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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드래곤의 성자님
작가 : 펌킨파이
작품등록일 : 2017.7.23

"우린 심장을 공유한 사이잖아요."

"뭐래, 네 멋대로 가져가 놓고선."

레어 안에서 생활하던 히키코모리 드래곤 렌. 어느 날, 웬 인간 새끼에게 드래곤 하트를 빼앗기다? 심장을 두고 벌어지는 달콤살벌한 로맨스 판타지.

 
2화
작성일 : 17-07-23 19:11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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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골 땡기네!'

 

 렌이 불평을 하자마자 아기가 숨을 멈췄다.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의아해진 렌이 아기를 쳐다봤다. 아기는 무언가 손을 앞으로 내미는 시늉을 하더니 이상한 소리를 냈다.

 

 "꾸, 꾸꾸까까?"

 

 '웬 괴성이지.'

 

 렌은 아기에게 음소거 마법을 걸까 하다가 주위의 쨍알거리는 소리에 멈췄다. 어디 인권보호협회에서 나왔나, 왜들 이리 난리야?

 

 "아무리 그래도 이 추위에 아기를 버린다니, 그건 살인이나 마찬가지라고요."

 

 "맞아요, 주인님 너무해요!"

 

 "더러운 인간이라 그래도 고작 새끼인데..."

 

 "너네 고블린 맞냐?"

 

 탐욕스럽고 돈이나 밝히는 종족들 아니었나. 렌은 지나친 반발에 결국 아기를 버리는 걸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고블린들이 싫다고 하면 직접 내다 버리는 수 밖에 없었는데 귀찮았다.

 

 "레어에서 얼마나 데리고 있으려고 저 난리래."

 

 렌은 혀를 끌끌 찼다. 아무튼간 착한 건지 호구인 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어이, 인간 새끼."

 

 "......"

 

 "왜 답이 없지, 반항인가?"

 

 "주인님, 저 나이 때 인간은 말을 못 해요."

 

 "무능하네."

 

 그 말에 어쩐지 아기의 미간이 찌푸려진 듯 보였다. 착각이겠지. 렌은 본체에서 인간 형태로 변한 뒤 아기의 볼을 쭈욱 잡아댕겨보았다. 으음, 이건 좀 좋군. 말랑해라. 렌이 보기에 아기는 그 어떤 싫은 기색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원래 인간 아기는 저토록 감정이 없는 건가, 아니면 워낙에 내 미모가 뛰어나서 아기도 반한 건가? 고민하고 있던 와중 돌연 렌이 심장께를 부여잡았다.

 

 "주인님?"

 

 "피, 피 빠져...심장! 심장 찾아와!"

 

 폴리모프는 워낙에 마력 소모가 심했다. 외형은 물론이고 모든 신체의 구성을 바꾸는 마법이다보니 간단해 보여도 드래곤 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 방대한 마력 소모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드래곤 하트 덕분이었는데, 몸에서 떼고 나니 그 절실함이 절절히 느껴졌다.

 

 "예, 옙!"

 

 아주 오랫동안 숨을 못 쉰 것처럼 어지러웠다. 렌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비적비적 걸었다. 이상하다, 심장이 조금 멀리 있다고 마력이 이리 쉽게 고갈되던가. 누구한테 마력을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힘에 겨웠다.

 

 침대, 침대로 가야 한다! 세상의 모든 안녕은 거기에 있다.

 

 렌의 바람과 달리 침대는 멀었고 걸으면 걸을 수록 몸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아아, 죽을 거 같아.

 

 몇 걸음 더 걸은 뒤 버티지 못한 렌이 결국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심..장.."

 

 "주, 주, 주, 주인, 님?"

 

 고블린들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쓰러지다니, 렌이 이런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 드래곤은 중독이 아닌 이상 거의 아프지도 않았으니까. 고블린들은 완전 패닉 그 자체였다.

 

 "......"

 

 "......"

 

 "......"

 

 "......"

 

 아기야 당연히 말을 안 하긴 매한가지였다. 덕분에 서늘한 적막이 흘렀다. 한 5분 지났을까, 셋째 고블린인 블륜이 가장 먼저 정적을 깼다.

 

 "이, 일단 옮겨야...!"

 

 이렇게 팔다리가 꺾인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시킬 수도 없으니 침실에 눕혀야 한다는 말이었다. 잠깐 사고가 정지되어 있던 세 명도 납득할 말이었다.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 했나 싶었다.

