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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64 화. 딸 주기 싫은 아버지의 밀당
작성일 : 17-07-21 13:38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7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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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64 화. 딸 주기 싫은 아버지의 밀당

 

 

 

 월요일, 성 이사는 출근하자마자 지원의 결재를 받기 위해 사장실로 올라왔다.

 

 그를 부르는 장 비서를 돌아보느라, 노크를 위해 들었던 손을 멈칫했다.

 

 “이사님, 사장님 오늘 안 계십니다.”

 

 “응? 오늘 월요일이잖나. 아직 출근 전이신가?”

 

 장 비서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게....... 무단 결근하셨습니다.”

 

 한 번도 병가를 낸 적도, 무단으로 결근한 적도 없는 지원의 부재는 성 이사에게 놀랍기만 했다. 매사 완벽하고 빈틈없던 사장님이 왜.......

 

 “무슨 일 있으신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핸드폰이 꺼져 있어서 연락이 안 됩니다.”

 

 성 이사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그러려니 하고 장 비서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살다보니 별 일이구만.”

 

 

 

 

 

 기획팀의 월요일 10분 회의.

 

 팀원들은 사무실 한 가운데로 모여 앉았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세희와 가깝게 지내던 미영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의아해했다. 문자 역시 받은 적 없기 때문에 더 그랬다.

 

 “어, 그런데 이 세희 씨 오늘 출근 안 했나?”

 

 미영의 말에 그제야 팀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뭔가 부족하다 했는데 세희 씨가 안 보이네?”

 

 어느 누구도 세희의 사정에 대해 알지 못했고, 자연스레 팀원들의 눈이 팀장에게로 집중되었다. 아는 거 없냐는 듯.

 

 기획팀 팀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사장실 갔다 오면서 알았네요. 세희 씨는 급한 일이 생겨서 어제 월차를 냈고, 사장님 직속 인턴이라 바로 수리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오늘 사장님 역시 출근을 안 하셨으니 어깨 좀 풀어요.”

 

 팀장이 싱긋 웃자, 팀원들이 강 사장의 부재를 고마워하며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긴장을 풀어냈다.

 

 

 

 지원이 워낙 일을 철두철미하게 하는 탓에 그에게 맞추느라 눈치 보기 바빴던 직원들이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그들 중 감(感) 하나는 끝내주는 여직원 한 명이 중얼거렸다.

 

 “제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사장님이랑 세희 씨. 사귀는 거 아니에요?”

 

 “에이, 자기 너무 나갔다.”

 

 “생각해봐요. 어떻게 둘이 동시에 회사를 빠질 수가 있어요? 게다가, 요새 직원들 사이에서 사장님이 어느 순간부터 부드러움을 겸비한 훈남으로 이미지가 바뀌고 있는데 수상하다구요. 차가운 남자가 한 순간에 바뀐다는 게 더 이상하잖아요.”

 

 “그런가? 안 그래도 사장님 무서워 죽겠는데 그러려니 해. 우리도 숨 좀 쉬고 살자.”

 

 

 

 

 

 ***

 

 

 

 

 

 한편, 직원들이 그토록 찾던 세희는 지원의 ‘출근하지 말까’라는 말 한 마디에 곧 바로 사장 권한의 월차가 수리되어 그와 함께 호텔로 돌아가 비에 젖은 옷을 말리고, 차가워진 몸을 데우고.

 

 밤에는 침대 위에서 그에게 붙잡혀 옴짝달싹 하지 못했던 시간들.

 

 그렇게 하루 종일 객실에 박혀 지원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는, 월요일 아침을 훌쩍 넘긴 시간이 돼서야 서울에 있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놀만큼 놀았으니 이제는 집에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세희와는 달리, 지원은 기회가 왔을 때 다 하려는 사람처럼. 세희와 헤어지기 싫은 눈치였다.

 

 “어디 갈까?”

 

 

 

 진심으로 더 놀며 에너지를 뺐다가는 내일 회사에서 업무에 지장을 주어 기획팀 식구들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쉬고 싶었다.

 

 세희는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전날 밤에 잠도 못 자게 했으면서. 똑같이 밤을 샜으면서 그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이 쌩쌩하기만 했다.

 

 “방금까지 놀았으니까 그만. 내일 출근하려면 쉬어야죠.”

 

 힘이 다 빠졌다는 걸 증명하듯. 옆에 쓰러지다시피 털썩 앉는 세희를 보고 있던 지원은 그녀를 따라 소파에 앉으며 등을 기댔다.

 

 “내가 회사 안 가는 날이 쉽게 생길 것 같아? 기회 생겼을 때 잡으라고. 말만 해.”

 

 팔짱까지 끼며 살짝 내려뜬 눈은 오만하게 빛났다. 세희에 관한 일이라면 배려를 아낌없이 퍼붓는 남자였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하고자 할 때의 지원은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로 그녀를 재촉한다.

