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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
작성일 : 17-07-23 20:09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7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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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이 찾아왔다. 다른 곳보다 일찍 따뜻해진 테람이지만 아직도 아침엔 조금 쌀쌀했다. 얇은 아이보리색의 카디건을 여미며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했다. 스페이드 퀸(Spade Queen), 제인 에일런이 일했다는 카페는 붉은 벽지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엔틱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곳곳에 트럼프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카페 내부의 모습에 작게 숨을 들이켰다.

 

 당장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져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폴 햄튼에서 온 경찰들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어졌고 무엇인가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할 이야기는 끝났으니 이제 가시오, 좀!”

 

 카페 내부에서 들리던 소리는 문을 열자 잠시 멎었다. 순식간에 집중된 시선에 프리멜라는 난감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얼굴들이 거기에 있었다. 폴 햄튼에서 온 두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폴 햄튼의 형사들이 다시 주변인들의 재탐문을 요청한 모양이었다. 나름 사이킬에 대해선 제일 많이 아는 사람들이니까.

 

 눈이 마주치자 톰프너 형사는 애매한 얼굴로 살짝 고개를 움직였고 블랜더 반장은 대놓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경계가 눈에 보여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 와중에 웨이트리스의 어색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 분이세요?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는 따스한 느낌이었다.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게 구석진 자리에 가방을 두고 노트북을 꺼냈다. 노트북 전원을 켜니 웨이트리스가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주황색머리칼을 하나로 묶은 20대 여인이었다. 눈 밑의 주근깨가 있는 여자는 짙게 피곤이 서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인도, 저런 하늘색 유니폼을 입었겠구나 생각하며 한 번도 눈으로 보지 못한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잘 어울렸겠다. 메뉴판을 보는체하며 신경은 온통 그들 쪽으로 향해 있었다.

 

 “아니, 뭘 더 할 말도 없는데 이렇게 와서 장사를 방해합니까? 해 드릴 수 있는 말은 다 했습니다. 그냥 별거 없는 계집애였소! 난 그냥 고용자였고 사적인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데다 관심도 없수다! 방해되니까 그만 좀 오시란 말이오!”

 

 카페의 주인인 듯한 남자는 이렇게 형사들이 찾아온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결국 톰프너 형사와 블랜더 반장은 만족하지 못한 얼굴로 카페를 나서야했다.

 

 카페 주인은 한동안 혼자서 ‘자살이면 자살이지 뭐가 궁금하다고’라며 중얼거리곤 욕설을 내뱉다가 주문을 받고 있던 웨이트리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클라라. 주문받고 직원실로 와.”

 

 네. 클라라는 해쓱해진 얼굴로 그렇게 답했다. 한참이나 주문하지 않는 손님에도 클라라는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모양이었다. 메뉴판 너머로 슬쩍 눈을 올리니 그녀는 약간 멍하고 기운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고 클라라는 자동적으로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여기 처음오시죠?"

 "아, 네. 최근에 여기 이사 왔거든요."

 "역시. 제가 한번 봤던 손님들은 다 기억하거든요."

 

 그녀가 자랑하듯이 말하며 작게 웃었다. 가까이서보니 눈도 붉게 충혈이 되어 피곤해보였다. 이유를 추론하기란 너무나 쉬웠다. 서비스직종이란 힘들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웃어야 하니까. 그녀는 계속 웃는 낯이었지만 그게 상당히 버거워 보였다. 울적한 기분이 들어 눈을 내리깔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 꽤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어요, 누가 추천해주더라구요."

 "오, 물론이죠. 저희가게 브런치메뉴가 정말 인기가 많아요. 테람 시 가이드북에서 꼭 빠지지 않는 브런치 명소죠."

 “그럼 추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요일별로 바뀌는 ‘오늘의 브런치’라는 메뉴는 어떠세요? 기본 베이스로 토스트에 신선한 야채가 제공된답니다.”

 “그게 좋네요. 거기에 고구마 라떼를 추가해주시면 좋겠네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손님.”