 

 다만 문제는, 고블린들이 죄다 150cm쯤 되는 키라면 렌은 인간 상태인 지금 180 가까이 된다는 점이었다. 고블린 세 명은 각각 렌의 머리, 몸통, 다리를 들어 운반했다. 약간은 우스꽝스러웠지만 렌의 몸이 끌리거나 꺾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

 

 침대에 살포시 올려놓은 렌은 꽤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떡하지? 이런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 했는데..."

 

 "곤님을 데려와야 하나."

 

 곤은 렌의 원수이자 친구였다. 아주 오랫동안 알아온 유일한 드래곤.

 

 "하지만 그 분 레어가 어딨는지도 모르잖아."

 

 "...그렇긴 하지."

 

 "그 일단은, 드래곤 하트라도 찾으러 다시 나가볼까."

 

 "거기에 없었잖아."

 

 "아니, 애초에 형이 관리를 잘 했어야지! 거기에 둔 거 맞아?"

 

 "맞다니까? 지금 나 의심하냐?"

 

 "누가 훔쳐 갈 리도 없잖아!"

 

 고블린들의 대화는 이 이상 생산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렌이 깨어있으면 통탄할 일이었다.

 

 ***

 

 아, 이건 뭔가 익숙해. 이야기의 주인공인듯, 관찰자인 듯, 때로는 배경인 듯. 흐리멍텅한 것.

 

 이 곳은 꿈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렌이 본 적 없던, 생소한 감정과 기억들로 가득했다. 게다가 주위는 먹을 뿌려놓은 듯 어두웠다.

 

 대체 여기는 누구의 꿈이지. 궁금해하기도 전, 귀에 익은 목소리들이 짧게 끊겨 들려왔다.

 

 <어쩜 이렇게 못생길 수가->

 

 <박제하려고. 크면 못생겨지고 늙을 거 아니야. 이런 미는 보존하는 게...>

 

 <하자가 있었잖아?>

 

 잠깐, 이거 몹시 익숙한 대사들인데. 게다가 대부분 본인의 목소리였다.

 

 갑자기 눈에 부드러운 촉감과 따뜻한 온기가 닿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시력이 돌아온 듯 시야가 붉어지더니 서서히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점차 눈의 초점이 맞춰진 순간, 어쩐지 안도의 감정이 느껴졌다.

 

 <됐어, 버려버려.>

 

 돌연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말이 끝나고, 연극의 막이 내리듯 모든 풍경이 무너져 내렸다. 환상적인 풍경이었지만 렌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본 렌은 이 것이 쓰러지기 직전 모두 아기 앞에서 주절댄 말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 인간들은 죽기 직전에 주마등이 스쳐지나간다는데. 나는 왜 이딴 게 들리는 거지.

 

 찝찝한 감정을 제쳐두고, 렌은 다시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본인의 기억이라고 하기에는 시점도, 기억도 이상했다. 생각없이 살며 생각없이 말을 내뱉는 렌은 그 생각없는 말과 행동들을 머릿속에 주워담지 않았다. 그냥 흘려보냈지. 아무리 생각해도 저 문장들이 가장 인상깊을 대상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고블린? 아니다, 그들 역시 생각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렌의 말과 행동을 담아둘 정도의 지능은 아니라고 렌이 판단했다.

 

 잠깐, 그러면 이건...아까 인간 새끼의 기억인가? 마법을 쓴 것도 아닌데 남의 기억을 볼 수 있을 리가.

 

 렌은 다소 충격이었다. 방금의 기억들만 모아보면 인신매매범으로 끌려가도 할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못 알아들은 줄 알았는데, 내 경거망동한 행동들을 다 기억하고 있다니. 고민 끝에 하나의 결론이 지어졌다.

 

 역시 박제가 낫겠어.

 

 "주인님, 주인님-!흑,흑!"

 

 이건 확실하게 밖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

 

 왜 눈 앞이 하얗지? 아직도 꿈 속인가.

 

 "흐어어엉! 주인님이 돌아가셨어!!!"

 

 "으흑, 으흑, 맨날 부려먹고 굴려먹고 혼자 다해먹었지만 그래도 우리한테 무언가 해준 게 있을지도 모르는 주인님인데!"

 

 "이러지 말고, 얼른 묻어드리는 게."

 

 기대를 저버리는 법이 없구나, 내 부하들은.

 

 화르륵-

 

 렌은 손수건을 손으로 집은 뒤 그대로 태워버렸다. 고블린 세 명이 얼기라도 한 것처럼 굳었다.

 

 "내 얼굴 위에 손수건 올려놓은 놈 자수해."

 

 "......"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고블린들은 얇고 긴 초록색 손가락으로 서로를 가리켰다. 어찌나 사이가 좋은지 모두 한 명씩만 지목했다. 배려와 존중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삼각형이었다.

