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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를 쓰자 - 세계수편
작가 : 연도단
작품등록일 : 2017.7.6

외딴 섬에 위치한 신국고등학교.
폐쇄적인 고등학교에 생긴 이변.
학생들의 몸에 깃든 신화적 존재들.
이변으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학교에서 지배하려는 세력과 지배에 저항하는 세력이 충돌한다.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9
작성일 : 17-07-22 22:46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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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현석은 눈을 떴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그는 멍한 상태로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벌써 저녁때는 지났나...”

  현석은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스마트 폰을 집어 든다.

  학교 내부연락 용도로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인터넷이라고는 인트라넷 그 이상 그 이하의 기능도 못 하는 폰이었지만, 그래도 날짜 정도는 제대로 표시된다.

  “그러니까 오늘이...”

  날짜를 확인한 현석은,

  “내.. 내가 삼 일이나 내리 잤다고..? 그, 그렇다면 오늘은..?!”

  현석은 화들짝 놀라 날짜를 재차 확인한다. 그리고 확신한다.

  “틀림없어... 오늘이야! 오늘이라고!”

  현석은 허겁지겁 옷을 주워 입으며 시간을 확인한다.

  “전처럼 장소를 몰라서 헤매지 않는 이상, 아직 시간은 있어.”

  현석은 이를 꽉 물었다.

  “그때처럼...”

  피 웅덩이 속에 누워있었다.

  그 녀석이 모두의 고통을, 죽음을 짊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 녀석의 얼굴이 움직인다. 오직 입을 움직이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한다. 그렇게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로 널 보내진 않겠어. 너의 의지를 반드시 듣겠어.”

  현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그리고는 달려나간다.

  “목적지는...”

  - 중앙강당 B동!

  달은 하늘 높이 떠서 빛나고 있었다.

  현석은 달을 조명 삼아 달리고 또 달렸다. 아직은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폐를 잡아 뜯으려 한다. 하지만 그는 달릴 것이다.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신국고등학교의 정중앙. 심장부를 향한 뜀박질을.

  - 교사를 지나.

  - 운동장을 지나.

  - 상가를 지나.

  도달했다.

  “오랜만이네. 이렇게 멀쩡한 중앙강당을 보는 것도.”

  현석은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중앙강당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강당으로 통하는 문 앞에 섰다.

  현석은 문고리를 잡는다.

  숨을 삼킨다.

  마른 침을 삼킨다.

  떠올린다.

  피 웅덩이에 잠겨있는 친구들을.

  고통에 몸부림치는 친구를.

  자신을 망설이게 하는 이 모든 것에게 다짐한다.

  “너의 마지막 말.”

  현석은 문고리를 비틀었다.

  “듣겠어.”

  그렇게 그는 다시 마주한다.

  자신 안의 트라우마(trauma)와.

  “오셨네요.”

  강당으로 들어선 현석을 처음 맞이한 것은 태연하게 웃고 있는,

  “여운... 너?”

  “이제 막 9번째 제물이 바쳐지는 참입니다.”

  여운의 말에 현석의 몸을 크게 들썩인다. 현석의 시선은 여운의 몸 너머에 있는 제물의식의 현장으로 향한다.

  “또.. 또... 또 이런..! 어, 어째서..! 어째서 막지 않은 거야!! 이 자식아!!!”

  여운은 알고 있었다. 현석은 알고 있었다.

  “아시잖아요. 당신도.”

  현석이 할 수 있는 것은 피 웅덩이 속에서 경련하고 있는, 친구였던 살덩이들을 지켜보는 것뿐.

  “크흐... 크흐... 크아아아아아아!!!”

  현석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 슬픔. - 분노. - 자괴.

  여운은 현석과 어깨를 맞추어 나란히 선다.

  “이곳에서 현석 님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여운은 학생회장의 스마트 폰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화를 홀로 받아내고 있는 남자를 가리킨다.

  “듣는 것.”

  “듣는 것...!”

  현석은 자신과 나란히 있던 여운을 제치고 앞으로 나선다. 현석은 9인분의 죽음을 감당하고 있는 그 녀석에게 똑바로 나아간다.

  그 녀석을 향해 나아가는 현석의 얼굴은 여전히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다. 하지만 눈을 돌리지는 않는다. 제대로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고 있다.

  현석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자신의 친구 앞에 섰다.

  지금 이 공간에는 여운도, 광기에 찬 얼굴로 알 수 없는 주문을 읊고 있는 회장도 없었다. 현석과 그 녀석 단 둘뿐이었다.

  “나는 너를 구해 줄 수 없었어. 네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덜어 줄 수도 없었어. 지금도 그렇고. 하지만...!”

