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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고귀한 여자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7.1

본격 여주 여왕되는 이야기.
환생물, 당찬 여주. 스윗 남주. 힐링, 성장물.
(주의 : 흐름상 남주가 살짝쿵 늦게 등장.)

엄마에게 버림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살해당한 뒤 환생해서도 여러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여주.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자 만나게 된 여러 인연을 통해 점점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됨.(남주, 충성스러운 시녀 등등.)


(제 멜주소와 트윗 주소 입니다..ㅎㅅㅎ
pang_0315@naver.com / @aSweet_world )
*트위터에는 업뎃 소식이 올라온답니다 ㅎㅎ

 
28.
작성일 : 17-07-22 21:00     조회 : 470     추천 : 1     분량 : 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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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 있던 나머지 침대는 루미의 차지가 되었다. 항상 할 일이 없어서 안달이 나있는 메리에게 루미의 글자 선생 노릇을 시켰더니 아주 신이 나 보였다.

 

  수시로 세탁을 하고 옷을 다리고 새로운 차가 나왔는지 살펴본다며 배 여기저기를 빨빨 돌아다니던 메리가, 방에 꼭 눌러 앉았다.

 

  루미는 외모 때문에라도 낮 동안에는 배 안을 돌아다니기 어려웠으므로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메리에게 글자를 배우며 보냈다.

 

  물론 내게는 조용히 휴식을 취할 공간이 없어졌기에 조금 불편했지만, 어차피 곧 프레이튼에 도착할 예정이라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큰 폭풍이 지나가서 그런지 바다는 한없이 잔잔하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어두컴컴해 불길하게만 보였던 해가 뜨기 전의 새벽 바다도 이제는 꽤 그 운치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바다의 향을 가득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어느새 어깨 언저리까지 자란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고 갔다.

 

  ‘와인 한잔 하면 딱이겠는데.’

 

  “저.......”

 

  갑자기 들려온 조그마한 목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다. 익숙한 얼굴에 안도했다.

 

  “이 시간에 안자고 뭐해요 루미?”

 

  “저... 때문에 못 주무시는 게 아닌가 해서.......”

 

  확실히 동물이 많이 섞여있는 종족이라 그런지 예민함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며칠 사이 내가 밤에 뒤척거리는 것까지 다 눈치 채고 있었다니.

 

  “신경 안 써도 돼요. 루미 때문이 아니라 늘상 이러니까요.”

 

  대답하고 다시 바다로 시선을 돌리려는데 루미가 우물쭈물 옆으로 다가왔다.

 

  “저.......”

 

  표정이 할 말이 있어 보였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루미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 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고민 상담 같은 거 잘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못 되는데도요?”

 

  꽤 무거운 이야기일 듯싶었다.

 

  “.......”

 

  루미는 그래도 괜찮다는 말 대신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말로 그렇다고 하는 것보다도 강하게 전달되었다.

 

  내가 그녀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에 내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걸까? 내가 그녀에 대해 더 알아야 하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좋아요. 말해보세요. 해 뜨려면 시간은 많으니까요.”

 

  “.......저는....... 프레이튼의 깊은 산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어요.”

 

  루미가 조용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루미의 이야기가 끝날 때 즈음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줄 알고 살아왔었는데, 그녀의 고통은 나로서는 이해하지도 못할 정도의 크기였다.

 

  루미는 전형적으로 인간과 어울려 살지 않는 몇 남지 않은 수인족 중 한명이라고 했다. 수인족이 인간과 어울려 살지 않는 이유는 사실 당연했다.

 

  인간이 수인족을 신기한 애완동물쯤으로 여겨 비싼 값에 사고팔기 때문에.

 

  루미는 같은 종족의 남편과 결혼했고 수인족의 기준으로 나이가 7년이 된 어린 아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숲에서 길을 잃은 13살 정도 된 인간의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했다.

 

  인간을 처음 본 루미의 아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그 소년과 친하게 지냈고, 집으로 무사히 돌려보내 준 뒤에도 루미 몰래 가끔 찾아가서 놀았다고 했다. 그런데 은혜를 입은 그 소년이 자랑스럽게 자신의 부모에게 수인족 친구가 있다고 얘기했고, 그 소년의 부모가 실제로 루미의 아들을 본 순간 욕심을 갖게 된다. 결국 소년의 부모는 소년을 설득하여 루미의 아들을 꾀어내도록 했고 그를 붙잡는다.

 

  그러나 소년으로부터 다른 수인족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의 부모는 더 큰 욕심을 품고 루미의 아들을 고문하여 루미의 일족이 살고 있는 거처를 알아냈다.

 

  수인족의 뛰어난 신체능력을 잘 알고 있던 소년의 부모는 마을 사람들을 전부 동원하고 용병까지 고용하여 루미의 일족을 공격했고,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거세게 루미의 일족이 대항하자 화가 난 마을 사람들과 용병들이 루미의 일족을 몰살하기에 이른다.

 

  루미는 눈앞에서 아들과 남편, 일족이 죽는 것을 목격했고 유일하게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비탄에 빠져 정처 없이 산을 내려와 돌아다녔는데 그러다 우연히 루미를 본 해적에게 붙잡혔던 것이라고 했다.

