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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양생록(陽生錄)
작가 : 백린
작품등록일 :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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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武神) 관우를 비롯해, 수많은 영웅과 호걸을 탄생시킨 황하(黃河)의 동쪽.
그 중에서도 태원(太原) 일대를 가리키는 지역을 하동(河東)이라 불렀다.

그런 하동의 중심인 태원의 패자(覇者).
삼호방(三虎幇)의 장연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맛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5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다 (3)
작성일 : 17-07-21 13:44     조회 : 489     추천 : 0     분량 : 7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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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다 (3)

 

 

 “두고 보자, 이 개새끼들아아아아!”

 장연우는 피눈물을 흘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 외침과는 반대로, 몸은 태원 바깥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아니, 죽는 것은 둘째 문제다. 만약 산 채로 사로잡히게 되고, 그러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드러나게 되면…….

 ‘안 돼!’

 순간, 장연우의 머릿속으로 자신이 사로잡힐 경우 태원에 나돌게 될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철두광견 장연우가 새 별호를 얻었다며?’

 ‘그렇네. 절두광견이라더군.’

 ‘절두라…… 머리를 자른다는 건가?’

 ‘머리는 머리인데 그 머리가 아닐세. 거북이 머리야.’

 장연우의 상상 속에 나타난 중년의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거북이? 거북이 머리는 왜 자르나?’

 ‘어허 이 사람……. 거북이가 그 거북이가 아니네.’

 ‘그럼?’

 ‘그 있잖나. 자네 사타구니 사이에 있는 그 거북이 말이야.’

 ‘뭐? 그럼 철두광견이 고자 만들기에 취미를 가졌단 말인가?’

 ‘아닐세, 반대야.’

 ‘반대?’

 남자는 비웃음을 물며 말을 이었다.

 ‘절두광견 본인이 고자라더군. 서지 않는대. 그래서 차라리 잘라 버리는 게 어떠냐는 의미로 절두광견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더구먼.’

 ‘……고자가 태원의 패자로 자처했다고? 그 무슨 웃기는 일이 다 있나?’

 ‘그렇지. 태원 망신이야, 망신.’

 ‘그런 놈은 죽어도 싸지.’

 ‘아무렴. 죽어도 싸지, 싸!’

 

 장연우는 외쳤다.

 “안 돼! 죽어도 안 돼!”

 차라리 깨끗하게 죽는 게 낫다.

 그러나 흑도인으로서의 본능은 그로 하여금 죽음이 아닌 도주를 택하게 했다.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는 거야 고고한 정파 무림인들이나 하면 족하지 않은가.

 자신과 같은 뒷골목 출신 흑도인은 목숨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저기 있다! 잡아라!”

 장연우는 지겹도록 따라붙는 적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에 때려눕히고 싶었지만, 그들의 손에 들린 그물과 몽둥이를 보고는 도주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저딴 놈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그물에 갇혀 시간을 지체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끝장이 아니겠는가.

 물론 지금 자신을 쫓는 놈들이야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 사이 나타날 자들이 문제인 것이다.

 장연우는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다행히 그를 쫓는 자들은 내공도 별로 없는 삼류들인지라 오래지 않아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장연우의 속이 편할 리 없었다. 그래도 태원 최강의 무인이라는 자신이 파락호를 갓 벗어난 삼류들에게 쫓겼다는 사실은 그로 하여금 굴욕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개새끼.”

 장연우는 자신을 향해 고함을 내지르던 흑룡방주 문흑현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를 향해 떨쳐냈던 일 권(拳)을 막아내던 손정호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거기에 그들보다 한 발 늦게 도착해 자신을 향해 고래고래 욕설을 내뱉던 적갈방주 이명과, 그 욕설이 끝날 때쯤 나타나 하늘이 무심치 않아 어쩌고 하는 개소리를 늘어놓던 원노삼을 떠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이 주먹으로 그 개새끼들의 얼굴을 뭉개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후우-.”

 장연우는 숨을 길게 내쉬며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는 서원을 다니지 않아 공부를 못했을 뿐, 결코 머리가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머리가 나빴다면 스물 둘의 나이에 태원의 패자로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복양으로.”

 장연우는 판단했다.