 

 부드러움과 오만함을 적절하게 섞어 쓸 줄 아는 독재자.

 

 그만큼 지원에게 있어 세희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은 1초라도 놓치기 싫은 것이었다.

 

 민 지수와의 만남을 코앞에 둔 시점인 만큼 더더욱.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희가 골똘히 생각하며 따라와 준다. 그의 요구도 충족시키고, 다 빠진 에너지를 충전 시켜줄 최고의 장소가 딱 한 곳.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요? 그럼 나, 가고 싶은데 있어요.”

 

 지원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기다려주었다.

 

 “오랜만에 엄마 만나러 가요. 같이.”

 

 세희가 얘기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줄 것만 같던 지원의 표정이 갑자기 진중해졌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나 했더니.

 

 “......그럼, 아버님도 같이 만날까?”

 

 

 

 

 

 ***

 

 

 

 

 

 갑작스런 딸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시은은 마치 며칠 전에 만났던 사람처럼 편하게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이게 얼마만이야. 어서와, 강 서방.”

 

 지원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싱긋 웃는 시은의 반김에, 그는 속으로 울컥했다.

 

 남들 다 누리고 사는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일수록 어려울 때가 있는 법이다.

 

 시은과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었지만, 손님을 반길 때 꺼내는 과장된 진심이 아닌 담백함 그 자체인 그녀의 눈빛은 지원을 정말 친자식처럼. ‘힘들었지? 고생했다.’며 애정을 듬뿍 담아 아끼고 있었다.

 

 가슴마저 저릿했다.

 

 강 회장과 얘기를 아직 덜 마무리한 시점에서. 세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제 곁을 지키며 눈물을 흘려야 할 지 확신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시은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는 욕심에 뻔뻔하게 찾아온 게 아닐까 싶어서.

 

 

 

 인생 선배들은 말한다. 사람은 원래 외로운 거라고. 하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음 깊숙한 빈공간이 그것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뭔가를 만나게 되면 자꾸 그 대상에 한 번이라도 더 시선이 가는 것처럼.

 

 지원에게는 없지만 세희 가족에게는 있는 끈끈함은 그가 망설임 없이 이곳으로 발걸음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지원은 시은과 눈을 마주했다.

 

 “장모님, 잘 지내셨어요?”

 

 “나야 늘 똑같지 뭘.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들어와. 들어와.”

 

 “엄마, 아빠는?”

 

 “곧 올ㄱ.......”

 

 세희의 물음에 시은이 대답하기 무섭게, 초인종이 울렸다.

 

 

 

 “아이고, 저 양반 어지간히도 궁금했나보다. 밟았네, 밟았어.”

 

 시은은 현관으로 나가려는 세희를 다시 제자리에 앉혀두고 문으로 걸어갔다.

 

 달칵-

 

 “어서 와요. 애들 다 와 있어.”

 

 아침에 출근 마중하며 입술 부딪힌 지가 조금 전인데. 문을 열어주며 또 다시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제 아내를 향한 성환의 눈빛은 다정하게 빛났다. 다녀왔다는 말 대신, 고개를 한 번 끄덕여줬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시기인지라. 얼마 못 가 성환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무표정하게 변했다.

 

 성큼 성큼.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딸을 데려가겠다는 남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차를 몰고 온 성환이었다. 어떤 놈일지, 궁금한 마음과 더불어 쉽게 딸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은 걸음 가득 위압감이 감돌게 했다.

 

 지원은 성환의 도착을 알리는 초인종이 울렸을 때부터 이미 그에게 인사하기 위해 서 있었던 터라 성환은 곧장 그에게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키 하나는 끝내주게 컸다. 성환이 그를 올려다봐야 할 만큼.

 

 

 

 네가 우리 딸 데려간다는 놈이냐.

 

 “반갑네.”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성환은 지원이 그저 모든 집 어른들께 통용되는 의미로 쓴 ‘아버님’이라는 말에 딱 잘라 말했다. 어찌 보면 속 좁은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딸 가진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닐까.

 

 특히, 집에 자식이라고는 딱 하나 밖에 없는 성환에게 세희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였으며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전부였다.

 

 “아직 허락한 적 없네만. 일단 앉지.”

 

 성환의 등장과 함께 친근했던 분위기가 쌩하니 찬바람이 불었다. 그를 제외한 세 사람은 엄숙해진 분위기에 조용히 밥을 먹으며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쉽게 입을 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시은은 남편에게 뭐라고 말 좀 해보라며 식탁 밑으로 온갖 신호를 보냈지만, 그는 묵묵히 말 그대로 밥만 먹으며 요지부동이었다.

 

 

 

 식사를 마친 성환은 아내와 딸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잘 먹었어. 나 먼저 일어날게. 자네, 나와 함께 좀 걷지.”

