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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성검여왕 (聖劍女王)
작가 : KALS
작품등록일 : 2016.8.18

한 자루의 검에 의지하여 오직 검술 실력만으로 왕위에 오른 어느 여기사의 일대기. 전쟁의 여신이라 불렸던 그녀의 전설적인 무용담과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제1부 전쟁의 여신 - 2. 장검의 여기사 (1)
작성일 : 16-08-21 15:05     조회 : 328     추천 : 1     분량 : 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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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장검의 여기사

 

 

 

  “이 머저리 같은 놈들! 그깟 계집애 하나 처리 못하고 뭘 멍하니 있느냐!”

 

  얼이 빠져있는 부하들에게 스콧이 불호령을 내리자 그제야 병사들은 정신을 차린 듯 다시 말을 몰아 여기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왼팔의 완갑(腕甲) 위에 검신(劍身)을 얹어 칼을 수평으로 들더니, 그대로 몸을 낮춰 기병들의 칼을 피해내는 것이었다. 한쪽 다리를 옆으로 크게 딛고 반대편 다리를 굽힌 기묘한 자세였다. 추격병들은 말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방패와 랜스를 버리고 검만 소지한 상태였기에, 그녀가 이런 식으로 자세를 바싹 낮추자 마상에서는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에잇, 말로 짓밟아버려!”

 

  칼이 허공을 치자 병사들은 말을 돌려 그대로 말발굽에 그녀를 짓이기려 했다. 하지만 그녀라고 제자리에 가만히 붙어있진 않았다. 굽힌 다리를 축으로 빙글 돌아 반원을 그리더니 잽싸게 몸의 중심을 옮기고는 또 다시 반대편 발을 축으로 빙글 도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회전축과 방향을 바꿔가며 뱅글뱅글 돌자 몸을 한껏 낮춘 채로도 얼마든지 빠르게 피할 수가 있었다.

 

  그녀의 날쌘 움직임을 쫓느라 기마들이 우왕좌왕하자 또 다시 먼지구름이 뿌옇게 일었다. 그러자 그 사이로 그녀의 투 핸드 소드가 다시 한 번 호쾌한 궤적을 그리는 것이었다. 검광이 번뜩일 때마다 추격대의 기마들은 비명 같은 울음을 토하며 쓰러져갔다. 그녀는 이리저리 어지럽게 몸을 회전하면서 원심력을 이용해 그 기다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몇 필의 말이 더 다리를 베이고 나자 그제야 병사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말에서 내려섰다.

 

  그란디스는 스콧과 어울려 싸우면서도 곁눈질로 이러한 광경을 모두 보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괴이한 검술과 현란한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자신도 문득 뭔가가 깨달아지는 것이었다. 그란디스는 즉시로 시험해보았다. 자신을 공격해오는 스콧의 검을 받아치지 않고 바닥에 몸을 굴려 피한 다음 그의 말을 냅다 찔러버린 것이다.

 

  말이 비명을 지르며 날뛰자 스콧은 그만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만일 이때 그를 공격했다면 간단하게 끝낼 수 있었겠지만 그란디스는 아직도 검술시합에서의 버릇이 남아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가 일어나 자세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성미가 불같고 다혈질인 스콧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참을 수 없는 모욕처럼 느껴졌다.

 

  “이…… 이 애송이 녀석이…… 감히!”

 

  스콧은 성난 짐승처럼 포효하며 왕자를 향해 맹렬한 일격을 휘둘렀다. 대장인 그가 이토록 흥분하여 달려들자 다른 기사와 병사들은 감히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주변을 에워싼 채 물러났다. 마치 검술시합과 같은 일대일의 대결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되자 싸움을 주도하는 쪽은 단연 그란디스였다. 스콧 경 역시 젊은 나이에 카이난 대공의 측근 기사가 될 정도로 용맹이 뛰어났지만 그란디스가 평생을 상대해온 건 검성 윌라드 백작이 아닌가. 파티아라스 대륙 최강검이라 불리는 그와 비교하면 스콧은 아직 한참이나 부족했다. 초반의 기세는 좋았지만 몇 번 검을 부딪치고 나자 오히려 그란디스 쪽이 여유를 되찾고 자신의 본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성검이 내뿜는 황금빛 오오라는 더욱 밝게 빛났고 스콧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져만 갔다. 동일한 조건에서의 검술 대결이라면 그는 결코 그란디스의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야아앗!”