  “끄으으으...”

  현석은 흰자위를 드러내고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고 있는 친구의 손을 잡는다.

  “네가 무슨.. 흡..!!”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킨 그 녀석은 발악적으로 현석의 몸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현석은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현석을 완전히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그 녀석은 현석의 목을 팔로 휘감는다. 그리고 현석의 귓가에 속삭인다.

  “살려..줘...”

  “뭐... 라고...?”

  “살려줘... 살려...줘!”

  그 녀석의 현석의 목을, 옷깃을, 몸을 잡아 뜯으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른다.

  “살려줘어어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친구를 응시하는 현석의 눈은 텅 비어있었다. 공허했다. 그에게는 비명도, 신음도 들리지 않았다.

  그 녀석도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어른도 버티기 힘든 극한의 고통에서 삶을 구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현석이 느꼈던 그 녀석의 결의는, 9명의 생(生)을 짊어졌을 때의 결의는 신보다 고귀하고, 은하보다 넓고, 생명보다 무거웠다.

  분명, 그랬었다.

  “살려.. 달라고..? 네가 목숨까지 깎아가면서 나에게 전하려 했던 말이... 살려 달라는 거였어? 그것뿐이었어?!”

  그 녀석의 숭고한 희생은 현석에게는 신앙이자 삶의 이정표였다. 어둠뿐인 절망적 상황에서 한 줄기 빛이었다. 그리고 그 녀석의 마지막 말은 현석에게는 가스펠이 될 터였다. 하지만 신의 복음이라 기대했던 친구의 마지막 말은 생을 구걸하는 고통스러운 비명일 뿐이었다.

  “그것뿐이었냐고!!”

  현석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절규의 파동은 차원 전체로 퍼지며 씨앗 우주 자체를 파멸적으로 강타한다.

  - 구우우웅!

  차원이 떨리기 시작한다. 아니, 떨림이 수준 아니었다. 우주 자체를 붕괴시킬 정도로 강렬한 파동이었다.

  여운은 현석의 절규, 우주의 파멸을 지켜보며,

  “그랬군요. 그랬어요. 왜 금빛 안개의 모습이었는지. 왜 둘이어야만 했는지. 어째서 현석님이 저를 인지하지 못했는지.”

  태연하게 미소 짓는다.

  “알았습니다.”

  여운은 현석에게로 다가간다.

  현석의 등 뒤로 다가간 여운은 절망에 빠진 현석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쥔다. 그리고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현석의 몸을 뒤로 끌어당겨 바닥에 패대기친다.

  “크흑!!”

  바닥에 나동그라진 현석은 바닥과 충돌한 어깨를 부여잡으며 여운에게 고함친다.

  “가, 갑자기 무슨 짓이야!!”

  여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으로 현석의 양어깨를 잡는다. 그리고 그의 몸을 강제로 돌려 그 녀석 쪽으로 향하게 한다.

  “현석 님. 보세요.”

  “무, 뭘?!”

  - 구구구구구구...!

  차원이 다시 한번 강하게 진동한다. 동시에 하늘에, 땅에, 세상에 균열이 퍼져나간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다시 그를 보세요.”

  “다시... 보라고...?”

  현석은 다시 그 녀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봤다.

  붕괴하는 우주를 바라보며 환희에 찬 그 녀석의 광기 어린 얼굴을.

  “저... 저런 얼굴을 하는 녀석이 아니야..!”

  “당연하죠.”

  여운은 의아함으로 물든 현석의 눈을 마주한다.

  “현석 님이 아는 그분이 아니니까요.”

  “그 녀석이 아니라고..? 그럴 리가..? 그 녀석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저렇게 모두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잖아!!”

  여운은 현석의 혼란을 차분하게 응시한다.

  “기억해 보세요. 소중한 친구의 이름을.”

  “다, 당연하지 내가 절친의 이름도 모를까 봐?! 잘 들어!! 저 녀석의 이름은... 이름...은...!”

  현석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뒤진다.

  기억 속에도, 추억 속에도, 감정 속에도 그 녀석의 이름은 없었다.

  병실 앞에 걸려있던 공백의 명찰처럼, 모든 기억에서 그 녀석의 이름 대신 공백이 있을 뿐이다.

  “어째서야?! 어째서 녀석의 이름만 생각나지 않은 거야?! 어째서냐고?!”

  “그럴 수밖에요.”

  여운은 얼굴을 기괴하게 일그러진 그 녀석을 얼굴을 바라본다.

  “그분이 아니니까요.”

  “아니라니..? 그럼 저건..?”

  “저것은...”

  여운의 안광이 번뜩인다.

  “신의 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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