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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천국을 가리키는 새하얀 나침반
작가 : 소시지
작품등록일 : 2017.6.5

죽은 망자가 범람하는 세계, [저승]
[구원(천국)]과 [심판(지옥)]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방향을 걷는 자들의 이야기.

그 가운데…… 19살 소녀, 한지예는 자신의 방에서 絞死━━목을 매달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죽지 않았어!”

자살이라는 대죄를 범하고만 한지예는 지옥을 심판받고야 말았다!
천국의 영원한 이별, 확정된 지옥, 그나마 살만한 저승라이프!
사신과 불가촉사망자들을 피해가는 파란만장한 사후세계 생존 판타지!

 
T time
작성일 : 17-07-20 23:21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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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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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한지예는 크게 바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세상에서 그러하듯 모두가 말하길, 자신이 놓인 현시점에 불평하지 말고 그만한 권리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라고 말하지만, 아직 어른조차 되지 못한 그녀가 가진 권리란 왜소한 방 한 칸과 몰래 타 먹던 믹스커피가 전부일 뿐이기에 도심 속에서 여유롭게 음미하는 아메리카노 한 잔마저 허용해주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정중히 중지를 날리는 여자였다.

 그녀가 살아생전 거리를 걷다 보면 보이는 평범한 카페를 비교하자면 동화 속 낙원과 다를 바 없다. 볶은 원두냄새는 그녀의 오감을 자극하다시피 했고 여름날 항상 가동되는 에어컨을 유리 너머는 계절이 뒤 밖인 세계이며, 카페의 분위기는 읽지 않은 책마저도 읽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지예에게 주워진 현실은 밀크커피의 아련한 추억과 실외기의 뜨거운 맞바람, 그리고 낙서로 인해 과목이 통째로 탈바꿈된 교과서들뿐이다.

 그런 절망적인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착시를 걸어본다. 카페를 자처하는 거대나무상자가 외국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카페라고.

 “예? 왜 멍하니 서 있어요. 어서 들어가요. 누님.”

 현실이 그녀에게 인사했다.

 트루 오베른은 낙관적인 남자였다. 거대나무상자를 발견하고 이곳을 카페라고 설명하는 김지용의 말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흙 속에 진주를 발견한 사람처럼 기대감에 가득 부픈 상태였다.

 한지예는 자신과 전혀 다른 상대에게 이질감과 모멸감을 선사했지만, 트루 오베른은 그녀의 비관적인 태도에 또 다른 낙관적인 태도를 내세우며 일일이 통하지도 않을 뜻밖에 가능성을 추려내는 행복전도사를 자처하였다.

 싫은 나머지 질려버린 한지예는 그의 이야기를 단절시켰지만 끝이지 않은 부정파괴 탓에 귀가 따가웠다. 한쪽 귀는 열고 한쪽 귀는 닫은 채로 동굴을 지나가는 기차처럼 고스란히 흘려보냈다.

 “그나저나 자네는 어떻게 하늘에서 떨어졌나?”

 김지용이 묻자 트루는 이마를 긁적이며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사실 말이죠……. 처음에는 신기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거든요. 그리고 호기심에 건드려선 안 될 걸 건드리고 말아버렸지 뭐에요.”

 “그게 뭔가?”

 “성문이요.”

 의아하던 김지용은 영지 바깥의 경비를 담당하는 성문을 떠올렸다.

 “그 지박령…… 아니 움직이는 성문을 말하는 게지?”

 “예. 맞아요, 움직였어요. 분명 건물인데 사람처럼 움직였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괴상하게 볼 수 있다네, 나도 그랬으니깐.”

 “왜에? 문짝이 무지 귀여운데.”

 얌전히 있던 윈디가 당연하다시피 말했다. 모두가 당연하다시피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윈디의 미적 감각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성문을 건드려서 어떻게 된 건가?”

 김지용은 화제를 돌려 하던 이야기를 진행했다.

 “아……. 예. 그게 사실은요.”

 트루는 언짢은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성문이 절 집어 던졌어요.”

 “뭐?”

 트루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하는 방면에 김지용은 어리둥절하였다.

 “팔도 없는 녀석이 어떻게 자네를 던졌다는 거지?”

 “저도 영문을 알 수 없죠. 벽을 타고 있다가 제 몸을 붙잡고 힘껏 던져졌어요.”

 “벽을 탔다고?”

 “아참.”

 당황하던 트루는 이왕 들통 난 김에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 녀석 성격이 무지 사납더라고요. 제가 구석구석 만지니깐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정면으로 통과하는 방법은 포기했어요.”

 “담벼락 넘어가는 말처럼 쉽게 말하는 것 같은데…… .”

 “그 정도는 별거 아니에요. 제가 나무타기를 끝내주게 잘하거든요!”

 중요한건 그게 아니잖아!

 한지예는 트루의 밀입국경험담을 귀담아들으면 낙관주의라는 폭풍에 휩싸일 것이라고 예상하고야 말았다. 50미터가 넘는 장벽을 넘어간다는 생각을 해낸 트루의 정신 나간 용기가 가상했다.

