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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4화 지하궁전
작성일 : 17-07-23 22:54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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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서역에서 온 장인이라고 하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거요. 근데 그쪽이 조각 장인인 걸 증명할 방법은 있수?“

 

 카이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처럼 서방세계에서 온 조각장인들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증표가 카이에게는 있다. 카이는 대장 대상을 따라 능묘 공사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능묘 공사현장 안으로 걸어가는 동안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젊은 인부들 외에 나이든 인부들 모습도 꽤 많이 보였는데 그들의 얼굴표정에서 어떤 피로감 같은 것이 보였다. 앞서 가던 대장 상인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인부들의 표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토목공사가 36년째 진행되고 있다 보니 나이 스무살에 처음 공사에 동원되었던 사람이 그 사이에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장성해 이 공사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평생 사막을 건너다녔는데 왔다갔다만 1-2년 세월이 후딱 지나가잖수. 어떤 때는 한 5-6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기도 하고 그랬지. 근데 오랜만에 함양에 오면 아버지를 따라와서 주먹밥 얻어먹던 꼬마들이 훌쩍 커가지고 알아보지도 못하겠는거야. 가끔 서역에서 갖고 온 장신구 조각 깨진 걸 아이들한테 나눠줬었는데 그 아이가 커가지고 나를 알아보더라고. 나는 못알아보겠어. 한참 보고서야 알았다니까. 세월이 그래요. 허허”

 

 대장 상인은 근래 들어 공사에 동원되는 어린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했다. 황제가 공사를 서두르는 통에 그만큼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대장 상인은 인부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에게 카이를 소개했다.

 

 “그럼 난, 여기까지 했으니 갑니다. 끼니 곯지 말고 돈 많이 버슈.”

 

 그렇게 카이는 대장 상인과 헤어졌다.

 

 능묘 공사 관리자는 카이에게 어느 고장에서 왔고 어떤 일을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비잔티움을 떠나 함양에 이르는 동안 사막을 함께 건너온 일행들에게 배운 진나라의 언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카이는 천천히 또박또박 진나라의 말로 비잔티움과 조각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었나 보다. 능묘 공사 관리자는 카이와 생김이 비슷한 한 남자에게 카이를 데리고 갔다. 카이는 한눈에 그 남자가 자신과 동향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카이에게 어느 고장에서 왔고 어떤 일을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카이는 품속에 고이 간직해 온 페르가몬의 동전을 꺼내 보여주었다.

 

 한쪽 면에는 아몬신의 뿔을 쓴 알렉산더 대왕의 우측면 두상이 새겨져 있고 다른 쪽 면에는 아테나 여신이 니케 여신을 손에 들고 왕좌에 앉아 있는 페르가몬 지역의 은화.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후 그의 후계자들 중에 한 명인 리시마코스가 발행한 은화를 남자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알렉산더 대왕이 새겨진 은화를 알아보고 기뻐하는 그의 눈빛이 묘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순간 카이는 경계심이 들었다. 그 누구에게도 꺼내 보여주지 않고 고이 간직했던 카이의 보물이다. 톈산산맥 빙하계곡에서 넘어져 차디찬 강물에 빠졌을 때도,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노천에서 노숙을 하면서도 단 한번을 놓치지 않았던 것은 페르가몬의 동전이 아버지의 하나뿐인 유품이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시선을 못 본 척 카이는 은화를 다시 제 품속 깊숙이 넣어두었다. 이내 눈빛을 거둔 남자는 카이를 지하공간으로 데리고 내려갔다. 갱도 안에 띄엄띄엄 걸려있는 횃불의 불빛을 따라 한참을 걸어 내려간 듯 싶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카이의 눈앞에 탁 트인 광활한 공간이 펼쳐졌다. 지하궁전이었다.

 

 지하궁전은 진시황릉 봉토 아래 지하에 위치해 있었다. 지하궁전의 내부는 카이의 고향 비잔티움에 있는 중앙광장 보다 서너 배는 넓어 보였다. 카이는 자신을 안내해준 서역남자와 지하궁전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섰다. 서역남자는 지하궁전이 진시황제가 살고 있는 궁전과 같은 모양이라고 말해주었다.

 

 “저 아래 한가운데가 묘실이요. 묘실 사방을 석벽으로 둘러싸고 그 안에 황제의 관곽이 놓이게 되는거지. 묘실 외에도 별실을 만들거라고 합니다.”

 

 서역남자가 가리키는 중앙의 묘실 바닥을 보니 커다란 구덩이가 있었다. 입구는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수직으로 된 구덩이였다. 그 안에 황제의 관이 놓이게 될 거라고 했다. 그러니까 지하궁전은 살아있는 황제의 사후세계를 위한 공간이었다.

