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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왕 수호 기사단
작가 : 지니2
작품등록일 : 2017.7.18

“주인이다……”

황갈색 눈의 집시들 사이에서, 자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집시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웬과- 불타오르는 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리가시가 주인을 스스로 선택했다!”

로웬은 바들바들 떨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노란 눈이 로웬에게 꽂혔다.

“자격이 없는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에서도 무사하리라. 유리 가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검. 맨발로 바닥을 뛰어라, 유리 조각을 밟아라. 너의 피가 네 자격을 증명할 것이다. 유리 가시는 선택하는 검.”

집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시리어스 주의][생각보다 안진지함 주의][주인공 2명][기사단물][정통(?) 판타지]
[천재검사, 얼굴이 열일하는 주인공1][잔머리대왕, 그냥 일 안하는 주인공2]

 
Episode 1. 잠입 (2)
작성일 : 17-07-23 00:59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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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과학 부흥, 산업 시대’ 따위의 답이 나올 줄 알았던 학생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로웬의 고개가 유비에게로 돌아갔다. 로웬의 표정은 명백하게 ‘이게 또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과 마주친 유비에게서는 아주 뿌듯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교수는 반사적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지?” 하고 질문했다. 유비는 그 질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여왕 수호 기사단은 여왕 폐하의 직속 기사단이죠. 여왕 수호 기사단은 오직 여왕님의 명으로만 움직여요. 제 생각에 여왕님이 왕국의 수장으로서 결국 신경 쓰는 건 왕권 강화일텐데... 그렇지 않다면 그런 정보에 신경쓰진…….”

 

 

 이 멍청한 파트너가 뭔가 위험한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로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유비가 더 헛소리를 하기 전에, 그의 발을 꾹 짓밟았다. 일순간 유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엄격하게 굳어있는 로웬의 표정을 마주하고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음, 어, 음. 아무튼 여왕수호기사단의 제 1 과제가 잔존하는 이력(異力)의 흔적을 없애는 거잖아요. 왜일까… 하고 생각하면 그거거든요. 변경에 여전히 있다는 ‘전 왕조의 반란군’이, 이전 왕조를 잇고 있다는 정당성을 유지해주는 게 바로 그 ‘이력’이라서요. 사실 대적자의 ‘정당성’이라는건 꽤 걸리적거리는- 왕권을 흔들만한 무기구요.”

 

 

 오호. 교수는 안경을 치켜올렸다. 분명 정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왕국의 사정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신선한 대답이기도 했다. 그는 단 한번도 ‘여왕 수호 기사단’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학자들에게 여왕 수호 기사단이란 그저 여왕의 사조직 비슷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저 대답은 마치- 왕궁 안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치가의 대답 같았다.

 

 

 “으음- 교수님?”

 

 

 유비는 또 자기 발을 꾹 밟으려는 로웬의 발을 피하면서 생글 웃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교수의 눈이 다시 유비에게로 돌아갔다.

 

 

 “오늘은 첫시간인데… 재미없는 이야기 대신에 흥미로운 이야기 해주시면 안되나요?”

 

 

 허, 교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저 오웰 교수에게 감히 저런 말을 하는 학생이 있을 줄이야! 저 교수의 꼬장꼬장함을 어떻게 견뎌내려고!

 

 교수의 얼굴에 웃음이 퍼졌다. 그건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학생들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래서- 제 첫사랑 따위라도 물어보고 싶은 겁니까, 군은?”

 

 “그것도 좋은 선택인데. 그게 싫으시다면 남의 사랑 이야기도 좋고요! 가령 일테이아 같은 사람의.”

 

 

 유비 이그렛이 가지고 있던 교재의 목차 부분을 톡톡 두드렸다. 그가 가르키고 있는 부분은 3장의 주제- ‘일테이아’였다. 물론 저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유비 이그렛이 원했던 ‘일테이아의 사랑’이야기가 아닐테지만. 아마 ‘일테이아의 문’이 역사 속에 끼쳐왔던 중대한 분기점들에 대해 서술한 부분일 거였다.

 

 그 점을 지적하려던 교수는 문득 저 청년의 요청이 썩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대로, 첫 시간이지 않은가. 하루쯤 이야기 들려주는 할아버지가 되어도 괜찮겠지.

 

 

 “일테이아의 문… 여러분 중에 그걸 실제로 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물론 그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알다시피 일테이아의 문은 큰 겨울 이후로 생겨난 불가사의한 현상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불특정하게 열리는 ‘입구’죠. ‘입구’는 큰 성곽일수도, 작은 나뭇잎일수도 심지어 내일 어느날에는 이 교실의 책상 중 하나일수도 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문은 그에 닿은 존재를 삼켜서- 그 순간 그를 가장 간절히 필요로 하는 자에게로 이동시킵니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일테이아의 문을 모르는 사람이 이 왕국에 있을까. 일테이아의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이 왕국에 있을까… 왕국의 모든 어린아이는 어린 시절 벽난로에 앉아서 부모님께 일테이아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 그는 좀 더- 학자적인 입장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풀기로 했다.

 

 

 그런 갑작스러운 태도에 당황한 건 나머지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이 이야기가 정말로 평범한 이야기인지, 시험에 나올 만한 중요한 이야기인지 갈팡질팡해 하면서 펜을 들었다.

