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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간의 저편
작가 : 윤혜원
작품등록일 : 2017.7.8

죽음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천둥처럼 찾아왔고 미처 준비하지못한 이별은 모든것을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시작이었고 30년 후,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완전히 다른 인생으로 다시 만났다. 소멸된 기억을 갖고 천사로 돌아 온 그에게 다가 온 한여자. 그리고 서서히 되살아나는 익숙한 그림자들
이것은 복수일까 아니면 다하지 못한 사랑의 메시지일까?

 
제 7 화
작성일 : 17-07-22 14:18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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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애는 어때? 지지리 진상은 아니지? 막 뻗대고 그러진 않았어? 아~ 아깝다. 예쁘장해서 내가 맡고 싶었는데. 에이C! 난 맨날 노땅들이야. 뻗대긴 또 얼마나 뻗대는지. 가네 마네 억울하네 어쩌네. 말길은 또 드럽게 못알아 들어요. 바브라고 그렇게 말해도 끝까지 바보. 바보.”

 

 안은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바브의 수다에도 아무런 대꾸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안이 익숙한 바브는 안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인간사 다 그래. 한번 왔으면 또 한 번 가는 거야. 어차피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건 알잖아. 안 그래?”

 “상처가 너무 깊은 여자였어.”

 “에헤이~ 또 이런다. 상처없는 인생이 어딨어? 그럼 우린 뭐하러 있냐? 그리고 매번 이렇게 휘둘리면 어쩌겠단 거야? 그러지 말고 기분도 꿀꿀한데 우리 클럽갈래? 내가 수질 죽이는 데 아는데. 끼가 장난 아닌 기집애들이 줄을 그냥!!”

 

 한심하다는 투로 흘깃 보곤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앞장 서 걸어가는 안을 바브는 그만 머쓱해져 입을 삐죽대며 소리쳤다.

 

 “천사질 하루 이틀 하고 말래?! 아! 그럼 부서를 옮기던가!! 나 진짜 짜증나서 파트너 못해 먹겠어!”

 

 들은 체도 않고 검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병원을 걸어 나가는 안을 못마땅한 얼굴로 보며 바브도 툴툴거리며 따라 나갔다.

 밖은 또 다시 가는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

 

 똑똑

 

 아버지는 서재 책상에 잔뜩 쌓여진 서류뭉치들을 앞에 두고 의자 깊숙이 기대 잠들어 있었다. 지후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주 어릴 때부터 보아 온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인기척에 선잠에서 깬 아버지는 지후가 건네는 따뜻한 녹차를 한모금 마시며 그제야 지후를 바라보았다.

 

 “피곤해 보이세요,”

 “괜찮다”

 “이제 쉬엄쉬엄 하세요. 엄마랑 여행도 좀 다니시고”

 “어떻게 온 거야. 학교는 어떡하고”

 

 아버지는 벌써 1년 전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관심조차 없었는지도 모른다.

 지후는 체념 섞인 짧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아버지는 마시다 만 녹차를 옆으로 물리고 책상 귀퉁이에 놔진 위스키를 따라 한 모금 마시곤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후를 흘깃 보았다.

 왜 아직 여기 있어? 하는 투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 쫓기듯 지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후야”

 

 순간 지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후야..... 아버지의 유일한 사랑 표현이었다.

 반가움에 돌아 본 아버지는 뒤돌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국 가기전에 필요한 거 있으면 사고.... 여행이라도 가든지.”

 

 지후는 두툼한 서류 뭉치 위에 놔진 아버지의 신용카드를 허탈하게 내려다보았다, 아버지는 더 이상 용무는 없다는 듯 다시 눈발이 흩날리는 창밖을 물끄러미 보며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저도 그 정도 여유는 됩니다.”

 

 지후가 나간 후, 아버지는 다시 의자 뒤로 몸을 젖히고 가는 눈발을 바라보며 휴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오빠~~~~아!!

 언제나 밝고 귀여운 딸 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스르르 눈을 감으며 빙그레 웃었다.

 

 *

 경민의 야상 점퍼가 놈의 칼질에 와지작 찢어졌다.

 일주일동안 놈을 잡기 위해 한겨울 히터도 틀지 못하고 꽁꽁 얼었던 잠복보다 은수가 선물한 야상이 찢어졌다는 것이 더 울화가 치민 경민은 파트너 김경사의 죽기살기 만류가 올때까지 놈의 아구통을 날려댔다.

 쌍코피를 줄줄 흘리며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때렸네 어쩌네 연신 떠들어대는 놈에게 수갑을 채우고 간신히 차에 실은 김경사는 아직까지도 거친 숨을 헉헉 몰아쉬는 경민에게 고함쳤다.

 

 “야. 너 진짜 나 미치는 꼴 볼라고 작정했냐?”

 “저 새끼가 먼저 칼질했잖습니까!”

 “도둑놈, 강도, 소매치기. 시팔, 칼 들고 설치는 놈들 어디 한 두 번 겪냐? 그때마다 아구통 날릴래? 니가 형사지 깡패냐?”

 “이거 정당바위거든요?”