 

 카운터로 향하던 클라라 갑자기 멈춰 서서는 유리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표정을 숨기지 않고 별로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햇살에 비친 그 얼굴의 시선을 따라가니 반대편 길에 있는 폴 햄튼 시의 두 형사가 보였다.

 

 도대체 뭘까. 프리멜라는 화면에 워드패드만 켠 채로 커서가 깜박이는 모양새를 지켜보다가 키보드에 손을 올려 몇 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1. 제인 에일런은 3월 30일 사망했고 이는 사이킬의 범행방식과 유사했다.

 2. 그녀에겐 권태기의 남자친구가 있었으나 경찰은 이를 모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3. 폴 햄튼에서 온 두 사람은 테람시 경찰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4. 손가락?

 

 네 번째. 손가락. 두 사람은 손가락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사이킬과 손가락이라면 나름 관련성은 많다. 잔인하게 몸을 꺽어 살해한 후 검지손가락 끝을 잘라내 붓처럼 사용해 벽에 메시지를 남기니까.

 

 5. 제인 에일런은 스페이드 퀸에서 일을 했다.

 

 “주문하신 오늘의 브런치와 고구마라떼입니다, 손님.”

 “감사합니다…. 저기. 그런데.”

 

 프리멜라는 몸을 돌려 가려는 클라라를 살짝 붙잡았다.

 

 “많이 피곤해보이시네요.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좀 쉬셔야 할 것 같은데….”

 

 자신에겐 뭐든 정보가 필요했다. 초면인 종업원에게 그렇게 물으며 억지로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지랖 넓고 순하게 보이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아, 사실 두 파트로 나눠서 일을 하는데 종업원 한명이 일을 못하게 되어서요….아직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제가 계속 하루 종일 일을 해서 그래요, 많이 피곤해보이나요? 서비스 직업인데 손님이 걱정이나 하게 만들고 완전 최악이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요….” 그녀와 뭔가 대화를 더 하고 싶었지만 딱히 말을 붙일 만한 건수가 없었다.

 

 프리멜라는 라떼가 담긴 붉은 색 잔을 바라보았다. 한눈에 봐도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3월의 토끼를 뒤쫓아 가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예쁘게 그려져 있었다. 잔을 빙빙 돌리며 그림을 감상하다가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6. 살인자는 정말로 사이킬인가, 모방범인가.

 7. 배신자에게 보내는 선물.

 

 일곱 번째 항목을 생각해보면 살인자는 제인을 죽임으로써 누군가에게 경고를 표한 것이다. 그런데 제인의 죽음에 관련된 사실이 경찰 사정으로 인해 현재 공개되지 않고 단순한 자살로 뒤바뀌었다. 그렇다면 살인자는, 지금 어떻게 생각을 할까.

 

 자신이 원래 메시지를 보내려던 이에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까. 숨길 수 없도록 더욱 난폭하고 드러날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모방범이든지 진짜 사이킬이든지. 하나만은 확실했다.

 

 머지않아 살인이 또 발생한다.

 

 명백한 사실의 연결점에 프리멜라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또다시 눈앞에 다가오는 제인의 마지막 모습에 손을 뻗어 뜨거운 라떼가 든 잔을 움켜쥐었다. 온기. 고작 그 정도라도 온기가 필요했다. 발끝이 서늘해져서 두발을 모았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보게 되는군요.”

 

 그 남자였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놀람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그 중간에 선 것만 같았다. 옅은 색소의 머리카락과 진한 헤이즐넛 눈동자. 고막을 울리는 부드러운 목소리. 사고의 현장에서 만난 묘한 남자였다. 이처럼 존재감이 강한 사람이 왜 여기에 있다는 걸 몰랐을까 생각하는데 남자가 다시 말했다.

 

 “앞에 앉아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합석 요청에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아, 그러니까..”

 “에들리, 에들리에요”

 “Eㅡdly?”

 “Edlih.”

 

 특이한 이름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노트북을 덮었다. 그러자 그는 눈을 휘며 나른하게 미소 지으면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쪽은 이름이 뭐에요?”

 “프리멜라에요.”

