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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이벤트 당첨으로 일등석에 탑승한 담월. 그곳에서 한 남자와 크게 다투고 만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그가 속삭인다. "두 번 다시 마주칠 일 없길 바라거라." 아니,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어?!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황궁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도망치려는 그녀와 잡으려는 그. 마침내 사로잡힌 그녀의 입에서 절망적인 신음이 터져나왔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나도 한가한 사람은 아니다
작성일 : 17-07-21 14:09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7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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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 현우 오빠?!"

 

 담월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곧 그녀의 앞으로 근사하게 생긴 남자가 다가왔다.

 

 "맞구나, 담월이. 하하하. 이게 얼마 만이야?"

 

 남자가 굉장히 반가운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담월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러게요…… 오랜만이네요, 오빠……."

 

 그녀의 목소리가 수줍게 떨렸다.

 이곳에서 그를 만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남자의 이름은 탁현우.

 

 담월의 대학 시절 학교의 간판 스타였다.

 학교 이름을 말하면 제일 먼저 그의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그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훤칠한 키에 반듯한 이목구비, 거기에 성격도 좋아 따르는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똑똑한 머리까지.

 

 그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여기엔 담월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첫사랑이었다.

 물론 아쉽게도 시작부터 끝까지 짝사랑으로 끝나버린 사랑이었지만.

 

 "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훨씬 더 이뻐졌는데?"

 

 "아이참, 오빠도……."

 

 담월이 몸을 배배 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간택에 네 이름이 올라와서 깜짝 놀랐어.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아, 그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담월이 짧은 한숨과 함께 어색하게 웃었다.

 방금 만난 첫사랑을 앞에 두고 엉뚱한 얘기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빠는 여기 무슨 일이세요?"

 

 "난 폐하께 보고 드릴 게 있어서 입궁했지."

 

 "아, 그렇구나……."

 

 담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짙은 속눈썹에 깊은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 여전히 빛나고 계시구나.'

 

 담월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 검사 됐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에이, 그게 언제적 일인데. 지금은 그만뒀어."

 

 "네?! 아니 왜……."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대신 지금은 더 궂은 일은 맡고 있지."

 

 현우가 가슴에 달린 작은 배지를 보여주며 웃었다.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황금색 배지였다.

 

 "헉! 오빠 국회의원이에요?!"

 

 "하하하.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 아닌가 해서요……."

 

 담월이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항상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었다.

 꽃잎이 흩날리는 꽃청년의 직업으로는 전혀 상상이 되질 않았다.

 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에이, 나랏일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있다고. 오히려 요즘엔 나보다 더 젊은 나이에 뛰어드는 경우도 흔해."

 

 "아, 네……."

 

 담월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빛나는 자리에 있구나, 이 남자는.

 담월이 아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현우의 시선 역시, 오롯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때였다.

 

 그런 두 사람 사이로 갑자기 서늘한 음성이 불쑥 끼어들었다.

 

 "어디 있나 했더니, 여기 있었군."

 

 헉! 이 목소리는?!

 놀란 담월이 경련을 일으키듯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코앞으로 휘의 얼굴이 불쑥 들이닥쳤다.

 

 "앗, 깜짝이야!"

 

 느닷없이 얼굴을 들이미는 휘 덕분에 담월이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비틀거리는 그녀를 휘가 냉큼 붙잡았다.

 뒤이어 그가 팔을 당기자 그녀의 몸이 자연스럽게 그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어?! 어, 어?!"

 

 '턱!'

 

 뭔가 단단한 것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

 담월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볼에 닿은 무언가를 짐작해 보았다.

 어린 시절 아빠의 품에 안겼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그때도 이렇게 넓고 따뜻했는데.

 

 순간 부드러운 숨결이 그녀의 코끝에서 느껴졌다.

 담월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싸늘한 얼굴이 바로 위에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으악!"

 

 놀란 담월이 얼른 휘를 밀쳐냈다.

 그리고 곧장 후회했다.

