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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왕 수호 기사단
작가 : 지니2
작품등록일 : 2017.7.18

“주인이다……”

황갈색 눈의 집시들 사이에서, 자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집시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웬과- 불타오르는 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리가시가 주인을 스스로 선택했다!”

로웬은 바들바들 떨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노란 눈이 로웬에게 꽂혔다.

“자격이 없는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에서도 무사하리라. 유리 가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검. 맨발로 바닥을 뛰어라, 유리 조각을 밟아라. 너의 피가 네 자격을 증명할 것이다. 유리 가시는 선택하는 검.”

집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시리어스 주의][생각보다 안진지함 주의][주인공 2명][기사단물][정통(?) 판타지]
[천재검사, 얼굴이 열일하는 주인공1][잔머리대왕, 그냥 일 안하는 주인공2]

 
episode 0. 유비 이그렛 -2
작성일 : 17-07-22 01:29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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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는 초여름 햇살에 그을려 건강해보이는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아픈 사람처럼 창백해졌다. 머리에서부터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유비는 그 순간에 생각했다.

 

 곰은 아주 멀리 있었다. 그러나 그 거리에서도 그것이 내재한 위험은 선명하게 보였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곰의 눈빛은 정확히 유비에게 꽂혀있었다. 유비 이그렛이 보기에

  곰은 자기 구역에서 만난 작은 물체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어.... 어어.......음."

 

 

 유비는 더듬더듬 할 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곧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순간에 자기소개를 해본들 저 곰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 같지 않았다. 저 곰이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리고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그 흑곰은, 천천히 두 발로 땅을 짚고 일어났다. 곰의 거대하고 우람한 몸체가 거칠게 흔들렸다. 유비는 그것이 자신을 위협하려는 몸짓임을 알았다. 대충 저것과 비슷한 몸짓을- 암탉을 두고 경쟁하던 수탉 두마리에게서 본 적이 있었다.

 

 분명 곰은 더 깊은 숲 속에 살 것이 분명한데. 왜 여기에 나와 있는 걸까. 슬쩍 뒷걸음질치는 유비의 발끝에 버섯이 걸렸다. 그제야 유비는 제가 꽤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들후들 다리가 떨렸다. 곰은 유비보다 적어도 4배는 더 큰 것 같았다. 더 불행한 사실은, 척 보기에도 그것의 앞발이 유비의 머리통보다도 컸다는 거였다. 아마 저 앞발로 어린 유비를 내리친다면- 유비의 가냘픈 머리통은 서리하다가 떨어트린 수박처럼 산산조각이 날 게 분명했다. 유비는 처참하게 박살났던 수박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헉.

 

 수박이 꽤나 현실적인 상상이었나보다. 덕분에 겁에 질려 마비되었던 정신에 현실감이 스며들었다. 지금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도망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유비 이그렛이 무얼 해야할지 머리가 차근차근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유비와 곰 사이는 꽤나 멀어보이지만 사실 아니다. 곰이 달리기 시작하면 그 거리는 곧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거였다. 유비는 작년 뜻밖에 곰을 만나 시체로 돌아왔던 사냥꾼 아저씨를 기억해냈다. 살아남은 다른 사냥꾼 아저씨가 그랬었지. 그것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고.

 

 뇌가 내린 명령을 몸이 그대로 수행하기 시작했다. 유비는 그의 다리를 미친 듯이 칭찬했다. 이대로 땅에 붙어서 영영 움직이지 않을 줄 알았던 다리가 그 어느때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곰은 작은 먹잇감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반사적으로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곰의 몸짓에 사나움이 섞였다. 곰은 짧은 순간 완벽히 유비 이그렛을 자기 사냥감으로 인식한 거였다. 육중한 몸을 움직이는 곰에게서 사냥꾼의 본능이 줄줄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 제발, 하느님. 저는 고작 열 두살이에요. 성인식도 안 치뤘다구요!

 

 유비는 달리면서 간절히 신을 찾았다.

 

 사실 신을 찾은건 그의 12년 인생 중에 최초였다. 그래서였는지, 신은 쉽사리 유비에게 응답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곰의 편을 들어준 것도 같았다. 만약 곰도 그 순간에 '소중한 먹이를 잡도록 도와주세요.'따위의 소원을 빌었다면 말이다. 분명 그와 곰 사이의 거리는 꽤 멀었는데- 어느새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유비 이그렛은 이 말도 안되는 곰의 신체 능력이 신의 농간에서 온 거라며 속으로 부르짖었다. 어딜 봐서 저 뚱뚱하기만 한 곰이 이렇게 빠르냔 말이야!

 

 점점 역겹고 뜨거운 집승의 입김이 다가오고 있었다. 죽음에의 공포도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죽을 거야!'

 

 

 때마침 곰이 난폭하게 울부짖으며서 앞발을 들어올렸다. 앞발이 강타한 나무가 쩌적, 부러졌다. 부서진 나뭇가지 파편이 달리는 유비의 뺨을 스쳤다. 소년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하느님 이 나쁜 자식!"

 

 

 유비는 방금 확신했다. 신은 그를 도와주지 않을 속셈인 거다. 이제 소년은 격하게- 신 따위를 믿으며 도망치기를 택했던 과거의 자신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냥 동화책에서 읽었던 대로 죽은척이나 할 걸 그랬다. 멍청하게 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격언을 참고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옛사람들 말을 들어서 손해볼게 하나 없는데!

 

 그는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스스로가 숲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숲으로 깊게 들어간들 굶주린 흑곰보다 위협적인 건 존재하지 않을거였다. 듣기로 이 숲에서 가장 흉폭한 동물이 곰이었으니까!

 

 유비는 이를 악물고 땅을 박찼다.

