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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12.조건
작성일 : 17-07-23 18:15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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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 사람은 아직 오픈하지 않은 커피매장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종이”

 

  은아의 말에 동재가 a4용지를 내밀었다.

 

  “펜”

 

  동재는 안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었다.

 

  “그럼 이제 내가 부르는 대로 받아 적어. 고용조건. 나. 한 대표 이하 갑은 김민재 이하 을에게 갑과의 영광스런 동행을 허하는 조건으로 다음 내용을 선포한다.”

 

  민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첫째. 갑에게 을은 항상 90도로 인사를 하며 호칭은 사장님으로 통일한다. 특히 아. 줌. 마. 라고 부르지 않는다.”

 

  “뭐 그 정도야... 근데 엄청 예민하시다. 진짜 애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민재가 깐족거리며 시비를 걸었지만 은아는 그런 민재를 데면데면하게 넘겼다.

 

  “둘째. 갑은 을이 인어공주 작품을 완성할 때 까지는 고용을 완전히 보장하나 을이 갑을 배신하는 일체의 행위가 있을 경우 고용을 언제든 파기할 수 있다.”

 

  “뭐야? 그걸 어떻게...”

 

  민재는 동재를 노려보았고 동재는 고개를 돌려 그런 민재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아는 계속해서 조항을 읊었다.

 

  “셋째. 갑은 을이 마음에 안 들 때는 언제든지 시급을 100원씩 삭감할 수 있다.”

 

  “뭐라고요? 지금 나랑 장난쳐요?”

 

  “그래 이건 너무 했어”

 

  잠자코 받아 적던 동재도 손을 멈추고 은아를 나무랐다.

 

  “을은 갑이 아니꼬우면 언제든지 관둬도 된다는 조항도 넣어줄까?”

 

  은아가 해맑게 웃으며 얘기했지만 말에 뼈가 있었다.

 

  “그래요. 어디까지 하나 들어나 볼게요. 다음”

 

  민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팔을 내 저었다.

 

  “넷째. 갑은 기본일과 이외에도 을이 시키는 모든 일을 토 달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한다. 이상”

 

  “이 아줌마 진짜 안 되겠네. 보자보자 하니까 완전 미친 거 아냐? 그냥 무보수로 노예 하나 쓰겠다는 거잖아! 이딴 계약 듣자고 내가 아르바이트 때려 치고 내려온 줄 알아? 어리단 이유로 그 커피점 에서도 최저 시급도 못 받고 일했지만 이정도로 불합리적이지는 않았어! 그리고 근로계약서 써본 적은 있어요? 완전 법. 알. 못을 넘어서 그냥 법 없이 사는 사람이잖아! 당신. 내가 노동청에 고발할거야”

 

  민재는 은아의 조건에 크게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런 민재를 바라보며 은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단, 위와 같은 조건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갑은 을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공한다.”

 

  은아는 급히 말을 덧붙였고 돌아서던 민재를 다시 테이블에 덧붙이는 데 성공했다.

 

  “첫째. 을의 급여는 하루 24시간 자는 시간을 포함하여 그 연도의 최저시급으로 계산한다.”

 

  민재의 동공이 커졌다.

 

  “둘째. 을이 일하는 동안 갑은 을의 학업 및 집필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민재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셋째. 언제든 을은 사정이 생기거나 혹은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을 결심했을 시 갑에게 통보 후 사직하여도 좋다. 이상”

 

  민재는 손으로도 더 이상 입을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아예 등을 지고 돌아섰다.

 

  “어때 꼬맹아. 할 거야 말 거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거만하게 은아는 민재를 쳐다보았다.

 

  “잠깐만요. 모든 조건이 극과 극으로 말도 안 되는데... 이걸 어떻게 믿죠? 이건 근로계약서 양식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잖아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애초에 우린 초면이잖아요.”

 

  민재는 흥분해서 따져들었다.

 

  “뭐가 문제란 거야. 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네가 계약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게 아니라 이건 누가 봐도 사기임에 틀림없잖아요. 나는 나이도 어린데... 잠자는 시간에도 급여를 챙겨주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요!”

 

  민재의 의구심에 은아는 가볍게 피식 웃어버렸다.

 

  “야 내 신분 보증할 수 있지?!”

 

  “당연하지”

 

  “너희 형이 그렇다니까 신분 확실한가보고 이건 단순히 내 돈을 너에게 꼬라박는 게 아니야. 네 노동을 내가 사는 거지. 너의 가치가 내게 그 정도는 되는 모양이지. 그렇다고 너무 안심하지는 말고. 언제든지 네 값어치가 떨어지면 그 만큼만 받게 될 거야. 난 그저 루비를 찾아서 원석에다가 투자하고 있을 뿐이야”

 

  민재는 살며시 동재의 곁으로 다가가 귀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저 사람 믿어도 되는 거야? 말발이 너무 좋은데... 사기꾼 아냐?”

 

  동재는 민재의 의심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은아를 한번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을이 갑에게 홀라당 넘어간 것 같은데”

 

  그 말에 은아는 싱긋 웃었고 민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팔을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 정도 조건이면 나쁘지 않다는 거지 아직 하겠다고 안 했어요. 시간을 주세요. 저도 아직 고민해봐야 하니까”

 

  은아의 눈에는 민재의 대답이 말하지 않아도 훤히 들어나 보였지만 굳이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럼 나중에 이 내용으로 양식에 맞춰서 문서화한 다음 나한테 줘. 서명은 그때 가서 하는 걸로”

 

  “알겠어. 근데...”

