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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10.도둑
작성일 : 17-07-21 13:51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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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쏟아지는 아침이 창문을 타넘고 베란다로 잠입했다.

 

  햇살은 자신에게 허용된 영역을 애써 넓혀갔다.

 

  눈부신 금가루는 자신이 가져갈법한 물건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집은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이 집안에서 가장 빛나는 물건임을 확인하고 실망한 빛의 보석은 살며시 안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 대범한 낮의 밤손님은 집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아아 머리야”

 

  은아는 기지개를 채 켜기도 전에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고 얼굴을 찌푸렸다.

 

  은아는 커튼을 쳐서 자신의 잠을 훔쳐 간 빛나는 도둑을 내쫒았다.

 

  “속 쓰려... 물... 목말라”

 

  은아는 거의 반송장의 몰골을 하고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은 어제의 소동에 비해 깨끗했다.

 

  마치 도둑이 들어서 다 훔쳐갔다고 해도 믿을 만큼 모조리 비워져있었다.

 

  은아는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는 도둑의 곳간인 마냥 사라진 물건들이 전부 담겨져있었다.

 

  은아는 물을 꺼내어 종이컵에 따라 마셨다.

 

  “오빠 어디 있어?”

 

  은아는 쓰린 배를 움켜쥐고 동재를 불렀다.

 

  그러나 동재는 납치라도 당했는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야 빨리 나와 해장하러 가야지”

 

  은아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동재를 찾았다.

 

  그러나 그 어디의 방에도 실종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언제 나간거야”

 

  은아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세면했다.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속까지 씻겨 지지는 않았다.

 

  은아는 옷장을 열어 동재가 가져온 옷들 중 가장 편한 트레이닝복을 꺼내어 입었다.

 

  거울을 통해 본 은아의 모습은 추레하기 그지없었지만 은아는 만족했다.

 

  “이게 내 모습이 맞아? 킥킥킥 천하의 은아가? 아무도 나인지 모르겠다. 킥킥킥”

 

  은아는 낄낄대며 현관을 나섰다.

 

  문을 닫는 순간 은아는 발아래에 놓여있던 커피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은아는 커피를 들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젯밤 동재에게 커피를 사오라고 주정을 부리던 장면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진짜로 사온거야? 참... 그나저나 어디로 간 거야?”

 

  은아는 건물을 나서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검은 밴은 보이지 않았다.

 

  “휴대폰이 없으니 너무 불편하네... 이따가 바로 사러가야겠다. 뭐 금방 오겠지. 어젯밤에 그렇게 애원했었으니까...”

 

  은아는 쿨하게 동재를 찾는 걸 포기하고 우선 자신의 쓰린 속을 달래러 돌아섰다.

 

  근처 해장국 가게에서 배를 채운 은아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미용실에 다시금 찾았다.

 

  “어머 어서 오세요. 머리 어떻게 해드릴까요?”

 

  “금발을 다시 검게 염색해주시구요. 머리 끝 손질도 단정하게 부탁드릴게요. 이상한데서 머리를 맡겼더니 영 엉망이어서요.”

 

  “그러네요. 머리가 투박하게 잘려서 영 안 예쁘다. 근데 손님은 지금 금발도 굉장히 잘 어울리시는데 괜찮을까요?”

 

  “네. 사정이 있어서... 예쁘게 부탁드릴게요.”

 

  은아는 미용사와 시시껄렁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머리를 세팅 받았다.

 

  샛노란 머리가 흑발이 완전히 되어 갔을 때 점원은 은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화제가 화제다보니 은아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불편함은 숨길 수 없어 적당히 맞장구만 쳐주고 말았다.

 

  그러다 대뜸 은아가 미용사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기... 혹시 저 한은아 닮지 않았나요?”

 

  “한은아를요? 어... 물론 손님도 예쁘시고 금발이시기도 했지만 한은아는 긴 생머리에다가... 어... 근데 손님은 지금 오히려 정다혜를 더 닮은 것 같아요. 머리도 이제 흑발인데다가 짧은 단발머리이고 지금 입으신 트레이닝복도 정다혜의 트레이드마크잖아요.”