 

 달리는 소년의 눈에 작은 가시 덤불 길이 보였다. 척 보기에도- 유비 정도의 작은 아이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아마도 먹이사슬 아래에 위치한 작은 동물들의 비밀 통로 같은 거였을지도 모른다. 유비는 주저없이 그 빽빽한 가시 덤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덤불 속으로 들어오는 와중에 아주 약간 가시에 찔린듯도 했다. 유비는 가시 덤불 길을 따라 달리면서 뒤를 흘깃 바라보았다.

 

 흑곰도 유비를 따라서 막 가시 덤불 숲으로 진입한 상황이었다. 예스! 유비는 속으로 환호했다. 이쪽 길을 선택한 건 분명 옳은 판단이었다. 작은 유비가 쉽사리 덤불 사이를 지날 수 있는 것과 반대로 곰은 가시에 잔뜩 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한 사실은 곰의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는 거였지만. 이제 곰의 눈빛은 반드시 유비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는 다짐으로 가득차 있었다. 유비는 일부러 그 부분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만 좀 따라와! 빵집의 유비는 맛이 없어요-! 빵 맛이 날거라고! 육식동물은 싫어하는 맛이야!"

 

 

 유비 이그렛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채 아무 말을 지껄이며 덤불 사이를 달렸다. 가시 덤불이 점점 더 빽빽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유비의 작은 몸으로도 덤불 사이를 지나치기 어려워졌다.

 

 아얏! 가시 하나에 팔뚝이 찔리고서야, 유비는 허리를 숙여 땅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무릎에 풀물이 들어서 축축해지고 있었다.

 

 다시 한번 힐끗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곰은 뒤에 있었다.

 

 "크와아앙!"

 

 흑곰이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또 가시에 잔뜩 찔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것은 유비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유비는 확신했다. 저 흑곰이 모르긴 몰라도 유비 이그렛보다 인내심이 더 대단할 거라는 걸.

 

 소년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점점 길은 더 좁아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길이 끊길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유비에게 남은 미래는 분명 '곰의 점심식사' 뿐이다.

 

 

 '어떻게 하지.'

 

 

 유비는 기어가면서 죽어라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도무지 좋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평소에 스스로 얼마나 자기 머리를 과대평가해왔는지만 철저하게 깨달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망했네."

 

 

 유비는 반쯤 체념하면서 땅을 짚었다. 가시덤불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낙옆이 손에 짚혔다. 바스락, 하면서 낙옆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유비는 도망치던 와중에도 의아해져서 낙옆을 바라보았다. 초여름에 왠 낙옆...?

 

 그 순간 낙옆이 빛나기 시작했다. 낙옆에서 시작된 빛은 곧 유비의 몸을 타고 줄기줄기 감아올라왔다. 순간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든다.

 

 

 "헉, 설마."

 

 

 순간, 뒤에서 곰이 쫒아온다는 사실도 잊은 채 소년의 몸이 멈췄다. 나뭇잎으로부터 발한 빛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유비의 눈동자가 두번 깜박였다. 아이는 이 현상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일테이아의 문이다!"

 

 

 천재지변, 일테이아의 문. 그게 지금 유비 이그렛에게 열린 거였다.

 

 '일테이아의 문'은 어느날 갑자기 생겨나곤 하는- 규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었다. 그것은

  20년동안 살던 집의 문에 생길 수도 있고, 평범하게 떨어지고 있는 꽃잎에 깃들 수도 있었다. 그저 그것은 살아있는 것을 제외한 세상 모든 것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불규칙적인 천재지변이었다. 그리고 그 '일테이아의 문'이 된 물체와 닿으면- 그 사람은 어딘가 그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동된다.

 

 

 "유비, 일테이아의 문은 절대로 닿아서는 안되는 끔찍한 재앙이다. 그것에 빠지면 넌 맹수들의 점심밥 신세가 될 수도 있어. 배고픈 짐승의 소망이 대개는 제일 강하거든."

 

 

 언젠가 엄마가 유비를 앉혀두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때- 일테이아의 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더라.

 

 

 "그런데 어떻게 안 닿죠? 피하려고 하면 피할 수 있어요? 벗어나려고 하면 벗어날 수 있어요?"

 

 

 어린 유비가 이렇게 되물었을 때,

 

 

 "없지. 그러니까 안 빠지도록 늘 신께 빌어라."

 

 

 엄마가 아주 스산하게 말했었지. 젠장! 도움이 하나도 안 되잖아.

 

 유비는 이를 갈았다. 좀 전에 하느님을 두고 욕을 해댔었는데. 그 보복인가! 쪼잔한 하느님 같으니라고. 그는 다시 한번 신을 욕하고서 눈을 질끈 감았다. 눈앞이 새까맣다. 물론 눈을 감았으니 그렇겠지만- 그게 꼭 유비의 미래와 마찬가지일 거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일테이아는 지상 최악의 천재지변이지만, 그만큼 조우할 확률도 낮았다. 확률로 따지자면 지나가다 번개를 맞을 확률보다도 낮았다. 그래서 평생 남의 일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저 곰인가...?'

 

 

 높은 확률로, 이 일테이아의 문은 그를 저 곰 앞으로 데려다 놓을게 분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순간에 저 곰보다 강력하게 유비 이그렛을 원하는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있다면 한 5일을 굶은 호랑이 정도일까.

 

 

 "안나! 제발 나를 한대 치고 싶다고 생각해줘!"

 

 

 유비는 누가 들으면 변태같았을 말을 부르짖었다. 차라리 냉전 중인 안나의 분노가 이 순간 폭발했기를. 그래서 그를 미친듯이 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를! 안나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게, 저 곰이나 어딘가에 있을 호랑이의 식량이 되는것보단 나을 거였다.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유비의 눈 앞이 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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