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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8. 엇갈림 02
작성일 : 17-07-22 23:29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8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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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족 연합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성 마그나스, 북쪽으로도 동쪽으로 끝의 산맥과 마주하고 있어서 지리적 위험성은 노스가드 성과 비슷했다.

 이곳은 아직 누구의 땅도 아니다. 원래 셀도란 제국의 성이었지만 제국 붕괴 이후 한참동안이나 방치되어서 마물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산맥의 경계를 지키는 군사요새로 사용된 곳이라 성벽은 크고 튼튼했으며 내부 시설의 규모도 어지간한 대도시만큼 컸다.

 적어도 다른 도시의 세 개 분량의 역할을 해줄 만큼 큰 성이라 그동안 눈독을 들이고 있던 이종족 연합의 이퀄라이져에서 드디어 이곳의 마물들에게 칼을 뽑아들었다.

 몇 달간 드워프들의 문제를 전부 해결한 이리스도 이번엔 이퀄라이져의 의뢰를 받아 이곳을 탈환하는 원정대에 포함되었다.

 “그런데......스틸사울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급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안 갈 거야”

 이리스는 조금 시무룩하게 말했다. 나름 냉담하게 말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서운한 감정이 얼굴로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자신이 어디로 갔는지 행적을 항상 알렸지만 그는 자신을 쫓아오거나 어떤 말을 전하지도 않았다. 내심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랬지만 소식을 들어보니 그는 어떤 귀족영애와 관광을 다닌다고 했다.

 분명 굉장히 사소한 이유로 다투었을 터인데......그랬을 터인데 이미 리오넬은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줄 다른 사람을 만나버렸다. 다시 돌아갈 장소도 사라져버렸다. 아니카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가 말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이성적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고 아는 사람이 말하더군요.”

 “사실 리오하고 그렇게 싸우고 싶진 않았어. 하지만 나와 그는 어울리지 않는 걸”

 리오넬에게는 자신 말고도 결혼했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애초에 자신을 향한 사랑은 그녀의 대용품일 테니까 차라리 그녀를 다시 만나서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게 나을 것이다.

 “리오가 해준 게 너무 많아서 운명의 인연이니까 그런......그런 환상을 보고 꿈을 꾸고 있던 걸지도 몰라 정작 나는 공주님도 아닌데 말이야”

 “그저 그 남자랑은 인연이 아니었던 걸지도 모르지요.”

 아니카는 그녀가 자신이 생각하던 대로 리오넬이 떨어져서 기뻐야 할 텐데......지금 이리스의 얼굴을 보면 오히려 자신이 틀렸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리스는 오히려 아니카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신룡기사단에 가볼까 해”

 “정말입니까?”

 이리스는 아니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스스로를 내려다보았다. 리오넬의 돈으로 샀던 갑옷은 미스트러커의 내장 속에서 전부 녹아버렸고 검도 그곳에 두고 왔다.

 ‘답답해’

 지금 착용중인 장비는 로벤의 드워프들이 문제를 해결해준 대가로 제공해준 것으로 마법은 걸려있지 않지만 순전히 기본 성능만으로 전에 사용하던 장비를 압도했다.

 입고 있는 사람의 성별조차 구분가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투박한 검은 색 일색의 갑옷, 성인 남성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무게를 보충하기 위해 흑철만 사용해서 만든 갑옷이다. 검의 경우는 여전히 한손으로도 양손으로도 쓰기 편한 검이지만 재질은 역시 흑철, 그녀는 검은 색 일색으로 전신을 감쌌다.

 그녀가 원하던 형태의 장비지만......무겁다. 가죽갑옷처럼 움직이기 편한 느낌도 아니고 혼자 갈아입기도 불편해서 입을 때마다 아니카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그래 마치 이 장비처럼 마음도 답답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그의 마음이 새장처럼 자신을 죄여온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녀의 마음은 더 답답해질 뿐이었다. 아무것도 그녀를 구속하고 있는 것도 없는데도 자유롭지 않았다.

 아니 없는 건 아니다. 그동안 무시해왔던 전사로서의 책무와 학살자로서의 죄책감, 이 두 가지는 그녀 스스로도, 혹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마음의 무게를 자각한 순간에 자살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거나 미쳐버리지는 않았다. 다만 조련사가 짐승의 목에 걸어 채우는 목줄처럼 그녀의 내면을 조금씩 옥죄여 올 뿐 오히려 그 어중간함 때문에 해결책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의뢰를 받아서 언데드들을 정화하는 것도 속죄의 일환이지만 자신이 죽인 이들에겐 아무런 소용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저 괴로워할 뿐......하지만 어쩌면 긴 시간을 살아가는 다른 용인들을 만난다면 이런 고민을 조금 덜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으으 정신 차리고 힘내자!”

 “찾았다.”

