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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화연가(亞華戀歌)
작가 : 한담살이
작품등록일 : 2017.6.26

"업화에 갇힌 생, 나락에서 피어난 꽃무릇, 괴어버린 역사. 너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때는 고려를 우방으로 하며 송, 왜와도 교류했던 진(達)씨 왕국, 아화 대(代). 망나니라고 불릴만큼 철 없던 사관의 자제, 도헌은 아비의 신신당부로 인해 억지로 전대 왕의 딸이자 제관인 수안궁주, 나혜에게 가르침을 받게 된다. 네 살이나 많은 주렴 속 신비로운 왕녀에 대해 알려고 달려들수록 끝을 알 수 없는 혼야와 마주하게 되는데... ... . 기 천 년을 뛰어넘을 그들의 역사 대서사시. 천 년의 사랑과 노래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2. 피수(被囚)
작성일 : 17-07-21 02:45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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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아버지! 아파요.”

 

 “시끄럽다 이놈아. 너 언제 정신 차릴래. 지금 네가 한가하게 축국이나 하고 있을 때야. “

 

 “하면 제가 또 무얼 해요. 사서는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난다고요.”

 

 귀를 잡혀 질질 끌려 다니던 도헌이 결국 새된 소리를 지르며 제 아비의 손을 내쳤다. 순간적으로 귀가 떨어져 나가는 아픔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던 그는 뒤이어 터져 나오는 제 아비의 아득한 탄성에 주의를 옮겼다.

 

 “이놈아! 사서를 했으면 삼경도 떼고. 중용도 익히고 효경도 외야지. 너, 커서 무엇이 되려 이러느냐. 이처럼 허구한 날 놀기만 하면 대체 무엇이 돼! “

 

 적잖이 낙심한 얼굴이었으나 기실 그들에게 있어 일상과도 다름없는 풍경이었다. 자식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품은 부모의 헛된 소망과 그것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처절한 사투. 도헌은 그것이 지극히 자기 위주의 사상임을 잘 주지하고 있었으나 동년배들 역시 같은 처지이니 특별히 제가 별난 것은 아니라 여겼다.

 

 “너는 사관의 자제다. 그것도 외가로는 왕녀를 조모로 두고 친가로는 역대 재상을 배출한 아화 제일의 가문! 네 이름에 그 모든 것들이 걸려 있단 말이다. 헌데 어찌 이리-“

 

 “한데 아버지는 재상이 아니잖아요. 그럼 아버지 대부터 아닌가 보죠. 아화 제일의 가문이.”

 

 한 쪽 눈을 찡긋하며, 새마냥 세 발자국 뒷걸음 친 그가 한 술 더 떴다.

 

 "이걸 어쩌나! 재상도 못해보고. 하니, 저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기 위해 계속 축국을 하렵니다."

 

 울그락 불그락 아비, 유헌 공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불호령을 내릴 듯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네 이놈!”

 

 일순 관자놀이가 불거져 나온 것 같은 착각에 도헌이 실실 입매를 말아 올리며 생각했다.

 

 아마 잡히면 죽으리라.

 

 한 번 숨을 참은 아비가 범처럼 쫓아오기 전에, 그는 날랜 여우가 되어 황급히 후원으로 도망쳤다.

 

 ***

 

 “난 네 머리 속을 도무지 알 수 가 없다.”

 

 그나마 친우라고 부를 수 있는 문현이 기가 찬 얼굴로 제 집 마냥 벌러덩 누워있는 도헌을 흘기며 말을 이었다.

 

 “집안 좋지. 재산도 많지. 그래, 인정하기 싫지만 인물도 좋지. 한데, 왜 그리 유헌 공 속을 썩히나.”

 

 그 타이르는 듯한 말에 도헌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반대쪽으로 돌아 누었다.

 

 “아버지 얘긴 하지도 말어, 자식아.”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 아니냐. 너도 이제 열 여덟이지 않아. 관례(冠禮)도 치른 놈이 하다 못해 혼인이라도 하지 않고.”