 “왜 성은 안 가르쳐주는 건가요?”

 “그쪽도 이름만 말했는걸요.”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그가 킬킬 웃음소리를 내며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네 손님, 무엇을 드릴까요?"

 "아메리카노 더블 샷으로, 따뜻하게. 테이크아웃 잔에 주세요."

 

 말만 들어도 입이 쓴 느낌이라 표정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것 참 우연이네요 그렇죠?”

 

 에들리가 그렇게 말하며 턱을 괴고 엷게 미소를 지었다.

 

 “어제는 감사했어요.”

 “뭐가요.”

 “커피요. 덕분에 조금 진정이 됐거든요.”

 

 공황상태에 빠졌던 자신에게 다가온 온기. 남자가 가진 사고관이 괴상했다는 것을 제하고는 제법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다. 프리멜라의 대답에 에들리는 애매한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군요.”

 

 딱히 대화의 틀은 못 잡겠다. 그냥 멀뚱히 제 앞에 자리한 에들리를 바라보는 프리멜라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서 아는 사람을 처음 봐서 혼자서 조금 반가웠거든요. 웃기죠? 프리멜라양도 고작 어제 잠깐 본 사람인데.”

 “아….”

 

 프리멜라는 그 말에 잠시 시선을 돌려 카페의 창밖을 바라보았다. 테람. 아직 낯선 도시. 그 안에 제가 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네요. 듣고 보니 저도 조금 그쪽이 반가운 거 같아요.”

 

 이사 온 지 고작 이틀 만에 살인현장을 발견했다. 아는 사람이라곤 경찰뿐이고. 대화를 나눈 사람도 그렇다. 생각해보니 사적인 대화를 나눈 사람은 죽은 제인을 제외하고 앞집 남자인 유진과 에들리 뿐이었다.

 

 자신은 이 끔찍한 도시의 이방인이었다.

 

 “저번에도 느꼈는데.”

 

 에들리가 느릿하게 손을 뻗어와 프리멜라의 손가락을 만졌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뭐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가 뻔뻔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했다.

 

 “손가락이 예쁘네요.”

 “지금 작업거시는 거군요.”

 “단순한 관심에 의한 칭찬이라고 해두고 싶네요.”

 “해양도시에 휴양 오는 이들의 태반이 새로운 여자와 불같은 밤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그런 취급이라니, 서운하네요.”

 “제가 당신의 무엇을 보고 판단을 철회해야 하나요?”

 

 “내가 졌어요.”

 

 에들리는 푸흐흐 웃음을 흘리면서 양손을 펼쳐보였다.

 

 “에들리에요. 에들리 데마논(Edlih Demanon). 당신이 생각한 대로 알테임에서 왔고 잠깐 동안 이곳 테람에서 지낼 예정이죠.”

 “그래서요.”

 “아는 사람도 없는 이 도시에서 두 번이나 만나 대화를 하게 됐다는 건 인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두 번 다 당신이 시작한 대화네요. 붙임성이 원래 그렇게 좋아요?”

 “전 제가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요.”

 “뭐가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요?”

 “글쎄. 낯선 도시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었던 거 같네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사고관념이었다. 프리멜라는 몇 번 입술을 열었다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제인의 죽음 이후로 처음 크게 웃은 것 같았다. 그에 에들리가 눈을 가늘게 접어 해사한 미소로 말했다.

 

 “당신 이름을 듣고 싶어요.”

 

 하얀 손이 내밀어졌다. 프리멜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의 손을 잡으며 답했다.

 

 “프리멜라 핑거우드(Premella Fingerwood)에요.”

 

 악수 후 진행된 대화는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던 종류의 것이었다. 그는 굉장히 아는 것이 많았다. 단순히 머그컵에 그려져 있던 앨리스와 시계토끼에서 시작되어 그와 생물학적 진화학적 토론을 펼치기도 했고 세계 제3차 대전과 공허의 시대, 또 테람에 대해, 그리고 현재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화는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되어갔다.

