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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에피소드 Ⅱ} 시간사용 매뉴얼 ... 3
작성일 : 17-07-23 15:03     조회 : 327     추천 : 2     분량 : 6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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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와.”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20분 19초. 최고 기록 경신이다.

 오늘의 마지막 연습이었다. 요즘 읽고 있던 소설책을 잡고 있었는데 거의 끝 부분이라 잘하면 10분 남짓 동안 다 읽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어느새 빠져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엉겁결에 스톱워치를 쳐다보았다. [20:19:21]

 멈춰 있던 시간은 그 순간 흐르기 시작했다.

 냉큼 핸드폰을 집었다.

 ― 현해진입니다. 오늘 기록 20분 19초입니다. 곧 퇴근하겠습니다.

 메시지를 전송하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눈을 올리자마자 항상 잠겨있던 안쪽 문이 벌컥 열렸다. 깜짝 놀라 일어섰다.

 “이십 분?”

 “아, 네.”

 잠시 침묵하던 라이언이 빙글 웃었다.

 “잠깐 들어와 봐요.”

 라이언은 문을 열어둔 채 안으로 사라졌다.

 밀실 같은 방은 집무실이 아니었다. 침대와 소파, 원형 식탁, 책상, 장식장.

 놓인 가구나 인테리어 분위기가 고급 호텔의 객실 같았다. 라이언이 거주하는 곳으로 짐작되었다.

 라이언을 따라 소파에 마주 앉았다.

 “한 달 넘었죠?”

 “아, 네. 오늘이 삼십팔 일째입니다.”

 라이언이 피식 웃었다.

 “그런 거 세고 있는 건 둘이 똑같네.”

 “예?”

 “그럼 두 달.”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고개를 얕게 끄덕이던 라이언이 말을 이었다.

 “일어나 봐요.”

 “예? 아.”

 나는 엉거주춤 일어섰다. 라이언은 전신을 훑어보더니 손가락을 세워 허공에 돌리며 말했다.

 “돌아봐요.”

 기분이 슬쩍 상했지만 잠자코 뒤로 돌았다.

 “됐어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앉았다. 라이언은 상한 내 기분은 모르는지 덤덤한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슨 일이신지….”

 허공에 머물던 라이언의 시선이 돌아왔다.

 “그건 그렇고. 조갑선 어쩔까요?”

 “예?”

 “현해진 씨도 의견이 있을 텐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쩔까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 번, 죽인다.”

 무미건조한 말투였다. 이유 모호하게 손이 떨렸다. 두 손을 맞쥐며 라이언의 무덤덤한 표정을 살폈다.

 “이 번, 평생 감옥에 두고 먹여 살린다.”

 먹여 살린다. 그러고 싶지 않다는 걸까. 전영인을 죽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나는, 그를 죽이고 싶을까.

 “삼 번, 원하는 쪽으로 넘긴다.”

 “에?”

 라이언은 잠깐 웃는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

 “조갑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자고요.”

 나는 마주 보던 시선을 슬며시 치웠다.

 라이언이 전영인에 대해 말할 때면 똑바로 보기가 어렵다. 미소를 물고 있음에도 눈동자의 광채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괜히 시선을 피하게 된다.

 “세 가지 중에 의견 없어요?”

 라이언이 재차 물었다. 답을 찾지 못한 입이 말랐다.

 내 의견은 무엇인지, 그가 어찌 되길 바라는지 내 감정도 파악이 안 되었지만, 라이언의 태도가 나를 더 긴장하게 했다.

 감정을 알 수 없는 무덤덤한 표정. 차분하고도 냉정한 눈빛. 아니, 서슬이 선 푸른 눈빛.

 살기라는 게 저런 걸까. 수호와 함께 있는 기웅이 아니다. 무섭다.

 “의견 한 번 생각해 봐요. 한 일주일 시간 있으니까.”

 라이언이 먼저 일어섰다. 훈련실에서 들어왔던 문이 아닌 다른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말을 더했다.

 “셋 중에 맘에 드는 의견 골라서 메시지 줘요. 참고할게요.”

 나는 뒤늦게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네.”

 라이언이 방 밖으로 사라지고 나서 나는 훈련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문 앞 책상을 무심코 돌아보던 중에 걸음이 멈춰졌다.

