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천국을 가리키는 새하얀 나침반
작가 : 소시지
작품등록일 : 2017.6.5

죽은 망자가 범람하는 세계, [저승]
[구원(천국)]과 [심판(지옥)]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방향을 걷는 자들의 이야기.

그 가운데…… 19살 소녀, 한지예는 자신의 방에서 絞死━━목을 매달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죽지 않았어!”

자살이라는 대죄를 범하고만 한지예는 지옥을 심판받고야 말았다!
천국의 영원한 이별, 확정된 지옥, 그나마 살만한 저승라이프!
사신과 불가촉사망자들을 피해가는 파란만장한 사후세계 생존 판타지!

 
T time. 2
작성일 : 17-07-22 01:19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45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의자를 젖히고 잠옷의 매무새를 고쳐 잡은 윈디가 자신을 소개하였다.

 “저의 이름은 윈디 어웨이트 입니다! 나이는 10살이고 제일 좋아하는 건 아저씨가 주시는 초콜릿입니다!”

 김지용의 표정에 함박꽃이 피어 아빠미소로 변한다. 마치 초등학생 땅의 수업참관을 보는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곧이어 윈디는 열손가락 모두를 피고는 천천히 하나둘씩 손가락들을 접었다.

 “두 번째도 초콜릿. 세 번째도 초콜릿. 네 번째도…….”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상상만으로 행복에 젖어버린 소녀는 범람하는 침을 억제하지 못했다. 광장에서 만난 히미보다 증세는 더욱 심각해 보였다. 마약이라도 첨가된 걸까. 한지예는 초콜릿의 성분표가 몹시 수상쩍었다.

 “헤헤. 그리고 또.”

 “윈디야……!”

 김지용의 호통이 들어왔다. 윈디는 초콜릿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머릿속마저 온톤 잿빛 세상이었다. 황급히 흐르는 침을 닦고 자기소개를 마저 이었다.

 “저는 아저씨랑 저승을 여행하고 있답니다. 이곳 ‘정욕의 성’말고도 ‘질투, 나태의 성’에도 가봤어요. 정확하게 이곳에 온지는 5년이나 지났습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만 주세요.”

 윈디는 허리언저리에 팔을 얹히고 오만한 자세를 취한 뒤 콧방귀를 흥! 하고 뀌었다. 자신만만한 모습이 건방져 보일수도 있지만 한지예는 목을 옆으로 기우려 궁금증을 표했다.

 “똑똑한 아이구나. 그럼 ‘성’이라는 건 뭐니?”

 이때다 싶어, 자칭 ‘저승가이드’ 윈디가 탁자 밑에서 학자모를 꺼내어 머리에 쓰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귀왕이라는 엄~~~청~~~!, 무~~진장! 강한 사람이 죽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지에요. 탐욕의 성 영주인 마몬님이 직접 지으셨고 저승에는 전부 일곱 곳이나 있답니다. 그리고 더하자면 우리가 있는 이곳, ‘정욕의 성’은 아스모데우스님의 영지에요.” 칠죄종의 증인…… 즉 일곱 명의 영주는 각각 ‘분노’, ‘질투’, ‘교만’, ‘폭식’, ‘나태’, ‘탐욕’, ‘정욕’을 의미한다.

 그들의 의미를 본 따 만든 일곱 영지는 주인과 같은 의미를 부여받았으며 의미가 행사하는 권능이 묻어나기도 하다.

 저승의 새까만 바닥, 검은 땅 전역을 바탕으로 중심에는 ‘나태의 성’이 존재하고 중심을 기준으로 북쪽에는 ‘정욕의 성’과 서쪽에는 ‘탐욕의 성’, 그리고 북동쪽 끝자락을 ‘질투의 성’, 동쪽으로는 ‘교만의 성’, 남동쪽은 ‘분노의 성’, 서남쪽 끝자락은 ‘폭식의 성’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일행이 모여 있는 북쪽의 정욕의 성은 북서쪽에 위치하고 죽은 사망자의 영혼이 생성되는 ‘시작의 샘’에서 가장 근접한 위치이다. 그런 지리적 요건으로 정욕은 성의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끝임 없는 물자를 독점할 수 있는 유용한 조건을 갖추었다.

 “성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한지예는 흥미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

 “지옥이나 다름없었지.”

 기고만장한 윈디가 말할 타이밍에 김지용이 윈디의 말을 잘라먹고 대화를 난입했다.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오른 뺨을 찔렸다.