 “아 또 보네요. 카밀라”

 “목표 구체적, 보수 확실”

 아무래도 마그너스성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이퀄라이져에서는 그녀 말고도 용병들을 대량으로 모집했다. 다른 로벤에서 가끔 모습을 보이던 카밀라의 파티도 이번 탐사에 참가한 것 같았다.

 “또 보는군.”

 “잘 지내셨습니까?”

 “카를씨하고 제이콥씨 잘 지내셨나요?”

 “저희야 뭐 잘 지냈지만 이리스양은 여전히 얼굴이 어두워 보이는 군요. 무슨 고민거리가 있습니까?”

 이리스는 그래도 나름 활기차게 인사했다고 생각했는데 눈썰미가 좋은 제이콥에게는 잘 통하지 않았다.

 “리오넬과 헤어졌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뭐 그건......어라? 제가 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가요?”

 “그, 그건 저번 탐사 때 말해주지 않았나.”

 “그런가요.”

 카를은 뜨끔한 얼굴로 변명 했다. 하지만 이리스는 딴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어서 별다른 의심을 하진 않았다.

 “이유는?”

 “그냥......조금 견해차이가 있어서 다투고 헤어졌어요.”

 “저런”

 이리스와 그들이 만난 횟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제이콥은 마치 자신의 이웃이 큰 변고라도 겪은 것처럼 그녀의 문제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냥 정말 사소한 이유였는데 어쩌다보니 돌아가기 힘들게 되어버렸어요”

 “이번 일이 마지막이라고 알고 있는데 일이 끝나면 어디로 가실 겁니까?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파티에 오시지 않겠습니까?”

 “괜찮아요. 신룡...아니 따로 가볼 곳이 있어서요.”

 이리스는 섣부르게 신룡기사단을 언급하면 거리감을 느낄까봐 말을 얼버무렸지만 파멸의 추종자의 흑마법사와 흑기사인 그들은 그녀가 신룡기사단으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고 안색을 굳혔다.

 “그렇게 인상 쓸 필요는 없잖아요. 잠깐 들려보는 거고 거기가 마음에 안 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게요.”

 마치 어디 용병대에 가입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했지만 신룡기사단은 그리 만만한 단체가 아니다. 그녀가 그곳으로 한번 떠나게 되면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희에게도 기회는 있다는 말이지요? 그거면 되었습니다.”

 

 아직은......아직은 기회가 있다.

 

 이리스와 카밀라의 파티 말고도 여러 무리가 준비를 마치고 마그나스성의 남서쪽에 있는 문에 집결했다. 성문은 완전히 부셔져서 경첩부분 일부만 남아있었고 해자가 파여 있던 부분은 나뭇잎이 썩어서 만들어진 검은 빛깔을 띠는 부엽토로 메워져 있었다.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군. 그럼 시작하지”

 이퀼라이져에서 온 원정대의 대장은 엘프와 인간사이의 혼혈인, 갈색과 초록색의 오드아이가 인상적인 사내였다.

 

 그가 지시를 내리자 한 무리의 원정대원이 항아리를 들고 앞으로 나와서 내용물을 문 앞쪽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내용물의 정체는 신선한 핏물과 내장을 갈아서 섞은 것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역한 비린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잡역부들은 뒤로 빠지고 나머지는 전투준비! 정령사들 시작해!”

 내장이 섞인 핏물을 전부 들이붓고 나서 잡역부들이 뒤로 빠지자 정령사들이 전열에 바짝 붙어서 나왔다.

 ‘......정령들이 안 보여’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으로 정령들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은 알겠지만 상단전의 마나를 포기해서인지 정령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바람의 정령이었는지 작은 돌풍이 일어났고 그것들은 피비린내를 품고 성 안으로 펴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축을 울리는 마물의 괴성과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령사는 후열로! 전열 방어태세! 벽 세워!”

 “월 오브 아이스”

 “대지의 정령이여”

 “생명이여 자라나라”

 성문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듯이 여러 개의 벽이 생겨났다. 얼음의 벽이 정면을 막고 대지의 정령이 바위벽을 세운다. 그 뒤로 이어진 마법은 그 벽 위로 가시넝쿨이 붙어있는 식물이 자라나서 내구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쿠어어어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마물들이 벽에 충돌했다. 두꺼운 벽에 부딪혀 달리는 힘을 잃어버린 마물들은 뒤에서 달려오던 마물들과 충돌하면서 성문 근처에 너부러졌다. 하지만 모든 마물이 멍청하게 성문만으로 달려오는 것은 아니다.

 샤벨타이거와 같은 동물형은 성벽을 넘어서 전열을 넘어서 한 가운데로 뛰어 들어왔고 와이번은 하늘을 빙글빙글 맴돌며 조금이라도 낙오되어 있는 원정군을 하늘로 낚아채거나 바윗덩어리를 원정군 한 가운데에 집어던져서 진형을 붕괴시켰다.

