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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르 일디나크
작가 : 아르체
작품등록일 : 2017.7.22

태양이 꺼지고 열한 개의 달이 지탱하고 있는 세계에서,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차광시대에도 죽지 않은 이들은 '잔', '계승', '거짓 나무', '무지개', '원소'. 그리고 '유언'의 종족.
황야를 떠난 곳에서 소년이 마주한 것들.

"사라진 네 갈래의 꿈, 여섯으로 나뉜 이야기.
멈췄던 주사위는 다시금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야기
작성일 : 17-07-22 04:50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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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창밖의 어슴푸레한 빛살과 그늘진 방 안의 대비. 똑바른 음영 속에서 건네지는 대화. 빛의 여백이 반쯤 가린 의자 위의 시선. 장식물처럼 기댄 진지함이 질문했다. 기괴한 서정 같은 열의가 닿아왔다. 르윈은 그가 어떤 우화 같은 것을 말하는지, 다른 뜻을 이야기하는지 잠시간 판단할 수 없었다.

 

 “떨어져 죽은 사람이라뇨?”

 

 그들이 칭하는 방식을 지금까지 들어온 결과물대로 카모렐은 분명하게 단어를 떼었다.

 

 “침입자요.”

 

 의문과는 좀 달랐다. 이제껏 궁금함이었다면 이건 의심이었다. 지나가는 공기의 음을 슬쩍 헤아리고는 의전관이 설명해주었다.

 

 “……아. 알겠어요. 저도 들은 것만 알지만 인간 분열에 의한 현상이라고 하던데요.”

 

 르윈의 말은 기다렸던 것 중 하나가 드러났다는 태도였다. 찬찬히 지나가는 설명에 무딘 의심은 여지없이 한계를 드러냈다.

 

 “사람이 늘어나기도 하나요? 지금까지 전 늘어난 적 없어요.”

 

 아니라는 의미를 둔 완곡한 거절이지만 가리지 못한 질문이 남아있었다. 그를 약간이나마 보아 왔던 병사는 소년의 미천한 상식을 고려해주었다.

 

 “정상적인 현상이 아녜요. 갑자기 사람이 둘로 쪼개지는 일은 없어요.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는 게 문제지만.”

 

 르윈은 끝말을 흐렸다. 그 대답으로서 소년에겐 결심이 되었다. 본능적으로 이해했고, 본능적으로 부정했던 것을 이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있었다. 자신일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타인들은 이렇게까지 확신하는가.

 

 “왜 나라고 생각한 거죠?”

 

 비정상적인 현상을 따라가기보다 정상적인 사유에 꿰어맞추면 닮은 사람이라는 것도 있을법하다. 가능성을 받아들인 것과는 별개로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등받이에 한 팔을 올려놓은 어린 이에게 르윈은 차근차근 이야기의 앞뒤를 맞추어 주었다.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세상에는 기술을 비롯해 그쪽이 모르는 게 아주 많아요.”

 

 너무나 친절한 조소였다. 굳이 전체적인 형태를 빚어 눈앞에 내밀어주는데 그래도 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럼 르윈은 왜 사람이 늘어나는지 알아요?”

 

 뭐든지 알아야 했다. 나머지는 죄다 사족이다. 소년도 슬슬 물어보는 게 민망해지지만 어쩌겠는가.

 

 “연구자들 말로는 흐름 문제라고 하는 걸 들었습니다.”

 

 “흐름?”

 

 오늘 자기 전에 나누는 담소는 이것이 될 것 같았다. 병사는 침대에 기대어 정보를 떠올렸다.

 

 “흐름이란 건…… 그래요. 이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건 운명이며, 존재이며, 사건이자 또한 세월을 있게 하는 것. 정확한 구조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성질을 가지는 각 흐름이 다른 흐름과 섞여 한데 흐르고 있죠. 이걸 모두 모아 말하는 것이 각 종족들이 말하는 ‘흐름’입니다.”

 

 질문을 어르는 기분으로 르윈이 대답했다. 세상의 평범한 어떤 자리에서 한 사람이 근원을 이야기했다.

 긴 말을 떼고서 말하는 이는 다시 말했다.

 

 “흐름은 생물에도 흘러가는 것인데 이것이 불안정하다더군요. 당연히 영향이 있겠죠.”

 

 카모렐은 어렴풋이 이해했다. 그래도 납득은 가지 않았다.

 

 “이유가 뭐죠?”

