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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드래곤의 성자님
작가 : 펌킨파이
작품등록일 : 2017.7.23

"우린 심장을 공유한 사이잖아요."

"뭐래, 네 멋대로 가져가 놓고선."

레어 안에서 생활하던 히키코모리 드래곤 렌. 어느 날, 웬 인간 새끼에게 드래곤 하트를 빼앗기다? 심장을 두고 벌어지는 달콤살벌한 로맨스 판타지.

 
3화
작성일 : 17-07-23 19:13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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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

 

 렌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지도 않았다. 그저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기사 뜬금없이 신체 기관을 뺏겼는데 당황할 법도 했다. 처음에 꺼냈던 메스, 아니 칼은 이미 어딘가로 내팽겨친 지 오래였다. 그 미모가 약간은 정상참작의 요인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 탓은 아니고, 고블린들의 언질 덕분이었다.

 

 '인간은 귤처럼 껍질이 약하다니까요, 렌 님 정도 힘이면 칼로 쓱 베려 해도 톡! 터지고 으깨져버릴지도 몰라요. 그럼 드래곤 하트라고 멀쩡할 지는 모르죠. 게다가 인간 몸 안에 있었는데 어떻게 변했을 지 누가 알아요?'

 

 평소와 달리 블린의 입에서 논리적인 말이 나와서 당황했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건 이대로 하트를 뺏긴 채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 인간의 새끼가 계속 문제를 떠올리게 해서 치워버리고 싶은데, 마력이 고갈되니까 치워버릴 수도 없고.'

 

 렌은 정공법을 택했다. 물론 우습기 짝이 없는 방법이었다.

 

 "내 심장 돌려내."

 

 "......"

 

 "대답."

 

 "주인님, 아직 말을 못 한다니까요..."

 

 "...망할."

 

 할 줄 아는 게 대체 뭐야, 렌이 속으로 투덜댔다. 렌은 다시 감초를 들여다봤다. 아까 울던 거랑 다르게 눈을 꼭 감고 누워 있었다. 문제를 회피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언뜻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세심하게 들여다보니 새삼 느껴졌다. 렌은 혼자 중얼거렸다.

 

 "넌...어째. 이렇게 생겼냐."

 

 잘 못 들으면 이상한 뉘앙스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본 뜻은 그게 아니었다. 갓 태어난 신생아까지는 아니라도 어리다. 아직 미모가 채 꽃피우기는 커녕 이목구비가 보일락 말락한 게 정상인 나이였다. 물론 이 아기도 조그마한 체구를 비롯하여 아직 덜 여문 느낌의 눈코입이 그 나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벗,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가 났다.

 

 참, 뉘 집 자식인지 잘생겼다. 렌 관점에선 마땅히 보존, 발전, 유전시켜야 할 외모였다.

 

 더불어 사탕을 문 듯한 볼 또한 그랬다. 어딘지 모르게 깨물어주고 싶은 귀여움은 저 볼에서 나오는 것임에 분명했다. 말랑말랑, 보들보들해 보이는...저...볼....

 

 렌이 살짝 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꼬집.

 

 온 몸에 행복이 감도는 기분이었다.

 

 "영 쓸모없진 않군..."

 

 무척이나 힘을 뺀 상태였는데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당황하면서 렌이 손가락을 놓았다. 동시에 감초의 몸이 흔들리면서 포대기가 살짝 벗겨졌다. 목 부근에 텅 빈 모래시계가 걸려 있었다.

 

 '이건...'

 

 그 아이는 지금쯤 성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들인 걸까? 아니, 어느 것 하나도 확실한 게 없었다. 어쩌면 단순히 우연일 지도 몰랐다. 렌은 눈을 감았다. 생각을 오래 하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 결심했다."

 

 "무슨 결심요?"

 

 "키우자."

 

 “예?”

 

 “인간 새끼야. 내 생의 감초라도 될 수 있다면 이뻐해 주마. 말 나온 김에 이름도 감초라고 해버릴까?”

 

 "잠깐, 너무 급하게 결정하시는 거 아니에요?"

 

 "마력 때문에 떨어질 수도 없어, 예뻐서 박제하거나 얼릴 수도 없어, 죽이려고 하면 너그들이 난리쳐...그럼 어째, 키워야지."

 

 “감초는 좀...”

 

 “응, 계속 말해보련.”

 

 상냥한 말투에도 서려 있는 섬뜩함. 블륜은 알아서 몸을 사렸다.

 

 “너무 고급지고 훌륭한 이름이란 말입죠.”

 

 “그렇게 나와야지. 블륜, 내가 인간계에 있었을 때 성이 단이었으니까..”

