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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회상 - 늑대가 보여 준 고독의 무게
작성일 : 17-07-22 16:06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6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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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론……어디 있어?”

 

 

 바짝 따라 오던 아론이 사라져 버린 걸 알고 그녀는 제 자리에서 주변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녀는 당황하고 있었다. 이런 깊은 숲에 홀로 남겨진 두려움이 얼굴에 선명히 드러났다.

 

 곧 닥칠 위험을 당면하게 되면 더 볼만하겠군.

 

 아론은 세라가 잘 내려다보이는 나무 가지 위에 자리를 잡았다.

 

 끝을 보고 싶다가도 막상 그녀의 흐려지는 생명 앞에서 약해지는 나약함이 짜증났다.

 

 

 오늘은 반드시 끝을 보자.

 

 

 그녀를 해결한 후에야 공작에게 갈 수 있었다.

 

 상황을 봐서 성내의 공작과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끝장을 내 줄 생각이었다.

 

 세라만……세라만……처리 하면, 나머지는 물흐르 듯 아주 순조로울 것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위험에 빠뜨리고 싶은 충동이 거세게 일었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 듯,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스스로에게 도발했다. 세라를 지키려는 반대편의 자신에게.

 

 이 마저도 없다면 세상과 연결된 미세한 착심이 끊겨버리고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기다리던 것들이 오고 있군.

 

 내가 어디까지 가만히 앉아 지켜 볼 수 있을까?

 

 싸늘히 식은 널 사무치게 보고 싶은데 이놈의 몸뚱이가 좀처럼 협조해 주질 않으니.

 

 

 “아론?”

 

 

 그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에 아론은 전율을 느꼈다.

 

 허리까지 자란 잡풀들 사이에서 번뜩이는 야수의 노란 눈빛을 아론은 찾아냈다.

 

 세라가 등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던 찰라 그대로 멈췄다.

 

 

 그래…… 너도 느끼고 있는 거야. 손님이 찾아 왔다는 것을.

 

 

 중간에서 내려 보던 아론은 숨을 멈추고 세라의 미세한 변화까지 세밀히 놓치지 않으려고 똑바로 응시했다.

 

 세라가 천천히 돌아섰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과 아래턱을, 하얗게 질린 얼굴, 경련을 일으키는 가느다란 손가락.

 

 그의 만면에 냉소가 번졌다.

 

 검은 늑대가 커다란 송곳니를 드러내며 낮게 그르렁 거렸다. 존재를 드러낸 녀석은 보통늑대보다 두 배 이상 컸다.

 

 

 “아론.”

 

 

 엉거주춤 뒷걸음질 치던 세라의 입술 사이로, 미약한 숨소리에 묻혀, 그의 이름이 세어 나왔다.

 

 그는 소리 없이 차갑게 웃었다.

 

 늑대가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자 세라의 숨통도 조여 드는지 호흡이 가빠졌다.

 

 아론은 한 순간이 떠올랐다. 눈을 부릅뜨고, 늑대들에게 뜯긴 자신을 쳐다보던, 엄마의 마지막 눈빛.

 

 

 공작에게 보여 주고 싶군. 어떤 표정을 지을 지…….

 

 

 검은 늑대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이대로……구경만 하는 거야.

 

 그는 주문을 외우듯 그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세라를 향해 마지막 도약을 하는 늑대.

 

 그의 온 신경이 곤두서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 버린 세라.

 

 시간이 멈춰 버린 듯 허공에 늑대가 정지해 있었다.

 

 크게 벌어진 아가리 밖으로 침들이 흩어져 허공에 맺혀 있었다.

 

 사납게 번뜩이는 노란 눈동자 속에 나약하기만 한 세라가 비쳤다.

 

 이내 세라의 흰 목덜미에 박힐 강력한 송곳니가 희번덕거렸다.

 

 늑대를 내려 보던 그의 눈길이 세라에게 옮겨졌다.

 

 일말의 후회도 없이 구경만 할 수 있을까?

 

 너의 마지막을.

 

 도무지 자신이 바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뭣 때문에 이리도 주저하는 것인지.

