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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왕 수호 기사단
작가 : 지니2
작품등록일 : 2017.7.18

“주인이다……”

황갈색 눈의 집시들 사이에서, 자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집시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웬과- 불타오르는 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리가시가 주인을 스스로 선택했다!”

로웬은 바들바들 떨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노란 눈이 로웬에게 꽂혔다.

“자격이 없는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에서도 무사하리라. 유리 가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검. 맨발로 바닥을 뛰어라, 유리 조각을 밟아라. 너의 피가 네 자격을 증명할 것이다. 유리 가시는 선택하는 검.”

집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시리어스 주의][생각보다 안진지함 주의][주인공 2명][기사단물][정통(?) 판타지]
[천재검사, 얼굴이 열일하는 주인공1][잔머리대왕, 그냥 일 안하는 주인공2]

 
episode 0. 유비 이그렛 -1
작성일 : 17-07-20 23:42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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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유비 이그렛

 

 

 

 

 유비는 비타 마을에서 제일 유명한 말썽쟁이다. 그의 취미는 여자애들 치마 들추기요, 특기는 상점 가판대에 있는 간식거리를 몰래 집어 먹는거였다. 그래서 유비는 ‘유비 이그렛’이라는 예쁜 이름보다 망할녀석 따위의 욕으로 불리는 편이 더 잦았다.

 

 처음- 어린 유비가 처음 동네 아이들 무리에 끼였을 때 아이들은 그를 ‘브레드’라고 불렀다. 유비네 집은 마을에서 유일한 여관이자, 빵집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그렛 부인이 만들어 내는 빵의 맛은 꽤 그럴싸했다. 그 묘하게 세련된 맛 때문에 그녀가 수도에서 유명한 베이커리의 아가씨였다가 시골로 내려왔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그렛 부인은 간혹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남은 빵을 주곤 했다. 그녀가 주는 그 빵의 색은 어린 유비 이그렛의 밀빛 머리칼과 꼭 닮아있었다. 아이들은 그래서 더더욱 유비를 ‘브레드’라고 부르고 싶어했다. 애석하게도 그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별명은 한 달도 안가 ‘망할 녀석’따위의 욕으로 바뀌었지만.

 

 오늘 유비 이그렛은 아침부터 아나시아 이그렛 부인에게 붙잡혀서, 심부름을 강제로 떠맡게 되었다.

 

 

 “안나 그 계집애…...”

 

 

 유비는 엄마가 안겨준 바구니를 끌어안으면서 이를 갈았다. 최근 유비와, 애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안나 사이는 몹시 좋지 않았다. 안나가 간만에 치마를 입었던 날- 하필 유비 앞에서 넘어졌었는데, 그 애의 팬티를 유비가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으련만. 유비 이그렛은 안나가 곰돌이 그림 팬티를 입었다고 온 동네에 소문을 냈다.

 

 

 “언젠가 후회할거다!”

 

 

 유비는 괜히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발로 찼다. 그가 소문을 냈다는 걸 알게 된 안나는 곧장 여자애들과 짜고 그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남자애들도 안나에게 머리를 쥐어뜯기지 않기 위해서, 유비를 슬금슬금 피했다. 재수없는 자식들. 유비는 그에게 정당한 복수를 하고 있는 안나보다, 눈치를 보는 남자애들이 더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요 며칠, 유비는 안나 때문에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어차피 나가봤자 안나가 화를 풀기 전까지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그렛 부인은 그의 아들이 그다지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예리하게 캐치해냈다. 그녀는 빈둥거리는 아들을 십분 활용하고자 했고- 마침 그를 활용하기에 딱인 일도 준비되어 있었다.

 

 

 ‘파이에 넣을 산딸기나 따 와.’

 

 

 게다가 이그렛 부인에게는 유비 이그렛에게 그 일을 시켜야 할 분명한 이유도 있었다. 어제 저녁식사에 반찬 투정을 한 것에 대한 벌을 주는 것. 조금 사소하고 가벼운 종류로.

 

 한번에 두가지 목적 달성을 하기 딱 좋은 순간이었다. 그녀는 집에 굴러다니는 바구니를 아들에게 던져주었다. 마침 산딸기가 제철인 때다. 산딸기를 올린 파이나 타르트를 만들면 마을 여자들에게 꽤나 인기를 끌 것이 분명했다.

