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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11.주사
작성일 : 17-07-23 03:17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2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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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은아의 물음에 그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러는 아줌마는 누군데요?”

 

  “하.”

 

  은아는 기가차서 짧은 한숨을 뱉었다.

 

  “지금 나보고 아줌마라 그랬어? 야! 얘 뭐야?”

 

  은아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옆에 같이 서있던 동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러나 동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벌린 채 그녀를 똥그래진 눈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아줌마가 미쳤나! 왜 갑자기 시비야”

 

  “어머 얘 말하는 것 봐. 뭐? 아줌마?”

 

  “그래요.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가 뭔데 발로 차요”

 

  은아는 얼굴이 화끈해져서 손으로 부채질을 연신 해댔다.

 

  “야! 대답 안 해? 얘 대체 뭐냐고!”

 

  은아는 이번엔 온 힘을 다해서 동재의 발을 밟았고 그제야 동재가 반응을 했다.

 

  “어... 은... 은”

 

  동재가 말을 더듬으며 자기의 이름을 부르려고 하자 은아는 황급히 동재의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 남들 앞에서 내 이름 부르지 말라고”

 

  은아가 동재의 귓가에 소곤소곤 속삭였다.

 

  “그 그럼 뭐라고 불러?”

 

  “대표. 대표로 부르기로 했잖아. 그보다 저 싹퉁바가지는 뭐냐고?”

 

  “뭐야? 형은 저 아줌마 알아?”

 

  “형? 네가 그 동생이라고?”

 

  은아는 놀라서 토끼 눈을 떴다.

 

  “근데 뭐요. 그 전에 아줌만 누구냐고요.”

 

  “어머 어머 세상에... 이 꼬마 진짜 웃긴다. 도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은아가 동재에게 성큼 다가가 정강이를 차려는 순간 갑작스런 물리적인 힘에 밀쳐져 넘어졌다.

 

  “은 아니 대표님!”

 

  동재는 부리나케 뛰어들어 은아를 일으켜 세웠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감히 날 밀쳐? 어떻게? 어떻게 나를?”

 

  은아는 동재의 가슴팍을 거칠게 밀쳤다.

 

  “야 이 아줌마야! 왜 자꾸 우리 형한테 폭력을 쓰는데! 한번만 더 그러면 이번엔 넘어지는 걸로는 안 끝나!”

 

  “그만해 민재야! 나는 괜찮으니까 네가 자꾸 도발해서 상황이 더 악화되잖아”

 

  “그렇지만 이 아줌마가 자꾸 형을...”

 

  “너 또 아줌마라 그랬어?!”

 

  동재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계속해서 으르렁대며 싸워댔다.

 

  “김. 민. 재. 이쯤하고 좋은 말로 할 때 사과해라”

 

  “싫어! 내가 왜? 잘못은 저 사람이 했는데 내가 왜 해! 안 해! 못 해!”

 

  동재는 민재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

 

  “저 아줌마가 앞으로 너 월급 줄 사장이야 그러니까 잠자코 사과해”

 

  “사장이라고? 저 아줌마가?”

 

  민재는 뱀의 눈으로 은아를 흘겨보았다.

 

  은아는 팔짱낀 채 두 사람을 처다 보며 짝 다리를 짚고 있었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난 저런 악덕사장 밑에선 일 못해. 그깟 푼돈 받으려고 저 아줌마 잔소리 견뎌내고 싶지 않아”

 

  “씁. 그만하라고 했어. 야 이놈아 쟤가 내 일급도 다 챙겨주고 너도 써주는 건데 그 돈이 있어야 엄마 수술비도 댈 걸 아니냐.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너 여기서 일하면서 학교까지 보내준다는데... 쟤 성격이 모난 건 알지만 네가 좀 맞춰줘 봐”

 

  “알겠어. 내가 엄마 봐서라도 참는다. 근데 저 아줌마가 왜 형 일급도 주는데? 형은 한은아 매니저잖아? 대표라는데... 기획사 대표가 이런데서 장사하고 있을 리도 없고”

 

  민재의 의문에 동재는 크게 당황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여기가 기획사 제2지점이야. 하하. 지방의 뛰어난 원석을 찾으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제 막 설립된 거지... 아무튼 저기 대표님 아니 너는 네 사장님한테 아무쪼록 잘 보여라 그게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니까 하하”

 

  동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민재에게 당부했다.

 

  그 말을 듣고 민재는 여전히 탐탁치는 않았지만 은아에게 다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쪽이 사장님인줄은 몰랐어요. 저는 15살. 동재형 친동생 김민재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러나 은아는 민재의 손을 보고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애 손 민망하겠다. 하하”

 

  “당장 꺼져”

 

  은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왜 구래애 아직 어린애잖아. 애가 잘 모르고 한 건데 내가 말조심하라고 잘 타일러 놓을게”

 

  동재는 나름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보기 위해서 애교스런 목소리로 은아를 회유했다.

 

  “그런 목소리 하지 마! 그리고 난 저렇게 싹수가 노란 애랑은 일 안해. 내 건물에서 당장 꺼져”

 

  은아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그때 동재가 무릎을 꿇었다.

 

  “은... 아니 대표님 제발 한번만 봐주십시오. 이렇게 쫓겨나면 저희 가족은 죽습니다. 부디 어리석은 이 녀석을 어엿비여겨 한번만 더 굽어 살피는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대표님께서는 어젯밤에 저와의 약속을 하셨잖습니까. 대표님은 사람 대 사람의 신의를 이렇게 쉽게 져버릴 수 있습니까?”

 

  “윽...”

 

  은아는 돌아서서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동재를 향해 소리쳤다.

 

  “그건 네가 먼저 어겼잖아! 내가 분명히 날 혼자 내버려두고 떠나지 말라고 했지! 근데 아침에 사라진 게 누구였더라! 자기가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이제 와서 내 신뢰도 평판을 깎으려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말 하지 말고 돌아가!”

 

  은아는 어깨마저 들썩거리며 성내었다.

 

  “그건 오해야. 분명 네가 커피 사오라고 해서 나는 커피를 사러 갔을 뿐이야. 그리고 문이 닫혀서 못 들어갔다고. 그래서 잠도 차에서 잤어. 오죽불편 했으면 새벽에 깨서 올라갔겠어. 내가 너를 혼자 남겨둔 게 아니라 나 역시 피해자라고”

 

  “뭐야 둘이 같이 못자서 싸우는 거야?”

 

  “그럼 나는 누가 침대에 뉘여 논거야? 뿐만 아니라 부엌도 모조리 청소되어 있었다고”

 

  은아가 팔에 돋아 오른 닭살을 문지르며 불안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우리 형 보내놓고 딴 남자랑 잔거야? 쓰레기네”

 

  “넌 원래 술 취하면 그래! 회식 3차까지 마치면 그 자리 의자도 전부 정돈하고 남은 음식도 다 정리해서 빈 접시 주방에 가져다주고 그런다고.”

 

  “대박 주사로 어떻게 청소를 하지? 이정도면 정신병 아냐?”

 

  “그럼 아침부터 내가 받은 감동이 전부 내가 한 거라고? 난 대체 누굴 걱정한 거야”

 

  “셀프 자화자찬 실화야?”

 

  “넌 좀 닥쳐”

 

  결국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그 사이에서 톡톡거리던 민재에게 성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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