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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다시, 재회 (1)
작성일 : 17-07-22 12:13     조회 : 263     추천 : 2     분량 : 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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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 한복도 아닌 옛날 옷을 입은 남녀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여자는 뒤돌아 선 채 남자의 가슴팍을 내리쳤다. 분명 아플 것 같은데 남자는 여자에게 죽을죄라도 지은 건지 아무 말 없이 맞고만 있었다.

 

 "당신이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죽어서 내 눈앞에 다신 안보였으면 좋겠어!"

 

  여자는 때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한술 더 떠서 저주를 퍼부었다. 그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어찌나 슬프던지 듣는 사람의 마음이 다 저릴 지경이었다.

 

  그런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표정이 처연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한 사람의 목소리는 그 내용과 반대로 저토록 구슬프고, 한 사람의 얼굴은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처연하단 말인가.

 

 "....아."

 

  남자가 입술을 달싹이며 이름 같은 것을 부르는 듯했다. 거리가 멀어 잘 들리지 않아 가까이 가볼까, 생각하는 찰나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가 돌연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입을 움직였다.

 

 "감독님!!"

 

 벌떡!

 

  낚시 의자에 기대 용케도 졸고 있던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뭐야, 어제 사극을 보다 자서 그런가.

 

 "이 감독님, 스탠바이 다 됐어요."

 

  꿈의 여운이 남아 아직도 몽롱한 그녀를 현실로 끄집어낸 것은 조연출이었다.

 

 "여주인공님 드디어 도착하셨습니다."

 

  그는 첫 촬영부터 지각하는 바람에 모든 스태프를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배우를 여주인공님이라 칭하며 촬영장 구석에 남태평양 휴양지에나 있을 법한 선베드를 가리켰다.

 

  도대체 저런 건 어디서 구해온 건지 파라솔부터 시작해서 개인 스태프들까지 대여섯 명이 그녀의 주위에서 음료 대령하랴, 화장 수정하랴, 부채질하랴, 바빠 보였다.

 

  그 광경을 보는 이 감독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음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우선 지연된 일정을 먼저 끝내야 했기에 그녀는 가슴에 참을 인자를 그리며 촬영을 시작했다.

 

 "난 당신이 괴로워하는 거, 더는 못 보겠어! 제발, 제발 잊어버려. 잊으면... 잊으면..."

 

 "컷! 김지연씨, 제발 잊어버리지 마. 제발, 제발 잊어버리지 마. 대사 좀!!"

 

  감독은 벌써 일곱 번째 같은 구간에서 NG를 내는 그녀를 더는 참아주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잊어버리라는 대사를 외우다 자기 대사까지 잊어버린 것인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까부터 묘하게 꼬이는 발음이 거슬렸지만 크게 나쁜 정도는 아니었기에 넘어가려고 했는데 감독의 머리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의심이 생겼으면 확인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 감독은 벌떡 일어나 여배우의 코앞까지 걸어갔다.

 

 킁킁-

 

  김지연 역의 배우는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고 개처럼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감독의 행동에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무, 뭐하시는 거예요?!"

 

  놀란 그녀의 새된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감독은 만족스러울 만큼(?) 냄새를 맡은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너 술 먹었니?"

 

  그 말에 여배우는 흠칫 놀랐다. 이제 연예인 데뷔한다고 아침까지 술을 퍼마신 터였다.

 

  그녀의 침묵이 긍정의 대답이라고 받아들인 이 감독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야, 네가 배우야? 촬영장에 술 처먹고 오는 네가 배우냐고."

 

  늦는 거로도 모자라서 술까지!

 

  배우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이 감독이 독설을 퍼붓기 시작하자 매니저가 달려와 생글거리는 얼굴로 변명이랍시고 지껄여댔다.

 

 "에이~ 이 감독님, 우리 배우가 어제 속상한 일이 있어서 딱! 한 잔 마셨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이 감독은 뱉는다. 그녀의 성격상 진짜로 침을 퉤! 뱉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5년간의 경험으로 조연출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뭐해? 쟤 데리고 당신도 내 촬영장에서 꺼져."

 

  역시나 말이 곱게 나갈 리 없었다. 그럼 그렇지, 라며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감독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떠올렸다.

 

  이미 늦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수습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가 씩씩거리며 화를 삭이고 있는 감독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감독님, 저 친구 어머님이 투자사 대표예요."

 

  그 말을 들은 감독의 눈이 커지며 애꿎은 조연출을 쏘아보았다. 망할 조연출. 그 얘기를 왜 지금 해주는 거야.

 

  이 상황을 어찌 수습해야 할까 패닉에 빠져있던 그녀는 뒤늦게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그럼 우리 속상한 배우가 대본을 다 외울 때까지 잠시 휴식하도록 할까요...?"

 

  감독의 권력은 세지만 돈의 힘은 더 셌다. 그뿐이다. 그녀는 그 힘에 무릎 꿇고 말았다.

