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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9. 별의 집결 03
작성일 : 17-07-23 18:13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8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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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자신이 기억대로 되고 있다면 블랙밸런스의 흑마법사들은 그녀를 이용해서 마룡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용인의 강력한 마나와 마족의 빠른 성장력이 결합되어 탄생한 궁극의 생물병기 물론 아이언나이트와 비교했을 때 1:1로 대결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의외성이 있었다.

 마룡들은 겉모습만으로 봐서는 10대의 소년, 소녀로밖에 보이질 않았기에 블랙밸런스의 흑마법사들은 그들에게 간단한 춤과 묘기를 가르쳐서 광대나 무희로 각종연회에 침투시켜서 귀족들을 암습했다.

 특별히 무장하지 않더라도 용과 마족의 피가 섞인 육체 자체가 무기였으며 본능적으로 다루는 어둠의 마법 또한 매우 위협적이었다.

 마족의 피가 섞인 만큼 신성력에 취약한 면도 있었기에 신전의 도움이 있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겠지만 드리모어는 전쟁을 일으키며 자신들의 영토 바로 아래 위치한 신성왕국을 공격했기에 신전의 도움을 얻을 수 없었다.

 결국 지휘체계가 붕괴 되어버린 드리모어제국의 귀족들은 아이언나이트라는 강력한 병기가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어 아케니아제국이 이미 내전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처참하게 패배했다.

 뒤늦게 드리모어의 참사를 보고 각 신전의 성기사와 고위사제가 아케니아를 먹어치운 블랙밸런스를 몰아내려했지만 드리모어 제국을 멸망시키고 아이언나이트까지 얻게 된 흑마법사들을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미래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룡이라는 병기가 그렇게 바로바로 만들어질 리도 없다.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아직 시간은 있다.

 “적어도 5년......아니 성장촉진제까지 고려하면 3년 정도는 괜찮을 거야”

 하지만 그건 마룡이 완성될 때까지의 시간이지 이리스가 실험으로 망가질 때까지의 시간은 아니다.

 “그 확신은 신주로부터 비롯된 것 입니까?”

 “그래”

 신주를 이용한다면 두 명은 확실하게 설득할 수 있다. 드리모어의 아이언나이트에 대비해야 하니까 아케니아제국의 인물을 제외, 그리고 지금 어디서 활동하는 지도 알고 있어야 하고...... 블랙밸런스의 우두머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부 파벌의 수장 중 한명은 있을 테니까 전투에 능한 인물이 필요하다.

 ‘당장 떠오르는 인물은......신룡기사단의 단장 아이샤 그리고......메이트라의 다나 니어블레이드 정도인가?’

 신룡기사단은 중립적이면서도 세계의 평화를 위하는 집단이지만 아이샤는 검은 용인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블랙우드에게 들었다.

 그리고 다나 니어블레이드와 이리스는 주종관계다. 이리스는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관계라고 했지만......미래에서 보았던 마지막 장면으로 볼 때 그녀라면 분명 올 것이다.

 

 나리아 노스가드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그녀가 와주는 게 가장 확실하겠지만......아쉽게도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른다.

 “신주의 주인이라 하심은 신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방법은 쓸 수 없어. 성기사와 신관들을 몰고 다니면 오히려 더 꽁꽁 숨을 거야”

 그렇게 되면 지금 자신이 예지로 보았던 흑마법사의 아지트 위치가 다른 장소로 변할 수도 있다. 다수보다는 소수 정예로 신속하게 처리해야한다.

 “메이트라 쪽은 편지를 보내두고 신룡기사단과 만나야겠어. 그들과 연락할 방법이 있어?”

 “물론입니다. 각 도시에 하나씩 신룡기사단과 연락할 수 있는 수정구가 있습니다.”

 “안내해줘”

 “알겠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에서 태어난 미약한 바람이 폭풍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미 많은 미래를 바꿔왔다. 죽었어야 할 사람을 살렸으며 모르고 있어야 할 진실을 알렸고 분쟁거리를 줄여서 역사를 바꿨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대한 변화를 두려워했다면 주어진 운명에 수긍했어야 하겠지 하지만 그런 후회스러운 미래는 한 번이면 족하다.

 

 노스가드 성 마법공학 연구실

 “이 편지 어떻게 생각해?”

 “거짓말 아니겠습니까? 그녀는......죽지 않았습니까? 그것보다 왕성에서 또 협조공문이 왔는데...”

 현재 메이트라왕국에서 이리스는 반역자를 처단하기 위해서 아스티아로 향하는 배에 탑승했다가 승객들을 구하기위해서 죽은 것으로 되어있다.

