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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20화. 마음이 향하는 그곳
작성일 : 17-07-21 09:57     조회 : 355     추천 : 1     분량 : 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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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지?”

 “마지막 구절을 완성하면 다시 돌아가겠지?”

 “아마도.”

 

 옥봉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시간여행의 단서를 알아낸 이상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해야 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어?”

 “글쎄.”

 

 신후는 주저했다. 돌아가지 말라는 말이 입에서만 맴돌았다.

 

 『오빠네 집 주차장에 와 있어. 잠깐 내려올 수 있어?』

 

 주희가 메시지를 보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야. 잠깐이면 돼.”

 

 신후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멍하니 허공을 주시했다. 옥봉이 다시 돌아간다면? 그녀의 선택이 조선이라면? 그의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오빠!”

 “이 시간에 웬일이야?”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그에게 주희가 헐레벌떡 다가섰다.

 

 “혹시 형한테 무슨 얘기 못 들었어?”

 “기사 봤어. 어떻게 된 거야? 형 작품 얘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상관없나? 아니 상관있나? 감독님 팬이었던 건 맞고, 애니메이션에서 목소리 주인공 할 줄은 나도 몰랐네.”

 “주희야.”

 

 그녀가 불쑥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멜랑주야. 빈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던 분이 직접 만든 거야.”

 

 멜랑주는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우유거품을 섞은 것으로 빈 현지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이다. 한국에서 일명 ‘비엔나 커피’로 불리는데, 소라와의 추억 때문에 신후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가 되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봤어. 이거 많이 좋아한다면서?”

 

 한 모금을 들이마셨다. 오랜만에 맛보는 멜랑주였다. 다뉴브 강가의 카페에서 느꼈던 깊은 풍미 그대로였다.

 

 “좋은데? 정말 맛있다.”

 

 신후의 한마디에 주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근데 정말 이 시간에 웬일이야?”

 “촬영 끝나고 들어가는 길에 잠깐 들렀어. 이것도 전해줄 겸.”

 “고맙긴 한데.”

 “고마우면 그냥 고마운 거지. 이하는 생략하는 걸로.”

 

 늦은 밤, 커피 한 잔을 들고 달려온 그녀의 순수함마저 외면해야 할까. 신후는 어쩐지 매몰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고맙다.”

 “토이 시리즈는 나한테도 특별한 작품이야.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같이 봤던 영화였거든. 내 방엔 아빠가 선물했던 피규어들이 가득하구.”

 

 신조가 감독을 맡은 토이 시리즈 일곱 번째는 한미 합작으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신조가 한국인 감독이라는 점 때문에 양국 간 콜라보가 극적으로 성사되었다. 주희나 신후 또래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 시리즈에 열광한 경험이 있었다.

 

 “그랬구나. 몰랐네.”

 “같은 피규어를 여러 개씩 사 모으는 아빠랑 날 두고 엄만 항상 잔소리를 하셨어. 그땐 잔소리가 정말 지겨웠었는데.”

 “우린 다 그래. 곁에 있을 땐 소중함을 모르잖아.”

 “그래, 맞아.”

 

 사극 촬영장에서 급히 나왔는지 주희는 여전히 쪽진 머리를 하고 있었다. 첫 만남에서의 옥봉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어린 시절의 향수가 그녀의 쪽진 머리 위로 피어나는 듯했다.

 

 “머리 잘 어울린다.”

 “오빠가 칭찬을 다 해주네? 오늘 완전 계 탔다.”

 “피곤할 텐데 그만 가 봐. 그리구 멜랑주 진짜 고마워.”

 

 주희를 태운 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멀어졌다. 신후는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그 자리에 내내 서 있었다.

 

 ***

 

 “일이 너무 많은 건 아니지?”

 “많긴요. 너무 재밌어요. 제가 보지 못한 작품들도 많구요.”

 

 신영은 옥봉이 번역해온 노트를 빠르게 훑어 내렸다.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시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해져 더할 나위 없이 멋스러웠다.

 

 “교수님이 이거 정말 내 솜씨 맞냐구 의심하실 정도야.”

 “에이. 초희가 지은 거 번역만 하는 걸요. 시가 워낙 뛰어난 거죠.”

 “둘 다 만만치 않아.”

 

 옥봉이 조심스레 신영의 얼굴을 살폈다.

 

 “언니.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뭔데?”

 “제 꿈에 자주 나오는 장면 말이에요. 종이를 둘둘 말고 바닷가에서 몸부림치는......”

 “아, 그거? 왜?”

 “분명 뭔가가 더 있는 거 같아서요.”

 

 신영은 한번쯤 그녀가 물을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네 마지막 모습에 관한 거야.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그 동안은 좀 무서웠어요. 굳이 알아야 할까 싶기도 했구요. 근데 이젠 내 마지막이 어땠을지 궁금해요.”

 “음.”

 

 신영은 주저했다. 머릿속 생각들이 웬만큼 정리될 필요가 있었다.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을 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사자 앞에서라면 더더욱 그랬다.

 

 “조희일이란 사람이 있었어. 조원의 손자니까 넌 아직 모르겠지?”

 “손자라구요?”