 모니터 귀퉁이에 익숙한 얼굴이 붙어있었다. 전영인의 핸드폰으로 찍혔던 사진에서 오려진 수호의 얼굴이었다.

 어쩐지 멍해졌다.

 잠깐 서 있다가 서둘러 방을 빠져나왔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훔쳐본 기분이었다.

 

 

 “어디 아픈 거 아니고?”

 수호가 침대로 올라오며 또 물었다.

 “아닌데. 진짜로.”

 대답하며 웃어 보였다. 오늘 최고 기록 경신도 했는데, 수호에게 자랑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종일 조금 멍했다. 라이언의 모니터에 붙어있던 사진이 계속 떠올랐다.

 그럴 수도 있다. 아니, 그럴 수도 있을까. 아끼는 동료나 동생의 사진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걸까.

 전영인이 떠올랐다. 만날 때마다 내 사진을 찍어 갔다.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몰랐을 때 전영인의 그런 태도를 내가 어떻게 느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이 없다는 건 특별한 감흥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라이언도, 아니, 기웅도 별생각 없이 그러는 것뿐일까.

 수호는, 수호는 내가 남자임에도 좋은 걸까, 남자라서 좋은 걸까.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듯 다른 남자에게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수호의 얼굴에 시선이 세워졌다. 베개에 눌린 눈꼬리가 처져 있었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

 나와 함께 있을 때는 항상 빙긋 올라가 있는 입꼬리. 나한테는 무조건 웃어주는 사람. 오직 나한테만 져주는 사람.

 수호는 나만 안다. 나만 사랑한다. 나에게 목숨마저 주었다. 전부를 주었다.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왜 마음이 편치 않은 걸까.

 “진짜 무슨 일 없던 거 맞아?”

 내 표정이 계속 어두웠을까, 평소보다 말을 안 했던 걸까. 수호는 내 기분을 금방 알아차렸다.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말로 하고 싶지 않았다.

 수호의 몸 위로 올라가 엎드렸다. 입술을 가만히 맞댔다. 수호의 입술 사이로 혀를 살며시 넣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말로 하고 싶지 않은 말, 이미 말했어야 하지만 하지 못하고 있는 말.

 나 역시, 남자 중에 딱 한 사람, 수호와만 그러고 싶다는 말이 입맞춤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허벅지 사이에 맞닿은 페니스가 뜨겁게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수호와 시선을 맞췄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수호가 붉어진 입술로 벙실 웃었다.

 “까분다 방울이. 너 이러다 또 우는 수가 있어요?”

 “형은, 형은 혹시, 내가,”

 더듬어지던 말끝에 심호흡이 절로 뱉어졌다. 수호는 웃던 눈을 가만히 펴며 시선을 맞춰왔다.

 “혹시 내가, 내가, 남자 아니면 싫을까?”

 멀뚱멀뚱 시선을 맞추던 수호가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덩달아 몸이 일으켜진 나는 숨을 낮추며 수호의 표정을 살폈다.

 “응? 그건 또 뭔 소리냐?”

 “아니, 혹시, 혹시 내가, 여자라면, 더 좋았을까?”

 멍하게 눈을 맞추던 수호가 피식 웃었다. 내 몸을 부둥켜안으며 벌렁 드러누웠다. 코앞으로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형이 너 남자라서 싫고 여자라고 좋을 줄 알아? 남자고 여자고 다 필요 없지, 그냥 너니까 좋은 거지.”

 덤덤한 목소리에 울컥 눈이 뜨거워졌다. 수호가 어리둥절 눈을 키웠다.

 “아우 이거 진짜, 왜 또 그래 형 속상하게, 야 형이 뭐, 무섭게 안 했는데? 니가 나 무섭게 했는데?”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몸에 감긴 팔을 풀어 치우며 앉았다. 잠옷 상의를 풀어 벗었다. 티셔츠를 걷어붙여 벗었다.

 잠옷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잡아 벗어 내렸다. 허둥거려지는 손으로 흉갑 조끼를 급하게 벗어던지고 수호의 가슴 위로 엎드렸다. 얼굴이 터질 듯 뜨거워졌다.

 조용했다. 정신없이 뛰는 내 심장소리만 귓가에 쿵쿵 울렸다.

 정적이 계속 흘렀다. 차마 보지 못하고 있던 수호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보았다.

