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2.
작성일 : 17-07-23 22:06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734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의 의식은 다시 한 발자국 멀어지며. 그 길고 긴 생명의 끈을 놓으려는 듯했다. 한계에 다다르자 씁쓸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누구보다도 죽고 싶지 않다. 정말로 살고 싶다.

 

 하지만 놓여진 상황에 달리 손쓸 방법이 없다. 아…… 하늘이 원망스럽고 무심하다.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유일하게 원망만이 지금 상황의 안타까움과 미련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이마저도 곧 못할 테니까. 괜히 슬퍼지며 쓸쓸히 웃으며 말한다.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자연스럽게 감겨지는 눈꺼풀이 오늘따라 무겁다. 너무나 무거워 한번 감기면 절대 뜰 수 없을 만큼 눈꺼풀이 천근만근(千斤萬斤)으로 느껴진다.

 

 머리로는 억지라도 눈을 뜨라고 명령하지만 내 눈꺼풀은 그 통제에 벗어나 자꾸만, 조금씩 감긴다. 이렇게 가는구나. 못 해본 것도 많은데. 그렇게 나 자신을 잊혀 가고 있을 때……

 

 “괜찮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마지막 젖 먹던 힘을 쥐어짜 무겁기만 한 눈꺼풀을 치켜들어 서서히 정면을 바라보았다.

 

 연기를 너무 많이 들어 마셔서 인지 시야가 매우 흐릿하긴 했지만 젊은 사내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누굴까? 아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게 정말 사내가 맞긴 한 걸까? 또한 어떻게 불길을 헤치고 왔을까? 이런 상황에서도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올 수 없었다.

 

 정말 묻고 싶은 게 많은데 몸이 전혀 따라주질 않으니 답답했다.

 

 이미 몸은 의지와 다르게 통제에서 많이 벗어난 게 틀림없었다. 그 말은 즉, 죽음의 문턱에 한 발짝 더 다가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몸뚱이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

 

 어떻게든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눈꺼풀을 무언가 찍어 내리듯 너무나도 무거워 뜬 눈은 완전히 감겼다.

 

 “이보시오. 낭자! 정신 차리시오.”

 

 계속해서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

 

 “…….”

 

 여전히 입을 벌릴 힘도 남아있지 않다.

 

 “혹시 말하기 힘이 드는 겝니까? 연기 때문에 그런가…….”

 

 “…….”

 

 “으흠…. 이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의식을 찾아 괜찮을지는 모르지만 깨어나려면 족히 며칠은 더 걸릴 텐데. 잠시라도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제 맘을 이해하시구려.”

 

 의식?

 

 그 말에 의문도 가지기 전에, 사내로 추정되는 따스한 두 손가락이 나의 차가운 이마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나에게 불어넣어지는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

 

 마치 바람과도 같은 그것은 나의 통증을 줄여주고 몸에 활력을 돋게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내 이마를 만지는 손길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좀 전만 하더라도 떠지지 않던 눈이…… 어?! 내가 눈이 떠져? 아무런 거부감 없이 눈이 떠지는 상황에 적잖게 놀랬다.

 

 분명히 숨을 내쉬기도 들어 마시기도 힘겨워 하던 게 불과 일각(一刻)의 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의 열기에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두 눈에 보인 방안의 모습은 불길은 온데간데없었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방안의 풍경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평소와 다른 몹시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한 사내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것을 빼면 말이다.

 

 나와 동갑 정도 될까. 아니면 두세 살 정도 더 많을까.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사내가 초승달을 그대로 가져온 듯 환한 미소를 머금고, 화려한 용을 수놓은 도포를 두르고 갓을 쓴 상태로 우두커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옷은 살아생전 처음 보는 특이한 옷이었거니와 너무 화려하여 누군지도 짐작할 수도 없는 그런 사내가 서 이었던 것이다.

 

 ‘이제 헛것도 보이는구나. 여긴 어딜까?’

 

 내가 본 것은 헛것이라 치부해 버리곤 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리곤 다시 눈을 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그 자리에 그 정체 모를 사내가 서있었다. 도대체 누굴까? 처음 보는 사내였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를 애틋하고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내리보고 있었다. 갑작스런 사내랑 방안에 단둘이 있어 덜컥 겁이 났지만 눈을 집중해서 사내를 더욱 자세히 바라보았다.

