난 널 쫓아내지 않을 거야.”

 

 제인이 번쩍 고개를 드는 게 느껴졌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아, 아가씨.”

 

 “특별히 널 좋아해서는 아냐. 널 내보내면 다른 모르는 하녀가 오겠지. 나한테 독을 줄지 안 줄지 모르는. 넌 나한테 독을 준 하녀야. 네가 어떤 애인지 아니까 앞으로도 내 시중은 네가 들라는 거야. 속을 아는 애가 편하거든.”

 

 “그, 그,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데도…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저는, 저는 틀림없이 매를 맞고 쫓겨날 거라고…온몸이 퉁퉁 부어서 마을 밖에 버려져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용서한 건 아니라니까. 그녀가 내 말을 잘못 이해한 게 명백해 보였지만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 저 좋을 대로 생각하라지.

 

 “궁금한 게 하나 있어.”

 

 “예?”

 

 “어째서 독을 탔을 때 남작과 함께 있을 때 준 거지? 내가 아니라 남작이 독을 마실 수도 있었어.”

 

 “남작…님이요?”

 

 “그래, 크레포드 남작 말이야. 정확히는 마르베스, 아니 아무튼 네가 나한테 크레포드 남작님이라고 데려온 그 남자.”

 

 “제가 아가씨께 크레포드 남작님이라는 분과 함께 차를 드렸다고요?”

 

 “그래, 그 말이 이해하기 어렵니?”

 

 “아가씨 저는…아가씨가 혼자 계실 때 차를 올렸는데요. 아가씨가 차를 달라고 하셨었잖아요. 뜨거운 게 마시고 싶다고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 하, 하지만…분명히…아가씨가 차를 받으신 후 혼자 깊이 생각할 게 있다고 내버려 두라고 하셔서…제가 그래서 청소를…했는데요. 아가씨 근처에서 어슬렁거리지 않으려 구요.”

 

 ‘아가씨, 쉬시는 중에 죄송하지만 크레포드 남작님이 오셨습니다.’

 

 분명히 제인이 그렇게 말했었다. 떨면서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거짓의 기미는 없어보였다. 그녀는 방금 전에 틀림없이 두들겨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용서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렇게 말한 사람이었다.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착각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제인이 나에게 크레포드 남작을 데려왔다고 기억하고 있고 제인은 내 요청으로 차를 가져다주었다고 말했으니까. 착각하기에는 명백히 다른 사실들이었다.

 

 “…일단은, 알겠어.”

 

 “…크레포드 남작이라는 사람은…셸 지방의 민담에 나와요. 그 사람은 수백 년 동안 늙지 않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안다는 존재예요. 돌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그런 이야기 속의 존재요.”

 

 “마치 악마 같네.”

 

 나는 자조하며 말했다. 농담으로 한 얘기였지만 그 말에 퍼뜩 제인의 스위치가 켜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알고 있는 크레포드 남작이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를 내게 해 주려 했다.

 

 “아가씨, 그 분과 내기를 하셨나요? 크레포드 남작과 절대 내기를 하면 안 돼요. 옛날에 어떤 가난한 처녀가 심심한 크레포드 남작과 소원을 건 내기를 했다가….”

 

 “뭘 걱정하는 거니, 제인? 넌 내 방에 크레포드 남작을 데려다 준 적이 없다고 했잖니? 밤이 늦었구나. 가서 자렴. 내일부터 일 열심히 하고.”

 

 말리지 않으면 끝도 없이 말할 기세였다. 부드러운 낯으로 제인을 내보냈지만 그녀가 나가자 내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휴. 설마하니 그게 내기가 되는 건 아니겠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Back to the castle 2017 / 7 / 31 274 0 5345   
19 Back to the castle 2017 / 7 / 31 299 0 5233   
18 Back to the castle 2017 / 7 / 31 265 0 5490   
17 적과 함께 춤추는 일주일 2017 / 7 / 29 269 0 4781   
16 적과 함께 춤추는 일주일 2017 / 7 / 29 245 0 4210   
15 적과 함께 하는 일주일 2017 / 7 / 27 258 0 5190   
14 적과 함께하는 일주일 2017 / 7 / 26 265 0 4249   
13 적과 함께 하는 일주일 2017 / 7 / 26 290 0 4835   
12 적과 함께 하는 일주일 2017 / 7 / 25 276 0 4501   
11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2017 / 7 / 24 272 0 4674   
10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2017 / 7 / 20 283 0 5960   
9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2017 / 7 / 19 283 0 4889   
8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2017 / 7 / 18 285 0 4640   
7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2017 / 7 / 18 291 0 5453   
6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2017 / 7 / 16 278 0 6765   
5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2017 / 7 / 14 273 0 4860   
4 악녀의 생명력은 이미 0 2017 / 7 / 13 300 1 5718   
3 3화 악녀의 생명력은 이미 0 2017 / 7 / 12 302 1 4309   
2 2화 악녀의 생명력은 이미 0 2017 / 7 / 11 304 0 4500   
1 1화 : 별점 0점 드리겠습니다, 작가님 2017 / 7 / 10 525 1 508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