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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술사
작가 : 크라피아
작품등록일 : 2017.7.23

떨고 있는 대주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공작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소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소녀는 생에 처음 마차의 진동을 느끼며 이젠 시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는 눈동자의 불길은 서서히 잦아들며 마을의 풍경에서 점차 공작에게 이동했고 소녀는 마침내 공작의 눈을 마주했다.
“이름을 하나만 지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었다. 베아트리체.”

 
4화. 또 한명의 마술사의 제자 <10>
작성일 : 17-07-23 15:04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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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잃었고, 그럼에도 덧없이 그 궤적을 쫓았다. 이제 곧 사리질 궤적을…

 

 “무슨 소리입니까!”

 “글쎄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하잖는가. 아무리 힘을 쓴다 한들 타국의 죄수를 함부로 꺼내오는 것은 가능치 않다네.”

 포리엔트는 절규했다. 흘려버린 눈물이 전부 말라버려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눈물샘을 부여잡고 분노하며 눈물이 나오지 않는 오열을 지속했다.

 “뭘 바라시는 겁니까. 돈을 드리겠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충실한 개과 되겠습니다. 더러운 일, 할 수 없는 일 모두를 이뤄드리겠다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작 이 작은 청을 들어주시지 못한단 말입니까!”

 “그녀를 바라는게 결코 작은 청은 아닐 텐데.”

 로마, 현재 모든 대륙의 패권을 집어삼킨 나라의 황제인 라크시온 3세는 재차 고개를 저어보였다. 눈앞의 마술사가 모든 것을 바치겠다 말하고 있지만 그 청을 들어줄 수 없었기에.

 “이야기는 들었다네 후스에게 부탁하여 탈옥을 도와 달라 말했다고 하더군. 자네는 모르겠지만 현재 나에게 후스는 무엇보다 고결하고 무결한 존재라네. 그 후스가 거절한 부탁을 내가 행할 순 없지 않겠는가?”

 포리엔트의 분노의 화살이 후스에게 돌려졌다. 차오르는 분노를 받은 후스는 애써 시선을 돌리고 침묵을 유지하며 한 점의 감정조차 존재치 않는 표정을 지으며 신음조차 내뱉지 않았다.

 “이미 끝난 전쟁이고 단순한 노리개로 밖엔 사용되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한순간에 불과한 놀이로 사용될 그녀를 구하겠다는 것이 그토록 큰 청이란 말입니까!”

 후스를 믿었다. 황제에게 힘을 구하면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는 말을 의심치 않았고 기꺼이 그에게 자신을 바쳤다.

 그럼에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으며 아직도 면회는 허락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잘못된 것은 또 무엇인가. 그저 총명하고 귀여운 아이를 저토록 처참하게 비탄에 빠뜨리는 이 상황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증오스러웠다. 샤를의 목을 베어내어 자네트의 손을 붙잡고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영혼까지 팔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전 혼자라도 하겠습니다. 반역자가 되어 쫓긴다고 한들 그녀의 손을 잡아 곁에 두겠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그저 잔인한 그는 눈을 번뜩이며 그녀를 앗아가겠지. 이제 남은 것은 자신뿐이다. 그녀가 버렸다고 한들 아직 자신은 그녀를 버리지 않았기에.

 그러나 그림자의 어둠이 뻗어지기 시작한다. 저항하려 손을 휘둘러보지만 역력한 힘의 차이가 그조차 짓누르기 시작한다.

 “후스 네놈!!!”

 그림자가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힘에 억눌린 포리엔트의 곁에서 지금껏 쌓아온 열망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지식은 남아있지 않았으며 손은 힘을 잃었고 숨이 막혀 정신을 잃을 듯한 그 아득한 시간이 종료를 알렸을 때 더 이상 그에게 마술이란 기적은 존재치 않았다.

 “자네에게 마술을 빼앗겠네.”

 황제의 짧은 말이 이어졌고 후스는 냉혹한 얼굴로 포리엔트로부터 등을 돌려 세웠다. 강한 소망으로 그의 등을 찢어발기려 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마술은 기적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이곳에서 신음하는 사내는 더 이상 마술사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남자일 뿐이었다.

 “대체 어째서! 너도 알잖아! 나에게 전부란 말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게 그녀란 말이다!”

 “…포리엔트. 지금의 너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어. 제자를 품어 행복에 빠진 모습이 사라지고 남아있는 것은 바보 같은 후회뿐이지. 그리고 그 결정조차 번복하려 한다면 더 이상 넌 마술사가 아니다. 그저 힘을 가진 어린 아이에 불과하지.”

 포리엔트는 내달렸다. 그저 내달려 힘을 모아 후스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어찌, 대체 어떤 이유로 저토록 단호하게 말한단 말인가. 마술사의 열망과 그 열망을 녹여낸 제자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도.

 후스는 주먹에 맞아 붉어진 얼굴을 돌려 보이며 포리엔트에게 입을 열었다.

 “앞으로 일주일 후 공개재판이 열릴 거다. 마술사가 아닌 자네가 돌릴 수 있다면 돌려보게나.”