 

 미련인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몸이 더 빨랐다.

 

 아론은 그대로 상체를 숙여 하강했다. 늑대가 그녀를 덮치기 직전에 그것의 머리를 발로 쳐냈다.

 

 신음을 토하며 나가떨어진 놈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론은 흘깃 뒤를 보았다.

 

 세라는 정신을 놓고 멍하니,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뇌가 정지한 상태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늑대는 경계하듯 아론을 노려보며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너는 척후병인가?”

 

 

 아론이 주변의 기운을 점검했다.

 

 

 “동료들을 부르는 게 나을 거야. 너 혼자서는 어림도 없어.”

 

 

 늑대는 아론에게서 강력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무리를 위해 저 암컷인간을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저 수컷인간은 자신의 무리를 전부 몰살시킬 포악한 상대임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늑대는 가까이 있는 자신의 무리를 향해 짧은 포효소리로 후퇴 신호를 보냈다. 경계를 풀지 않고 뒷걸음질 치며 물러서기 시작했다.

 

 

 “동료들을 부르지 않았군. 그렇다고 네 녀석을 고이 보내 줄 생각은 없는데.”

 

 

 아론이 다가오자 늑대도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낮게 으르렁 대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아론이 멈추지 않자 늑대는 서둘러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너라도 박살을 내야 속이 풀리지.”

 

 

 아론도 뒤따라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

 

 

 

 검은 늑대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리를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무리로부터 멀리 아론을 떼어 놓기 위해 숨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최대한 달리고 달렸다.

 

 아론은 축 늘어진 늑대를 내려 보았다.

 

 희생이라.

 

 

 “좋아, 네 희생을 인정해 주지. 값을 치뤘으니 네 무리는 건들지 않겠다.”

 

 

 세라 곁으로 돌아오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론의 손끝을 타고 늑대의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여전히 쇼크 상태인 세라를 안아들고 숲을 빠져나왔다.

 

 

 

 **

 

 

 

 검은 늑대들은 달을 향해 구슬프게 울부짖었다.

 

 다른 늑대들과 달리 울지 않고 달만 쳐다보는 녀석이 있었다. 녀석은 속으로 울고 있었다.

 

 처참히 늘어져 있던 반려의 모습이 또렷이 새겨져 끝까지 살아남아 반드시 이뤄야 할 목적을 만들어 줬다.

 

 자신의 암컷, 일생일대의 유일한 반려 몸에서, 수컷인간의 냄새를 기억했다. 보통 인간과 달리 쓴 향이 섞인 것이 절대 잊을 수 없었다. 그 향은 온갖 독초들이 응축된 된 듯 근원을 따져 볼 수 없는 향의 조합이었다.

 

 꼭 찾아내어 갚으리라.

 

 먹잇감을 위해 죽인 것도 아니었고, 살기 위해 죽인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암컷이 죽은 이유는 ‘그냥’이었다.

 

 녀석이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무리가 뒤따랐다.

 

 

 

 

 **

 

 

 

 바람이 그 수컷인간의 쓴 향기를 실어 날았다.

 

 사슴을 쫓던 검은 늑대는 즉시 멈추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추적을 계속하던 나머지 무리도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우두머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나자, 하나 둘 멈춰 섰다.

 

 그들은 일제히 바람이 불어 온 방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

 

 

 

 분명 저 암컷인간에게서 그토록 찾고 있던 쓴 향이 났다. 그 수컷인간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것이 그 놈의 암컷이 분명했다.

 

 검은 늑대는 콧등을 찡그리며 낮게 그르렁 울었다.

 

 늑대들은 때를 기다렸다.

 

 드디어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하고 세라와 하녀 세 명이 따로 꽃다발을 정리하고 있었다.

 

 늑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깔깔 거리며 그녀들만의 수다에 푹 빠져 있던 하녀들도, 꽃에 코를 박고 있던 세라도 늑대들의 접근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르렁.

 

 소름 끼치는 소리에 하녀 하나가 뒤돌아보았다.

 

 꺄악!

