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사무소
작가 : 클레어
작품등록일 : 2017.7.3

복수하고 싶은 이들에게 능력을 빌려주는 "능력사무소". 얄미운 남동생 골탕먹이는 것부터 살인범 찾아내기까지. 능력을 빌려드립니다. 맡겨만주세요.

 
좁은 서울 바닥 (3)
작성일 : 17-07-23 13:26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91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짜잔!”

 문경식이 문을 벌컥 열며 손을 벌렸다.

 “이잉? 뭔 소리댜.”

 “형아아!”

 큰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명훈에게 소년이 달려들었다. 명훈은 토끼눈을 하며 소년을 거뜬하게 안아들었다. 이제 보니 동그랗게 뜬 눈이 닮은꼴이다.

 “어고 내 시끼. 여긴 어쩐 일이대? 할무이는 어디 가고, 너 혼자 온 거야?”

 그는 큼지막한 손을 아이 허리에 껴 넣곤 어화둥둥 달랬다.

 “할무이 허리 아프대. 그래서 내가 왔어!”

 아이는 자랑스럽게 엄지로 자신을 척 가리키며 으쓱댔다. 어구 내 시끼 귀엽다며 명훈은 신나게 아이와 떠들었다.

 “근데, 시언이가 어떻게 너네랑 같이 왔어?”

 명훈이 물었다. 그 사이 시언이라 불린 소년은 케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방긋방긋 웃는 시언에게만은 케이도 시원하게 웃어주었다.

 “길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아무래도 평범이가 능력으로 알아낸 모양이야, 얘가 형 동생인 거.”

 “뭐라고? 우리 시언이가 무슨 능력이 있는데? 이잉? 능력이 없는 줄 알았는데 우리 시언이는?”

 명훈은 높은 목소리로 아이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꺾었다. 그 모습에 아이가 꺄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능력은 맞는데요, 뭐랄까..., 형님 능력이랑 비슷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그러니까...,”

 왠지 비웃음을 당할 것 같지만 경식이 말을 꺼냈다.

 “눈에서 불꽃이 떨어져요.”

 “푸핫, 그게 무슨 소리여. 눈에서 막 스파크가 튀고 그런다 뜻이야?”

 “아뇨! 그게 아니라. 시언이 눈물이 저한테는 불꽃이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런 능력이 어딨나며 가당찮은 소리 말라는 핀잔이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명훈은 의외로 심각한 표정을 하며 팔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봤다. 아이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순진하게 형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어. 그런가. 하긴, 우리 시언이가 울 때면 고냥 이 형 마음이 녹아분디. 그러코롬 이유가 있었구만. 이게 능력이니까네 형아가 꼼짝도 못하지, 그랬네.”

 명훈은 이제야 이해가 된다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둘째가 휴대폰 좀 바꿔달라고 울고불고 콧물까지 흘리며 매달려도 꼼짝 않던 명훈이다. 하지만 시언이가 로봇 사달라며 눈물이라도 흘리는 날엔 명훈은 로봇에 쭈쭈바까지 손에 들려주었다. 둘째에게는 미안했지만 시언이가 울 때면 둘째도 자기 거는 됐으니 셋째 거까지 사달라고 하니 말 다 했다. 애 버릇 나빠질 것을 알면서도 저절로 카운터에 로봇을 올리는 자신의 손을 때리고 자책도 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 능력이라 그러면 말 다 했지. 내가 못난 애비가 아니었던 거야.”

 명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언이의 볼에 제 턱을 비볐다. 뽀송한 아기 피부가 기분이 좋았지만 거친 턱에 비벼진 시언은 인상을 찌푸리며 발버둥을 쳤다.

 “아이 형, 하지 마아.”

 시언은 명훈의 품에서 벗어나선 평범이의 바짓단 뒤로 숨었다. 어린 동생의 배신에 명훈은 마치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듯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시언이는 제 형을 노려볼 뿐이다. 그때 평범이가 물었다.

 “혹시, 봐달라던 사람이 시언이에요?”

 “어어?” 명훈이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아니. 그, 다른 사람이여. 참 뭐 또 이렇게 대놓고 물어봐.”

 답지 않게 명훈이 부끄러워했다. 화록 명훈의 얼굴이 살짝 불타오르자 숨어있던 시언이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에이, 다슬이 누나 얘기하는 거자나. 멍충이.”

 “너 이자슥. 형한테 그런 말 쓰지 말랬지!”