 

 ***

 

 포리엔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쏟아 부었다. 감옥에 먹일 탐스러운 금화를 뿌려대었고 간수 조차 황금에 눈이 먼 나머지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 버렸다.

 황금에 간수를 파묻은 포리엔트는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목적과 희망을. 예전 같은 귀여운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몸 전체에 가득한 멍과 상처는 도저히 여자로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마음이 조금의 희망이 그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자네트!”

 소리를 내질렀다. 무엇도 가로막지 않는 감옥, 울려퍼진 목소리는 메아리치기 시작한다. 힘이 실린 목소리에 잠을 자던 죄수들도 어느새 포리엔트를 향하여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자네트와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유리를 펼쳐 바른 눈동자는 빛을 뿜고 있었고 그녀 안에 존재하는 지식과 현인의 귀감은 아직도 존재했다. 손을 뻗어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오히려 자네트는 안타까운 미소조차 흘리지 않은 채 그저 고개를 저어 보였다. 포리엔트는 다시 한차례 소리를 내질렀다.

 가로막힌 철창 안 신음하는 그녀의 상처를 쓰다듬어 품고 싶었다.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만족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아름답지 않더라도, 여자가 아니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감정이 포리엔트의 심장을 두드린다.

 그러나 다시 마주치지 않는 눈동자는 서로 당한곳을 향했다. 바라는 것이 다르더라도, 마음만 전해진다면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마술사가 아니더라도 닿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자네트는 그저 포리엔트를 밀어내었다.

 익숙한 감정. 황야에 발가벗겨져 내던져 진 그 감정이 다시 한차례 몸을 엄습하기 시작했다. 실망과 고통을 넘어 가장 무서운 것은 이 감정이 익숙하다는 사실. 이제 실망조차 하지 않았다. 소리를 내지를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무릎조차 꿇리지 않았다.

 세상이 자신을 내치고 그녀마저 자신을 내쳐버렸다. 남아있는 감정은 존재치 않았고 내뱉을 말도 숨도 남지 않았다. 시야가 아득해졌고 머릿속이 비어버리기 시작했다. 헐떡이는 숨이 정신을 빼앗아 끝끝내 포리엔트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다 죽어가는 마술사라도 신념만은 남아있군.”

  쓰러진 포리엔트의 뒤로 마술사들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쓰러진 포리엔트를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제자를 키우는 녀석들은 이해가 가질 않아. 고작 아이를 키우는데 왜 모든 것을 버리는 건지.”

 “그건 포리엔트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지금 까지 굳게 입을 다물던 잔의 육성에 마술사들은 포리엔트를 부축하려던 손을 놓고 잔과 눈을 마주했다.

 “포리엔트라면 이렇게 말했겠죠. 제자를 키우지 않는 녀석들은 이해가 가질 않아. 고작 꿈을 키우는데 왜 모든 것을 쏟아 붇는 것인지. 라고요.”

 그 직후의 행동은 아주 조금의 찰나였다. 형성된 나무의 채찍이 잔의 뺨을 후려쳤고 그녀의 입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빛을 띄운 눈동자는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제각기 그녀에게 단죄를 내렸으나 반쯤 죽어가고 더 이상 숨조차 내 쉴 수 없는 상황이 돼서도 그녀는 불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직 어린놈이 뭘 안다고.”

 “나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받은 것, 경험한 것,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당신들은 무엇 하나도 저에게 이기지 못하겠죠. 그렇게 덧없이 꿈을 쫓길 바랍니다.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에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요”

 그 말을 끝으로 잔은 침을 뱉어보였다. 많은 피가 섞여있어 붉은빛이 감돌았고 그 위압적인 광경에 모든 마술사들은 그저 침묵한 채 쓰러져 버린 포리엔트를 어깨에 들쳐 업고 도망치듯 감옥을 떠나갔다.

 잔은 멀어지는 포리엔트를 바라보았다. 생기를 잃고 열망을 잃은 그를 보며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저 모습이 되어서 까지도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었다.

 감사의 말로는 부족했다. 갚을 것이 너무도 많았다. 그저 하루, 아니 한 시간만이라도 그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때는 어려서 알지 못했다. 주는 것의 기쁨과 가르침의 고마움을 알지 못했다. 어째서 고마움을 전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왜 사랑의 말을 전하지 않았는가.

 여전히 몇몇의 마술사는 눈을 번뜩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마술사의 규율이라는 명목으로 목을 졸라오고 있다. 고통은 이미 잊어버렸고 남아있는 감정조차 소멸한 지 오래, 그러나 적어도 스승인 포리엔트에게 다시 한차례의 고통을 안겨주기는 싫었다.

 배척받아 그 명예조차 잃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존경받고 남겨져 살아갈 사람이다. 떠나간 자신은 매정하며 자신을 추억할 그가 참혹할 정도로 외로워 보였다.

 그러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단 한순간. 말로 전해지지 않더라도 눈빛으로 마주할 감정과 전해질 사죄를 전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날, 광장에서 치욕을 당할 그날을 위해 잔은. 고통과 비참함을 참아내며 그저 시간을 기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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