 어차피 지금, 자신이 다시 태원을 되찾을 가능성은 채 일 푼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호방은 분명 갈가리 찢겨 분해될 터였고, 그 와중에 살아남은 자들도 도망친 자신을 다시 따를 사람은 없을 터였다.

 만약 삼호방이 정도 문파였거나 장연우 자신이 인망이 높은 사람이었다면 일말의 가능성은 있었을 테지만, 삼호방은 흑도였고 장연우 자신은 인망보다는 원망을 많이 쌓았을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이대로 복양으로 돌아갔다가는 삼호방도들의 밀고에 의해 목숨을 잃을 게 뻔한 것이다.

 “복양으로 가자.”

 장연우는 결심을 굳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복양으로 가서 불능이 되어버린 몸을 고치고 무공을 수련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는 것이다.

 ‘근데 권토중래가 맞나?’

 머리를 벅벅 긁던 장연우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소리를 내뱉곤 몸을 돌렸다. 권토중래면 어떻고 권중토래면 어떻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자신을 쫓아낸 개새끼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쳐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후우-.”

 죽어 버린 자신의 양물을 고치는 것이다.

 

 ***

 

 금룡장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비록 철두광견 장연우를 잡아 죽이지는 못했다지만, 그를 태원 밖으로 쫓아냄은 물론 그의 사문이자 세력 기반인 삼호방을 해체하기까지 했으니 즐겁지 않을 까닭이 없는 것이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이오!”

 철혈문주 이재룡이 과장되게 말했다.

 그는 어떤 축제건 그런 말을 하는 걸로 유명해 핀잔만 듣기 일쑤였으나, 이 자리에서만큼은 그 이야기가 거짓으로 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어린놈이 불 맞은 개처럼 도망치는 모습을 보았소?”

 “암요. 보았지요. 내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소이다!”

 “크크…… 감히 덤빌 생각은 못하고 꽁무니에 불붙은 개새끼마냥 도망치는 꼬라지를 떠올리니…….”

 원노삼은 큭큭대며 술잔을 들었다. 여기서 장연우에 대한 원한이 가장 깊은 것이 바로 그였으니, 기쁨에 겨워 연거푸 술을 들이키느라 얼굴이 붉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이 한창 즐거움을 나누고 있을 때, 무언가를 생각하던 손정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그러시오?”

 문흑현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이 좋은 날 도대체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단 말인가.

 “철두광견 그놈이 순순히 물러날 놈은 아니지 않소.”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면? 제 놈이 뭐 어쩌겠다는 거요?”

 원노삼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원 방주의 의견이 맞소. 돈도 없고 세력도 잃은 제 놈이 뭘 하겠소? 기껏 해봐야 낭인으로 구르다 칼 맞고 뒈지는 게 그놈의 운명이 아니겠소이까.”

 이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원노삼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제 아무리 고수라도 천하에서 백 위 안에 드는 고수가 아닌 한에야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었다. 물론 장연우도 태원의 패자로 인정받던 몸이니 나름 한 수가 있음은 분명했지만, 그래봐야 천하 백대 고수는 고사하고 오백대 고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산서만 해도 항산파(恒山派)나 오태산파(五台山派)엔 장연우보다 뛰어난 고수가 수십 명이 있다.

 손정호 역시 그것을 모르지 않았으나, 그들과는 생각이 다른 듯 했다.

 “여러 분들이 한 가지 사실을 잊은 것 같소.”

 “뭘 말이오?”

 “장연우는 일류요. 어느 지방에서나 행세할 수 있는 고수란 소리지.”

 “흥.”

 문흑현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일류고 여기 있는 이명 방주도 일류의 무인이오. 손 장주 당신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우리 셋이 힘을 합쳐도 태원의 모든 무인을 당해낼 수 없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아니오?”

 손정호가 피식 웃었다.

 기분이 나빠진 문흑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손정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손정호는 손사래를 쳐 그를 기분 나쁘게 할 뜻이 없었음을 보여주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장내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놈의 무공이 아직 육 성(成)에 머물러 있다면 어떻겠소?”

 “뭐, 뭐요?”

 그 말은 일종의 폭탄으로 다가왔다.