 입이 떡 벌어진 수호와 시선이 맞았다.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뜨겁다 못해 녹아버릴 것 같은 얼굴을 수호의 목덜미에 묻고 억지로 입을 뗐다.

 “나 그냥, 형이랑 그냥, 그냥 울려고. 나도 형이랑만, 아니 저, 오빠랑만, 그러려고.”

 여전히 조용했다.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만큼 뛰어댔다.

 부끄럽다 떨린다 설렌다, 그런 말들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내 몸을 내 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이 보고 있다는 충격, 그 다른 사람이 수호라는 감격, 수호의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공포, 곧 벌어질지도 모를 상황에 대한 긴장과 떨림과 두려움과 기대.

 심장이 벌렁거리다 못해 어지러웠다. 정신이 몽롱했다.

 수호는 계속 조용했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극한 긴장을 참던 끝에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수호의 얼굴이 터질 듯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시선이 맞자 수호는 꽉 물고 있던 입술을 뗐다.

 “야 이, 야 이런 씨, 이런 미친, 야 이 미친놈아!”

 고함과 함께 수호의 눈물이 터졌다. 당황할 겨를도 없이 내 눈에서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살아서 다시 돌아왔던 그 감격의 날에도 벙실거리며 울던 수호가 이번엔 웃지 않았다.

 우두커니 앉아 눈물을 참지 못하고 쏟았다. 이불을 움켜쥐어 몸을 가리고 앉아 나도 울었다.

 수호가 왜 그렇게 우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고, 또 알 수 없었다.

 두려웠다. 나를 등지고 앉은 수호의 뒷모습이 무서웠다. 다시는 나를 마주 보지 않을 것 같은 기분에 후회가 사무쳤다.

 무엇에 대한 후회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괜한 질투심에 젖어 평생 지켜왔던 비밀을 누설한 것에 대한 후회인지, 이미 말했어야 하는 사실을 너무 늦게 털어놓은 것에 대한 후회인지.

 “미안해.”

 멍한 정신으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후회가 왜 밀려오는지 무엇 때문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듯 아픈 건지는 몰라도 그 한 가지는 명확했다. 미안했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때 수호가 뒤돌아보았다. 번득이는 붉은 눈동자를 잠시 보다가 시선을 피했다.

 이불을 움켜쥔 손이 정신없이 떨렸다. 심장이 터질 듯 조여들었다. 수호는, 변할까. 멀어질까.

 움찔 고개가 움츠려졌다. 순식간에 이불을 걷어치운 수호가 몸을 밀치며 올라 누웠다. 심장이 더 급하게 뛰었다.

 코앞에 붙은 째진 눈의 눈동자가 무섭게 번득였다. 맨가슴에 맞대진 수호의 심장이 무섭게 뛰었다. 허벅지에 맞닿은 수호의 몸이 무섭도록 딱딱했다.

 나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벌렸다.

 “미리 말했어야 되는데…”

 해야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잠깐 말랐던 수호의 눈에 또 눈물이 고였고 내 눈에도 저절로 눈물이 터졌다. 내 귓가에 뜨거운 얼굴을 묻은 수호는 참 내, 그럼 그렇지, 내가 촉이, 하 나 참, 어쩐지 내가, 하 참 내, 하며 긴 탄식을 흘렸다.

 그러더니 끊임없이 웃고 간간이 혀를 차고 탄식을 뱉었다.

 

 내 심장은 내 것이 아니었다. 수호의 입술이 목덜미와 쇄골을 지나 가슴으로 올라왔을 때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갈 듯 뛰었다.

 젖은 입술이 유두를 물었다. 입술 안에서 움직이는 간지러운 혀끝이 장난을 걸었다. 높아지는 내 호흡 소리가 낯 뜨겁게 느껴져 입을 꼭 다물고 참았다.

 수호의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허리를 쓸고 배꼽에 입을 맞춘 입술이 아랫배에 닿았을 때부터는 심장과 더불어 정신도 내 것이 아니었다.

 긴장에 경직되는 몸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더듬고 어루만져주는 뜨겁고 미끄럽고 부드러운 움직임, 어느 순간부터 나라는 존재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

 수호의 끓는 심장이 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생경한 통증에 절로 신음이 흘렀다. 어떤 이유인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창피한 기분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눈을 숨겼다.