 

 비명소리들이 울리고 곧이어 정적이 찾아왔다.

 

 

 

 

 **

 

 

 

 

 피로에 지친 검은 늑대는 기절한 세라를 품에 가둔 채, 잠시 눈을 감았다.

 

 그토록 그리운 반려와 숨이 차도록 숲 속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끄는 대로 달리고 달려 다다른 곳에 그 수컷인간이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발아래 그의 암컷인간이 싸늘히 누워 있었다. 멍하니 있던 수컷인간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에 절규하기 시작했다.

 

 풀썩 무릎이 꿇리더니 땅에 머리를 박고 괴성을 질러댔다.

 

 검은 늑대는 환희에 끓어오르는 도취감에 길게 포효했다. 하지만 자신의 반려는 두려운 눈으로 수컷인간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포효소리에 고개를 든 인간은……인간이 아니었다.

 

 피에 물든 눈과 검게 변한 입술과 손톱.

 

 인간을 닮은 괴물이 웃고 있었다.

 

 위험을 감지한 검은 늑대는 자신의 반려를 바라봤다.

 

 도망쳐!

 

 둘은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아래 땅은 빠르게 뒤로 뒤로 물러가고 있는데 주변 배경은 그대로였다.

 

 괴물의 비웃음 소리가 점점 커졌다.

 

 또 다시 반려를 잃게 될 두려움이 가까이 느껴졌다.

 

 검은 늑대는 뒤를 돌아보았다.

 

 눈 깜짝 할 사이, 바짝 따라온 괴물이 반려의 꼬리를 낚아채어 허공에 들어 올렸다.

 

 검은 늑대는 주저 없이 달려 들었지만 괴물의 가벼운 가격에 땅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괴물이 허공에 반려의 피를 뿌렸다. 괴물은 그저 치켜 들고 있었지만 꿀럭꿀럭 핏덩이로 변했고 괴물이 그것을 하늘로 던져 버렸다. 잠시 후, 그것이 비처럼 쏟아져 사방을 붉게 물들였다.

 

 검은 늑대 무리가 울부짖는 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렸다. 괴물이 그 소리를 듣고 늑대무리 쪽으로 향했다.

 

 뒤쫓아 갔지만 바람보다 빠른 괴물은 이미 모든 것을 끝낸 뒤였다.

 

 괴물이 손아귀에 들린 동료의 머리를 휙 던져 버리며 검은 늑대를 응시했다.

 

 지독히도 슬픈 눈빛이었다.

 

 어린 인간아이의 눈빛이었다.

 

 

 

 넌, 무엇을 잃었기에 괴물이 된 것이냐?

 

 

 

 **

 

 

 

 바스슥.

 

 흙이 짓이겨 지는 소리에 검은 늑대는 눈을 떴다.

 

 수컷인간이 나타났다. 꿈속에서 본 그 인간이었다.

 

 무표정한 얼굴, 안정적인 호흡 그리고 살기.

 

 보통 인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보기 드문 반응이지.

 

 꿈에서 본 것처럼 저 인간의 고통이 그의 무리까지 찾아내어 죽일 것이다.

 

 꿈을 통해 그에게 보여 진 처참한 결말은 자신의 반려가 주는 충고이리라.

 

 둘은 서로를 응시했다.

 

 

 “왜 아직 살려 둔 거지?”

 

 

 아론은 오르내리는 세라의 가슴을 보며 말했다.

 

 

 “그때 내가 죽인 늑대, 네 것이지?”

 

 “그르르렁.”

 

 “복수하러 왔으면 내가 나타나기 전에 했어야지.”

 

 “…….”

 

 “오호라, 내가 지켜봐 주길 원했나 보네.”

 

 “그르렁.”

 

 “좋아. 관객이 되어 줄 테니, 자, 시작해.”

 

 

 아론은 해 보라는 손짓을 하고는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정말, 미친 괴물이군.

 

 제 암컷을 두고 저 따위라니.

 

 유치한 투정은 네 암컷한테나 해!

 

 하지만 조금은 장단을 맞춰 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군.

