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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 책의 내용은 미정입니다.
작가 : Beastic
작품등록일 : 2017.7.11

Bㅣ딱지, GL딱지, 빨간 딱지가 붙은 책들을 사랑하는 여인 아실리페 그레인

그 사랑을 현실화 하기 위해 책방을 내고, 그 안을 자칭 성물, 타칭 딱지 붙은 책들로 가득 채운다.

오늘도 불철주야 성물들을 동지들에게 팔고, 조물주님들에게 사들이며 열심히 성지를 가꾼 그녀는 길거리에서 만난 노파로 부터 새하얀 책을 사게 되는데...

소심한 영애의 아찔한 상상! 내가 상상을 하는 것인지 자살 행위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

목숨 걸고 책에서 빠져나가야하는 앙큼살벌 로맨스

 
Chapter 1 후일담 (2)
작성일 : 17-07-23 10:53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4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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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나는 날벌레가 들어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며 말을 못 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천사님은 내 혼이 다시 제 육체를 찾을 때까지 침대에 앉아서 자상하게 쳐다보셨다.

 

 “어...어떻게 제가 책방 주인인걸...”

 

 “제 손발이 되어주는 아이들은 꽤나 능력이 있죠.”

 

 “!”

 

 뭐야! 무서워! 역시 황궁은 무서운 곳이었어! 항상 가면을 쓴 것은 물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여관을 바꿔가며 옷을 바꿔 입고 집에 갔는데! 심지어 내 책방의 명의도 내가 아니야! 우리 유리카의 지인 것일 텐데. 천사님의 손발 분들은 혹시 스토커세요? 남의 불륜 같은 거 참 잘 캐게 생겼네요. 천사님의 능력이 이 정도라면, 저 맘먹었어요!

 

 천사님 저랑 일 하나 같이 하죠! 귀족가의 이야기를 캐내서 그 정보를 조물주들에게 파는 거예요! 그럼 저희 조물주님들이 더욱 현실에 와 닿는 꼴릿함을 하사해 주시겠죠?! 라긴 개뿔, 돌아와라 내 개념아!

 

 “혹시, 제가 정체를 알아서 속이 상하셨나요? 대사제님?”

 

 “아닙니다! 황후마마 제발 그 명칭은 땅바닥에 버려주세요! 전 한낱 백작가의 영애입니다. 제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나는 내 절친인 땅과 반가운 재회를 만끽하며, 천사님 앞에 엎드렸다. 천사님은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자상한 미소를 내 온몸에 전했다.

 

 “후훗. 알겠어요. 아실리페 영애. 그럼 이 가면은 잠시 치워두죠.”

 

 “감...감사합니다.”

 

 “자, 그럼 어디 한번 들어볼까요?”

 

 “네? 무엇을?”

 

 “까먹었다면 속상한대요. 이 방에 온 진짜 이유죠. 왜 내 아들인 테인과 오닐은 들숨날숨을 주고받고 있었죠?”

 

 “!”

 

 “말 안 해줄 건가요? 아실리페 영애?”

 

 “저 그것이, 황후마마. 같은 동지들끼리 이 일은 그냥 넘어 가실 수는... 없겠죠?”

 

 “넘어가주길 바라나요?”

 

 “네!”

 

 크으, 역시 황후마마는 천사님이었어! 사랑해요 천사님! 전 처음부터 황후님을 본 순간 눈이 부셔서, 구석탱이에 쳐 박혀 있었던 거예요. 절대 사람들이 무서운 게 아니라고요! 저의 자랑인 금발은 버리겠어요. 내일 당장 하얀색으로 염색할게요!

 

 “아실리페 영애.”

 

 “네! 황후마마.”

 

 “영애 정도의 수완가라면 알거예요. 사람은 거래를 할 줄 알아야죠?”

 

 ‘거래? 거래? 아하!’

 

 “물론요! 제가 발만 뻗고 누워서, 공국 ‘최고의 성지’라 불리는 책방의 주인이 된 것이 아니랍니다.”

 

 “어머! 정말요?”

 

 천사님은 손뼉을 치며, 처음 알았다는 듯이 온몸을 들썩이는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황후마마도 저의 동지라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공국 전설이라 알려진 ‘가면 책방’의 숨겨진 방을요.”