 

 본래 불안정한 것이라면 비정상이라고 칭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이 나뉘었다고 확실히 정의할 수 있다면 고르지 못한 현상을 누군가가 탐구했으리라. 뒤켠에 쌓인 오답을 거쳐 나온 결론일 것이다. 그건 소년도 이해하고 있다. 역시나 병사는 다음을 알고 있었다.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태양의 소실 때문이라더군요. 색을 완전히 갖춘 요소가 없어져서 생긴 결핍 같은 게 아니냐고 들은 적 있어요. 어떤 종족에는 분열 말고도 관련 문제가 진행중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달로 대체하고 있는데 고등기술이라서 저도 아는 게 많지는 않습니다.”

 

 르윈은 명확한 상황을 말했다. 여명도 석양도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채 아스라이 계속되고 있는 현 시대. 더 큰 과제는 언제나 살아남은 이들의 몫이다.

 

 “모든 걸 멈추었던 차광시대도 거쳤고 하니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소년은 이야기를 다 들었다. 그런데 어쩐지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어딘지 미심쩍은 감각은 의혹이라기보다 기시감에 가까웠다. 그렇게 이해하니 머릿속에 정확한 이름이 떠올랐다.

 

 “그건 드리켄펠트 서사 아닌가요?”

 

 그는 생각해냈다. 지금까지 접했던 몇 안 되는 책 중 그가 헤아리지도 않고 수없이 빠져들었던 내용이다. 외워 보라면 지금도 첫 줄부터 틀리지 않고 읊어낼 수 있었다. 그런 걸 착각할 수는 없었다. 그럼 이제까지 소설을 들었다는 말인가. 놀림당하는 기분에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건 알아요?”

 

 천연덕스럽게 의외라 되묻는 청년의 태도에 소년은 약간 오기가 들었다. 멍청이 취급에 설익은 반항심이 인다.

 

 “알고 있어요.”

 

 한 자씩 눌러가며 카모렐은 강조했다.

 

 “정말 알아요?”

 

 비웃는 게 아닌 정말 순수하게 이루어진 질문이었지만 카모렐은 청년이 자신을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는 넘어갈 수가 없었다. 소년은 오래된 이야기를, 토로하듯 들려주었다.

 

 “천체를 연구하는 한 학자가 있었죠. 그는 태양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알아차리고 가족을 비롯한 모든 걸 뒤로 하고 오랜 세월 동안 연구에 몰두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죠.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어떤 종족은 멸종하고, 남은 종족들은 미쳐가고, 별은 제멋대로 뒤틀렸죠.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포기해 떠나고, 처음 시작할 때의 한둘만 곁에 남은 채 태양이 죽는 그 날까지 연구를 계속하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는 이 상황의 해결법을 알고 있다 말하는 소녀의 소문을 들었죠. 뭐든지 아는 신비한 소녀라는 이야기에 학자는 속는 셈치고 그녀를 찾아갔어요. 그녀는 학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렸고, 학자가 생각하던 것보다 많은 걸 알고 있었어요. 살아남을 방법을 알려주는 대신 소녀가 제시한 조건은 어떤 장소로 그녀를 데려가줄 것. 첫 여행은 그렇게 학자와 소녀, 그리고 학자의 동료 한 명으로 시작되었죠.

 그녀가 말해준 방법은 태양 대신 달으로 색의 균형을 맞추는 거였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든 나라의 동의와 죽어가는 태양에서 별을 보호할 무언가. 그들은 종족과 나라를 불문하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협조를 요청했어요. 특정한 때가 오면 모든 나라가 달의 포탑을 태양 대신으로 기동하기로 약속을 받았죠. 물론 순조롭지만은 않았어요. 워낙 혼란스러운 상황인지라 우여곡절이 많았죠. 죽을 뻔 하기도 했고 심지어 그들을 쫓는 무언가도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도 정치가의 자제, 어느 종족의 아이, 사기꾼 커플이 합류해서 제각기 역할을 하며 끝내 열한 나라 모두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소녀가 원하던 높은 곳으로 그녀를 데려가자 그곳에 있던 것은 별을 완전히 재울만한 어둠이었고 그것을 이용해 별은 무사히 지켜졌습니다.”

 

 간추려진 이야기가 끝났다. 카모렐은 읽었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하네요.”

 

 르윈은 살짝 감탄했다. 그리고 또 신기했다. 아주 제대로 된 줄거리였다. 그런데도 그것 말고는 모른다는 게 대단했다. 병사는 넌지시 물어보았다. 질문 첫 번째.

 

 “그런데 지금 이 별에 달이 몇 개라고 생각해요?”

 

 카모렐은 대답했다.

 

 “열하나요.”

 

 질문 두 번째.

 

 “나라가 전부 몇인지는 알아요?”

 

 카모렐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뇨.”

 

 그리고 마지막 질문.