 명훈이 달려들자 시언이 까르륵 웃으며 도망갔다. 뒤꽁무니를 쫓으며 아슬아슬하게 동생을 놓쳤다. 두 사람이 신나게 사무소를 달렸다. 그리고 야누스가 샌드위치도 뜯지 않은 채 그들을 눈으로 좇았다.

 ‘네가 있었다면 우리도 저랬을까.’

 멍하니 턱을 괸 그의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감정이 격해진다. 순간순간 공허함이 치고 올라온다. 사람 수없이 많은 지하철 안에서도 이따금 미친 듯 소리치는 상상을 한다. 난동을 부리며 정신을 놓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눈앞의 우애 좋은 형제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야누스는 급하게 생각을 갈무리 했다.

 ‘너도 이런 기분일까.’

 언제나 궁금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만난다면 가장 먼저 묻고 싶다.

 ‘나만 지독하게 고독할까.’

 하지만 너는 없고, 날 둘러 싼 모든 페르소나들은 그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 거지같은 상황은 언제 끝나는 걸까. 어렸을 적부터 안 해본 짓이 없다. 돈이란 돈과 시간이란 시간은 다 끌어다 수소문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이제 그만 둬야지, 할 만큼 했어. 그런 생각에 체념하고 싶을 때면, 감촉같이 찾아오는 고독감에 밤을 지새웠다. 그런데 이제 정말 그 끝이 보이려한다. 이 지독한 밤을 끝낼 열쇠가 눈앞에 떨어졌다.

 야누스는 문경식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기분이 묘했다. 가슴이 후끈하고 짜증나고 나름의 기대감에 두근거리기도 했다. 너무 오랫동안 찾아왔다. 이제는 제 발로 굴러온 열쇠를 어떻게 쓸지가 문제다.

 

 “이제 그만. 의뢰인 올 시간이야.”

 케이가 신나게 달리던 시언이를 붙잡으며 말했다. 제 형에게는 곧 죽어도 안 잡혀주면서 케이에겐 포싹 안겼다. 명훈은 고얀 녀석이라면 파란 분무기를 정수리에 들이부었다. 외곽을 따라 빠르게 달리던 물방울은 가슴도 적시지 못한 채 증발했다. 꽃피는 수증기를 시언이가 손으로 휘휘 저었다.

 “아따 마. 할무이가 많이도 싸줬네.”

 금색 보자기 안에는 따끈따끈한 오메기떡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아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일 맛나 보이는 두 덩이를 잽싸게 집어 들었다. 이미 샌드위치를 헤치운 그녀는 제자리로 돌아가 양 볼에 오메기떡을 쑤셔 넣었다.

 “저저. 쟤는 먹은 게 다 어디로 가는 거야.”

 명훈은 아르를 보며 머리를 저었다. 여성 평균 신장을 웃도는 아르는 키가 190cm에 육박하는 명훈보다도 가끔 더 많이 먹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나 명훈은 저 녀석을 누가 데려가겠냐며 비아냥거렸다. 그럴 때면 아르는 ‘여자라고 다 말라야 되는 거야? 여자는 적게 먹어야 된다는 말도 안 되는 관념에 종속시키지 마!’라며 버럭 화를 내곤 했다. 그럴 때 마다 명훈은 알았다며 어물쩍 상황을 넘겼고 그 태도가 아르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오메기떡은 물건이었는지 아르는 눈으로 째려볼 뿐 명훈 할머님이 만들어 준 음식을 기분 좋게 음미했다.

 평범이도 다가가 떡을 집어 들려 할 때였다. 능력사무소 평범이의 첫 의뢰인이 찾아왔다. 한 여성이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발걸음으로 사무소에 발을 들였다. 그녀는 핸드백을 두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음울한 표정의 중년 여성은 각오를 한 듯 입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다시 왔습니다. 의뢰를 다시 부탁...!”

 힘없이 고개 들던 의뢰인이 굳어 섰다. 그녀는 충격에 입을 뻐끔거렸다. 덜컹, 경식이 협탁에 부딪혀 비틀댔다.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목구멍으로 헛숨이 넘어갔다. 눈앞이 새하얗고 손끝이 살짝 떨렸다. 예고 없이 마주한 과거에 주먹을 울끈 쥐어봐도 소용없다. 왜 잊고 있었을까, 어떻게 까먹을 수 있을까! 왼쪽 눈썹이 콕콕 쑤셨다. 손바닥으로 상처를 훔쳐보았다. 피는 묻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눈두덩을 타고 흘러 손바닥을 적시던 그 피를 잊을 수 없다.

 “너, 너가 왜. 여길.”