 

 그게 언제적 일이야, 고블린들이 수근거렸다. 렌은 정성스레 지은 이름을 불러주었다.

 

 “단감초’로 해야겠다. 그래, 감초야. 이제부터 내가 네 주인님이다.”

 

 응애- 갑자기 감초가 울었다. 렌의 몸이 얼어붙었다. 뭐야, 저거 왜 울지?

 

 “배고파서 그런가?”

 

 ***

 

 블린, 블렌, 블륜은 간만에 레어 밖에 오래도록 나와 있었다.

 

 "제발 젖 좀 주십쇼, 늑대 나으리..."

 

 이유는 구걸을 하기 위해서.

 

 "웬 젖은 젖이야!"

 

 콩콩콩. 머리를 한 대씩 얻어 맞은 셋이 숨죽였다. 젠장, 아기 하나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동안 이곳 저곳을 전전긍긍하며 젖 동냥을 받는 것도 이제 지겨울 지경이었다.

 

 "어이구, 굶어가는 자식에게 젖 좀 물려달라는데 이리 야박할 수가..."

 

 "네가 그 말 하면서 구걸하고 다닌다는 거 다 소문 났다! 대체 그 인간 새끼는 어디서 난 거야?"

 

 블렌의 팔에는 감초가 안겨 있었다.

 

 "흐잉..."

 

 흩날리는 은발은 천천히 떨어지는 목화 잎만큼이나 예뻤다. 가뜩이나 청명한 눈동자가 물기를 머금어 동정심을 유발했다. 늑대 수장은 살짝 흔들리는 듯 하더니 앞발을 휘두르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으, 그런 눈으로 봐도 안 돼! 우리 애 먹일 것도 없다니까?"

 

 "이래도?"

 

 블린이 감초를 들고 늑대 가까이에 가져갔다. 그에 맞춰서 또르르, 감초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아, 안 돼!"

 

 "정말?"

 

 "안 된다니까!"

 

 "...그럼 하는 수 없지."

 

 "그래, 어쩔 수 없지. 비록 우리 감초가 쫄쫄 굶어서 뱃가죽이 등가죽에 달라붙을 지경이라지만, 돌아가도록 하자..."

 

 감초의 얼굴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데다가 피부는 윤기가 돌았다. 아주 잘 먹은 테가 났지만 인간과는 별 접점이 없었던 몬스터들은 대부분 이 말을 들으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는 했다.

 

 '우리 오우거들은 목이 머리만한데, 쟤는 목이 왜 이리 여리여리해? 역시 굶어서...?'

 

 이번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수장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어쩐지, 아직 발톱도 안 난 게 못 먹어서...?'

 

 그 변화를 눈치챈 블륜이 연기에 양념칠을 했다.

 

 "아이고, 감초야. 울지 마라. 울면 힘 빠져서 다시 배고파진다."

 

 "어제도 울지 말라니깐 밤새도록 울고."

 

 반은 진실, 반은 거짓말이었다. 일단 밤새도록 울지는 않았다. 감초가 우는 건 남들 앞에서만이었다.

 

 "...아, 이 공갈고블린들이..."

 

 "그래서, 굶길거야?"

 

 "악! 내놔, 내놓으라고! 먹이면 되잖아, 먹이면."

 

 고블린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의 고블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

 

 “...주인님.”

 

 “응?”

 

 “분명 주인님을 위해 감초를 키운다 하시지 않으셨나요?”

 

 렌은 대답하기도 귀찮아, ‘근데, 뭐’라는 강력한 뜻을 담아 눈썹을 찡그려 보였다.

 

 “근데 왜 육아를 저희가 도맡아 하고 있는 거죠?”

 

 “그럼 이 몸이 일일이 애완동물의 수발을 들어야겠느냐? 원래 애 키우면 그 정도는 고생하는 거지 뭐, 나도 너희 키울 때 고생 많았다."

 

 "아, 진짜..."

 

 고블린 1호, 블린이 문을 쾅 닫으면서 나갔다.

 

 "쟤 반항기냐?"

 

 옆의 블륜과 블렌에게 물었다.

 

 "흥, 글쎄요."

 

 "......"

 

 이것들이, 하나같이 삐쳐가지고. 하지만 렌은 털털한 산타와 같은 웃음을 반복할 뿐이었다. 허허. 다시 책이나 읽어야지. <당근과 채찍으로 다루는 내 아이>, 이거 재밌네. 근데 당근과 채찍은 언제 나오는 거야? 지금 절반 가까이 읽었는데도 당근과 채찍은 행방이 묘연했다.

 

 ‘크흡...! 이렇게까지 했는데, ’

 

 블린은 피눈물을 삼키며 다시 육아방으로 돌아갔다. 까라면 까야 하는 이 한 많은 인생아.