 

 물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 촉촉한 피부에 깊디깊은 칠흑을 담은 눈동자를 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를 휘몰아치는 푸른 기운. 역시나 이질감은 지워지지 않았다. 이윽고 사내는 입을 열며 말했다. 수려한 외모답게 낭랑한 목소리였다.

 

 “몸… 몸은 어떻소?”

 

 몸이요? 라고 반문할 뻔했던 나의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처음 보는 사내가 물었다.

 

 그렇다. 불과 몇 분 전이 꿈이었던 일처럼 주변은 평소에도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아늑함과 익숙함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더불어 불에 의한 연기도 없이 평온하기만 하다. 마치 마을에 역병이 돌기 전 행복했던 나날을 보냈던 평온함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자는 누구길래……. 묻고 싶은 말이 한둘이 아니다.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겝니까? 어디 불편한 데가 없는가를 물어 보는 것이오리다.”

 

 대답하기를 오래 끌었던지 나의 몸 상태를 물어보는 사내. 아직도 이 상황이 어안이 벙벙한지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하지만 대답을 계속 미루기에는 이 사내의 정체가 몹시나 궁금했다.

 

 경계심과 두려움이 반반 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까 자세히 보지 못한 오뚝한 콧날과 입술. 또렷한 눈이 잘 어울려진 수려한 외모가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사람이라기에는 묘하고 또 사람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딱히 정의할 수 없는 사내. 궁금증을 유발하는 그의 분위기는 더더욱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알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탓일까? 나름 마음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 사내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아! 예… 괜, 괜찮습니다. 그런데 누… 누구십니까?”

 

 “다행이구려…….”

 

 “한데…… 누구십니까?”

 

 “저 말이오?”

 

 “네.”

 

 “나는 그니까…… 머나먼 곳에서 살고 있는 류도란이라 하오.”

 

 자신을 류도란이라 말하는 사내, 나는 그런 사내에게 역시나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진여월입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도 도란은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나 먼 곳이기에 머나먼 곳이라고 할까?

 

 또한 그곳에서 여기는 무슨 볼일이 있기에 어떻게 여기에 서 있지? 머리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의 물음이었다. 그 의문을 풀고자 입을 막 열 때었다.

 

 “역시…… 맞았네.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

 

 무엇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지. 대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뭐랄까, 그것을 바라보는 도란은 나를 통해 다를 사람을 보는 듯 추억에 잠긴 모습이었다.

 

 그리곤 추억에서 헤어 나온 듯 다시 나의 얼굴을 들어다보았다. 아니, 얼굴을 들여다본 게 아니라. 이번에는 그 속, 마음속, 마음을 넘어서 나의 순수한 영혼의 ‘본질’을 보는듯한 시선에 절로 몸이 뒤로 물러나게 했다.

 

 “아… 그리 놀란 표정을 지을 것은 없소. 혼자 한 말이니.”

 

 “네?”

 

 “다만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는 것만 알아두었으면 좋겠소.”

 

 그건 또 무슨 말인지.

 

 “여월이라 했지요?”

 

 “네….”

 

 “잘 들어 보시오. 낭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소이다. 그러니 나름 결정을 해야 하오.”

 

 도란의 말에 질문을 다는듯한 나의 무의식적인 눈빛, 도란은 그런 눈빛을 보고 덧붙였다.

 

 “제가 여월 낭자에게 기회를 주고 싶소.”

 

 도란이라는 사내는 내게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어떤 기회를? 내게?

 

 무릇 기회라 하면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로 그것을 줄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을 겸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된단 말인가.

 

 한순간이지만 다시 머리가 복잡함을 느꼈다.

 

 아직 어떻게 된 상황인지도 모르겠는데 무슨 기회란 말인지. 머릿속까지 얇은 실이 엉켜 뒤죽박죽이니. 어찌할 바를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여월 낭자. 더 살고 싶지 않소?”

 

 예?

 

 도란 -그러니까 자신을 머나먼 곳에서 왔다고 소개한 정체불명의 침입자- 의 물음에 얼빠진 소리를 자신도 모르게 흘린 나였다.

 

 그것을 들은 듯 도란은 그저 엷은 미소만 지으며 나를 바라볼 뿐이었고. 이윽고 미소를 지우며 도란은 말했다.