 겨우 육 성의 성취로 무인을 일류로 만들 수 있는 무공은 흔치 않았다. 구파일방이나 마교, 전통 있는 거대 사파들의 무공 중에나 드물게 섞여 있는 것이 그런 종류의 무공이기 때문이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진 후, 이명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놈, 삼호방의 무공을 익힌 게 아니었던 거요?”

 “삼호방의 무공 따위로 어찌 일류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겠소?”

 “그건…… 그렇지.”

 이명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연우가 나타나기 전의 삼호방에 대해 떠올린 것이다.

 본래 삼호방의 무공은 저잣거리의 토납법을 살짝 고친 삼호심공(三虎心功)과, 저잣거리 육합권을 살짝 고친 육호권법(六虎拳法)이 고작이었다.

 삼호방이 장연우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삼류였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고, 그 사실은 장연우의 사부인 장원삼의 무공 수준으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장원삼은 이곳에 있는 누구라도 일장에 쳐 죽일 수 있는 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놈이 기연을 만났다는 이야기인데…….”

 “그렇소.”

 이명은 잠시 신음을 흘리다, 미심쩍은 기색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손 장주는 그것을 어찌 아셨소?”

 손정호는 고개를 돌려 수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끌고 와라.”

 “옛!”

 지시를 받은 수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잠시 후, 그는 어벙해 보이는 사내 하나를 끌고 돌아왔다.

 그 어벙해 보이는 사내는 삼호방의 전대 방주인 장원삼의 아들이자, 삼호방에서 장연우 다음의 서열이었던 일당주 장일우였다.

 “엥? 저놈……?”

 원노삼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일 년 전, 장연우와 결전을 치르고 있던 그는 장일우를 움직여 삼호방 내의 내분을 유도하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곧 그 계획을 폐기했는데, 장일우의 어벙함에 복장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열의를 다해서 이야기했다.

 본래 삼호방은 장원삼의 것이다. 아들인 당신이 있는데 어째서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왔는지 모를 장연우가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장연우는 당신의 사제가 아닌가.

 적장자이자 사형인 당신이 반란을 일으키면, 우리 흑야방에서 열과 성의를 다해 도와주겠다.

 그러나 장일우는 머리를 긁으며 이렇게 말하고 말았던 것이다.

 ‘일단 사제한테 물어보고요.’

 그 기억이 떠오른 원노삼은 다시 한 번 복장이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마터면 그때 장일우를 때려죽일 뻔 했던 기억과 감정까지 떠올라, 그는 극심한 두통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어떤 의구심을 느꼈다. 저 멍청한 놈이 도대체 뭘 알고 있다는 거지?

 “장 당주.”

 “예, 예.”

 장일우는 어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손정호는 희미한 웃음을 문 채 장일우를 보다,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도망친 철두광견의 무공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하게.”

 “아까 다 말씀드렸는데요.”

 “나는 들었지만 이분들은 모르시지 않는가.”

 장일우는 헤 하는 웃음을 짓고는 손정호를 향해 짧게 말했다.

 “그냥 장주님이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

 “…….”

 손정호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때려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해 들은 것이 겨우 한 식경 전인데, 저 멍청한 놈은 고작 한 식경 전의 일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지 저 멍청한 얼굴로 태연히 저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죽여 버려서 풀릴 건 자신의 기분뿐이라, 손정호는 애써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말하겠네. 자네는 맞는지 틀린지 확인만 하게.”

 “……예.”

 장일우는 살기를 느끼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멍청해도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처한 지금의 분위기까지 눈치 채지 못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손정호는 말했다.

 “철두광견은 기연을 얻었다 했지?”

 “예.”

 “무공 이름이 뭔가?”

 “사제가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후-.”

 손정호는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단 말인가.

 “말하게. 죽고 싶지 않으면.”

 “……철심쇄혼수(鐵心碎魂手)요.”

 “그 무공은 어디서 얻었나?”

 “몰라요.”

 “으…….”

 손정호는 자기도 모르게 뒷목을 눌렀다.

 그러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음을 느낀 그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어쨌거나 장연우가 위험한 존재라는 것만 알릴 수 있다면 족한 것이다.

 손정호는 머리끝까지 올라갔던 분노를 억지로 가라앉히곤 다시 물었다.

 “그래, 작년에 몇 성까지 익혔다던가?”

 “모르겠는데요.”

 “야 이 개새끼야!”