 

 “설마?!”

 

 “일명, 가면의 책방이라 불리는 이 책방의 주인은 ‘망가’ 라는 방을 따로 만들어, 이 시대의 최고의 성물만을 뽑아서 컬렉션으로 만들었다고, 신도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졌죠. 하지만, 그 방을 누구도 본 적이 없을뿐더러, 'MANGA'가 새겨진 책을 본 신도들도 없었죠. 그리하여 신도들 사이에서는 공국전설로 남은 이야기죠.

 

 “저도 들은 적 있어요. 그게 그 유명한 Man. Ang. N. Girl. Ah 의 약어 아닌가요? 그 방에 있는 모든 책들의 표지에는 ‘MANGA‘라고 써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그저 소문뿐이라고...”

 

 “황후마마. 제가 누구죠?”

 

 “대...사제님.”

 

 우리의 천사님은 어느새 침대에 앉아서 울먹거리고 계셨다. 난 또 뭐가 그리 신났는지. 나 자신의 위치에 취해서 일어나 허리에 손을 얹으며, 당당히 턱을 들었다.

 

 “네 황후마마. 지금 만큼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공국 최고의 성지 일명 ‘가면 책방’의 주인이자, 대사제인 바로 저 아실리페 그레인이 고합니다!”

 

 “네!”

 

 나는 나의 얼굴을 우리 천사님의 얼굴에 가까이 가져가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망가는 실존합니다.”

 

 ***********

 

 천사님의 얼굴은 마치 신을 눈앞에 영접 한 듯한, 표정을 띠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기에 나는 잠시 시간을 두며 천사님이 감정 정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가 겨우 감정을 가다듬은 걸 보고, 마지막 확인 사살을 날리기 위해 황후마마의 곁에 다가가 옆에 앉아 속삭였다.

 

 “황후마마, 혹시 GL계의 악마라 불리는 ‘헬 게이트’ 작가를 아시나요?”

 

 “네. 저희 GL 동지들에게는 정말 유명한 작가죠! 파격적인 씬! 폭력적인 문장력! 독자의 감정을 무시하다 못해 짓밟는 공격적인 행위! 그런 그의 작품을 보며, 신도들 사이에 유명한 비평가는 이런 말을 남겼죠.”

 

 “난 악마를 보았고, 그는 내 인생에 최고의 폭력을 보여주었다.”

 

 “네! 맞아요! 책 한권만으로 그는 모든 신도들에게 찬양 받았죠. 그 비극이 있기 전까지는.”

 

 “20여 년 전, 각 나라가 동시에 추진했던 성물 말살 작전.”

 

 “네. 이제는 표현의 자유가 생겨서, 마이너로 활동 할 수 있지만, 그 때 당시에는 꿈과 같은 이야기였죠. 그렇게 그의 작품은 일급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어 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죠.”

 

 “참 가슴 아픈 일이죠. 하지만, 황후마마. 그 헬 게이트 작가의 유일한 작품. 저의 망가 콜렉션 넘버 6. 그 비극에서 살아남은 ‘너의 피가 들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떠십니까? 이 정도 면 거래 할 만하지 않습니까?”

 

 “돼요! 명작이라는 말도 부족하죠. 당시 모두가 하드 GL이라고 해도, 어느 순간에는 소프트한 GL과 주인공과의 감정선을 추구했죠. 그 때, 헬 게이트 작가는 홀로 ‘내 감정을 때려 박을 테니 넌 받아먹어, 이것이 진정한 하드 GL이다’를 보여주었죠. 그는 한 장르의 창조자였어요! 그런 그의 작품이라니, 아실리페 그레인 영애. 아니, 대사제님! 전 오늘 아무 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황후마마!”

 

 나는 천사님과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내 생애 망가 방의 문을 열어, 컬렉션을 남에게 보여줄 때가 올 줄이야. 이 마법 같은 책을 만나고 나서, 싸이코 태자와 우리 순둥이 오닐과 천사인 황후마마를 알게 되었다. 6일 동안 정말 스트레스로 위가 아프고, 미칠 것 같았지만.

 

 ‘그래도, 동지도 새로 알고 빽도 얻고 좋다. 이제 딱 여기서 끝났으면 한 데.’