 

 

 

  대학 졸업과 함께 국내 영화제를 휩쓸더니 `단편영화제의 칸`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 수상으로 그 정점을 찍으며 충무로의 혜성으로 떠오른 그녀는 수많은 대형 제작사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대학 선배가 차린 작은 회사에 들어갔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 취지였으나 아무래도 작은 제작사인 탓에 제약이 많이 따랐다.

 

  차라리 대형 제작사였다면 자체적으로 예산을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작은 제작사의 감독인 그녀는 투자자를 구해야 했고, 간신히 구한 그 투자자는 자기 딸이 모욕을 당했다며 단칼에 투자금을 거둬가 버렸다.

 

  그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첫 장편영화가 이렇게 난항에 빠져버린 것이다.

 

 "너 영화는 절대 투자 안 하겠대..."

 

  대표이사 최재선. 그는 그녀를 불러다 놓고 한참 동안 찻잔만 만지작거리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왜?!"

 

 "벌써 소문났더라. 너 말 안 듣는 감독이라고."

 

  대학 시절 물리면 죽는다고 독사라 불리던 그녀가 사회에 나왔다고 해서 고분고분해질 리가 없었다. 그 사실을 간과한 그는 이 감독을 스카우트하는 일생일대의 과오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덕분에 재선은 그녀에게 까인 투자자들에게 시달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투자를 구걸하러 돌아다녀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 참, 나. 그래서 투자 안 한다는 인간들이면 하지 말라고들 해!"

 

 "센척하지 마. 너 촬영장에서 완전 비굴했다며."

 

  쳇. 저런 얘기는 또 누가 퍼뜨린 건지. 남 안 좋은 얘기는 빨리도 퍼진다니까.

 

 "난 나름 최선을 다한 거야."

 

  입술을 쭉 내밀고 투덜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사실 누구라도 우쭈쭈 받아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그녀가 알았다면 당장 짐승처럼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가 가만히 있을 땐 꽤 날카롭게 생긴 주제에 저런 표정을 지을 땐 귀엽기 그지없었다.

 

  독사라는 게 들통 나기 전에는 남학생들도 꽤 몰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 잘하냐? 난 잘하는 남자가 좋다. 라는 말로 전부 내쫓기 전에는.

 

  하지만 지금은 저 독을 가득 품은 미모에 넘어갈 타이밍이 아니었다.

 

 "최선 한 번 더 다했다간 우리 회사 말아먹겠다."

 

  그의 말엔 틀린 구석 하나 없었기에 더는 할 말이 없어진 감독은 마침 울리기 시작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크랭크인은 들어갔고, 여주인공은 그만뒀고, 스태프들 월급도 다 끊기는 건 알지...?"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하곤 금세 얼굴이 화색이 도는 걸 보아하니 도저히 지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현실을 머릿속에 주입시키려하자 이 아름답고 단순한 머리통은 튕겨내고 만다.

 

 "아, 몰라몰라! 다~ 내 작품성에 매료된 투자자가 나타날 거야."

 

  예나 지금이나 어쩌면 저렇게 태평한지. 하긴, 생각해보면 그녀는 언제나 좌절하거나 실패하는 일이 없었다. 아니, 실패하더라도 항상 차선책을 찾아냈지.

 

 "걱정하지 마, 선배. 나 믿지?"

 

  하지만 그녀가 어울리지 않게 윙크를 날리며 처음 외박해보는 여자친구를 꼬시는 남자나 할 만한 말을 남기고 가자 혼자 남은 재선은 절대 그녀에게 맡겨놔선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이 감독은 종업원에게 계산할 카드와 적립카드를 내밀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얼굴에 어찌나 근심 가득해 보이는지 보던 종업원이 안부를 물어올 정도였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스태프들은 어떡한다...`

 

  여배우한테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쫓아낸 일에 대해선 그 자리에 있던 스태프 모두 만장일치로 쌍수를 들고 반겼지만, 월급은 또 다른 문제였다.

 

  모든 작업이 스톱된 데다가 언제 재개될지 몰라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기에 구직활동도 못 하는 백수나 다름없었다.

 

 "하아......헙!"

 

  무의식중에 또 한숨을 쉬던 그녀는 혹시라도 `그`가 이 모습을 볼까 싶어 잽싸게 입을 틀어막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먼저 도착했다던 그는 2층에 올라가 있는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한숨 쉬는 걸 봤다면 잔소리 폭격을 맞았으리라.

 

 "이소명 고객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머지않아 기다리던 커피가 나왔다는 말에 카운터로 나가 그 위에 올려진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잡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잡으려 했다.

 

  분명 이 감독의 이름이 불렸건만 누군가 먼저 그녀의 커피잔을 쥐었고, 한발 늦은 그녀는 커피잔을 쥔 손을 잡은 꼴이 된 것이다.

 

 "어...?"

 

  그 손의 주인을 올려다본 그녀는 작은 소리와 함께 놀란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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