 

 

 “뚱땡이 아줌마! 당근을 케익에 갈아넣는다고 맛이 안날거 같아?!”

 

 

 유비는 또 길 가의 돌멩이를 걷어차면서 중얼거렸다. 유비로서는 할 말이 많았다. 차라리 당근을 그냥 삶아서 주면 눈 딱 감고 넘겨버릴 수 있다. 그러나 갈아서 케이크에 넣은 당근은- 도저히 참아 넘길 수 없는 혼종이었다. 달콤한 크림과 풋맛 나는 당근이 만나면 그렇게 형용할 수 없는 맛이 난다는걸 유비는 12년 만에 처음 깨달았다.

 

 계속 툴툴거리던 사이, 숲의 초입에 도착한 듯 했다. 서늘한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자 스스스스 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비는 멀리 숲 안쪽을 응시했다. 초입에 드리운 밝은 햇살은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사라진다.

 

 숲 부근의 날씨는 마을의 날씨와는 확연히 달랐다. 마을에서는 십 분만 밖을 거닐어도 약한 땀이 일었다. 그러나 숲 부근의 분위기는 서늘해서 아무리 달려도 땀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빼곡히 나무가 들어서 하늘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햇빛이 달구지 못한 땅은 밤의 서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으으.”

 

 

 비타 마을에서 제일가는 말썽쟁이인 유비 이그렛이지만 이 숲은 왠지 꺼려졌다. 유비는 올해 생일선물로 받았던 장난감 총이라도 가져올 것을 그랬다며 조금 후회했다.

 

 다행히, 햇빛이 닿는 근처에 산딸기 나무가 무성하게 피어있었다. 유비의 기억으로도 산딸기는 숲의 초입에 많이 피어있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버섯이나 넝쿨, 따위가 잔뜩 있다고도 들은 것 같았다.

 

 

 ‘얼른 따고 가야지.’

 

 

 유비는 가장 가까운 산딸기 나무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성의없이 산딸기를 따 바구니에 넣던 소년은 문득 개 중에 가장 붉고 탐스러운 딸기를 따 입안에 쏙 넣었다. 입안 가득하게 단맛이 퍼졌다. 달콤한 맛이 감돌자 기분이 약간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어느새 바구니가 가득찼다. 애초부터 그다지 큰 바구니는 아니었던 탓이다. 그에게 떨어진 임무를 모두 완수한데다 산딸기의 달콤함까지 더해지자, 유비의 마음에 여유가 들어섰다. 아이는 고개를 돌려서 어두운 숲을 바라보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숲의 안쪽이 그렇게 으스스해 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이 숲은 비타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냥꾼은 이곳에서 사냥을 했다. 어떤 이들은 이곳에서 버섯을 캐갔고 더 깊은 곳에 자라는 약초를 채집하기도 했다. 유비는 장날마다 어른들이 숲에서 채집한 동식물을 팔았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런 곳에서 겁을 먹다니 우스운 꼴이었다.

 

 조금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볼까.

 

 유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아마도 숲의 깊은 곳에서만 산다는 약초를 가져가면- 안나는 아주 분해할 거였다. 겉으론 드세고 강해보이는 안나지만 어쩔수 없는 어린애였다. 천하의 유비 이그렛이 무서워한 숲을- 안나가 꺼리지 않을리가 없지. 안나 앞에서 내가 숲을 들어갔다 왔다는 증거를 보여주면 그 애는 유비에게 무릎을 꿇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남자애들이 이제 안나가 아닌 유비 이그렛을 따르겠지.

 

 

 ‘비상식량, 비상식량.’

 

 

 유비는 가득 찬 산딸기 바구니를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걸어야 할 거였다. 어쩌면 점심 때를 훌쩍 지나는- 오랜 모험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달콤한 산딸기는 활력을 돋구어줄 소중한 위안거리였다.

 

 숲으로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바닥에 피어난 잔디와 이끼가 무성해졌다. 덕분에 발자국 소리가 조금도 나지 않아서, 유비는 자기가 걷고 있긴 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좀 무섭네……”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고 나서, 유비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곧장 그는 후회했다. 입으로 중얼거리고 나니 진짜로 무서움이 밀어닥쳤던 탓이다. 그러나 소년은 머리를 흔들었다. 안나에게 한방 먹여줘야 한다는 정체모를 집념은 여전히 가슴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때 아이의 발끝에 무언가 걸렸다.