 “응. 조희일은 중국 사신을 접대하는 접반사였어. 의주에서 중국 사신을 만나게 됐는데 그가 대뜸 조원을 아느냐고 묻더래.”

 

 옥봉은 그녀의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숨을 죽였다.

 

 “자신의 할아버지를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사신이 시집 한 권을 꺼내더래.”

 “시집이요?”

 “응. 그게 바로 옥봉이 네 시집이었어.”

 “시집이 어떻게 그 사람 손에 있었죠?”

 

 옥봉은 자신의 시집이 중국 사신의 손에 들려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거기에는 분명 우여곡절이 있을 것만 같았다.

 

 “사신이 말하길 어느 날 중국 동쪽 해안에 시체 하나가 둥둥 떠내려 왔대. 건져 보니까 온몸을 기름 먹인 종이로 감싸고 노끈으로 묶인...... 옥봉아, 괜찮아?”

 

 옥봉은 꿈에서 본 장면이 생생히 떠올랐다. 중국의 해안, 기름 먹인 종이...... 꿈속에서조차 너무도 놀라고 당황했었다. 옥봉의 몸이 오들오들 떨려왔다.

 

 “괜찮아? 거 봐. 아직은 준비가 안 된 거야.”

 “언니, 너무 무서워요. 꿈에서 본 것들이 실제로 일어났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나중에 얘기하자.”

 “아니에요. 계속 듣고 싶어요.”

 

 옥봉은 어떻게든 맞닥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 뒤에 가려진 진실을 알고 나면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을 듯했다.

 

 “온몸에 종이를 두르고 노끈으로 묶인 여인의 시신이었지. 노끈을 풀고 종이를 펼치자 거기에 한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는 거야. ‘조선국 승지 조원의 첩 이옥봉’이란 글귀와 함께 말야.”

 

 마지막 순간까지 누군가의 ‘첩’으로 각인되었던 자신의 처지가 새삼 처연했다.

 

 “사신이 시를 읽어보니 너무도 아름다웠대. 그래서 일일이 시를 필사해 시집을 만들었던 거지. 마침 조선으로 오게 된 사신은 시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던 거야.”

 “조희일이 나에 대해 알고 있었을까요?”

 “알다마다. 게다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자신의 시를 ‘가림세고’란 문집으로 엮었는데 거기에 네 시까지 들어있어. 그게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구.”

 “기특한 녀석이네.”

 

 그녀의 마지막 모습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시가 묻히지 않고 전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나쁘지만은 않은 듯했다.

 

 “알고 싶어요.”

 “뭐가?”

 “왜 그런 모습일 수밖에 없었는지. 만약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면 그 이유가 뭐였는지 말예요.”

 

 ***

 

 “조심 좀 하지.”

 

 신후는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 한 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난 밤 주차장에서 주희와 만나는 모습이었다.

 

 “아니지?”

 “당연히 아니죠.”

 

 한이사는 그럴 리 없다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재차 확인했다.

 

 “정말 아니지?”

 “정말 아닙니다. 적어도 주희는 아니에요.”

 “적어도 아니다? 뉘앙스가 묘한데?”

 

 눈치 빠른 한이사가 신후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아무튼 아니에요. 기사에 대응해야 돼요?”

 “글쎄, 좀 지켜보자. 근데 두 사람 그림은 참 좋다. 한밤의 주차장에서 커피 한 잔이라.”

 “이사님!”

 “뭐 그렇다구.”

 

 평소 같으면 심히 짜증스러울만한 일이었다. 주희와 열애설이라니. 정확히는 열애로 추정되는 애매모호한 기사라니 실로 어이없었다. 하지만 옥봉 때문에 복잡해진 마음 탓인지 놀랍도록 초연했다.

 

 “근데 열 안 받냐?”

 “열은 무슨. 그냥 무시해도 될 일이잖아요.”

 “정말? 거기다 송유리 기잔데?”

 

 신후는 데뷔 초부터 자신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송기자의 시선이 불편했었다. 그가 갖게 된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순전히 송기자 탓이었다.

 

 “그 분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겠죠.”

 “너 많이 관대해졌다?”

 

 한이사는 추측성 열애 기사 이후의 대응 단계들을 차분히 정리 중이었다. 일단 주희측과의 긴밀한 논의가 필요했다.

 

 『오빠, 미안해요. 내가 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멜랑주와 피규어의 결말이 이렇게 나네. 정말 미안. 연락 줘요.』

 

 주희가 잇따라 메시지를 보내왔다. 신후는 어떤 응대도 하지 않았다.

 

 “그래, 신경 쓸 일 아닌 거 확인됐으니까 이젠 내가 알아서 할게.”

 “어쨌든 죄송해요. 앞으론 조심할게요.”

 “근데 진짜는 언제 터지냐?”

 “진짜요?”

 “진짜 열애설 말야.”

 

 신후는 씨익 웃어 보였다. 답답한 듯도, 설레는 듯도 한 자신의 속내를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진짜로 터지면 재밌겠다.”

 “뭐?”

 

 한이사의 놀란 눈을 뒤로 한 채 신후는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빨리 가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그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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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25 11:51
 
정해진 운명을 전하는 게 잘하는 일일까요? 옥봉의 최후가 먹먹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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