 

 “세계조약의 별칭이 뭐라고 생각하는데요?”

 

 카모렐이 알지 못하는 말이었다.

 

 “잘 몰라요……”

 

 르윈이 어림했던 대로의 결과였다. 단지 소설만 알고 있을 뿐 세상물정에 관한 것에선 완전히 비켜나 있었다. 들었던 말의 어감에 혹시 했는데 드리켄펠트는 알면서 차광시대를 모르는 이런 결과가 존재할 수 있으리라곤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소년에겐 진실이 단지 소설의 날줄이었다.

 병사는 어처구니없어하며 과감히 알려주었다.

 

 “답을 말씀드리죠. 일단 달이 열한 개인 건 아는군요. 이 별에 나라는 모두 열한 개입니다. 달과 같은 숫자죠. 드리켄펠트에 나왔던 나라들과 같은 수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나라들은 하나의 조약을 지금까지 공유하고 있는데 공식은 아니지만 거의 공식적으로 사람들은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저편에서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흥분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르윈은 마지막 정답을 내뱉었다.

 

 “드리켄펠트 협약이요.”

 

 “?!”

 

 이렇게까지 말했다. 그런데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단연코 소년은 머저리였다. 확인하기도 지쳐 르윈은 그냥 죄다 쏟아내었다.

 

 “드리켄펠트 서사는 그냥 소설이 아닙니다. 진짜로 있었던 일이라구요.”

 

 이 정도로 끝내려니 아직도 뭔가 답답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가릴 것 없이 모두 내놓기로 했다. 모르는 사람이 있나 싶은 공연한 진실이라 거칠 것이 없었다.

 

 “하나 더 말해줄까요? 그 이야기의 학자가 오딤입니다.”

 

 “!!!”

 

 결정타였던 모양이다. 소년은 한동안 충격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르윈은 그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나머지 사실까지 지금 다 알려주었다간 무슨 짓을 벌일지 솔직히 좀 걱정이었다.

 소년이 제정신을 차리도록 내버려두고 르윈은 가방과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먼지에 물든 머리와 몸을 씻으며 서서히 생각을 다듬었다.

 어디까지나 동행하고 있는 소년이 진짜이며 모든 것을 진실되게 말했다는 가정으로 추론하자면, 오딤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긴 것이 된다. 직접 접하지 않더라도 간접 경험이라는 형태로 배울 수 있는 내용들마저 그는 모르고 있다.

 있을 법한 일이었다. 지금 오딤이 세상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생각하면 손자는 그런 것들에서 자유롭기를 바랐던 건지도 몰랐다. 아예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는 가정도 그럴듯하다.

 뭐 어디까지나 청년의 망상이었다. 이야기로만 들은 사람을 멋대로 짜맞춘다고 진짜 그 인물이 될 리는 없었다. 애초에 전제부터가 본인의 마음대로인 것을.

 개운함을 즐기며 의전관은 방에 돌아왔다. 어느새 르윈도 피곤해졌다. 이제는 날도 깊어져 꿈을 청하고 싶었다. 간만에 제대로 된 숙소에서 드는 잠자리였다. 르윈은 겉옷을 머리맡에 걸어두고 엎드린 채 이불을 덮었다.

 

 “전 이제 자요. 내일 일어나서 어디로 갈지 정하자구요……”

 

 희미한 불을 남겨두고 병사는 눈을 감았다. 머지않아 소년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누우려 했지만 졸음없이 또렷한 정신이 주는 망설임. 그보다 조금 더 오래 카모렐은 창가에 걸터앉아 있었다. 여전히 빗소리가 들렸다.

 

 

 

 르윈이 일어났을 때 소년은 그때까지 자고 있었다. 굉장한 늦잠이었다. 그건 병사도 다르지 않았다. 멍한 정신을 깨니 날은 이미 완전히 밝았고, 아침은커녕 점심도 먹을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로 늦은 한낮의 빛이 들어차고 있었다. 수도라면 모를까 이런 근교에서는 대개 끼니때가 정해져 있는 법이다. 감상할 새도 없이 병사는 일어났다.

 

 “일어나요.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저녁까지 밥 못 먹어요.”

 

 두어 번 소년의 몸을 흔든 후 르윈은 방문을 열었다. 드문드문한 울림음이 복도에서 들린다. 돌아와 간단히 세안하고서 지금도 식사 준비가 되는지 알아보러 병사는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소년은 눈을 떴다. 누운 자리에서 바로 구름이 걷힌 맑은 하늘이 보였다. 밤은 지난 모양이었다. 정신을 차리니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약간은 멍한 채, 어제 들어왔던 대로 되짚어 그는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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