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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49일,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7.20

평탄한 성공 가도를 걷다 한 순간에 실패자로 전락한 승완. 삶을 포기한 그녀 앞에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악마라 칭하는 남자. 그런데 이 남자, 망자를 앞에 두고 엉뚱한 말만 한다. "새 인생은 즐겨. 날 유혹하는 건 대환영이고." 49일간 같은 이름의 전혀 다른 인물이 된 그녀. 게다가 전생의 인물들까지 엮여버린 상황에서 승완은 자신과 관련된 무서운 비밀을 발견하는데... (autor_ester@naver.com)

 
006. 인생이 참 유감이네요
작성일 : 17-07-23 01:29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6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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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혁입니다."

 

  교통사고 처리를 합의하는 자리에 그가 나타났을 때, 승완은 기절할 뻔했다.

  그가 여름의 물기 어린 바람을 닮은 시원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는 동안, 승완은 손등에 힘줄이 솟을 정도로 바짓자락을 부여잡으며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중환자실에 사흘이나 누워계셨다고 들었거든요."

 "차에 허리를 들이받히고, 머리로 아스팔트 바닥을 제대로 긁었으니까요. 누구 덕분에."

 

  처음 보는 여자의 가시 돋친 말에도 유혁은 재미있다는 듯, 차분한 미소를 띄웠다.

  그러나 시폰 소재의 얇은 블라우스를 걷어 올린 승완의 팔뚝에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봤던 그의 싸늘한 표정과 대비되는 환한 미소를 보자 한기가 든 까닭이다.

  승완은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정신상태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전 아버지가 말했다.

 

 "보험업에 종사하시나 봐요?"

 "그걸 어떻게..."

 

  유혁의 검은 눈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단박에 자신의 업종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알기는. 내가 당신 오피스텔에 있는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사람인데.'

 

  놀라움에서 반가움으로 변하는 유혁의 표정을 본 승완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보통은 보험직원이 나서서 해결해주는데 그쪽, 아니, 정유혁 씨는 본인이 직접 서류를 가져오셨잖아요."

 "아, 그렇네요.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유혁의 눈썹이 빠르게 위로 들렸다 내려왔다. 그가 식탁에 올려놓았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그는 잘 모르지만, 흥미 있는 대상을 발견했을 때 나오는 특이한 버릇이었다. 그리고 그는 제 흥미를 돋운 대상을 반드시 쟁취해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승완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담당 직원이 따로 있지만, 그래도 제가 잘못한 일이니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예."

 

  그 핑계로 계약이나 한 건 더 따내려 했겠지.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유혁을 2년이나 봐온 승완에게 그의 인간관계는 뻔했다.

  아니, 단 하나 그녀가 모르는 관계가 있긴 했다.

  여수빈. 결혼을 약속한 자신 몰래 그 여우와 함께 침대에서 뒹구는 관계였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담당 직원 말이, 승완 씨가 신입사원 연수를 다녀오시는 길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네. 앞으로는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죠."

 

  승완은 제 귀에 닿는 이름이 무척 낯설었다.

  하나의 이름으로 두 개의 인생을 사는 그녀다. 그가 부르는 건 분명 제 이름이 맞는데, 제 것이 아닌 듯했다.

  죽은 연인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는, 그것도 웃으며 입에 담는 남자 때문이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사고가 난 날은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사건 발생시각은 대략 8시 반.

  승완이 그의 집에서 불륜 현장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이다.

  그녀가 시야를 가리는 눈물을 닦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었을 시간, 이 남자는 굳이 벌거벗은 수빈을 집에 두고 나와서 사고를 냈다.

 

 '어째서?'

 

  유혁이 건넨 보험 서류에 서명하고, 계좌번호를 작성하는 내내 승완의 머릿속은 그 이유를 찾느라 바빴다.