 

 

 “아악!”

 

 

 몸이 기우뚱 쏠렸다. 몸이 균형을 잃는다는 것을 깨닫자 성대에서 외마디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름대로 급박한 그 순간에, 유비는 진창을 발견했다. 지금 그가 넘어진다면 분명히, 그 흙탕물 진창 속에 풍덩 빠질 거였다.

 

 유비는 안간힘을 쓰면서 몸을 비틀었다. 덕분에 가까스로 진창 옆 마른 땅에 넘어질 수 있었다. 헉헉, 숨을 몰아쉬던 유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는 당장 엉치뼈와 어깨에 오는 통증은 모조리 무시하고, 자신이 짧은 순간에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에 들떴다.

 

 

 “와, 금방 진짜 누가 봤어야 했는데.”

 

 

 특히 안나 그 계집애가.

 

 

 “나 이런 쪽으로 재능이 있는거 아닐까.”

 

 

 유비는 흙먼지가 묻은 엉덩이를 털면서 중얼거렸다. 그 짧은 순간에 위기를 파악하고, 몸을 돌려 그걸 피해내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방면에 재능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것도 아주 탁월한 재능을! 유비는 지난날을 떠올렸다. 시장 가판대에서 몰래 과일을 훔쳐 달아날 때 쯤의 기억. 어떤 어른들도 달리는 그를 잡을 수가 없었다.

 

 

 “혹시...! 나 기사가 되면 엄청날지도."

 

 

 유비는 넘어지면서 쏟아진 산딸기를 도로 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절반 정도는 흙탕물에 빠져서 쓸 수 없었지만- 나머지는 마른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걸 주워 담는 소년의 머릿속에는, 그가 이런 ‘산딸기 줍는 일’ 따위에 소비되어서는 안되는 귀중한 인력일거라는 확신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좋아. 우선 약초를 따가서 안나의 기를 좀 죽여주고… 본격적으로 기사 공부를 해야겠어.”

 

 

 유비는 곰곰히 생각하면서 길을 걸었다. 아무래도 촌장님에게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물어보는게 좋을 것 같았다. 촌장님은 예전에 도시에 나가서 장사를 한 경험이 있었다.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는 상행을 했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훌륭한 검사들도 많이 만났다고 했다.

 

 유비는 촌장님을 통해 들었던 대단한 검사들을 떠올렸다. 그들같은 검사가 되는 거다. 어쩌면 유비도 상행을 하는 노인을 도와주거나 산적을 물리치는 일을 하고- 도움을 받은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지도 모른다.

 

 아이는 점점 부풀어오르는 기대함에 헤벌레 입을 벌렸다.

 

 바스락.

 

 한껏 들떠있던 소년의 귀에 낙옆이 바스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비의 귀가 순간 쫑긋 섰다. 그는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기민함을 칭찬했다. 기척조차 이렇게 잘 느끼다니. 이것도 분명 훌륭한 기사가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들 중 하나일거다.

 

 

 “토끼일까, 다람쥐일까?”

 

 

 유비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사냥꾼 아저씨들이 사냥을 나간 날이면, 언제나 돌아오는 그들의 허리춤에는 죽은 토끼나 꿩 같은게 달려 있었다. 간혹 커다란 사슴을 어깨에 지고 있는 아저씨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시장이 그 사슴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

 

 유비는 조심스레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살아있는 토끼를 맨손으로 잡아보기로 한거였다. 유비는 방금 전에 깨달은 자신의 빛나는 재능을 가꿔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토끼 사냥은 기사 수업의 시작으로 딱이었다.

 

 유비는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작고 새하얀 토끼를 기대하면서. 여태 유비는 죽어있는 토끼밖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토끼가 어떻게 움직일지 조금 기대감도 들었다. 솔직히 토끼든 다람쥐든 작고 귀여운 동물이면 뭐든 상관없었다. 유비는 그게 무엇이든 맨손으로 날래게 잡아서, 안아줄 수 있었다.

 

 심지어 유비는 설령 이런 숲에 등장할 리가 없는 기니피그라도 수용하고 안아줄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뒤에 버티고 있는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흑곰이라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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