 

 “알겠습니다.”

 

 지원은 남은 밥을 마저 마무리하고 성환을 따라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

 

 

 

 

 

 ***

 

 

 

 

 

 남자들이 나가고 나자, 성환이 붙잡고 있었던 무거운 분위기가 겨우 느슨해졌다.

 

 여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숨을 뱉어내며 식탁 의자에 편하게 등을 기댔다.

 

 “아빠 저러시는 거 처음 봤어. 오빠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해?”

 

 아직은 마냥 어리기만 한 딸이었다. 네 아빠도 강 서방의 진심을 알면 그렇게 쉽게 반대하지는 못 할 거야.

 

 “지금 그 말, 네 아빠가 들으면 굉장히 섭섭해 하실걸? 내가 강 서방 만나고 왔다는 얘기 했을 때 표정, 네가 봤어야 했는데... 아휴~ 아빠가 널 얼마나 사랑하시면 저러시겠어. 괜찮을 거야. 엄마는 아빠도 믿고 강 서방도 믿어. 네 아빠, 진심에는 엄청 마음 약하시잖아.”

 

 그리고 엄마는 널 사랑하는 강 서방도 믿어.

 

 

 

 

 

 ***

 

 

 

 

 

 “낮술을 즐기는 체질은 아니지만,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정자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는 성환의 말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던 지원은 성환이 내미는 맥주 캔을 받아들었다.

 

 성환은 지원과 조금 떨어져 앉아 정면을 응시하며 캔을 딸깍, 땄다.

 

 “딸이랑 같은 회사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네.”

 

 “회사는 어쩌고 이리 왔나?”

 

 성환의 물음에, 지원은 잠시 망설였다. 간단하게 그냥 ‘무단결근했습니다.’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가 이렇게 해야 했던 이유를 담아 소신 있게 대답해야 할지를 말이다.

 

 입 안에 맴도는 그 말을, 삼키지 않고 내뱉는다.

 

 세희의 가족이다. 그녀에 대한 것만큼은 다른 어떠한 것보다 더, 거짓 없이 솔직하고 싶었다. 그녀가 제게 진심을 다해 마음을 내주는 것처럼, 그 역시 순간을 모면할 가벼운 말보다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살면서 한 번도 샛길로 새어본 적이 없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

 

 

 

 “처음...입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게. 세희 씨가 그때 제게 젓갈을 먹이지 않았더라면 저는 앞으로도 계속 앞만 보고 살아갔을 겁니다. 세희 씨가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괜한 오기로 조금 힘들게도 했습니다. 미안한 만큼 더 사랑하고, 사람답게 살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

 

 ㅁ... 뭐하는 놈이지?

 

 성환은 생각지도 못한 지원의 대답에 눈만 깜빡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시은은 그에게 지원에 대해 직접 보라며 일언반구도 안 했으니 말이다.

 

 자신이 먼저 강하게 나올 거라는 것을 눈치 챈 저 놈이 선수를 친 것인지는 몰라도 강력한 공격이었다.

 

 그저 ‘저, 오늘 하루는 월차 썼습니다.’라든가, 간단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건만 아직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당사자가 아닌 제 삼자에게 고백하는 것처럼 너무 담백했다.

 

 대놓고 뭐라 하기 뭐할 만큼.

 

 성환은 타는 목을 축이기 위해 맥주를 한 모금 크게 마신 뒤, 지원을 돌아보았다.

 

 “자네 지금 청혼 리허설하나.”

 

 

 

 성환의 정색한 얼굴에, 지원은 분위기를 잘못 맞춘 것 같아 시선을 조금 내리며 얼른 대답했다. 그 역시 목이 타기는 마찬가지였다. 세희라도 곁에 있으면 좋으련만.

 

 “아닙니다.”

 

 그래, 바쁘게 살아서 재미없게 살았고 딸에 대한 마음이 넘치는 것도 알겠다.

 

 지원의 ‘처음’이라는 말이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모든 게 처음이라는 소리로 들렸다. 담백함을 타고 난 건지, 그 부분은 마음에 든다. 딸이 저 말을 들었으면 좋아했을 것이다.

 

 지원의 눈빛은 자신보다는 아니지만 듬직했고, 다정했다. 여자 마음 가지고 노는 선수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겉과는 달리 모든 것에 능숙한 것은 아니어서 성환의 고집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너무 완벽하면 상대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틈이 없잖나.

 

 

 

 하지만.

 

 ‘자네 마음이 그러하니 좋다. 결혼하게.’라는 소리를 냉큼 하기는 또 싫었다.

 

 딸을 주기 싫은 아빠가 딸이 안 하는 밀당을 예비 사위와 한다.

 

 “......자네, 세희 엄마와는 사이가 좋아 보이던데 어떻게 그랬나?”