  그래서 유혁이 두 손을 모으고 자신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유혁의 눈에 들어온 승완은 신선한 여자였다. 같은 이름을 가진 제 여자친구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는 또렷한 눈매 하며, 또박또박 제 의사를 표현하는 살굿빛 입술 하며, 적당히 볼륨감 있는 굴곡진 몸매까지.

  그 모든 것이 달랐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갔다. 승완을 바라보는 유혁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승완 씨 손가락이 참 예쁘네요."

 "아빠 닮아서 그래요."

 "그랬구나. 반지가 참 잘 어울리겠어요."

 

  고개도 들지 않고 답하는 승완에 비해, 유혁은 아예 턱을 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녀의 손을 살폈다.

  유혁의 입술이 유려한 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맞은편 식탁에 앉은 여자들이 그를 보며 저들끼리 속삭였다.

  호남형의 단단한 선을 가진 그의 얼굴에 띄운 부드러운 미소는 뭇 여성이 사모하는 것이었다.

  다만 단 한 사람, 승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다 썼어요. 이만 가봐도 되죠?"

 

  갑작스럽게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마주친 승완은 속이 메스꺼웠다.

  만약 예전의 그녀였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그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게 가능했을지도 의문이다.

  승완은 절대 불가능하다에 한 표를 던졌다. 불륜을 따지기는커녕 그를 피해 숨어다니기 바빴을 테니.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식사하실래요?"

 "아뇨. 엄마가 모르는 사람은 먹을 거 준대도 따라가지 말랬어요."

 

  유치원생이나 할 법한 대답에 유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나 그답게 호쾌한 웃음소리가 카페 안에 퍼졌다.

 

 "저와는 모르는 사이가 아니잖아요."

 "차라리 몰랐으면 더 좋았을 사이죠."

 "아, 그런가?"

 

  승완의 말은 단지 교통사고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양다리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던 여자친구를 떠나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금세 다른 여자에게 치근덕대는 모습에 승완은 진저리를 쳤다.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승완 씨."

 "그런 소리 종종 들어요."

 "승완 씨 같은 사람은 처음이에요."

 

  유혁의 웃음기 밴 목소리 너머에서 승완은 차디찬 시선 하나를 떠올렸다.

 

 '너처럼 재미없는 사람은 처음 봐.'

 

  분명 같은 사람이 한 말이었다.

  그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던 그때처럼,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서서히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승완은 식탁 아래에 놓인 주먹을 세게 말아쥐었다. 아버지의 말대로 정신을 차려야 했다.

 

 "재미있는 일이 없는 그쪽 인생이 참 유감이네요."

 "오늘은 아쉽지만 여기서 헤어지죠."

 

  듣던 중 반가운 말에 승완은 벌떡 일어서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유혁이 한 발 더 빨랐다.

  그냥 지나치려는 승완의 손을 가로채 잡고는 아래위로 흔들었다. 사람 간에 흔한 악수였음에도 승완은 소름이 돋았다.

 

 "또 만나요. 승완 씨."

 

  카페에서 나온 승완은 유혁에게 잡혔던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놀람과 배신감, 수치심, 두려움 그리고 이름 모를 감정이 혼재된 눈물이 흘렀다.

 

 '사람이 죽으면 가족이 49일 동안 기도를 드려준다지? 다음 생에 좋은 곳에서 사람으로 태어나도록 말이야.'

 

  왜 하필 지금 그 악마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걸까?

  왜 하필 그 잔인한 말이 떠올라 가슴을 후벼 파는 걸까?

  그랬다. 승완에게는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고, 기도해 줄 사람이 없었다.

 

 "백승완. 대체 넌 어떤 인생을 살았던 거니?"

 

  승완은 카페의 에어컨 바람에 꽁꽁 언 몸을 비볐다. 오한이 든 것처럼 몸이 덜덜 떨렸다.

  봄날의 노을로 완연하게 물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이나 추웠다.

 

 

 *

 (D - 41)

 

 Trrrrr....

 "스, 승완아. 저, 전화."

 "괜찮아. 무시해도 돼."

 "그, 그렇지만 계, 계속 전화 오는데?"