 높아진 호흡이 귓가에 닿았다. 귓가에 입술을 맞춘 수호가 더운 숨을 섞어 소곤거렸다.

 “사기꾼.”

 웃음이 터짐과 동시에 움직임이 시작됐다. 낯선 감각에 전신이 긴장으로 조여졌다. 숨이 가빠졌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던 수호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내 얼굴을 살폈다. 시선이 맞닿자 고개를 숙여 느릿느릿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점잖게 말했다.

 “오빠 진짜로 사망할 거 같다. 좋아서.”

 낯부끄러운 말에 웃음이 울컥 고였다. 수호 한 사람으로 꽉 채워진 가슴이 터질 듯 행복했다.

 

 

 *

 “당장 오늘 옮기자. 응?”

 수호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식탁으로 붙어 앉았다.

 “생각 좀 더 해보고.”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어? 시간 있을 때 해치워야지, 뻐꾸기 언제 뜰 줄 알고.”

 “이사 업체 예약도 안 해놓고 어떻게 당장 옮겨.”

 “한겨울 비수기에 예약이 왜 필요해, 부르면 오는 거지. 안 되면 일단 몸만 가도 되잖아. 짐은 좀 늦게 빼도 되지 뭐.”

 수호는 내가 미안해하는 틈을 타서 밀어붙이기로 작정한 듯 했다.

 수호가 알고 나면 함께 살자고 더 조를 수도 있다는 예상은 했었지만, 함께 살아야하는 명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논리였다.

 수호는 주변 경호원들이 모두 남자이기 때문에 성별이 발각될 수 있다면서, 철저하게 숨기려면 자신과 함께 살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소리였지만, 지은 죄가 있는 입장이니 강하게 반박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형이 예약, 아니, 오빠가 예약할게.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해서 짐 옮기고, 너는 오늘부터 우리 집으로 가. 급한 짐만 챙겨서. 알았지?”

 “생각할 시간 좀 주라.”

 “그니까 무슨 생각을 더 하냐고요. 형 야근조 아닌 날엔 어차피 여기 와서 사는데, 기왕 같이 사는 거 넓은 집이 낫고, 너 출근할 때 형도 움직, 아니, 오빠가 데려다주기도 편하고, 거기다가 어차피 인제,”

 수호는 말하다말고 눈을 부라렸다.

 “설마 너 숨기는 거 또 있냐?”

 “응?”

 “참 내, 내 어쩐지, 집 구했다고 길길이 뛸 때 어째 이상하다 했다. 켕기는 게 있어서 더 길길이 화를 내셨구먼?”

 나는 싱거운 웃음으로 대꾸를 대신했다.

 “인제는 뭐, 오빠가 다 알았겠다, 응? 숨길 것도 없는데 따로 지낼 이유가 뭐 있어, 안 그래?”

 “그러니까…. 알았으니까 더 따로 지내야지 않나.”

 중얼거리며 대꾸했다. 괜스레 얼굴이 뜨거워졌다.

 “응?”

 “그렇잖아, 아무래도. 좀, 아예 모르면 모를까.”

 “아… 아니, 아니 뭐, 그게 뭐.”

 나보다 더 더듬거리던 수호가 흠,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야, 형이 뭐 뭐 뭐 그러자고 같이 살자냐? 혼자 있는 거 위험하니까, 나쁜 새끼들이 너 계속 찾을 거 같으니까 그러지? 형은 처음부터 같이 살자 그랬잖아. 너 여자라서 같이 살자는 게 아니고.”

 “그렇긴 한데 어쨌든 이젠 알았잖아.”

 “참 내, 그럼 뭐, 그럼 뭐, 방 따로 쓰면 되지. 니 방에 안 들어가면 되잖아.”

 대답 없이 시선만 맞췄다. 잠시 조용하던 수호가 말을 더했다.

 “그니까 가끔 뭐, 허락 받았을 때만, 들어가는 걸로 하고.”

 말끝이 웅얼거리며 맺어졌다. 웃음을 참으며 수호를 쏘아보았다.

 “진짠데. 나 그렇게 막, 심하게 밝히는 놈 아니다 뭐.”

 참던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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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야빵야 17-07-23 19:05
 
오늘도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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