 

  스콧은 분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그렇게 강맹한 기세로 밀어붙이며 전세역전을 위한 회심의 일격을 날렸지만 이미 탐색을 끝낸 그란디스는 오히려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미처 다 휘두르지 못한 그의 검을 안쪽으로부터 막아냈다. 전력을 다한 일격이 도중에 맥없이 막히자 스콧은 순간 주춤했고 그 틈에 그란디스는 어깨로 그의 흉갑(胸甲)을 힘차게 들이받았다. 엇갈렸던 두 검이 떨어지고 스콧의 자세가 무너지자 그란디스는 검의 손잡이 끝에 달려있는 폼멜(pommel)로 그의 머리를 내리찍어버렸다.

 

  블로킹과 보디 체크, 폼멜 비트로 이어지는 이 연속기술은 강한 힘으로 근접전을 추구하는 그의 스승 윌라드의 주특기였다. 비록 투구를 쓰고 있었지만 육중한 충격이 그대로 머리에 전해져서 스콧은 심하게 비틀거렸다. 그러자 그란디스는 힘껏 칼을 휘둘러 그의 손에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주저앉은 그의 눈앞에 칼끝을 겨눴다. 너무 순식간에 승부가 나버렸기 때문에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더러운 반역자 놈, 죽고 싶지 않으면 병사들에게 물러서라고 해라!”

 

  그란디스는 그의 투구를 벗기고는 오오라가 불꽃처럼 일렁이는 칼로 그를 위협했다. 하지만 스콧은 거칠게 숨을 씩씩거리며 왕자를 노려볼 뿐, 이를 악문 채 한 마디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왕자가 대결하는 동안 여기사도 두 명을 더 쓰러뜨려서 이제 남은 적병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은 대장이 왕자에게 사로잡히자 일단 공격을 멈추었지만 여전히 포위는 풀지 않고 있었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놈의 목숨은 없다!”

 

  스콧이 굴복하지 않자 그란디스는 그를 인질삼아 병사들에게 직접 소리쳤다. 하지만 병사들은 약간의 동요만 보일 뿐, 무기를 거두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오히려 초조해진 것은 그란디스 쪽이었다. 저 정체모를 여기사의 실력으로 보면 이대로 계속 싸운다 해도 충분히 승산은 있겠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뒤쳐져있던 다른 추격대에 발각될 게 뻔했던 것이다.

 

  “흐흐흐, 이제 어쩔 것이냐? 너 따위 애송이가 감히 나를 죽일 수나 있겠느냐!”

 

  “닥쳐라! 이 반역자 놈!”

 

  그란디스는 거칠게 소리치며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벨 듯이 위협했지만 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비록 오늘 몇 번의 전투를 치르면서 사람을 베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없어졌지만 이미 승부가 난 상태에서 저항할 수 없는 적을 죽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가 망설이고 있자 돌연 스콧이 큰 소리로 외쳤다.

 

  “누구든지 왕자를 죽이고 성검을 빼앗는 자에게는 대공께서 큰 상을 내리실 것이다! 병사라면 기사의 작위와 황금을 내리실 것이요, 기사라면 귀족의 칭호와 영지를 하사하실 것이다! 누가 이 명예를 누리겠는가!”

 

  그 말에 남은 기사와 병사들의 눈빛이 변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왕자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란디스는 크게 당황했다. 비록 검성의 제자라고는 하지만 그의 검술은 스승과 많이 달라서, 강맹한 힘에 의한 일격필살(一擊必殺)보다는 주로 속임 동작과 변칙적인 기교에 의한 허허실실(虛虛實實) 위주였다. 일대일 대결이라면 어떤 고수라도 능히 상대할 수 있겠지만 이처럼 머릿수로 덤벼든다면 효율이 극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왕자님!”

 

  여기사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두려움이 묻어나왔다. 자기 자신이 적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그녀가 왕자의 위급함에는 대경실색하는 것이었다. 그란디스는 정신없이 검을 휘둘러 사방에서 쇄도하는 적의 칼을 막아냈지만 어쩔 수 없이 몇 군데는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행히 갑옷 덕분에 가벼운 상처에 그쳤지만 그의 칼놀림은 금세 어지러워졌다.