 

  수빈이 지시한 자료를 만들던 승완은 제 책상에서 연신 몸을 떠는 핸드폰을 무감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맞은편에 앉은 세찬이 알아챌 정도니, 제법 오래 울리긴 했다.

 

 "누, 누군진 몰라도 하, 한 번은 받아줘야 하지 아, 않을까?"

 

  세찬이 칸막이 너머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속삭였다. 세찬은 덩치에 비해 자신감이 부족한 타입이다.

  말을 더듬는 것도 모자라, 어깨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바닥만 바라보고 다니니 사람들이 그를 우습게 봤다.

  이래서 아버지가 허리를 펴고 다니라 했던 건가.

 

 '걔 선배들 앞에서도 고개 빳빳이 세우는 거 봤지?'

 '진급 좀 빠르다고 유세 떠는 거야, 뭐야.'

 

  사람들 참 웃기다.

  허리를 구부리면 구부린다고, 펴면 편다고 싫어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 북을 쳐줘야 할지. 아니, 애초에 왜 그녀가 그들의 장단에 놀아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회의 시작합시다."

 

  유 과장의 말에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줄줄이 사탕처럼 회의실로 들어가는 상사들의 모습을 확인한 승완은 자신이 만든 회의 자료를 두 부씩 출력했다.

  다시 한번, 그녀의 핸드폰이 애처롭게 몸을 떨었다.

 

 -정유혁.

 

 "회의 들어가야지."

 

  무표정한 얼굴로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한 승완은 핸드폰을 뒤집어 무음모드로 돌린 뒤, 말끔한 걸음걸이로 회의실로 향했다.

 

 "여 주임님. 오늘 발표 자료 출력했습니다. 발표하기 좋게 정리해두었어요."

 "아, 그래요? 고마워요."

 

  발표에 앞서 자료를 컴퓨터 화면에 옮기던 수빈은 승완이 내민 종이를 내려다봤다.

  제 선임인 백승완 대리의 사고로 인해 직속 후배였던 그녀의 업무가 대폭 늘어난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그녀는 발표자료 준비를 똘똘한 신입에게 넘겼고, 그녀가 만들어준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확인하기에도 벅찼다.

  사실 주임인 그녀에게 발표는 종이를 살펴볼 필요 없이 프리젠테이션만 봐도 충분했다.

 

 "따라서 이번 T-Space 5의 출시는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우리 TI 전자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며..."

 

  오늘의 월례 기획 회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순탄히 흘러갔다.

  마지막 순서인 여수빈 주임 역시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화면에 띄운 연간 시장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승완이 만들어 건넨 자료는 누가 봐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해야 할 정보만 간결히 담아냈다.

  세찬은 오늘도 승완의 업무 능력에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지난 3년간 T-Space 시리즈는 시장에서 평균 27%의 점유율을 보이며 상승 곡선을..."

 "잠깐."

 

  심각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던 유 과장이 손을 들어 수빈의 발표를 중단시켰다.

 

 "지금 하는 말은 T-Space가 아니라 I-Universe 아니야?"

 "네?"

 

  유 과장의 지적에 수빈이 화면의 도표를 다시 살폈다. 제목에는 분명 T-Space라 적혀 있었다.

  그녀가 잘못 읽은 게 아니었다. 수빈은 영문도 모른 채 제 상사를 바라봤다.

  유 과장은 T-Space 시리즈 기획의 원년멤버로, 관련 자료에는 누구보다 빠삭했다.

 

 "지금 수치가 전혀 다르잖아. 점유율부터 반등 곡선까지 전부 I인 거 몰라?"

 "아, 그게..."

 

  유 과장의 호통에 수빈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순전히 업무 능력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유형으로, 칭찬이 굉장히 후하지만 반대로 실수했을 때도 가차 없었다.

  수빈은 립스틱을 곱게 칠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명백한 실수였다.

  회의실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죄송합니다."