 

 “더 살고 싶냐고 물었소. 말하지 않는 것은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오?”

 

 도란의 입을 열어 믿기 힘든 말을 내뱉었지만 그 속에 섞여있는 진실 된 말 또한 절대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내저었다.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직 아버지를 혼자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상념에 잡혀 있는 나의 그 힘없어 보이는 몸짓이 맘에 안 들었던 것일까.

 

 표정이 약간 굳어진 도란은 후, 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잘 생각해 보시오. 또한 다시 말하지만 살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것이니. 시간은 최대한 넉넉히 드리리다.”

 

 “당, 당신 뭐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급히 당황으로 물들어 가시 돋친 말이 도란에게 향했다.

 

 순간적으로 울컥하고 무서웠음이니라. 외관상으로 보았을 때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을 가장한 악한 마음을 먹은 다른 존재이거나, 정말 내가 귀신이라도 씌운 것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누구이기에 나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그리 쉽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지. 도란이 말하는 말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도, 믿을 수도 없는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었다.

 

 “지금은 말을 할 수 없구려. 다만. 저는 지금 이 난관에서 낭자를 살릴 방도가 있는 사람이외다. 만약 여월 낭자가 여기에 남겠다고 하면… 불이… 낭자를 삼킬 것이오.”

 

 “불? 지금은 불이 없는데…….”

 

 “일시적으로 그 불을 늦췄을 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오. 지금도 여전히 옆에서 집을 태워 삼키고 있소. 허나 잠시나마 안전할 터이니 안심하고 이야기를 해보시오.”

 

 “정말… 여기 있으면 저 죽는 겁니까……?”

 

 이런 순간에, 겉으로 평온하기만 한 이방에서 오랫동안 붙잡고 왔던 생명이라는 동아줄을 서글프게 물었다.

 

 “그렇소. 아마도 여기에 계속 남아 있다면 말이요.”

 

 “…….”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살 방도가 있다 하지 않았소.”

 

 “그, 그것이 무엇입니까?”

 

 “혹시 이 방에서 별로 움직이지 않는 선에서 먹을 것은 없소?”

 

 확신에 찬 어조에 힘없이 웃어 보였다. 뻔뻔하게 이런 상황에서도 음식을 요청하는 도란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먹을 것을 찾아보는 나.

 

 그때 마침 떠올랐다. 품 안에 있던 약과 하나를 기억해냈다.

 

 아버지가 며칠 전 구하기 힘든 약과 하나를 구해다 준 것을 말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품 안에서 약과를 꺼내어 살며시 도란 앞에다 놓았다.

 

 “기이하게도 생겼소.”

 

 약과를 본 도란은 첫 감상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나는 조금 흠칫했다. 약과를 모르는 사람도 있나? 물론, 구하기 힘들어도 약과 정도는 어느 누구도 알고 있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믿기 힘든 것은 복장을 보면 약과를 모를 수가 없는 화려한 복장이라는 게 의아했다. 말투나 행동을 보면 모르는 게 이상한 하지만 나의 반응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약과를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다.

 

 차갑지만 나름 먹을 만한 약과였기에 도란은 잠시 맛을 음미하다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달군.”

 

 맛있다는 것인가? 단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던데. 내심 걱정을 했지만 도란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아직도 남은 약과를 먹으며 음미했다. 이윽고 흡족한 미소를 짓고서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 맛있구려. 뱃속도 충족해졌으니… 여월 낭자의 답을 듣고 싶소. 아! 참고로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음식을 대접받았으면 꼭 보답을 해야 된다는 법도가 있소. 그러니 낭자의 결정만이 남아 있음외다.”

 

 “살… 살려주세요……. 이렇게 부탁하겠습니다!”

 

 밑져봐야 본전이다. 여기서 남아 불에 삼키느니 말이라도, 가슴에 담아왔던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바보같이 죽음에 임박을 하게 되자 이제야 실감이 났다.

 

 얼마 안 있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도란을 바라보며 심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 살아야, 나중에라도 아버지를 볼 수 있을 것이 아니던가. 여기서 그냥 죽는다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기에 살아서- 정말 살아서 아버지를 또 보면 되었기에.

 

 마음속으로는 말과 다르게 더욱더 진실되고 간절한 마음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알았소. 그럼 낭자… 잠시만 좀 쉬시구려.”