 쥬드는 좋은 죽음이라면서 그녀를 우상화하느라 바빴지만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메튜나 알렌은 그녀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직도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전에 말했을 텐데? 난 귀족이 아니야. 왕의 명령을 따를 의무는 없어”

 

 그녀는 딱 잘라서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메튜는 용병시절과 달리 하인들이 끔찍한 고생을 해가면서 용병으로서 가지고 있던 습관을 없애고 어디 가서 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교양과 예절을 갖춰서 북부의 유망주로 한참 뜨고 있었다.

 그래도 눈앞의 여인은 그의 명성 같은 것이 씨알만큼도 먹힐만한 대상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메이트라에 남은 노스가드가문의 유일한 혈통이니까

 나리아가 노스가드성으로 돌아온 건 이리스가 떠나고 나서 두어 달쯤 지나고 난 후다. 그녀는 어린시절 그녀의 현상금을 노리던 상인무리에 의해서 절벽에 떨어진 후에 폭포에 떠내려가던 중 어느 마법사에게 구출되어 그자의 제자가 되었다고 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공작님이 떠나지 않았을까?’

 

 그녀는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지내다가 얼마 전에야 겨우 스승에게 인정받아 노스가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왕실에서는 마야님의 지식을 제공해준다면 앞으로 20년간 세금을...”

 “나는 어머니처럼 이 지식으로 나라를 풍족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어. 언니와의 인연 때문에 이곳에 머무르고 있긴 하지만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생각은 하지마.”

 나리아는 마법공학자로서 마야의 지식을 전부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각지의 귀족들과 왕실에서는 어떻게든 그녀에게 가르침을 구하려했다.

 분명 전쟁으로 이 나라를 피폐하게 만든 건 그 마법공학에 대한 지식이지만 그만큼이나 이 나라를 부유하고 살기 좋게 만든 것도 그 마법공학이다. 특히 마야가 원래 연구하던 것들은 얼어붙은 땅을 갈아엎어서 농지를 넓히거나 활자를 이용해서 책을 만들어내는 등 현 상황에서 유용한 기술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 이리스만큼이나 그녀가 왕실 혹은 이 국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특히 그녀는 이리스와 달리 성인식에 참가한 적도 없기 때문에 아는 귀족도 전혀 없었고 그들과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조차 없었다.

 “그 지식으로 이 땅의 백성들을 보살피는 게 마야님의 소망이었을 것이라고...”

 “어머니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나리아는 마법공학의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마야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녀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라는 생각을 하기엔 그녀의 감정은 상당히 메말라 있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법 귀족다운 소리는 할 줄 알게 되었네. 처음에는 무슨 용병길드를 잘못 찾아온 줄 알았으니까”

 그랬기에 얼마 전에 도착한 이리스가 살아있다는 편지는 그녀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슬슬 떠날 때가 되었나......”

 

 쾅

 거칠게 방문이 열리고 다나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리아님! 이리스님과 관련된 편지가 왔다면서요.”

 “연구실에서는 큰소리 떠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것보다 편지 빨리!”

 다나는 원반을 던져주기를 기다리는 개처럼 나리아에게 달라붙어왔다. 나리아는 손으로 다나의 이마를 잡고 밀어내려 했지만 체격과 힘에서 밀렸기에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진정해 다나”

 “편지 빨리 편지!”

 나름 품위라는 게 생긴 메튜와 달리 다나는 이리스가 떠난 이후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풀어졌다. 정확히는 이제 이리스가 없어서 더 이상 격식에 얽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이리라

 다나는 나리아의 어께에 머리를 걸친 체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무거워”

 “......수상한 편지네 ‘자세한 건 와보면 안다’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리스님의 이야기는 거짓말이고 날 이용해서 블랙밸런스라는 흑마법사들을 잡을 생각인 것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도 이상한 게 산맥하나를 사이에 두고 멀리 있는 널 부를 이유가 없지 않아?”

 “사신무는 흑마법사를 처리하는데 상당히 특화되어 있잖아요? 그리고 강한 걸로 치면 나리아님도 상당한데 굳이 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것도 이상하고요.”

 “나는 아직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니까”

 다소 사무적이었던 메튜와의 대화와 달리 다나와 나리아는 제법 친근했다. 같은 여자라는 것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그들이 가진 이리스의 빈자리를 서로 채워주고 있었다.

 

 나리아는 어린 시절의 이리스와 같은 활기찬 모습을 그녀에게서 원했고

 다나는 끝까지 지키지 못했던 충성과 숭배의 대상으로서 그녀를 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떠날 거야.”

 “떠날 거야.”