 “인간은 죽어서도 죄를 짓고 사신들은 그런 인가들을 무분별하게 신판했지. 무법지대나 다름없었어. 악인이 검은 땅에 들끓고 사신들은 학살자나 다름없었지. 지금생각해보면 어떻게 살아남았나싶어.”

 “엄청 살벌한 곳이었네요.”

 “그렇지. 옛날에 비하면 이곳은 천국이나 다름없어. 우리는 왕에게 감사해야해.”

 만약 영주의 성이 건설되지 않았다면 인간은 검은 땅을 방황하며 사신들에게 심판당하기를 기다릴 뿐. 죽은 자들에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은 없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지금에 저승은 김지용의 말대로 천국이라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한지예에게 주워진 저승에서의 새로운 시작역시 전부 귀왕의 공로가 컸다. 그렇기에 귀왕은 죽은 자들에게 구원자나 다름없다.

 “이번에는 다른 질문할게, 죽었을 때가 10살이라면서 5년이 지났는데도 꽤 어려보이네?”

 확실히 윈디가 15살이라 믿기 힘들었다. 허리까지 오는 작은 체형이 그 때문이다. 게다가 10살이라고 해도 윈디는 평균에 미달하는 정도다. 병이 아닌 이상 저렇게 작은 체형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했다. 윈디는 즉각 대답했다.

 “저승에서는 나이가 들지 않답니다. 죽은 모습그대로 평생 살아야 되죠.”

 그 말은 즉, 죽은 자들은 사후 직전의 나이와 외모를 간직한다.

 윈디가 죽기 직전의 모습을 간직하는 이유도 열 살에 죽었으니 열 살 때의 모습을 유지한 채 살아야만 했다.

 “그럼 윈디는 좋겠네, 귀여움도 받고.”

 한지예는 턱을 괴고 호기심 많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히려 윈디는 불만스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천만에요! 가끔 나보다 나이도 적은 사람들이 저보고 어리다고 깔본다니까요!”

 일찍 죽은 쪽은 윈디다. 아무리 같은 년도에 태어났어도 윈디보다 한 살을 더 먹고 죽으면 윗대우를 해줘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심지어 자신보다 늦게 태어난 사람에게도 꾸벅 인사를 해야 한다니. 윈디는 자존심은 꺾일 대로 꺾여버렸다.

 “어제는 저보다 열 살이나 어린 언니에게 놀림 받았다니깐요. 제 나이에서 열 살이나 어리면 간난아기라고요! 그러면서 우쭈주 하면서 솜사탕을 내밀더니……!”

 “그렇구나. 많이 억울하겠네.”

 “맞아요! 게다가 신기한 점은…….”

 분개함에 휩쓸린 윈디가 작게 심호흡을 가다듬고 말하던 찰라.

 “저승에서의 5년하고 이승에서의 5년은 서로 다르다네.”

 대사를 끓어먹고 대화에 난입한 사람은 또다시 김지용이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윈디가 ‘내 대사라고!’라고 외치고 김지용의 옷자락을 화풀이하듯 질질 잡아당겼다.

 “으으으!! 아저씨도 깔보는 거지!!”

 고작 어린아이의 팔 힘에 꿈적도 하지 않은 김지용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한편으로 한지예는 의아한 얼굴이다.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까닭이다. 김지용은 ‘역시나’라고 작게 말한 뒤 설명을 붙었다.

 “이승에는 정확한 시간이 존재하는 건 상식 중에 상식이지. 하지만 저승의 시간은 많이 왜곡되어있어. 우리가 느끼는 1년이 현실에서 똑같은 1년으로 흐른다는 것이 아니라 10년이 될 수도 있고 20년이 될 수도 있지. 시간학자들도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못했어. 시간왜곡은 자꾸만 변한다는구나.”

 한지예가 목을 맨지도 어느새 몇 달이나 지났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자 윈디가 한지에보다 훨씬 어른이라는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저승에서 보내는 1초마저 이승에서는 1시간이 될 수도 있고 0.1초도 될 수도 있다.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저승의 시간개념은 무슨 이유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어 오호지 신만이 아는 기묘한 비밀일 뿐이다. 인간의 머리로는 풀 수 없는, 일종의 ‘기적’이라는 힘일지도 모른다.

 “질문 있습니다!”

 트루가 왼팔을 들어 질문에 의사를 표한다.

 “네~ 질문주세요~”

 윈디가 양팔을 벌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 질문을 건네주는 시선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트루가 말했다.