 

 서역남자를 따라 내려온 길은 관리자들만 다닐 수 있는 길이었다. 지상에서 지하궁전의 공사현장까지 석재와 목재를 운반해오는 길은 따로 있었다. 커다란 마차 서너 대는 한 번에 지나다닐 만큼 넓고 긴 길이었다. 진나라의 도량형으로 40척(尺)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그 길을 통해 지상에서부터 석재와 목재를 실어 나르는 마차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마차 한 대 당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붙어 밀고 끌며 마차를 움직이고 있었다.

 

 카이는 지하궁전을 전체를 좌우로 둘러보았다. 지하궁전은 네모진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3면에 입구가 하나씩 있고 동쪽 벽에만 5개의 입구가 있었다. 성곽내부는 경사를 만들어 혹시라도 지상에서 흘러들어오는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였다. 서역남자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뭐니뭐니해도 이 지하궁전의 백미는 저거요. 저기 위에 천장을 봐요. 돌과 구슬을 가지고 해와 달, 별을 만들었어요. 바닥에는 강과 바다의 형태를 만들어서 물이 흐르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하궁전은 하나의 완전한 세계였다.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이 떠있고 땅에는 평야와 강, 바다까지 갖춰진 완벽한 세상. 그곳에 황제의 화려한 궁전과 죽은 육신이 거처할 현궁이 있다.

 

 카이는 서역남자를 따라 지하궁전의 아래로 내려갔다. 지상에서부터 석재를 실어온 마차가 막 도착해 있었다. 인부들이 이인 일조로 나뉘어 긴 나무에 밧줄을 이용해 석재를 옮기고 각각 어깨에 짊어 매고 있었다. 지상에서 이미 다듬어진 상태로 운반해온 석재를 지하궁전으로 옮겨와 마무리 작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방금 마차에서 내린 석재들은 묘실을 둘러싸는 석벽에 쓰일 석재들이었다.

 

 서역남자는 석벽 작업을 지휘하는 중년의 남자에게 카이를 소개했다.

 

 “서방의 비잔티움에서 온 조각 장인입니다. 석벽 무늬 작업에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중년의 남자는 카이를 흘낏 쳐다보더니 카이를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손 한번 봅시다.”

 

 카이가 오른 손을 내밀자 중년의 남자는 카이의 손을 들어 올려 손바닥과 손가락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내 손이 뭐 이리 고와. 돌은 만져보질 않은 손이네.”

 “저는, 돌보다 테라코타 쪽이라서요.”

 

 중년의 남자는 잡고 있던 카이의 손을 내던지듯 놓아 버리고는 서역남자에게 쏘아부치기 시작했다.

 

 “또 또 번지수 잘못 찾았네. 여기는 점토 만지는 손이 필요한 게 아니라 돌 깨는 정을 잡을 손이 필요하다고. 내가 몇 번을 말했소.”

 “아니, 여기도 점토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잖아요..”

 “글쎄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니까. 바쁠 수록 성가시게 구는 것들이 꼭 있단 말이야.”

 

 서역남자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면서 실랑이는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뻘쭘해진 카이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위에서 내려다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들이었다. 무엇보다 일하는 인부들의 표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그 중에는 몹시 지친 표정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누구 하나 말하는 이가 없었고 모두 묵묵히 자기 앞에 놓인 일거리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잠시 후 서역남자가 카이 옆으로 돌아와 말을 건넸다. 몹시 기분이 상해 있었다.

 

 “장파형 저 사람은 왜 늘 저리 퍽퍽한지 모르겠단 말이지.”

 

 묘실 석벽 공사를 총괄하는 중년 남자의 이름이 장파형인가 보았다.

 

 "얘기가 잘 안됐습니까?"

 “여기도 분명히 조각 장인이 필요한데도 저러는 걸 보면 기술자가 오는 게 싫은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기술자가 오는 게 왜 싫을까요?”

 “그야 같은 장인급이면 자기가 부리기가 어렵잖아. 게다가 서방에서 온 장인을 우대하는 분위기니까. 에잇, 갑시다.”

 

 카이는 일종의 텃새 같은 것이려니 생각했다. 카이는 서역남자를 따라 걸었다.

 

 “저런 성격에 그런 절세미인 딸이 있다니, 하늘도 너무하시지. 너무 하셔.”

 “그건 또 왜요?”

 “함양 최고의 절세미녀가 저 장파형의 딸이라네. 저 멀리서 걸어오는데 후광이 엄청나요.”

 “허풍이 좀 과하십니다. 저 먼데서 후광이 어떻게 보입니까”

 “자네가 그자 딸을 못 봐서 그런 소릴 하지.”

 

 카이는 서역남자의 말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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