 

  그때, 좌중에서 조용히 손을 드는 사람이 있었다. 승완이었다.

  회의실에 앉은 모든 이의 눈이 승완을 향했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며 유 과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문서와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었는데, 프리젠테이션에서 T와 I를 혼동한 것 같습니다."

 "뭐야?"

 "제가 회의 직전에 주임님께 건넨 자료에는 지난 3년간 38%에서 32%까지 하락했다가 작년에 다시 35% 선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수빈이 급히 조금 전 승완이 건넨 자료를 뒤적였다. 그곳에는 승완의 말처럼 도표가 뒤바뀌지 않고 제대로 자리하고 있었다.

  수빈은 남들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승완은 다시 한번 유 과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팔 자로 내린 눈썹부터 뻐끔뻐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입술, 꽉 쥔 주먹은 누가 봐도 긴장한 신입의 모습이었다.

 

 "됐어. 신입이 뭘 얼마나 알았겠어."

 

  얼음처럼 차갑게 굳었던 유 과장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신입이 실수했다는데, 그것도 자신이 잘못을 시인하는데 혼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화살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보다 여수빈 주임은 자료를 받아봤을 때 확인을 안 했나?"

 "그게, 다른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조금 풀어진 유 과장의 표정을 살피며 안심했던 수빈은 다시 바짝 긴장했다.

  실수는 승완이 했지만, 그걸 바로잡을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그 기회를 떠나보낸 건 수빈 자신이었다.

 

 "대리 하나가 자리를 비우니 이렇게 큰 공백이 생기는구먼."

 

  제 선임을 언급하는 신 차장의 말에 수빈이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에는 입술이 눈에 띄게 비틀렸다.

  하필이면 그 여자와 비교될 게 뭐람. 내리깐 수빈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아니, 애초에 그 여자와 이름이 같은 저 계집애가 아니었다면 이런 수치도 당하지 않았을 거다.

 

 "다음 주에 백 대리의 부재를 대신할 새로운 대리가 올 겁니다."

 "벌써요? 아직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급히 데려왔어. 미국 맨해튼서 일하던 인재라고 하는군."

 

  회사란 곳이 이렇다. 정글과 다를 바 없다.

  서로 엉키고 설킨 열대 우림의 나무 하나를 베어낸다 한들 표시 나지 않는 것처럼, 하나의 존재가 사라져도 그를 대체할 인력이 얼마든지 넘쳐나는 세계다.

  몇 년을 함께 지지고 볶고, 울고 웃어도 그의 존재는 회사를 떠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승완의 경우가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를 뿐이다.

 

 "지금 우리는 분위기에 휩쓸릴 처지가 아니란 것만 알아두라고."

 

  어찌 되었든 승완은 이제 더는 29살의 대리가 아니다. 26살의 신입사원의 삶을 살고 있으니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

  게다가 오늘은 새로 맞붙은 적수에게 한 방 크게 먹여주었으니, 우울한 감상쯤은 가볍게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여 주임은 다시 정리해서 새 대리가 온 다음에 다시 보고하도록 하지. 이상."

 

  신 차장과 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수빈은 허겁지겁 프리젠테이션을 정리했다.

  승완은 유 과장의 뒤를 따라가다 가만히 뒤를 돌아봤다.

  세찬이 수빈을 도와주러 다가갔지만, 그녀는 단박에 거절했다. 뽀얀 도자기 피부가 가마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벌겋게 익었다.

 

 '여수빈. 너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아. 남자들이 줄을 서겠지. 하지만 이건 알아둬.'

 

  수빈의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블라우스와 H라인 스커트가 승완의 눈에 들어왔다.

  스커트 아래, 매끈하게 뻗은 다리가 긴장이 풀려 후들후들 떠는 모양이 여기까지 보였다.

 

 '여자로서는 몰라도, 회사원으로서 넌 내 발끝에도 못 미쳐.'

 

  연신 입술을 깨무는 수빈을 향한 승완의 눈에 승자의 빛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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