 

  루미는 함께 죽는 것이 나을 뻔 했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으나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키던 남편과 부모님을 떠올리며 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고작 한 명의 인간이 경험하기엔 너무나 가혹했다. 인간의 욕심과 배신, 살인 그 모든 것들이 점철되어 죄 없는 생명들을 무자비하게 죽였고, 살아남은 사람조차 고통 속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나 같으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살했을 것이다.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한 무게가 아니었다. 분명 살더라도 트라우마에 서서히 미쳐갔을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 고통 속에서 사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루미가 특별히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걸까, 아니면 수인족 여성들이 다 강인한 걸까?

 

  죽는 것보다도 고통스러운 일이 존재했다니. 차라리 죽는 게 더 편한 그런 고통 말이다.

 

  내가 살해당한 것이 과연 다시 태어나서까지 날 괴롭힐 수 있을 만한 끔찍한 문제인가?

 

  루미의 얘기를 듣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고, 생각을 한 나 자신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는 배신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건 확실했다. 그런데 날 배신한 그들의 무게가 이전보다 가볍게 느껴지다니?

 

  그렇다고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과연 내가 죽은 것과 하루아침에 가족을 모두 눈앞에서 살해당하고 혼자 남은 것 중 무엇이 더 힘들까?

 

  생각하면 또 날 죽인 그들이 그렇게 큰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떤 배신이 더 나쁜 배신인 걸까? 어떤 인생이 더 슬픈 인생인 걸까?

 

  쉽게 결론짓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분명히 깨달은 것은 나만이 슬픔을 안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내 인생만이 가장 기구하고, 내가 가장 슬픈 사람인 줄 알았었는데 저마다 다 각자의 슬픔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루미처럼 언젠가 당당하게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까?’

 

  모든 것을 털어놓은 루미는 여전히 슬픈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었지만 후련해보였다.

 그 기분이 어떤 것일지는 단 한 번도 내 가슴속에 묻어둔 슬픔을 털어놔 보지 못한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

 

 

 

  배는 순조롭게 프레이튼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갔고, 메리는 루미에게 언어를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언제까지고 노아의 통역 마법에 의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세실리아는 갑판에서 내게 쓴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라도 자존심이 상해 더 이상 우리에게 접근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의외로 여전히 우리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를 원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루미와 메리는 방에 남겨두고 나와 노아만 그들과 시간을 함께했다. 메리가 빠졌는데도 세실리아는 충분히 만족스러워 보였고, 갑판에서의 일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한 태도로 한마디의 언급 없이 이전보다 더 상냥하게 우리를 대했다.

 

  내게 상냥하게 했다기보다는 노아에게 상냥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세실리아가 노아에게 더 가까워지려 할 때마다 기분이 나빠지는 내 감정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저 정체불명의 배려심 깊은 남자에게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정말 한순간에 오는 걸까. 내 마음이 누구도 들어올 틈 없이 단단하게 무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언제 싹이 뿌려진 건지.

 

  그러고 보면 전생이나 다시 태어난 지금이나 내 취향은 정말이지 일관적이다.

 

  착한 남자.

 

  물론 전남편과 노아는 다른 점이 아주 많다. 전남편은 키도 작고 못생기고 무능력한데다가 귀가 얇아서 장점이라고는 착한 것 하나밖에 없었지만, 노아는 전혀 무능력하지 않고.......

 

  새벽바람을 맞으며 고개를 세차게 휘저었다.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어차피 끊어낼 감정이었다.

 

  감정이 생겨난 것은 내가 물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나는 아직 배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마음의 그릇이 크지 못하다.

 

  혹시나 완전히 마음을 주었다가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면 아마 나는... 다시는 정상적으로 살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불안정하고 나약한 내 정신상태를 봤을 때 틀림없는 수순이었다.

 

  그만하자.

 

  잠깐 풋풋한 감정을 맛봤다는 것에 만족하고 여기까지로 완전히 정리할 것이다. 천천히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재차 다짐했다.

 

 

 

  *

 

 

 

  어느 정도 루미가 통역이 없어도 기본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을 즈음 지겨웠던 항해가 끝이 났다.

 

  여기저기에서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갑판에 와글와글 모여서 점점 가까워지는 육지를 구경했다. 나로서도 얼마 만에 보는 육지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멀리서 보이는 프레이튼의 항구도시 낭트는 세계 최고 무역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도 에우로딘의 마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크고 왕성해보였다.

 

  “루미 모자 잘 쓰고 있죠?”

 

  “네.”

 

  루미가 모자를 좀 더 푹 눌러쓰며 대답했다. 어떻게 저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싶어 자꾸만 그녀를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다 알게 된 그녀의 삶의 원동력은 매일매일 이유를 찾는 것이었다. 살아가야할 이유... 말이다.

 

  “보스 요즘 기분이 정말 좋아보이세요.”

 

  메리가 빙긋빙긋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래 보여?”

 

  “네! 훨씬 얼굴이 편안해지셨어요.”

 

  얼굴이 편안해졌다고?

 

  “내가?”

 

  “네! 헤헷.”

 

  의식적으로 얼굴을 매만졌지만, 메리의 눈에 그냥 그렇게 보였겠거니 하고 말았다. 내 눈에는 메리가 더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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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쨈저쨈딸기… 17-07-22 21:08
 
폭풍전야같네여  전주행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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