 

 멋대로 품에 안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황태자를 밀치기까지 하다니!

 이거 완전 사형 각이잖아!

 

 당황한 담월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저, 저, 전하……."

 

 뒤늦게 담월이 고개를 숙이며 수습에 나섰다.

 뒤쪽에 서 있던 현우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휘는 그런 현우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오직 담월만을 쏘아보았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머리끝에서 느껴지자 담월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휘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참 찾았다."

 

 누구를? 나를? 왜? 어째서?!

 어리둥절한 담월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자."

 

 곧이어 그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어?! 어, 어?!"

 

 담월의 입에서 그저 황당한 신음만 흘러나왔다.

 얼떨결에 휘에게 붙들려 질질 끌려가는 담월.

 그녀의 시선이 뒤쪽의 현우에게로 향했다.

 

 미련이 가득한 눈이었다.

 

 

 ***

 

 

 "아니, 저기! 자, 잠깐만요!"

 

 강제로 끌려가는 담월이 손을 빼내 보려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단단한 그물에 휘감긴 듯 그녀의 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곧이어 그들이 커다란 문 앞에 도착하자 그 앞을 지키던 내관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휘가 직접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뒤쪽을 향해 말했다.

 

 "잠시 물러가거라."

 

 깜짝 놀란 내관이 황급히 문을 닫고는 도망치듯 멀어졌다.

 그제야 휘가 담월의 손을 놓아주었다.

 담월이 아픈 손목을 붙잡고 휘를 노려보았다.

 

 "어허! 지금 뉘 앞에서 눈을 치켜뜨는 것이냐!"

 

 서릿발 같은 엄포에 순간 담월이 움찔했다.

 하지만 애써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가 계속 노려보자 휘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버릇없는 건 여전하구나. 쯧쯧쯧."

 

 아니, 지금 누가 할 소리를!

 기가 막힌 담월이 대뜸 입을 열었다.

 

 "저기요! 아니, 전하님!"

 

 "저, 전하님?!"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는 담월의 말에 휘가 황당한 얼굴을 했다.

 도대체 정체를 모를 여자였다.

 

 "아니, 전하! 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

 

 담월이 따지듯 묻자 휘가 태연한 얼굴로 딴청을 부렸다.

 

 "무얼 말이냐?"

 

 "몰라서 물어요? 왜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을 이렇게 강제로 끌고 오냐고요!"

 

 담월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 모습이 마치 시장에서 물건값을 속여 판 장사꾼에게 따지는 것과 흡사했다.

 

 하긴, 그녀의 입장에선 그럴 만도 했다.

 그게 얼마만의 만남이었는데.

 오래전부터 꿈꿔 왔던 재회였는데 그가 다 망쳤다.

 

 첫사랑이 지켜보는 앞에서 황태자의 품에 안긴 것으로도 모자라 죄인처럼 질질 끌려오다니.

 그 바람에 연락처는 고사하고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생각할수록 분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씩씩거리는 담월을 쓰윽 쳐다보며 휘가 시치미를 뗐다.

 

 "갑자기 나타난 적 없다. 우연히 지나던 길이었을 뿐."

 

 휘의 말에 담월이 곧장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의 태도에 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엄연히 나의 집이다. 내 집에서 내가 어디에 있든 그게 무에 문제가 된단 말이냐!"

 

 어? 듣고 보니 그건 그렇네. 여긴 이 남자 집이잖아?!

 순간 궁색해진 담월이 살짝 말을 더듬었다.

 

 "아, 아무리 그,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막 강제로 끌고 가는 게 어딨어요? 이 부어오른 손목 안 보여요?"

 

 그녀가 빨갛게 부어오른 손목을 들어 보이며 울상을 지었다.

 휘가 쓰윽 건성으로 한 번 보더니 헛기침을 했다.

 

 "크흠. 원래부터 통통했던 것 같은데 엄한 소리로 덮어씌우지 마라."

 

 "어?! 방금 저보고 뚱뚱하다고 그런 거예요?!"