 

 브리엘 뷔스코에서 대학생활을 보낸 이후 이토록 수준 높은 대화를 해 본적이 없었다. 첫 인상과 대화와는 다르게 프리멜라는 에들리에게 조금씩 호감이 생겼다. 그래서 그가 건넨 제안을 받아들였다. 괜찮다면 근처에 있는 지역 미술관에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예술작품에도 흥미가 많았던 터라 그녀는 승낙했다. 생각해보면 휴양을 즐기러왔는데 너무 사람이 피폐해졌다. 조금은 좋은 것도 봐주고 바람도 쐬고 해야지. 에들리와 함께 스페이드퀸을 나선 그녀는 저를 죄여오던 감정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인의 마지막 잔상이 깜박깜박, 다시 떠올라 또다시 몸이 흠칫 굳었다.

 

 “프리멜라?”

 “잠시만요.”

 

 두고 온 게 있어요. 그녀는 결국 에들리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에 가 클라라를 바라보자 피곤한 얼굴의 그녀가 의문을 표했다.

 

 “왜 그러세요, 손님?”

 “저기….”

 

 바싹 입이 말라갔다.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 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여길 추천해 준 건 제인이었어요.”

 

 그 말에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순간 숨을 흡, 하고 들이켰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또래의 여인은 불안정하게 눈동자를 굴리며 자신에게서 한 발짝 물러났다.

 

 “뭐 좀 여쭤 봐도 될까요? 제인에 대해서.”

 “그녀와 어떻게 아는 사이죠?”

 

 입술을 한 번 깨물고 클라라가 조심스럽게 거리를 가까이해 와서 물었다.

 

 “그러니까….”

 

 제인과 프리멜라의 사이를 구분할 단어. 이웃주민과 피해자와 현장목격자. 그 뿐이었다. 친구라고 부를 수도 없는 사이였다.

 

 “전 아무것도 몰라요.”

 

 클라라는 갑자기 허리를 펴고 그렇게 말하곤 입을 꾹 다물었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옆을 바라보니 카페 스페이드 퀸의 주인인 사내가 팔짱을 끼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검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알 수 없는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안녕히 가세요. 손님.”

 

 클라라의 말에 프리멜라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밖으로 향했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던 에들리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손을 뻗어 문을 열기도 전에 그가 문을 열어주며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서늘하게 와닿는 조금 서늘한 온도에 이상하게도 안정감이 들었다.

 

 “물건은 찾았나요?”

 “아니오, 아니, 네. 네..”

 “그런데, 왜 이렇게 긴장했어요?”

 

 손목을 잡은 그의 엄지손가락이 작게 앞으로 향해 직선으로 뻗어나가 카디건 소매 안쪽을 짧게 어루만지고 빠져나갔다. 안 그래도 힘 빠졌는데 놀리는 것 같아 순간 기분이 욱했다. 명백한 의도를 담은 행위였다. 한 소리를 하려 고개를 들었던 프리멜라는 할 말을 잊고 멍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눈부신 햇살에 그의 엷은 레몬빛 머리칼이 아름답게 빛났다. 달콤한 헤이즐넛 빛깥 눈동자와 휘어지는 눈매. 다정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얼굴에 순간적으로 긴장이 탁 풀렸다. 외모란 정말 무시무시한 거구나. 프리멜라는 단순한 깨달음을 얻고는 제 손목을 잡은 그의 손을 다른 손으로 탁, 하고 내려쳤다.

 

 “작업 걸지 말아요.”

 “너무하네요. 작업 아닌데.”

 “그럼 뭔데요?”

 “친구니까 친근함과 애정의 표시가 아닐까요.”

 “개소리네요.”

 

 프리멜라가 그렇게 말하며 앞서 걸어가자 에들리가 곧바로 성큼성큼 걸어 옆으로 다가왔다.

 

 “같이 가요.”

 

 프리멜라는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한숨을 내쉬면서 딱 멈춰 섰다. 그러자 에들리도 따라 멈춰 서서는 눈을 깜박이며 저를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도대체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는 달콤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슬그머니 손을 다시 뻗으며 말했다.

 

 "함께 가겠다는 마음이 바뀐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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