 

 도란은 두 눈꼬리를 반달처럼 곱게 휘어 눈웃음을 짓는다. 그 선한 눈웃음을 멍하니 응시하자 오른팔의 소매를 걷기 시작하는 도란. 잡티 하나 없는 맑고 투명한 손이 드러났다.

 

 팔에는 긴 염주가 감겨있으며, 알아볼 수 없는 한자로 도배를 한 도란의 손이 내 이마를 툭-하닌 치자 나의 정신이 의지와 상관없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오늘 하루만 해도 여러 번 정신이 아득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전과는 다른 편안함과 안락함이 밑에서부터 그동안의 일을 씻겨주는 듯 서서히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곤 곧 붙잡고 있던 정신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 * *

 

 “미치셨습니까?”

 

 용천(用天)으로 가는 길, 도란의 그림자에서 나온 사내는 대뜸 도란에게 소리쳤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청년임에도 도란은 무관심한 표정과 귀찮은 듯 미동도 없이 가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청년은 여전히 옆에서 매우 못마땅하듯 따따부따하는 말에 다물고 있던 말을 한다.

 

 “뭐가 말이냐?”

 

 “뭐가라니요! 정말 몰라서 그리 말씀하시는 겝니까?”

 

 “그럼?”

 

 “지금 안고 가는 그 여인 말입니다. 정말로 용천으로 데려가실 작정이십니까? 기어코 이런 사단을 만들어서 시끄럽게 하실 겝니까? 지금이라도 제발 물러주시옵소서!!”

 

 사내는 도란의 행동이 매우 잘못됐다는 어투로 오는 내내 몰아세웠다.

 

 그러자 도란은 오히려 담담하기만 한 표정으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라고 되물어보는 그 무심한 눈빛을 청년은 제대로 맞받아치지 못했지만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반응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한 꼴이었다.

 

 “…….”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

 

 “인간세계에 간섭한 것도 모자라… 음식을 먹고 이 여자를 살린 것도 큰 문제가 되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여자를 용천으로 데려가시겠다니요?!”

 

 “보는 그대로다.”

 

 “나리! 설마 모르신다고 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분명 후폭풍이 몰아칠 겁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보나 마나 자명하지 않습니까?”

 

 “그것을 내 모를 리가 있겠느냐?”

 

 “하오면 왜!”

 

 알면서도 그리했다는 도란의 말에 청년은 오히려 더 목청껏 소리 높여 그런 연유에 대해 물었다.

 

 자신이 모시는 사람에게 목소리를 높인 것은 그만큼 이일이 가볍지 않음을… 심각한 일임을, 대신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도란은 오히려 희미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걷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도란의 행동이 더 청년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앞날이 불 보듯 뻔했다. 더군다나! 밑에 있는 자로서 고행 길을 사서 가려는 도란의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말려야 했고, 그게 도리라 믿었다. 쉼 없이 극구 말리는 어조에도 도란은 묵묵히 걷고 있을 때였다. 청년의 말을 결국 끊은 것은 도란의 하얀 손이었다.

 

 많은 뜻을 담고 있는 그 몸짓에 청년의 입을 다물리고 도란이 말했다.

 

 “그냥…… 닮아서였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어조에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한 청년. 하지만 투덜대는 건 마찬가지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15. 2017 / 8 / 1 295 0 7473   
14 @14. 2017 / 7 / 31 302 0 7482   
13 @13. 2017 / 7 / 31 299 0 7625   
12 @12. 2017 / 7 / 31 267 0 7250   
11 @11. 2017 / 7 / 31 285 0 7468   
10 @10. 2017 / 7 / 31 282 0 7468   
9 @9. 2017 / 7 / 31 316 0 7290   
8 @8. 2017 / 7 / 31 304 0 7204   
7 @7. 2017 / 7 / 31 304 0 7237   
6 @6 2017 / 7 / 26 324 0 7385   
5 @5. 2017 / 7 / 25 268 0 7546   
4 @4. 2017 / 7 / 25 324 0 7277   
3 @3. 2017 / 7 / 25 290 0 7270   
2 @2. 2017 / 7 / 23 274 0 7342   
1 @1. 2017 / 7 / 23 473 0 745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천 번만 울면 되
백설기공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