 손정호는 움찔했다. 방금 소리를 지른 건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억! 억! 왜 이러세요!”

 “죽어! 죽어, 이 답답한 새끼야!”

 분노에 불타 장일우를 패는 건 흑야방주 원노삼이었다.

 그를 말리려던 손정호는 고개를 젓는 사람들을 보며 행동을 멈췄다. ‘그래, 저 새끼는 좀 맞아야 돼.’ 라는 생각도 머릿속에 스며들고 있었다.

 “억! 육 성! 육 성이에요, 육 성! 기억났다고요!”

 머리를 감싸 쥔 채 얻어맞던 장일우는 고함을 내질렀다.

 원노삼은 대답을 듣고도 한참이나 발길질을 하다 장일우가 기절하고 나서야 행동을 멈췄다. 일 년 전에 느꼈던 답답함까지 더해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졌기에, 장일우의 몸은 온통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좀 과하셨소.”

 손정호는 애써 통쾌함을 추스르며 말했다.

 그제야 체통을 잃는 행동을 보였음을 자각한 원노삼은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만 연거푸 토했고, 손정호는 두 손을 마주쳐 모두의 시선을 자신에게 모은 후 입을 열었다.

 “자, 아무튼 여러분도 이제 아셨겠지요?”

 “저 멍청한 놈 말을 어떻게 믿소?”

 문흑현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손정호는 웃었다. 장일우의 꼬락서니를 보고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 예상했던 터라, 미리 적당한 답을 준비해 둔 보람을 느껴서였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무시해서는 곤란하오. 재작년…… 아니, 작년 초까지만 해도 우린 장연우 그놈이 그렇게 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 않소.”

 “으음…….”

 문흑현은 신음을 흘렸다. 수하의 경고를 무시했다 장연우에게 얻어터졌던 이 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손정호의 말대로, 그들은 장연우가 이렇게 클 거라고 예상하지 못하다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았던 자들인 것이다.

 “그래, 그래서 손 장주는 어쩌자는 거요?”

 “추살(追殺)!”

 손정호는 날카로운 눈으로 말을 이었다.

 “그놈이 무공을 더 키우기 전에 쫓아가 죽여야 한다 생각하는 바요.”

 “하나…….”

 장내의 사람들은 내키지 않는 듯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태원을 비웠다가는, 자신들 역시 장연우와 마찬가지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여기 모인 흑도 새끼들을 어떻게 믿고 장연우를 쫓아 떠난단 말인가.

 그 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던 손정호는 희미한 웃음을 문 채 입을 열었다.

 “물론, 태원의 문주들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소.”

 “하지만 우리 수하들로는 장연우 그 개놈의 자식을 상대할 수 없는 일 아니오.”

 “꼭 우리 수하를 써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그럼?”

 “살수 집단에 청부하면 되지 않겠소?”

 그러나 호응이 별로 없었다. 손정호는 그들을 달래듯 말했다.

 “생각해 보시오. 작은 돈으로 위협을 방지할 수 있다면 그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소?”

 “하지만, 청부금도 만만치 않을 터인데…….”

 “삼호방의 영역에서 나오는 수익만으로도 충분할 거요.”

 그 말을 들은 이명은 발끈해 외쳤다.

 “아니, 잠깐! 그럼 삼호방의 영역을 금룡장에서 독차지하겠다는 거요?”

 그거야말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다. 그 돈으로 살수 집단을 고용했는지 금룡장을 살찌우는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손정호는 말했다.

 “청부금의 집행은 이곳에 계신 모든 분들이 계실 때 처리하겠소.”

 “뭐…… 그렇다면야…….”

 그 말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동의를 끌어내었다. 자신들이 감시하는 데 엉뚱한 생각을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까지 반대하던 원노삼마저 설득되자, 손정호는 자리를 파(破)하는 게 좋겠다 말하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다른 문주들 역시 너무 오래 자파(自派)를 비워두었다는 생각을 하던 터라 군말 없이 돌아갔고, 금룡장엔 손정호를 비롯한 금룡장의 무인들만이 남게 되었다.

 손정호는 주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일 계(計)는 되었다.”

 금룡장 무인들은 고개를 숙였다. 곧 나올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손정호는 말했다.

 “이 계(計)를 실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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