 

  미용사의 말에 은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정다혜를 닮았다고요? 내가?”

 

  은아는 기분이 팍 상해서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지만 그녀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 상대는 영락없는 다혜였다.

 

  “그 그게 손님 혹시라도 마음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손님분이 예쁘셔서 연예인 닮았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었을 뿐 이예요.”

 

  미용사가 당황해서 은아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공손하게 변명했지만 은아의 마음은 이미 토라져서 뚱한 표정으로 입을 닫고 있었다.

 

  일순간 어색해진 기운 속에서 모든 헤어작업이 끝이 났다.

 

  은아는 계산을 하고 문을 나서다가 멈춰 서서 미용사에게 한마디 날렸다.

 

  “난 기분 상하지 않았어요! 단지 주위에서 한은아씨를 닮았다는 말이 많아서 그냥 물어본 거였어요. 그리고 트레이닝복 모델은 정다혜 보다 한은아가 먼저 했었다고요!”

 

  은아는 씩씩대며 문을 닫았다.

 

  은아는 벌겋게 달아오른 몸을 식히러 커피체인점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얼음은... 얼음도 넣어서 시원하게 주세요.”

 

  은아는 커피에 빨대와 뚜껑을 빼고 그냥 들이켰다.

 

  그제야 속에 쌓인 응어리가 조금은 식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왜 하필이면 걔랑 참나 와... 진짜 어이없다.”

 

  은아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며 울분을 토해내려고 했으나 감탄사를 제외하고 어떠한 단어도 완성되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은아는 손을 부르르 떨며 커피를 다시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나 커피는 이미 다 마시고 얼음만이 가득 남아있었다.

 

  “내가 이래서 모든 음료에 얼음은 빼고 마신다니까”

 

  은아는 투덜대며 커피숍을 나섰다.

 

  은아는 도로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 가까운 쇼핑몰로 가주세요.”

 

  쇼핑몰에 도착한 은아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건을 골라 담았다.

 

  접시도 예쁘게 무늬가 들어간 걸로 골랐고 칼도 과일 깎는 과도부터 스치기만 해도 손가락쯤은 우습게 잘려버릴 듯한 커다란 식칼까지 다양하게 카트에 담았다.

 

  이것저것을 마구 담다보니 카트는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만큼 가득 차버렸다.

 

  결국 직원까지 대동하여 카트 2대를 가득이 싣고 나서야 은아는 카운터로 향했다.

 

  “포인트 카드는 없고요. 일시불로 긁어주세요. 아 그리고 배달도 부탁드려요.”

 

  멋지게 계산까지 마치고 돌아선 은아는 나가는 길에 화장품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집에 화장품도 없던데 ... 아니야 당분간은 화장은 안하는 걸로 해야겠지... 나는 민낯도 자신 있으니까... 화장하면 더 걔랑 닮았겠지? 이거 큰일이네. 내가 내 정체가 들통날까봐 두려워서 바꿨더니... 이건 뭐 이래저래 연예인인건 바뀌지가 않네. 내가 천생 연예인이 될 팔자인건 어쩧게 할 수가 없나봐”

 

  은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고는 쇼핑몰을 나왔다.

 

  눈부신 햇볕이 온 몸을 휘두르자 은아의 기분은 다시 좋아졌다.

 

  “이렇게 남 신경 안 쓰고 쇼핑해본 게 얼마만이야. 사고 싶은 것들 전부 다 샀더니 스트레스 다 풀리네. 진짜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다.”

 

  은아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택시를 타고 자신의 건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은아는 건물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한 남자는 한 눈에 알아볼 만큼 익숙했지만 다른 사람은 초면임이 분명했다.

 

  그 남자는 키도 작았고 얼굴도 앳됐다.

 

  은아는 조심스럽게 그들과의 거리를 좁혀 다가갔다.

 

  “넌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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