 “어떻게 해서 죽어버렸습니까?”

 쩌저저억.

 이 순간 카페는 얼어버려 절대영도 버금가는 살벌한 정적이 흘렸다. 묵직한 공기가 역류하여 모두의 턱을 닺아버렸다.

 사리분간 못하는 트루의 발언 때문에 윈디는 돌처럼 굳어버려 말이 없었다. 이내 얼굴에는 그늘이 지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었다.

 한지예가 찌릿한 시선을 쏘아 보냈다.

 인류의 역적을 바라보는 눈초리였다.

 “왜, 왜 그러세요?! 모두 궁금하지 않나요?”

 모두가 궁금할법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처마 입 밖으로 나오기 힘은 참혹한 질문이다. 고작 열 살짜리에게 물어볼 질문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마에서 흘러나오는 다량의 피.

 윈디의 사인은 한지예의 밧줄보다 덧보였다. 머리를 다쳐서 죽어버린 의미를 뜻하지만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는 사인이 감춰놓은 작은 복선에 불과하다. 심지어 5년간 함께한 김지용조차 모르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꽁꽁 숨겨뒀다.

 자신을 지켜주는 은인에게 알려주지 못할 정도로,

 “아…… 미안, 곤란하면 말해주지 않아도 돼…….”

 트루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처럼 난처한 얼굴로 넙죽 사과하였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분위기만 더욱 무거워졌다.

 윈디는 고개를 푹 숙이고 유리컵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만 보았다. 얼굴을 보는 건지 아니면 이마에 흐르는 피를 보는 건지. 그저 말없이 유리컵을 바라보기만 했다.

 막중한 죄의식에 빠져버린 트루가 한지예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답변은 쌀쌀맞기 그지없었다.

 ― 바보야. 분위기 어쩔 거야.

 ― 누님……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 너 때문에 분위기가 깨져버렸으니 책임져.

 ― 저보고 어쩌라고요오오…….

 서로의 아이컨텍이 교차하는 그때였다. 연분홍빛으로 차분히 포개져있던 윈디의 입술이 살며시 벌어졌다. 아까처럼 발랄한 모습은 돌아오지 않고 억지미소가 그려졌다.

 “높은 곳에서 놀다 떨어져서. 헤헤…….”

 힘없는 대답.

 “그. 그래. 많이 아팠겠구나, 미안…….”

 “괜찮아. 위험한 곳에서 놀았으니 내 잘못이니깐. 히히.”

 윈디는 실없이 웃었다. 하지만 처마 숨기지 못한 슬픔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정말 미안해…….”

 “걱정하지 말라니깐, 오빠. 그러지 말고 자기 소개해줘.”

 “그, 그럴까?”

 트루는 머리를 긁적였다. 곧이어 어리둥절한 태도를 버리고 넥타이를 고쳐 잡는다. 마시던 홍차로 목을 축이고 순서를 이어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T time. 5 2017 / 7 / 24 247 0 8825   
19 T time. 4 2017 / 7 / 23 255 0 4233   
18 T time. 3 2017 / 7 / 22 258 0 4453   
17 T time. 2 2017 / 7 / 22 249 0 4456   
16 T time 2017 / 7 / 20 223 0 5235   
15 에베소의 선동자 2017 / 7 / 20 235 0 4869   
14 증인 2017 / 7 / 18 245 0 4076   
13 초급사신 히미. 2 2017 / 7 / 17 252 0 6147   
12 초급사신 히미 2017 / 7 / 16 233 0 6230   
11 김지용이라는 남자. 2 2017 / 7 / 15 236 0 5860   
10 김지용이라는 남자 2017 / 7 / 15 250 0 4305   
9 정욕의 성. 3 2017 / 7 / 14 246 0 4578   
8 정욕의 성. 2 2017 / 7 / 13 226 0 4016   
7 정욕의 성 2017 / 7 / 11 267 0 5763   
6 이 삶, 이후의 삶. 4 2017 / 7 / 10 227 0 4352   
5 이 삶, 이후의 삶. 3 2017 / 7 / 8 229 0 4384   
4 이 삶, 이후의 삶. 2 2017 / 7 / 5 261 0 4817   
3 이 삶, 이후의 삶 2017 / 7 / 3 279 0 4008   
2 의미. 2017 / 7 / 3 269 0 5579   
1 프롤로그 2017 / 6 / 5 419 0 582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