 

 검은 늑대는 크게 입을 쩍 벌린 채 세라를 내려 보았다. 커다란 송곳니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 와 목덜미에 닿았다.

 

 검은 늑대는 눈꺼풀만 올려 아론을 노려보았다.

 

 아론의 눈이 번뜩이며 팔짱을 풀었다.

 

 대체 너란 놈은 뭐가 그리 뒤틀린 게냐?

 

 그렇게 애태울 거면서 왜 버리려 애쓰냔 말이다.

 

 보아하니, 네 놈도 우리 늑대와 같은 사랑을 하면서 말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론이 싸늘히 물었다.

 

 

 “날 떠보는 거야?”

 

 

 아론이 어이없다는 듯 소리를 삼킨 채 웃었다.

 

 검은 늑대가 입을 다물고 일어섰다. 세라 주위를 한 바퀴 돌던 늑대가 아론을 향해 우렁차게 포효했다. 긴 울음 소리였다.

 

 아론의 냉소가 거둬졌다.

 

 포효가 멈추자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서로의 슬픔이 맞닿았다.

 

 상실의 슬픔……고통……복수심 그리고 그리움.

 

 

 [이 봐, 인간. 넌, 더 이상 어린 새끼가 아니야. 강해져야지!]

 

 

 아론은 어떤 이유로 그것이 가능한지 알 수 없지만 저 늑대의 언어가 본능적으로 스며들어 왔다.

 

 

 [네 암컷을 잃는 순간, 지금 느끼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될 거다.]

 

 

 검은 늑대는 뒤돌아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 모습이……지독히 쓸쓸했다.

 

 

 

 

 **

 

 

 

 아론은 세라를 괴롭히는 일을 멈췄다.

 

 그의 변화를 느낀 그녀는 아론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라는 수업을 준비했고 그가 집중하든 하지 않든 그를 가르쳤다.

 

 그의 접근을 막지 않고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그의 손길과 접촉도 받아 주었다.

 

 그녀의 어깨나 등을 쓰다듬는 행위, 머리나 관자놀이, 손등에 입술을 누르는 행위, 손을 잡는 행위를 허용했다.

 

 그 이상은 세라가 완강히 거부했고, 아론도 고집 피우지 않았다.

 

 그가 더 이상 세상의 탐욕에 희생양이 될 것을 세라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악랄하고 잔인하며 어둠 속에 익숙한 존재였다.

 

 순수하고 맑은 고귀한 존재가 다칠까 봐 전전긍긍했던 시간들은 막을 내렸다.

 

 성스러운 존재처럼 바라보던 스승을 향해, 불경한 마음을 잠시 품고 고뇌하던, 순수한 청년으로 더 이상 남을 수 없었다.

 

 여전히 파갈 공작에 대한 복수와 세라를 향한 사랑이라는 갈등 사이에서 혼란스러움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반려를 잃은 검은 늑대의 칠흑처럼 검디 검은 고독의 무게를 공감한 이상, 그런 혼란스러움은 물 위에 뜬 낙엽처럼 가볍기만 한 것이었다.

 

 아론은 책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날 사랑해요?

 

 

 그의 진지한 파란 눈동자에 서린 깊은 질문이 느껴졌는지 세라는 입을 다물었다.

 

 아론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대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도?

 

 

 이번에도 그녀는 조용히 끄덕이기만 했다.

 

 아론이 피식 웃었다. 의자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끼고 뚫어져라 그녀만 바라봤다.

 

 그토록 버둥거리며 거부했던 일.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속박감.

 

 폭풍처럼 거센 감정의 소용돌이.

 

 거부할 수 없는 힘에 대한 반발심들.

 

 이제 이것들을 한 숨에 지워낼 언약을 하려했다.

 

 그가 결심을 마친 듯, 팔짱을 풀었다.

 

 

 “앞으로는……당신이 하라는 대로 살겠습니다.”

 

 

 그가 진정한 화족 남자가 되는 순간이며, 거친 저항 끝에 스스로 사랑의 노예가 되길 선택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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