 

 내 눈에만 보이는 책은 어느새 내가 가져온 가방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난 가방에 뭉툭하게 튀어 나온 책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런 내 머리 위에 손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엇, 황후마마.”

 

 난 자연스레 고개를 숙였다. 황후마마는 다시 천사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상하게 웃고 계셨다.

 

 “힘들더라도 이겨내세요. 영애. 응원할게요.”

 

 “네?”

 

 “오늘은 이만 헤어져야 할 것 같네요. 사람들이 와서.”

 

 나는 황후마마의 말에 의문을 품고 말을 이으려 했지만, 황후마마의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문 밖에서 나의 아비와 오라비들이 온몸에 땀이 젖은 채 소리를 질렀다.

 

 “아실리페!”

 

 내 눈앞에는 황후마마의 방에 황제와 태자를 제외한 남자는 들어올 수 없다는 개념이 사라진 우리 집안 남정네들이 들이닥쳤다. 나는 천사님께 사과하려 고개를 돌리자. 천사님의 얼굴에는 딱 두 글자가 써져 있었다.

 

 [거.래.]

 

 아무래도 난 빽이 아니라 호구 잡힌 것 같다.

 

 ***********

 창문 밖으로, 아실리페는 자신들의 가족들과 티격태격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공국의 황후인 리벨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여전히 방식이 고약하시군요.”

 

 “흥. 내 덕분에 그 자리에 올라갔으면서,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 할매가 마음대로 한 겁니다. 제가 바란 것이 아니고.”

 

 “뭐, 다들 그렇게 말하지.”

 

 리벨은 말은 공격적으로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도 꿈에 나와서 그렇게 분탕질 칠 건 없잖아요?”

 

 “왜 재미있어 하더만, 어떠냐? 지옥 불길로 떨어지는 게 낄낄.”

 

 리벨은 더 이상 말싸움을 하는 건, 자신만 지친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깨우쳐서 그녀의 앞에 가서 앉아 손을 잡았다.

 

 “하아, 밥은 잘 챙겨 드세요?”

 

 “흥, 죽을 나이도 이미 한참 지났는데, 밥은 무슨. 히히. 그래서 저 아이는 어떠냐?”

 

 “처음에는 대사제님을 도와 달라 해서, 할매의 고약한 장난인줄 알았어요. 일단은 우연이라니 믿어드리죠.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네요. 표정관리를 못 하는게 힘들겠지만. 그것을 다 감쌀만한 매력도 있네요. 가장 플러스인 점은 같은 동지이자 대사제라는 점?”

 

 “에잉. 아직도 그 취미는 못 버렸구먼. 그래, 저 아이 왠지 너와 같지 않느냐?”

 

 “저보다 예쁘던걸요?”

 

 “흐흐흐. 그래서 저 아인 너보다 좀 더 고생할거다. 더 많이 웃고 울고 즐기고 아프겠지.”

 

 “휴, 저 아이가 무슨 일을 했다고, 이러시는 거예요.”

 

 “그저 내 눈에 띄었고, 그저 한 번 왔다 가는 생에 추억 하나 만들어 주려는 거지.”

 

 “추억치고는 겪을 일들이 너무 힘들겠네요. 정말 말 안 해주실 거예요? 저한테는 제 남편과 꿈을 이어줘서 못 빠져나가게 하시더니. 이제는 제 아들인 테인하고 오닐이 키...키스하는 걸 보게 하시다니, 제가 얼마나 놀란 줄 아시나요?”

 

 “크크. 다음 재미를 위한 비밀이다. 때가 되면 다 알려주마.”

 

 얼굴에 주름이 그득한 여인은 리벨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리벨은 아실리페와 할매라 부른 여인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보다 힘들다니, 아마 그녀의 미래가 눈에 보일 듯 선했다.

 

 “힘내요 영애. 응원할게요.”

 

 차가운 밤바람을 싣고 달빛이 날린다. 황궁의 시간이, 공국의 시간이, 그들의 시간이, 아실리페 그레인의 시간이 다시 움직인다.

 

 황후는 아실리페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아실리페는

 

 “배고파. 아빠. 오빠들. 집 가서 야식 먹을래?”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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