 

 ‘꾸물거리는 애벌레 주제에 왜 이렇게 손이 많이 가?!’

 

 그 놈의 인간 아기 같은 골칫덩이도 처음이다. 눈만 떼면 사고 치지, 한, 두 시간마다 먹이를 달라고 쪼아대지, 게다가 먹는 것 이상으로 싼다.

 

 세 명의 고블린이 돌아가며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몸이 남아나지 않을 뻔했다. 책 무더기를 던져주면서 알아서 잘 해보라고 사라진 주인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흐음, 그리 힘들더냐?”

 

 “예?!”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나고 난리야, 애 떨어질 뻔했네. 스스럼없이 아기를 안아 올리는 렌의 행색이 불안했다.블린은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저러다 떨어뜨리는 거 아냐? 감초는 입 속에 들어 있던 손을 슬쩍 빼더니 주인님을 빤히 쳐다봤다.

 

 “꺄우?”

 

 "음...?!"

 

 렌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 하트를 간질이는 이 야릇한 기분은 뭐지. 귀여운 게 좋긴 하구나.”

 

 뭐지, 그냥 쳐다봤을 뿐이잖아? 렌은 약간 얼굴을 붉힌 채 서투르게 아기를 품에 안은 뒤 머리를 몇 번 툭툭 쳐줬다.

 

 “으웅.”

 

 “영광으로 알거라. 흔히 주는 상은 아니니.”

 

 늘 하는 허세를 다시 부리던 렌은 말이 끝나고 블린한테 아기를 던졌다. 정말, 짐짝 던지듯이.

 

  “히이이이이익!”

 

 블린은 감초의 안전을 위해 미식 축구공처럼 받은 뒤 뒤로 두 번쯤 굴렀다. 아이고 허리야. 이러다 두 개밖에 없는 척추뼈 다 나가겠네.

 

 “아기를 갑자기 던지시면 어떡해요?!”

 

 “아... 그래?”

 

 그게 뭐가 문제야?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한 표정에 블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가느다란 목뼈를 보십시오! 손에 힘만 조금 주면 바로 바스라질 수준이란 말입니다! 잘못 맞으면 즉사라고요, 즉사!”

 

 “... 그런 거였나. 미안.”

 

  “아유, 참! 애를 키워보셨어야 알지! 가서 먹이나 구해 오세요!”

 

 뭔진 몰라도 주인님이 생각보다 기가 죽은 듯했다. 지금은 뭘 해도 혼나지 않을 타이밍이다. 블린은 렌을 괜히 더 타박하며 등을 떠밀었다.

 

  “흠... 그래, 네 말이 맞구나.”

 

  “흥!”

 

 봐봐,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

 

  “노망 들 정도로 오래 살았으니 안락사를 시켜달라니, 나도 정이 들었지만 너의 청을 무시할 수는 없구나. 그래도 양지 바른 데 묻어주려고 노력해보마. 안되면 말고.”

 

 은 개뿔. 아놔, 무슨 드래곤이 이리 쪼잔해?

 

  “아, 쫌, 주인니임!”

 

  “쳇.”

 

 렌은 혀 한 번 차더니 텔레포트로 사라졌다. 아니, 가만, 나 왜 이 애벌레를 이렇게 열심히 감싼 거야? 잠깐 머리가 돌았었군.

 

 "끙아."

 

 "알았어, 알았어. 미온 염소 모유다. 젖꼭지는 네가 좋아하는 말랑한 거. 정확히 5분 전에 데운 거다."

 

 "끼야."

 

 "그래 그래, 흘리지 말고 먹어. 칠칠치 못하긴. 어휴, 자꾸 그러면 갖다 버린다?"

 

 "끄유."

 

 "응? 그거야 45페이지까지 읽었던가? 마저 읽어줘? 알았다, 알았어."

 

 감초 이 녀석, 갈수록 말을 잘한다니까. 블린은 못내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익숙한 손길로 등을 몇 번 토닥여주자 절로 트림을 했다. 빙긋, 저절로 미소를 짓던 블린이었다.

 

 "아주 예전, 지크프리트라는 사내가 살았어요. 그는 몹시 야위고 말랐지만, 그 용모만은 뛰어났답니다.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말이에요..."

 

 조곤조곤 이르듯 말해주는 블린의 목소리가 잠을 저절로 유발했다. 아니나다를까 감초는 눈을 감았다 뜨며 꾸벅꾸벅 졸았다. 그 모습이 자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꾸준히 책을 읽어준 지도 한 달이 지났는데, 말을 알아듣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닐지도. 레어 안의 모두는 한 달 간 약 한 뼘 가량 자란 감초를 흐뭇하게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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