 두 사람은 동시에 대답했다. 그들에게 이 나라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이리스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약간이라도 존재한다면 그녀를 찾으러 가야 한다. 설령 거짓편지를 보낸 것이라 해도 이리스의 이름이 나왔으니 그녀에 대해서 어떤 정보라도 더 있긴 할 것이다.

 그것조차 없다면 그 때가서 대가를 치르게 해도 늦지 않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공작님이 살아계신 것이 사실이라면 가야겠지만......”

 다나와 달리 메튜는 망설이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없지만 아마 알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너는 필요 없어. 재수 없는 흑마법사 친구랑 이 나라에 남아서 부질없는 허상에 매달리고 있는 백성들을 돌봐야 하잖아”

 “부질없는 허상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노스가드는...”

 “필요할 때만 찾는 신 같은 것이잖아?”

 “......”

 

 나리아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에 메튜는 그녀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모래를 다져서 만든 것 같은, 조금만 힘을 주면 모래가 되어 부스러지는 벽, 당장이라도 검을 휘둘러 부수면 부셔질 것 같은 벽이지만 ‘그녀’는 검 따위 다루는 법을 모르는 가녀린 존재다.

 방안에 놓인 전신거울을 바라보았다. 지혜로운 까마귀의 깃을 닮은,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 흑요석을 깎아서 만든 것 같은 검은 눈동자, 햇빛을 거의 받지 않아 새끼양의 털처럼 하얀 피부, 석류조각과 홍옥으로 만든 것 같은 붉은 입술......아름답고......아름답지만 연약해서 이 별것 아닌 우리조차 벗어나질 못하는 허약하고 쓰잘떼기 없는 육체

 할 줄 아는 것 이라고는 매일매일 반복하는 신에게로의 기도와 춤 하지만 그것을 원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주어진 길대로, 어른이 정해준대로, 관습대로 그저 존재하고 살아갈 뿐인 무의미한 인생

 매년 단 하루, 제를 올리는 순간을 위해 매일매일 춤을 연습하고 기도문의 구절을 외우고......그녀는 이 우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날개를 원했다.

 답답한 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결국 최후에 최후에는 결국 그 운명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리스는 이게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이 꿈을 계속 반복하는 지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또 이 꿈인가?”

 정체모를 악몽, 답답함 악몽을 꾸고 난 다음날은 기분이 한 층 더 나쁘다.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 같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추한 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하지만 아무의미 없겠지 여기서는 그녀를 그런 눈으로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밤과 낮의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는 어두컴컴한 지하 속에서 시간감각조차 점차 마비되고 있었다.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흑마법사들은 그녀의 옆에 마족의 피를 채워둔 커다란 유리관을 두고 그것과 이어진 두개의 튜브를 그녀의 혈관에 연결했다. 두 개의 튜브는 유리관과 이리스를 오가면서 마족과 용인의 피를 점점 섞고 있었다.

 

 실험 초기에 마족의 피는 그녀의 혈액과 격렬하게 반응하며 극심한 고통을 주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불쾌한 이물감과 이따금씩 가려움을 느끼게 만들 뿐이었다. 하지만 외형적으로는 더 크게 변하고 있었다.

 혈액이 검게 물들면서 피부도 검게 변했고 수상쩍은 종양덩어리가 누런 점액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등에서는 비늘조각이 자라나고 머리에서도 조금씩 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가장 극심한 변화를 보여준 것은 웨어울프의 팔이다.

 사용한 마족의 피가 그 팔과 잘 맞지 않았는지 왼팔은 마족의 피가 투여될 때마다 부풀어 올라서 그녀의 몸보다 더 커졌다. 비늘조각과 털이 뒤섞여서 자라나지만 살점이 증식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살점 안으로 파고들어 그녀에게 통증을 주었고 신경에 문제가 생겼는지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사정일 뿐 흑마법사들은 무관심하게 그녀의 혈액을 채취해서 오르반에게 전달했다. 소믈리에처럼 그것을 차분하게 흔들어보던 오르반은 곧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혈전도 없고 마나의 거부반응도 거의 사라졌어. 슬슬 성과가 조금 보이는 군. 이정도면 마족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봐야겠지”

 세포의 극적인 변이 때문에 이리스는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런 그녀의 몸에도 안정화된 돌연변이 세포는 하나 둘 씩 늘어가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마족화가 진행된 용인의 세포, 마룡의 세포가

 “그럼 이제 배양을 시작하실 겁니까?”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니 시험작품을 만들어 봐야겠지”

 그가 뇌옥을 벗어나 실험실로 향하자 대부분의 흑마법사들이 떠나고 이리스와 그녀를 감시할 제이콥만 남았다.