 

 담월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살짝 곤란해진 휘가 또다시 헛기침을 했다.

 

 "크흠. 말을 분명히 듣거라. 뚱뚱하다고 하지는 않았다."

 

 "뚱뚱이나 통통이나 그게 그거잖아요!"

 

 아무래도 아주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모양이다.

 그녀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휘가 코너에 몰린 선수의 입장이 되었다.

 

 "쓸데없는 소란 피우지 말거라. 내 이러자고 널 이리로 데려온 것이 아니다."

 

 "그래, 좋아요! 사람을 이렇게 막 끌고 온 그 이유 좀 어디 들어보죠."

 

 담월이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들었다.

 제국 서열 2위의 그 앞에서 감히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그녀 말고는 없을 것이다.

 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녀를 노려보았다.

 

 "마침 볼일이 있어 내 너를 이리고 데려오기는 했으나 그게 그렇게나 화를 낼 일이냐."

 

 "하아."

 

 담월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답답한 양반을 붙잡고 말해 무엇하나.

 그런 담월을 향해 제법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왜? 내가 좋은 시간을 방해라도 한 것이냐?"

 

 "그걸 지금 몰라서……."

 

 순간 담월이 말을 삼켰다.

 어쩐지 뒷말은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딱딱하게 굳은 그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

 

 "그와 어떤 사이냐?"

 

 "네?!"

 

 느닷없는 질문에 담월이 흠칫 놀랐다.

 휘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그자와 어떤 사이냐고 물었다."

 

 "사, 사이는 무슨…… 아무 사이도 아니거든요?"

 

 마치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다가 남친에게 딱 걸린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네?

 

 "아니, 근데. 제가 왜 그런 걸 대답해야 하는 거죠?"

 

 "뭐라?"

 

 "그렇잖아요. 저랑 현우 오빠랑 무슨 사이든 그게 전하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자 담월이 따지듯이 물었다.

 순간 휘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오, 오빠?!"

 

 "그래요. 굳이 뭐 숨길 것도 없네요. 현우 오빠랑 저, 대학 선후배 사이예요. 됐어요?"

 

 "그만!"

 

 휘의 짧은 외침에 놀란 담월이 움찔했다.

 그의 눈에 불꽃이 일렁거렸다.

 

 "그 오빠라는 말, 그만하라!"

 

 "네?!"

 

 "내 앞에서 다른 남자를 오빠라 부르지 말란 말이다."

 

 "아니, 그게 무슨……."

 

 담월이 황당한 얼굴을 한 채 말문을 닫았다.

 그의 싸늘한 눈빛에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 네네. 오빠라는 말이 그렇게 듣기 싫은 말인 줄 몰랐네요.

 담월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휘가 괘씸하다는 듯 그녀를 쏘아보았다.

 

 사실 그도 현우가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제국당 출신 국회의원으로 요즘 젊은 정치인들의 리더 격인 그를 휘가 모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내에서도 최고위원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오른 현우였다.

 정치판에서 그가 가진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거기에 또 하나.

 

 그는 황제의 사람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 황제가 황태자인 자신을 위해 키워주고 있는 정치인이었다.

 따로 언질은 없었지만, 그 정도 눈치는 있는 휘였다.

 

 아마 오늘 일만 아니었다면 그와 좋은 인연을 맺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근거 없는 불신이 생겨났다.

 이유 없이 경계하고 싶어졌다.

 

 그녀가 입궁했다는 소식에 일정도 취소한 채 서둘러 돌아왔다.

 그런데 입구에서 다정한 눈길로 웬 사내와 마주 보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아직 후보이기는 하나 간택을 앞둔 자,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 내 이말을 하려 널 이리로 데려왔다."

 

 휘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담월이 살짝 긴장한 얼굴을 했다.

 그제야 상대가 이 나라의 황태자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할 말이 남은 그녀였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미리 드릴 말씀이 있어요."

 

 또다시 따지고 들 줄 알았더니 갑자기 그녀가 얌전해졌다.