 이리스는 진형후열의 마법사들을 노리는 샤벨타이거에게 다가가서 그대로 뒷다리를 붙잡아 지면에 내리쳤다.

 “저리 가!”

 그리고는 그대로 빙글빙글 돌려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윗덩어리를 향해 집어던졌다.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던 샤벨타이거는 바윗덩어리에 직격해서 방패를 들고 마물의 공세를 버티던 전열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진형을 무너뜨리지 마!”

 “앗 미안”

 원정군에서 이리스의 역할은 진형붕괴를 방지하는 일종의 별동대였다. 물론 공중의 와이번의 처리는 그녀에게도 살짝 번거로운 일이니 성벽 위에서 뛰어드는 마물을 견제하는 정도로 충분했다.

 “이 상태면 금방 끝나겠네.”

 “방심은 금물입니다.”

 “알고 있다고!”

 그녀는 아니카를 노리고 강하하는 와이번의 발톱을 향해 날개를 펴고 높게 뛰어올라서 정면으로 와이번과 충돌했다. 이미 검은 용인이라는 사실은 알음알음 알려진 상황이라 그녀가 검은 날개를 펼쳐도 깜짝 놀라거나 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리스는 나무를 기어오르는 뱀처럼 유연한 동작으로 와이번의 다리에 얼음 칼날을 찔러 넣고 그것을 이용해서 단숨에 몸통위에 올라탔다.

 쿠아악

 “가만히 있어”

 와이번은 차가운 칼날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통증과 자신의 몸을 기어오르는 이리스의 존재를 깨달고 몸을 뒤틀어서 그녀를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어둠의 마나와 냉기로 와이번의 등 위에 바짝 밀착하고 있는 이리스에게는 큰 효과가 없었다.

 이리스가 굳이 와이번의 등까지 올라온 이유는 아래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개인적인 호기심을 위해서였다.

 “와이번은 어떻게 나는 걸까?”

 이리스의 날개는 분명 강력한 힘이 깃들어있지만 날수는 없었다. 그녀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줄 다른 용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으으으음......”

 다른 부위보다 얇은 비늘로 덮인 역동적인 날갯죽지의 움직임, 와이번은 그녀를 떨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근육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위로 아래로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날개가 크게 펄럭이며 크게 움직였다.

 “흐으으음?”

 와이번이 공중곡예를 펼치자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지만 그것이 때문이 아니라도 이리스는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이번의 날개는 육체의 일부였고 그녀의 날개는 마나의 집약된 것이라 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이다.

 쿠아악

 “어라 불도 뿜었나?”

 와이번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긴 목을 휙 돌려서 자신의 등을 향해 불을 뿜었다. 날개가 조금 다치더라도 자신의 등에 달라붙은 이리스를 떨어뜨릴 속셈

 하지만 와이번의 나는 법에 흥미를 일어버린 이리스는 회귀의 검 역류의 활용해서 불의 흐름을 다시 와이번의 입으로 되돌렸다. 뿜어져 나오던 불꽃과 이리스의 검술로 반사된 불이 충돌하면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고 이리스는 그 반동을 이용해서 다른 와이번에게 날아갔다.

 “와, 와이번이 떨어진다! 조심해!”

 “한 마리 더 떨어진다!”

 이리스는 단숨에 한 마리의 와이번을 더 처리한 다음에 지상으로 활강하면서 다른 와이번을 향해 검기를 흩뿌렸다.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와이번들의 이목은 단숨에 이리스에게 쏠렸지만 운신이 자유롭지 않은 공중에서도 이리스는 약하지 않았다.

 “자 이쪽으로 따라와라!”

 크르르르

 이리스가 와이번 무리를 이끌고 성벽 위로 착지하자 원정대의 빈틈을 노리고 있던 짐승형 마물들의 눈이 단숨에 그녀를 향했다.

 “바닥이랑 붙어있으면 이런 것도 된다고!”

 공중에서라면 단순하게 검기를 방출하는 것뿐이지만 그림자와 육체가 연결되는 지상이라면 그녀가 깨달은 어둠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림자가 와이번과 샤벨타이거를 비롯한 마물들을 꽁꽁 싸매서 성벽 아래로 굴려버렸다. 몇몇은 자신이 가진 힘으로 그림자의 촉수를 끊고 탈출했지만 대부분은 추락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이어지는 원정군의 마법포격에 휩쓸려서 사라졌다.

 지상을 내려다보니 이미 대부분의 마물무리가 정리되고 있었다.