 

 이곳에 오고 나서 그녀 앞에 모습을 한 번도 드러내지 않은 카를이나 카밀라와 달리 그는 자청해서 그녀의 감시를 맡았다.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절망해서 포기하기를 기다리는 것이겠지 확실히 이제 탈출이나 누군가 구하러 와줄 것이라는 희망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제이콥은 문 쪽을 슬쩍 보더니 그녀에게 연결된 튜브를 뽑아냈다. 마족의 피가 혈관에서 줄어들자 혈관의 이물감이 줄어들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왼팔의 기포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쉴 수 있을 때 쉬어 두십시오.”

 “구질구질하네.”

 조금이나마 편해지긴 했지만 기만에 불과하다. 애초에 저렇게 후회할거면 그녀에 대한 것을 모른 체 했으면 될 텐데

 “저든 카를이든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했습니다.”

 “이런 꼴로 만들어놓고 고민 상담이라도 해달라는 거야?”

 “저희의 미래, 흑마법사나 암흑기사의 미래에 대해서입니다. 복수를 위해, 존재를 세상에 인정받기 위해 블랙밸런스에 가담했지만 이 목표가 이루어진 후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제이콥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하려는 것은 역사의 반복일 뿐이야 칼로 빼앗은 건 다시 칼로 빼앗길 뿐이야”

 역사가 그러했다. 배우자를 잃은 검은 용이 폭주해서 발생한 ‘가장 어두운 3일 밤’이 지나고 나서 인간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세워졌던 로뎀제국도 용인을 위해 인간들을 탄압하면서 용인들에 대한 증오에 불타는 대마법사 로저스를 탄생시켰고

 그 이후 세워진 셀도란 제국과 중간계와 다른 세계의 연결을 차단하는 대결계는 결계의 설치에 반대해서, 끝의 산맥 너머로 유배되었던 켈라인과 에시디아의 신도들이 돌아오면서 파괴되었다.

 이리스의 삶도 그러했다. 마야의 연구성과를 탐낸 이들이 노스가드를 모함하고 몰살시키려 했지만 이리스는 살아남아서 그들 전부에게 복수를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결국 복수가 끝나고 난 이후에 그 땅을 도망치듯 떠나왔지 않은가?

 아마 블랙밸런스의 계획이 성공하고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더라도 언젠간은 타인을 희생시켜 얻은 영생과 마족의 계약 때문에 흑마법사에게 반대하는 무리들이 나타나서 그들의 체계를 갈아엎을 것이다.

 변화 없이 굳어진 권력과 힘으로 쟁취한 권력은 모두 손쉽게 무너져 내린다. 아니 애초에 영원한 권력 따위는 없는 것이겠지만

 “나중에 똑같이 당할 것을 알더라도 여기까지 왔으면서 복수를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마족과 계약했다는 낙인 때문에 다른 길을 선택 수 있는 기회조차 없지요.”

 “......”

 마족과의 계약을 맺을 때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은 대부분 타인의 생명과 자신의 영혼을 담보로 잡는다. 때문에 타인에게 배척받고 죽고 나서도 마족에게 영혼이 귀속된다. 계약한 마족이 죽을 때까지 안식을 얻을 일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리스는 이미 손가락 하나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신세다.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한테 물어봐도 아무 소용없는 이야기야 그리고 연구가 끝나더라도......풀어주지 않을 거잖아?”

 “......”

 그녀를 경계하는 이는 없었기 때문에 흐릿한 의식 속에서도 들은 이야기는 제법 되었다. 마룡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면 그녀는 영생의 신도들에게 보내질 것이다. 그들은 영원한 삶을 연구하기 위해서 그녀를 절대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꼴로는 돌아갈 수도 없어”

 “......”

 

 아직은 작지만 머리에 돋아난 뿔과 등가죽을 덮어가는 뱀을 연상케 하는 검은 비늘, 불쾌한 악취를 풍기는 종양덩어리들, 말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는 왼팔까지 이런 괴물 같은 몰골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쉬고 싶어 저기 있는 약이나 투입해줘”

 “......”

 제이콥은 책상 위에 놓여있던 보랏빛 약물을 이리스에게 투입했다. 환각작용이 있는 마약에 수면제를 섞은 것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잠들었다.

 

 ‘곧 부화의 시간이네.’

 ‘시기를 놓치면 영영 깨어나지 못하겠지만’

 “음? 방금 무슨 소리가?”

 제이콥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작은 소음의 원인을 찾고 있을 때 마법등에 비친 이리스의 그림자는 뱀의 혓바닥처럼 둘로 갈라져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그에게 들리지 않았다.

 “기분 탓인가......”

 제이콥은 작은 메달을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이리스가 가지고 있던 마법협회의 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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