 의뢰인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부들대는 손가락이 경식을 지목했다. 입술은 오물거리며 폭언을 터뜨리길 준비했다.

 “의뢰자님. 진정 하시죠.”

 그때 슬쩍 아르가 경식의 앞을 가렸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중년이 눈에 핏발을 세웠다. “저 녀석 때문에 우리 딸이, 우리 태지가, 그때부터 방황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지금 진정하겠냐고요! 태엽이도 그래. 능력이 있다고 사이비처럼 애들을 꼬셔놓곤 그대로 도망을 쳐!”

 입에서 나온 것은 저주였다. 오랫동안 찾아 헤맨 표적을 향해 쏟아지는 총알이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참은 것일까. 그녀는 네 인생도 찢어주겠다는 듯이 발악했다.

 “지금 태지가 집 나간 지 한 달이 넘었어! 애가 실종이 됐는지, 죽었는지 알지도 못해, 얼굴이 바뀌어서! 네가, 네가 능력이 있다고 말만 안 했어도. 말만 안 했어도 있는지도 모를 능력따위 써서 이 꼴이 나진 않았을 거라고!”

 중년은 숨을 헐떡였다. 씩씩대는 숨을 삼키며 경식이 부서져라 노려봤다. 하지만 경식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입을 달싹여도 입술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저기요. 아줌마.”

 그때 야누스가 끼어들었다.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듯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주머니 딸래미가 얼굴을 바꾼다면서요. 그래서 경찰도 못 찾는다고요? 그래서 부탁하러 왔으면서 지금 뭐하시는 건지 모르겠네.”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우리 중에 아주머니 딸래미 찾을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바로 쟤밖에 없어요.” 야누스가 경식을 가리켰다. “애가 한 달이 되도록 안 돌아왔다면서요. 뭐 길바닥에서 죽었는지 실종됐는지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그 정도 상상을 굴릴 정도로 걱정되는 거 아니냐고요.”

 “뭐요?”

 의뢰인이 발끈했다. 막말이 심했다. 남의 딸이 길거리에서 죽었을지 모른다는 소리를 함부로 지껄이는 청년을 노려봤다. 하지만 야누스의 비아냥은 끝나지 않았다.

 “얼굴 바꾸는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찾아. 우리 능력 다 합쳐도 못 찾아낸다고요, 쟤 밖에는. 알겠어요? 아줌마는 지금 화낼 게 아니라 부탁을 해야 된다고요.”

 야누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낮게 으르렁 거리자 의뢰인이 주춤했다. 기세가 한 풀 꺾인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로 모두를 둘러봤다. 아무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당혹감에 핸드백을 움켜쥐었다. 열세 살이었던 소년은 부쩍 커 성년의 모습으로 서있었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눈망울만 껌벅이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순간 가슴이 쪼였다. 꽁꽁 숨겨둔 양심에 한 줄기 통증이 스쳐 지나갔다. 허나 그럴 리 없다면 그녀는 다시 한 번 진심을 양철통에 꽁꽁 숨겼다.

 잠잠한 의뢰인을 바라보던 야누스가 케이 책상 위의 카드를 도로 집어 들었다.

 “30분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는 제발 의뢰 이야기를 하죠.”

 야누스가 발걸음을 떼며 경식을 툭 쳤다. 멍한 눈동자가 야누스를 바라봤다. 야누스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더 이상의 위로도 없었다. 문경식은 도망치듯 그를 쫓아 나섰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좁은 서울 바닥 4/4.5/5편에 관한 공지 2017 / 7 / 28 521 0 -
13 좁은 서울 바닥 (5) 2017 / 7 / 31 318 0 3874   
12 좁은 서울 바닥 (4) 2017 / 7 / 26 265 0 5122   
11 좁은 서울 바닥 (3) 2017 / 7 / 23 283 0 4917   
10 좁은 서울 바닥 (2) 2017 / 7 / 19 270 0 4290   
9 좁은 서울 바닥 (1) 2017 / 7 / 17 279 0 3708   
8 능력사무소 (7) 2017 / 7 / 16 275 0 2434   
7 능력사무소 (6) 2017 / 7 / 14 277 0 6196   
6 능력 사무소 (5) 2017 / 7 / 13 294 0 5020   
5 능력사무소 (4) 2017 / 7 / 10 251 0 5383   
4 능력사무소 (3) 2017 / 7 / 7 283 0 5531   
3 능력사무소 (2) 2017 / 7 / 6 285 0 5141   
2 능력사무소(1) 2017 / 7 / 4 281 0 5806   
1 프롤로그 (2) 2017 / 7 / 3 511 1 661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