 ‘제법 균형 있게 짜인 조직이야......지휘관의 실력도’

 지휘관의 지휘나 일부러 좁은 성문에서 전투를 유도하는 작전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병력편제의 균형이 좋았다. 여러 종족의 혼혈들이 모여 살고 각 인종, 직업 간 차별 없는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정령사, 궁수, 마법사, 검사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도 병력을 지휘해본 경험이 있긴 했지만 병과를 제대로 구분해서 운용하기는커녕 병과자체를 구분하지 않았다. 네메시스의 용병들이 자체적으로 활을 쏘는 법을 배울 때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법사들을 포함시켜서 후방을 지원해주거나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활을 다루는 병과를 따로 나눠서 네메시스를 키웠다면 더 많은 생명이 살아났을 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는 이런 상상 자체도 위선일 테지만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이퀄라이져의 원정대가 구축한 진형은 견고했고 이리스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법사와 정령사의 강력한 연계마법으로 전투는 끝맺음되었다.

 

 “부산물의 정리가 끝나면 휴식이다! 취사병은 식사를 준비하고 경계조는 1조와 2조로 나눠서 1조는 경계를 유지하고 2조는 결계설치 후 휴식!”

 다들 분주히 움직이며 휴식을 준비하는 사이 이리스는 멍하니 솥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스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원정군의 지휘관이 다가왔다. 열정적으로 지휘하던 때와는 달리 사뭇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아까는 지휘중이라 이리스님에게 언행이 거칠었던 점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그러니까...”

 “바리드, 바리드 브리쉘입니다. 이리스님”

 바리드 브리쉘은 힘을 숭상하는 수인족의 혼혈이라 그런지 위대한 용인이자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그녀를 거의 왕처럼 떠받들었다.

 “그렇게 까지 절 어렵게 생각하시지 않아도 되는데......”

 “이리스님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합니다. 신룡기사단에 갈 예정이라면 이런 시선에는 익숙해 지셔야 합니다.”

 “우와~ 가기 싫어졌어.”

 아니카는 막 완성되어 배식되기 시작한 스튜를 배급하는 병사들에게 빼앗듯이 받아와서 이리스에게 가져다주었다. 이리스는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었다가 화들짝 놀라서 브리쉘에게 먼저 건넸다.

 “지휘관님이 먼저 드세요.”

 “아니 제가 어찌 이리스님이 드실 음식을 제 몫은 알아서 챙기겠습니다.”

 브리쉘은 이리스를, 정확히는 이리스의 뒤에서 눈을 부라리는 아니카를 보고는 자신 몫의 식사를 받으러갔다.

 ‘저자도 분수는 알고 있군요.’

 혼혈은 피가 탁해진 이들이다. 원래 자신의 종족이 지녀야 할 능력을 온전히 물려받지 못하고 그 특성을 대를 이을수록 강해진다. 종국에는 인간과 비슷한 정도의 능력밖에 남질 않거나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초적인 재능조차 지니지 못하게 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많은 이종족들은 개개인의 사랑은 인정하면서도 그 결과물인 혼혈들을 꺼려하고 배척했다. 용인은 그런 이종족의 꼭대기에 위치로 보고 존경받지만 굳이 치자면 종족의 개념과 조금 다르다.

 용인은 용과 인간이 서로 사랑했다는 증거로 탄생한 존재들 아무리 다른 피를 섞는다고 해도 물려받은 문양이 흐려지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지만 그들의 사랑에도 걱정거리가 없지는 않다.

 스스로 모체가 되는 여성용인의 경우는 아무 문제도 없지만 남성의 경우 배우자가 태아에게 공급해야 하는 마나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마나고갈로 사망할 수도 있다.

 이리스의 경우는 비틀린날개의 혈통을 가진 검은 용인이기 때문에 그녀가 지니는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장이라도 이런 전장에서 끌어내서 안전하게 보호해야 했다.

 ‘여태까지 오지 않은 신룡기사단도 그렇고 쉽사리 포기해버린 리오넬이라는 인간도 그렇고 이리스님의 가치를 너무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하지만 뭐 이리스님이 원하시는 것이니 상관없겠지요.’

 이전까지의, 고위 혈통의 고귀함을 중시하던 아니카라면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만으로 아니 그들의 의뢰를 받는 것조차 꺼렸겠지만 조금 성숙해진 지금은 약간의 거부감밖에 느끼질 않았다.

 “이리스님은 상냥하시군요.”

 “상냥하진 않아”

 이리스는 작게 쓴웃음 지었다. 상냥하다고? 내가? 어림도 없는 소리다. 메이트라에서는 저 말에 찬성할 사람을 찾는 게 용인을 찾는 것보다 힘들 것이다.

 “이제 성 내로 이동한다! 경계를 늦추지 마라”

 

 마그나스성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모든 마물이 정리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남서쪽 구역 근처의 마물은 거의 정리되었을 것이다. 먼저 들어갔던 정찰조가 이상이 없음을 알려오자 브리쉘은 본대를 이끌고 마그나스성 안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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