 

 

 “70여년 전 일테이아 리벳테는 왕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자연과학자였습니다. 그녀는 이 하멜른 대학의 초대 설립자 중 한명이기도 했지요… 그녀는 갑작스럽게 생겨난 ‘문’이라는 자연현상에 대해 규명하고 싶어했습니다. 모두가 ‘이력’의 잔재라고 믿을 때 그녀는 그게 자연의 힘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거듭하고 거듭하던 그녀는…마침내 학자가 할수 있는 최악의 단계까지 도달했습니다. 스스로를 모르모트로 삼는 것. 그녀는 스스로 ‘문’에 뛰어들었습니다.”

 

 

 문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은 그 순간 가장 문에 빠진 희생양을 가장 필요로 하는 자에게 출구를 열어 준다. 그것은 굶주린 늑대일수도, 살육을 즐기는 마물일 수도 있었다. 문에 빠지면 절반의 확률로 죽는다. 일테이아는 그야말로 죽음으로 걸어들어간 것이다.

 

 필기하던 학생들이 숨을 들이켰다. 그들이 어릴때 들었던 일테이아의 이야기에는 어디에도, 그녀가 무모한 실험광이었다는 부분은 없었다. 그들은 모두 일테이아의 이야기가 흔히 올 수 있는 불행인 줄 알았었다.

 

 

 “그녀는 ‘문’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의 남편에게 부탁했습니다. 언제나 자신을 간절히 필요로 해달라고. 남편은 그녀를 몹시 사랑했기에 그 부탁을 충실히 이행했고, 덕분에 그녀는 여러번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구를 거듭할 수록 두 사람은 타성에 젖었습니다. 문에 빠지더라도, 일테이아는 돌아온다고 믿었던 겁니다. 그 찰나의 안심이 ‘간절한 필요’를 남편의 마음에서 없앴고-“

 

 

 이제 나올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 순간 문에 빠졌던 일테이아는 영영 사라졌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그녀를 잃은 남편은 크게 후회하며 그녀의 연구를 정리해 학회에 발표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그 비극적인 이야기가 마치 구전되는 동화처럼 널리 퍼졌고, 그리하여 문은 ‘일테이아의 문’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교수는 힐끗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마칠 시간이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란- 실험은 언제나 고도로 통제된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이만 해산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런 이야기 듣는 시간 따위 없을테니 각오하세요.”

 

 

 그는 지그시 유비를 바라보았다. 수업을 묘한 방향으로 이끌어갔던 유비는, 교수가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 멋쩍게 헤헤 웃었다. 오웰 교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레노위."

 

 그는 유비 이그렛 옆에서 짐을 챙기고 있는 로웬을 불렀다. 로웬은 눈을 깜박이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군은 전공을 어디로 할 작정인가?"

 

 "...전공이요?"

 

 "편입생은 곧 전공 선택을 할텐데. 군 같은 인재가 역사학을 공부해야 나라의 기틀이 잡히네. 역사는 나라의 뿌리나 마찬가지거든."

 

 

 거기까지 말한 교수는 지나치게 차가운 학생의 표정에 잠시 멈칫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청년의 눈빛이 몹시 냉정했다. 교수는 그 표정을 보자마자, 그가 전공으로 역사학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길고 짧은건 대봐야 하는 법. 그는 오늘 처음 본 이 편입생이 몹시 마음에 든 상태였다.

 

 그는 설사, 로웬 레노위가 역사학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자기 수업을 청강이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기로 했다. 오웰 교수는 역사학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전공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많은 학생들에게 그렇게나마 역사학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의 가슴엔 나름 교육자로서의 열정이 살아있었다.

 

 정작 그 말을 듣는 로웬의 등줄기에는 아무도 모를 땀 한방울이 또르르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분명 저 교수는 그를 좋게 봐서 권해주는 것일텐데... 전공은 아마- 잠입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위의 명령에 따라 선택할 테니, 둘의 전공이 역사학이 될지 다른 무언가가 될지 로웬도 알 수 없었다.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면 아예 전공조차 선택하지 않고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는 약간 주춤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은 전공을 알아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벌써 교실 입구에 다다른 유비 이그렛은 교수와 대화를 하고 있는 로웬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저 깐깐한 교수가 그의 파트너를 붙잡아두고 있는 모양인데. 수업시간에 로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던 유비는, 이때라도 그를 도와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저 성격나쁜 파트너는 그가 위기에 처했을때 도와주지 않았지만!

 

 

 "로웬- 밥먹으러 안 가?"

 

 

 유비가 우렁차게 로웬을 불렀다. 동시에 교실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유비에게 꽂혔다. 유비는 헤헤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교수가 소란을 일으키는 유비를 바라보며 쯧, 하고 또 혀를 찼다.

 

 로웬은 히히 웃고 있는 유비를 한번 바라본 후 몹시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서는 교수를 향해 짧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다음시간에 뵙겠습니다."

 

 

 교수는 물 흐르듯이 이어진 로웬 레노위의 행동에- 방금 전 그를 붙잡고 설득하려던 계획을 순간 잊고 말았다. 그 계획은 로웬 레노위와 유비 이그렛이 교실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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