 

 “네...?”

 

 얼른 딸을 데려가라고 허락했다가, 혹시라도 딸을 너무 쉽게 볼까 걱정되어 그런 것도 있다.

 

 시간을 끌기 위함이다.

 

 즉, 아직 성환은 지원을 사위로 인정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뜻이다. 직업보다는 인품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성격이라 지원에 대해 집에 가서 생각하고, 생각하며 속이나 태울 작정이다.

 

 흥, 아직 나이도 어린 내 딸 일찍 데려가서 뭐하게?

 

 

 

 성환은 빤히 저를 바라보는 지원의 눈길을 슬쩍 피하며 흠흠, 목을 가다듬었다.

 

 “아까 내가 집에 들어왔을 때, 대충 보니 아내가 자네를 엄청 예뻐하던데......”

 

 “아....... 장모님께 세희 씨 울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울린 만큼 제가 더 잘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이거다. 시은이 전에 지원을 만나고 왔다 했을 때 그에게 말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해서 그게 뭔가 했다.

 

 “사정이 있나 본데, 괜찮으면 얘기해줄 수 있나...?”

 

 

 

 지원은 숨을 골랐다.

 

 세희의 어머니, 시은과는 첫 만남부터 그녀가 워낙 제게 호감을 가지고 세세한 얘기까지는 묻지 않아 이런 얘기를 꺼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하려는 말은 웬만하면 드러내기 싫은 치부였으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세희의 아버지 앞에서는.

 

 이 얘기가 후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는 몰라도, 딸을 아끼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말씀드리는 것이 맞았다.

 

 성환이 세희와의 결혼을 반대하더라도.

 

 “......아버지께서 제 정략결혼을 추진 중이십니다. 여태껏 저는 아버지의 말씀에 끌려 다니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자라 와서, 아버지 말씀이 제 세상의 전부였고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나날이 갈수록 점점 회사에 집착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니 이건 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회사가 잘 되면 좋겠지만, 가족들의 행복 없이 이루어진 성과가 과연 옳은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

 

 

 

 “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직접 지어주신 밥 한 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여느 가정처럼 부모님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누나들과 단란하게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는 것도 하고 싶은 것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건 다 포기하더라도 결혼만큼은 아버지께 끌려 다닐 생각이 없습니다.”

 

 “......”

 

 성환은 지원의 말이 끝날 때까지 겉으로 무표정하게. 가만히 있었지만 그가 뭐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할 말을 잃은 것이었다. 시은이 왜 처음 만나자 마자 그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하며 칭찬을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성환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성환을 보고만 있던 지원은 그게 거절의 뜻인 줄 알았다.

 

 

 

 갑자기.

 

 “자네.”

 

 그냥 갈 줄 알았던 성환이 지원을 홱 돌아본다.

 

 “?”

 

 “이름이 뭔가.”

 

 흠흠. 그러고 보니 내가 아까 저놈하고 악수만 나눴지 이름을 안 물어봤네.

 

 “강 지원입니다.”

 

 “다음에, 그 사정이라는 거 다 정리되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우리 부대로 한 번 찾아오게. 그때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

 

 “아......”

 

 멍하니 앉아만 있는 지원을 두고 성환은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하며 중얼거렸다.

 

 “자네 집에서 끝까지 반대하고 나서면 나도 어쩔 수 없고.”

 

 

 

 그의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은 지원은 활짝 웃으며 두 손을 입에 모아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어허, 저 놈이! 허락도 안 했는데 벌써 장인 소리 하면 어쩌자는 건지.

 

 성환은 지원이 자신을 따라 집으로 향하는 것을 무시하고 앞서서 걸었다.

 

 

 

 

 

 기다리다 지쳤는지, 세희가 아파트 입구로 내려와 서 있었다.

 

 우리 딸, 내가 보고 싶었구나.

 

 그는 딸을 보자마자, 다정하게 웃으며 팔을 활짝 펼쳤다. 어서와, 우리 딸.

 

 다다다.

 

 세희가 달린다.

 

 

 

 “......”

 

 성환의 얼굴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너무 불쌍하게 굳었다.

 

 당연히 제게 와 안길 줄 알았는데.

 

 

 

 자신이 아끼는 딸이 제 품이 아닌 다른 놈에게 가버렸다.

 

 

 

 네가 우리 부대로 찾아오는 날, 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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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제 54 화. 허공에 대고 불러보는 간절한 이름 2017 / 7 / 20 307 0 6552   
54 제 53 화. 뜨거운 태양 아래 홀로 싸우려는 남… 2017 / 7 / 19 293 0 7397   
53 제 52 화. 어림도 없지 2017 / 7 / 19 286 0 6555   
52 제 51 화. 덮쳐, 말아? 2017 / 7 / 19 275 0 7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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