 

 얘요, 얘요, 고블린들의 너무나 예상을 빗겨가지 못하는 말에 렌은 한 대씩 콩 꿀밤만 먹이고 끝냈다. 아, 콩 소리가 아니라 쿵 소리였다.

 

 "내가 왜 정신을 잃은 거지..."

 

 "그러게요, 저희도 신기, 아니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금방 깨셔서..."

 

 "너희가 깨운 거냐?"

 

 "으음......"

 

 고블린 셋의 시선이 저절로 모였다. 모두 아기를 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쟤가 뭐."

 

 "저 인간 놈이 렌 님께 소, 손을 대니까 그 때 깨어나셨습니다..."

 

 블린은 기껏 말해놓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렌은 의아했다, 손을 댔는데 깼다고?

 

 아까랑은 다르게 그래도 몸에 힘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침상에서 일어나 아기 쪽으로 다가가자 고블린들이 '히익-!'소리를 냈다. 렌은 아기 곁에 쭈그려 앉았다.

 

 "너 뭐했어?"

 

 "......"

 

 "너 내가 아까 한 말 다 기억하고 있지."

 

 "저기, 주인님..."

 

 "거 새끼한테 말 걸어봤자-"

 

 "아, 좀. 내가 멍청이로 보여?"

 

 고블린들이 약간 한심하다는 듯 렌을 쳐다봤다. 렌은 아랑곳 않고 계속 아기를 쳐다보았다. 마치 아기가 답이라도 해줄 것처럼. 아기 역시 아무 표정도 없이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자 렌이 갑자기 아기를 집어들었다.

 

 "으악! 조심히 좀 드세요!"

 

 꾸욱-

 

 렌이 아기의 볼에 자신의 볼을 대고 눌렀다. 말랑한 살이 찹쌀떡처럼 쭈욱 늘어졌다. 다음엔 품 안에 넣고 힘을 풀고 안아보았다. 조금씩 몸 안에 기운이 흘러들어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소아성애는 범죄-"

 

 "역시, 마력이 회복되고 있어."

 

 "네?"

 

 "뭐라고 했냐?"

 

 "아, 아니요."

 

 렌은 아기를 다시 뉘였다. 내 안에 심장이 없는 건 확실한데. 설마, 그럴 리가 없겠지.

 

 <스캔.>

 

 간단한 시동어를 외치자마자 푸르고 얇은 여러 빛줄기들이 아기를 관통하듯 지나갔다. 삽시간에 빛은 꺼졌고, 렌은 잠시 그 자세로 굳어버렸다.

 

 "망할......"

 

 "주인, 님?"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너무나 뚜렷한 마력의 결정체였다. 렌은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아냐,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어. 고작 몇 시간이었다고. 뭔가 해프닝이 일어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니까?"

 

 처음에는 부정이었다. 쓰읍, 하. 쓰읍, 하. 심호흡을 여러 번 내쉬었지만 속이 풀리지 않았다. 아오, 신경써서 비늘 아파.

 

 "망했어, 망했어...내 용생."

 

 "왜, 왜 그러세요?"

 

 "......"

 

 렌은 아까 고블린들이 그랬듯 그저 눈짓으로 아기를 가리켰다. 당연히 이해하지 못한 고블린이 질문을 던졌다.

 

 "저 인간 새끼가 왜...?"

 

 "내 심장..."

 

 "네?"

 

 "내 심장이 저기에 들어갔어...!"

 

 흑, 흑. 손바닥을 눈에다 감싸고 몇 번 흐느끼는 듯 하던 렌이 속으로 외쳤다.

 

 "젠장, 내 심장 돌려내!"

 

 늘 그렇듯 아기는 답이 없었다. 갑자기 렌은 누가 찬물을 끼얹기라도 한 듯 머리가 싸늘하게 식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정하고 보니 답이 보였다.

 

 어디, 칼이 여기 있던가.

 

 "메스..."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던 고블린들이 화들짝 놀랐다.아주 세밀하고 예리한 칼을 꺼내든 렌에게 블린이 물었다.

 

 "새끼한테 뭐하시려고...?"

 

 "응? 가르려고. 갈라서 꺼내기만 하면 되는 문제잖아?"

 

 렌은 당연스레 말했다. 나도 참, 이걸 이제야 눈치채다니.

 

 "악, 주인님!"

 

 고블린들이 기겁하며 달려갔다. 렌은 아랑곳 않고 아기를 향해 비적비적 걸어갔다.

 

 <슬립->

 

 아기를 향해 수면마법의 시동어를 외친 순간 렌이 생각했다.

 

 아, 지금 나한테 드래곤 하트 없지. 그리고 다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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