 “옘병하네. 그 놈의 정당방위 올해만 몇 번짼 줄 아냐?”

 “아! 정당방위면 정당방위지 몇 번이 뭐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형사 뱃가죽은 어디 철판으로 됐답니까?”

 “아~C 이 꼴통새끼.”

 

 김 경사는 올해만 벌써 4번째 과잉 체포에 휘말릴 경민 때문에 울화가 치민다.

 

 “어쨌든 저 새끼 잡았으니 됐죠?”

 

 김경사는 찢어진 야상을 툴툴 털며 돌아서는 경민을 후다닥 잡으며 소리쳤다.

 

 “어디가?!! 서에 가서 조서 써야지?!”

 “선배님. 부탁 좀 합시다. 진짜 중요한 약속이 생겼단 말입니다!”

 

 김경사는 도망치듯 어디론가 달려가는 경민을 짜증스럽게 바라보며 소리쳤다.

 

 “야!! 너 진짜 나 미치는 꼴 볼려고 아주 작정 했지?!! 이럴거면 형사 때려 쳐! 이 또라이 꼴통 새끼야!!”

 

 경민은 어느새 저 멀리 달려가 익살스럽게 낄낄대며 손을 흔들어댔다.

 

 *

 

 “오빠!! 팔이 왜이래?!! 피가 많이 나고 있잖아!........지금 이깟 야상이 문제야?!”

 

 은수를 만날 생각에 정신없이 오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팔뚝의 통증이 그제야 뜨겁게 몰려왔다. 놈이 야상만 찢어 먹은 게 아니었다.

 하얗게 질려버린 은수의 예쁜 얼굴을 경민은 바보처럼 히죽거리며 바라보았다.

 

 “병원 가봐야 되지 않아?”

 “아니야. 살짝 긁힌 것 뿐인데 뭐. 그리고 이 정도는 맨날 있는 일인데 뭐”

 “오빠! 형사 때려 쳐!! 이러다 사람 잡겠어 정말! 안되겠어. 내가 약국 가서 소염제 좀 사 올게.”

 

 은수는 허겁지겁 카페를 뛰어 나갔다.

 경민은 그 모습마저 너무나 사랑스러워 눈을 떼지 못하고 실실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만 좀 웃지? 너 완전 븅신 같은 거 알아?”

 

 그제야 5년 만에 만난 친구 지후가 눈에 들어왔다.

 

 “뭐 븅신? 이게 진짜. 야! 미국 가서 살면 그 딴 말 좀 잊고 살면 안되냐?”

 “옘병 지랄하네”

 “예...예엠벼엉? 지-라알? 야! 솔직히 말해! 너 미국간다고 사기치고 저기 어디 뒷골목서 비비적 돈지랄하고 왔지?! 이게 어디 형사를 속일려고 들어?!”

 

 둘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넌 내 동생이 그렇게 좋냐?”

 “아니.”

 “.......?”

 “그렇게 좋은게 아니라 미치게 좋아. 아주 미치고 팔딱 뛰게 좋아”

 

 지후는 아이처럼 잔뜩 들뜬 경민을 보며 풉! 웃고 말았다.

 경민은 잠시 후 한 뭉치의 약을 사들고 돌아 온 은수에게 온갖 엄살을 부려댔고 시끌벅적한 식사자리가 10시를 넘어가자 은수를 더 늦기전에 집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지후를 눈에 핏발이 서도록 째려보면서도 벌써 가고 싶지 않다는 은수를 달래며 카페를 나섰다.

 경민은 막 도착한 택시의 문을 열어 주고 은수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나 보내고 우리 오빠랑 술 마실라 그러지?”

 “조금. 들어가. 도착하면 바로 톡하고.”

 

 은수는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택시에 올랐다.

 애틋한 눈빛으로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택시는 서둘러 복잡한 차로로 진입했다.

 경민은 저멀리 사라지는 택시를 보다 뿔이 잔뜩 난 표정을 지으며 궁시렁댔다.

 

 “아~ 새끼. 지 동생이라고 드럽게 챙기네. 쫌만 더 있으면 뭐 큰일 나냐? 오빠 있고 남자친구 있음 된거.... 어? 저거 뭐야. 어이! 야!!”

 

 경민은 빠르게 건물 안으로 달려 올라갔다.

 잠시 후 경민이 숨을 헉헉 대며 도착한 곳은 계단 끝에 다다른 옥상 문 앞이었다.

 어라? 그런데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시팔.. 뭐야. 저 새낀 어떻게 들어간거야?”

 

 경민은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팍!!!

 문은 부서질 듯 굉음을 내며 열었고 그 앞에는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안이 검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있었다.

 

 “야!! 내려와!! 똥 폼은 씨..... 거기서 뭐하냐? 뒤질라고 작정했냐?!”

 

 그 순간 바닥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던 바브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안... 재....우리 보이나봐......”

 

 바브는 놀란 얼굴로 안을 바라보는 경민을 보며 소리쳤다.

 

 “아냐!! 너만 보이나봐!! 뭐야? 저 골 때리는 물건?!!”

 

 안은 씩씩대며 어서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경민을 놀란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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