 침착한 그녀의 모습에 휘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물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요, 행여나 제가 간택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뭐라?"

 

 "저는요, 얼마 있으면 미국으로 가야 하거든요.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러니깐……."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휘의 단호한 음성이 막아섰다.

 

 "그 문제라면 걱정할 거 없다."

 

 "네?! 그게 무슨……."

 

 "그 면접 떨어졌다."

 

 "네?!"

 

 놀란 담월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아니 그보다 어째서……."

 

 자신이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그가 알고 있다는 게 의아했다.

 심지어 아직 발표가 나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하는데 그 결과까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자신이 면접에 떨어졌다는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은 담월이었다.

 

 무조건 합격할 거라 믿었었는데.

 충격에 휩싸인 담월이 아무 말도 못 한 채 멍한 얼굴을 했다.

 그 모습이 조금 딱해 보였는지 휘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너무 실망할 것 없다. 이곳에도 그 정도 회사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의 위로는 제대로 접수되지 못한 것 같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어느새 담월의 커다란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휘가 크게 당황했다.

 

 "그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눈물까지 흘리느냐. 그만 뚝 하거라."

 

 휘의 말에 담월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쏘아봤다.

 

 "전하가 그런 거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나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전하가 면접 떨어뜨린 거죠?"

 

 담월의 목소리에 원망이 가득 담겼다.

 휘가 금세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단 말이냐!"

 

 "그날 비행기에서 전하 얼굴도 못 알아보고 무례하고 굴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협박까지 해놓고선!"

 

 "혀, 협박?!"

 

 휘가 뜬금없는 그녀의 주장에 말을 더듬었다.

 그때 문득 휘의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

 

 '두 번 다시 마주칠 일 없길 바라거라!'

 

 아뿔싸!

 그 일을 말하는 것이구나.

 듣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협박으로 들릴 수 있었다.

 휘가 서둘러 변명했다.

 

 "내 비록 말은 그렇게 했으나 그만한 일로 그런 몹쓸 짓을 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담월은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그걸……."

 

 "어허, 내가 안 그랬다 하지 않느냐."

 

 역시나 그녀는 듣고 있지 않았다.

 슬쩍 부아가 치미는지 휘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런 휘를 향해 담월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요, 면접 떨어졌다고 포기 안 해요. 될 때까지 계속 도전해서 반드시 원하는 일 할 거예요."

 

 "누가 하지 말라 하더냐."

 

 "그러니깐요. 그러니깐 행여나 저를 간택하시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저,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녀의 항변에 휘가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누가 너같이 괄괄한 여자를 뽑는다고 했느냐! 나도 한가한 사람은 아니다. 쓸데없는 일로 낭비할 시간 없단 말이다."

 

 "잘됐네요. 서로 바쁜 사람들끼리 괜한 일로 인연이 되는 일은 없겠네요."

 

 자존심이 강한 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섰다.

 

 "말씀 끝나셨으면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담월이 인사를 꾸벅하더니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방 안에 남겨진 휘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참으로 제멋대로인 여자로구나.'

 

 그의 시선이 그녀가 나간 문 쪽을 향했다.

 문득 그녀가 나가기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연이라.'

 

 잠시 뒤, 휘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이 인연의 끝이 점점 궁금해지는구나."

 

 

 ***

 

 

 그로부터 며칠 후.

 

 마침내 간택 절차가 공식적으로 언론에 공개되었다.

 황실에서 내놓은 간택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일주일에 한 번 황태자는 각 후보와 만남을 갖는다

 둘째. 만남의 주도권은 오로지 각 후보에게 있다

 셋째. 후보들과 만남이 모두 끝나면 이번에는 황태자가 주도하는 3차례의 만남을 갖는다

 넷째. 각 만남은 모두 방송으로 공개된다

 다섯째. 간택 절차에 대한 황실의 의견을 존중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이번 간택의 최종 결정은 오로지 황태자 본인만이 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공개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다.

 

 즉, 황태자가 공식적으로 친간을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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