 

 “넌 어째 날이 갈수록 우리 아버지 닮아 가냐.”

 

 애초에 장소가 틀렸는지도 모른다.

 

 문현은 서생이었고 올곧음으로 따지면 대나무 못지 않았다. 이 놈이 당대 최고의 유학자로 꼽히는 제 아비, 그러니까 재신, 유헌 공의 열렬할 신봉자였다. 그것을 까맣게 잊고 도피처로 이 놈의 집을 찾은 것이 후회라면 후회겠으나, 그만큼 제 속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대행왕의 죽음 이후 실로 잘 나가던 명가(明家)가 점점 쇠해지고 있다는 것은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유헌 공께서 잘 대처하고 있기에 네가 이리 여유부릴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라. 앞으로 살 방도는 네가 알아봐야하잖아.”

 

 문현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도헌이 기지개를 피며 몸을 일으켰다. 새삼 진지한 얼굴로 이마까지 두드리는 꼴이라니… … . 이럴 땐 마치, 문현이 더 제 아비의 아들 같기도 했다. 뭐 이리봬도 사촌에 유복자라 제 아비가 키운 것과 다름 없기도 하지만.

 

 “그냥 네가 아버지 자식 해라. 난 버린 자식 하련다.”

 

 “이젠 아이처럼 굴기냐. 백부님이 어찌 내 아비가 돼!”

 

 눈썹 치켜 올리는 것까지 닮았으면서 무슨. 더 대화를 끌다 간 말재주 있는 문현에게 잡혀 폭풍과도 같은 잔소리를 들을 것이었다. 그저 편안히 몸 뉘일 곳을 찾을 뿐인데, 그것이 그리 큰 바람이었나. 도헌이 울상을 지으며 정자를 나섰다. 성큼 다가온 봄으로 인해 온갖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순간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지. 지나가는 하인의 빠른 걸음에 작게 바람의 파동이 느껴졌다. 이럴 땐 술이라도 마시면 좋으련만. 애석히도 그는 술의 역한 잔향이 몸서리치도록 싫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관례식 때 아비가 강제로 맥이려고 해서 더욱 그런 것도 같았다. 오직 반발심과 반항심으로 버텨온 18년의 생. 물론 이 짓거리도 문현이나 아비 말따나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젠가는 제 가문의 이름을 지고 제 살길은 저 알아서 찾아야하는 것이다. 한 치도 가늠할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를. 제 손으로.

 

 “기가 차네.”

 

 그러나 그는 아직 그러한 미래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마치 아이처럼. 그래, 이럴 땐 그들 말 따나 제가 아직 아이인 것인지도 몰랐다.

 

 “어이, 상념에 찬 도헌 공.”

 

 야속하게 부러 종복이 들고 온 매화주를 흔들며 문현이 한 쪽 눈을 찡긋했다.

 

 “못 마시는 것 알면서 누구 골리려는 심보냐.”

 

 멍하니 매화나 보고 있던 차에 내심 오가는 말에 기대하고 있던 도헌이 천천히 돌아섰다.

 

 “유헌 공께서 찾으신다, 급하게.”

 

 “안 간다고 네가 친절히 전해드려.”

 

 기분이 상해 귀나 후벼 파고 있는데, 또 문현이 말을 걸었다.

 

 “안 가면 정말 큰일이 날걸? 당초 찾는 건 백부님만이 아니거든.”

 

 “하면 누군데. 염라라도 되시나.”

 

 흘기 듯 문현을 바라본 도헌은 문현의 짧은 정적을 깨고 나온 생각지도 못한 이름과 마주해야 했다.

 

 “수안궁주. 적어도 염라대왕보다는 아름다운 분이시지.”

 

 느릿하게 스쳐 지나가는 매화의 향기.

 

 살랑이는 꽃 들.

 

 이 때 도헌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가 그 향기에 취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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