 

  “왜 또 뭐?! 이제 된 거 아냐? 약속은 다 지켰잖아. 여기서 오케이 하고 말고는 쟤한테 달린 거지. 여기서 부터는 나한테 말하지 말고 저기 가서 얘기하는 게 더 빠를걸.”

 

  “아니 그건 충분해. 그게 아니라 너 머리...”

 

  “머리? 아! 이거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손질했어. 영감탱이 어찌나 막 잘라 놨던지.”

 

  “그것보다 너 머리색이...”

 

  “아아 그냥 무난하게 검은색으로 덮었어. 이제 밖에 돌아다녀도 티 나지는 않지?”

 

  “너 검은 머리하니까... 미안한데 너 정말 다연이 같아”

 

  “다들 왜이래?! 나랑 농담하는 거지. 그러지 마라. 재미 하나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은아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은아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사람에게 그 말을 직접 들으니 마음이 먹먹해왔다.

 

  이윽고 은아의 큰 눈망울마저 흔들리기 시작했고 끝내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불순물을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세상에 지금 형이 여자를 울린 거야? 그것도 말발로?”

 

  놀라서 다가오려는 민재를 동재는 막아섰다.

 

  “밖에서 기다려. 여기서 부터는 회사 얘기니까. 꼬마는 어른들 일에서 빠져”

 

  동재가 단호하게 말하자 민재는 뾰로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동재는 은아에게 다가가 등을 문지르며 말했다.

 

  “은아야. 어제는 그럴 경황이 없어서 말 못했지만... 너 겉모습만 보면 완전...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닐 걸... 물론 가까이서 보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지만 굳이 가십거리를 만들 필요도 없잖아. 휴가 잘 보내고 싶다며. 넌 알아서 잘할 거라 생각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그렇지?”

 

  동재는 은아의 마음을 세심하게 신경써가며 최대한 온화하게 타일렀다.

 

  “시끄러. 일개 매니저가 뭘 안다고 대표한테 훈계야”

 

  은아가 눈물을 닦으며 일어섰다.

 

  ‘이럴 땐 참 여린데...’

 

  동재는 속으로 생각하며 은아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기분 나쁘게 봐. 눈깔아”

 

  동재는 은아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은아의 기분이 조금은 풀린 듯싶어 안도했다.

 

  동재는 은아가 완전히 돌아올 수 있도록 쐬기를 박기위해 농담을 던졌다.

 

  “야 네 머리 때문에 복귀하면 대표님한테 한소리 듣겠다. 회사가 데뷔할 때부터 관리해준 머리였는데 이렇게 짧아져서... 그것 때문에 나 잘리면 어떡해!”

 

  “칫. 알게 뭐야! 네가 잘리든 말든. 차라리 잘려서 영원히 내 눈 앞에 안 나타나면 소원이 없겠다. 킥킥”

 

  은아는 생기를 되찾은 듯 실소를 터트렸다.

 

  “야! 너 웃었어? 우리가 정이 있지 그게 뭐냐”

 

  “아 됐어. 기분도 꿀꿀한데 다시 쇼핑갈 거야.”

 

  “넌 대체 내말을 어디로 들은 거니? 됐다. 말을 말자. 대신에 괜한 의심 안 사게 화장도 금지. 트레이닝복도 금지. 오로지 모자만 쓰고 갔다 와. 그리고 사람 많다 싶으면 그냥 와. 괜히 분란 일으키지 말고. 그게 한은아든 정다연이든”

 

  “알까보냐 그리고 소란 좀 나면 어때 오빠가 다 막아줄 거잖아. 그러라고 고용한 건데. 명심해 내가 죽으면 우리 모두가 죽어”

 

  “너는 너 불리할 때만 오빠냐? 그리고 나 지금 올라가 봐야해. 좀 전에 병원에서 전화 왔었거든.”

 

  “괜찮아. 쟤 데려가면 되니까. 쟤는 안 올라가도 되지?”

 

  “응. 나 혼자 가보면 돼. 염치없지만 내 동생 잘 좀 부탁할게. 무슨 일 있으면 민재한테 전화할게. 사고치지 말고”

 

  동재는 그대로 뒤돌아서 내려왔다.

 

  동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재에게 다가갔다.

 

  “네 사장. 네가 상대하기 벅찰 거다. 다분히 또라이 기질도 있고... 꼭 이거 차고 다녀.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줄 거야. 그리고 깐족대지 말고... 무슨 일 생기면 무조건 전화해. 그게 너든 쟤든. 그럼 간다.”

 

  동재는 그길로 차에 시동 걸고는 바삐 가버렸다.

 

  “야 꼬맹아. 넌 나 좀 따라와”

 

  은아는 동재가 가버리자 마자 민재를 부려먹었다.

 

  “아직 한다고 안했거든요.”

 

  민재는 투덕대면서 은아의 뒤를 따라갔다.

 

  십자 목걸이를 손에 꼭 쥐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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