 

  “크아악!”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끔찍한 비명이 울리더니 왕자를 공격하던 몇 명의 병사가 팔다리를 잃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금발의 여기사가 자신의 키만 한 투 핸드 소드를 마치 바람개비처럼 휘두르며 병사들을 덮쳤던 것이다.

 

  그녀는 투 핸드 소드의 긴 손잡이를 양손으로 번갈아 잡으며 좌우로 빙빙 돌리거나 머리 위로 크게 원을 그리면서 끊임없이 휘둘렀다. 그러자 검의 무게와 속도 때문에 윙윙거리는 파공성(破空聲)이 위협적으로 울려 퍼졌고, 그녀의 사방은 햇빛에 반사된 칼날의 검광으로 가득 찼다. 누구도 감히 그 폭풍 같은 칼날 속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녀가 움직이는 쪽으로 주춤주춤 물러서는 것이었다. 덕분에 그란디스는 간신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녀는 일단 왕자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그대로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다시 적들을 베기 시작했다.

 

  그란디스는 지금까지 스승을 비롯하여 투 핸드 소드를 쓰는 기사들을 많이 상대해봤지만 이런 식의 검술은 처음 보았다. 보통 투 핸드 소드는 육중한 무게 때문에 파괴력이 좋은 편이지만 타고난 근력 없이는 제어를 할 수가 없었고, 길이가 길어 공격범위가 넓은 반면 반응속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투 핸드 소드를 쓰는 기사들은 반드시 근력을 강화하면서 검의 무게에 적응하는 훈련을 먼저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투 핸드 소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없기에 검성 윌라드는 쯔바이한더라고 하는 보다 개량된 형태의 투 핸드 소드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젊은 여기사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투 핸드 소드의 단점을 해결하고 있었다. 팔 힘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검이 회전할 때 실리는 원심력을 이용했기 때문에 일단 검을 돌리기 시작하면 한손만으로도 다룰 수가 있었다. 말하자면 검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회전하는 검의 흐름을 제어하는 수법이었다.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검을 이리저리 어지럽게 돌리다가 공격을 할 때는 빠른 스텝과 함께 목표를 향해 튕겨나가듯 검을 뻗쳤다. 공격이 빗나가면 다시 양손을 자유자재로 놀려서 사방으로 원을 그리며 회전을 유지했고, 공격이 적중되거나 방어에 막혀 회전력이 상실되면 잽싸게 검을 끌어당김과 동시에 몸을 팽이처럼 돌려서 다시 휘두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공격이 끝날 때까지 칼의 회전과 춤을 추는 듯한 현란한 스텝이 계속되었다.

 

  회전을 거듭할수록 검은 가속도가 붙어 더욱 빠르고 강력해졌기에 제자리에서 검을 휘두르기만 해도 사방 어느 곳으로도 적들은 쉽게 공격해오지 못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공수합일(攻守合一)이자 일대다 전투에 특화된 검술이었다.

 

  설령 회전을 뚫고 간격 안으로 들어오는 상대가 있어도 팔의 완갑으로 칼날의 중앙을 지지하면 얼마든지 짧게 휘두를 수 있었기에 근접전에도 큰 약점은 없었다. 그 증거로, 이후 계속된 싸움에서 그녀는 기사 두 명과 병사 넷을 더 베었지만 상대편은 그녀의 머리카락 하나 건드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승리였다. 기사들이 모두 쓰러지고 병사 셋만 남자 슬그머니 말에 오른 스콧은 무기도 버려둔 채 줄행랑을 쳐버렸다. 대장이 달아나자 남은 세 명의 병사는 말을 탈 겨를도 없어 허겁지겁 뛰어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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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선인 16-08-22 08:28
 
왕자가 역으로 인질극을 벌이는 상황이라니, 생각지 못한 전개에 빵 터졌네요. 여기사물은 정말 취향인데, 생각보다 그럴싸한 여기사물은 별로 보지 못했죠. 건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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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S 16-08-22 11:32
 
그리고 보니 쓰시는 글도 여기사가 주인공이네요 ^^ 성검여왕은 크게 3부작으로 나누어 구상하고 있는데요, 1부의 경우 여주인공보다 그란디스 왕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입니다. '은하철도999'의 메텔처럼 남자의 시선을 통해 주인공 여기사를 좀 더 신비롭게 표현하고 싶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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