 “흠……. 아무튼 좋게 끝났으니 다행이군.”

 김지용은 그렇게 마무리하고 카페의 문을 열었다.

 “자, 잠깐만요. 정말로 여기가 카페 맞아요?”

 한지예는 급히 김지용의 동작을 정지시켰다.

 이런 형편없는 곳이 카페일 리가 없지.

 버려진 폐목재를 사용한 흔적이 틀림없다. 강한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서부시대 선술집 문짝은 닮아서 너덜너덜하게 흔들리고 나무판자들은 쥐 파먹은 듯 구멍이 송송 뚫려있었다. [커피]라고 적힌 단순한 카페이름마저 촌스러워 마치 버려진 창고에 간판만 붙여 재활용한 느낌이었다.

 “뭐 어때요. 맛만 좋으면 되죠.”

 “그래 맛만 좋으면 되지!”

 트루와 윈디가 토를 달았다. 하지만 둘의 철학적인 명대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지예는 그저 지쳐버린 자신을 달래줄 달짝지근한 존재가 있기를 간절히 소원했다.

 “자아, 모두들 들어가지.”

 김지용이 먼저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윈디가 뒤따라 들어가고 다음으로 트루가 발걸음을 옮기고 뒤돌아볼 때 가만히 서 있는 한지예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요. 이곳 주인이 세계제일의 바리스타였을지.”

 그리고 한지예의 손을 붙잡고 이끌었다.

 “자아. 저희도 들어가요.”

 

 

 *

 

 

 뜻밖에도 외관에 비해 내관의 분위기는 호화로웠다.

 점주의 부지런함을 증명하듯 카페의 바닥은 광이 비칠 만큼 깔끔하였다. 결코, 저렴해 보이지 않는 탁자와 진열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귀족이 사용할 법한 고급스러운 가구라고 평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식기들의 관리 상태는 점주가 얼마나 꼼꼼한 성격인지와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비춰볼 수가 있었다.

 “몇 분이십니까.”

 깔끔한 턱시도를 빼입은 지배인이 일행을 반겼다.

 결코 작지 않는 기럭지와 탄탄한 몸은 미중년이라고 평한 정도의 매력적인 중년이었다. 지배인은 고급 와인을 감별하면서 마치 귀족의 수발을 도와온 집사의 분위기를 뽐냈다.

 “모두 넷이오.”

 “그렇군요. 안내하겠습니다.”

 지배인이 다음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랐다. 따라서 일행들도 계단을 올라 한층, 또 한층 그리고 도착한 곳은 바깥거리가 환히 보이는 큰 창문과 중앙에 테이블 하나가 설치된 넓은 접견실이었다.

 “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지배인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아이스초코!”

 윈디가 냅다 손을 들어 외쳤다.

 “또? 오늘로 벌써 4잔째이지 않느냐.”

 “하지만 맛있는 걸 어떻게~”

 윈디의 천사 같은 미소에 당할 자는 없었다. 김지용이 포기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자네들은 어떤 걸로 하겠나.”

 김지용은 뒤돌아 나머지 일행에게 물었다. 한지예도 우선은 즐기자는 기세로 가장 먼저 테이블에 앉는다.

 “아메리카노 있어요?”

 마음속에 곤히 숨겨둔 기대를 살며시 꺼냈다.

 “아메리카……? 미군?”

 “……그냥 커피 주세요.”

 말을 말자.

 “자네는 무엇을 마시겠는가.”

 김지용이 자기 자리에 앉아 받침대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그런데 트루의 반응이 이상했다. 멍하니 다른 곳에 시선이 꽂혔다.

 접견실에 올라왔을 때부터 트루는 말이 없었다. 낯선 환경인 탓일까.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아도 평범한 접견실이었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이질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얼굴이 왜 그렇지?”

 “어……? 예?”

 김지용이 상태를 묻자 트루가 비로소 반응했다.

 “아, 그래. 그렇죠.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했죠?”

 “메뉴 말이야. 메뉴, 아, 이 외국말 참 고급스럽군. 애용해야겠어.”

 “…….”

 “없는가. 그럼 우리끼리…….”

 “앗! 나는 홍차!”

 나를 잃을 수가 있느라. 트루가 황급히 외쳤다. 메뉴를 이어받은 김지용이 지배인에게 말했다.

 “나는 녹차로 부탁하네.”

 모두의 주문을 받은 지배인이 꾸벅 인사한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

 

 

 트루의 예상대로 커피의 맛은 일품이었다. 흔히 거리에서 접하는 시중적인 커피와는 확연히 다른, 기본은 충실하되 혀끝과 목안에서 감도는 깊은 향미가 정말이지 깔끔했다.

 한지예는 목을 축였다. 그리운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민감했던 감정이 잠시 진정되었다.

 ― 쪼오오오옥.

 윈디가 양손으로 컵을 붙잡은 채 빨대로 아이스초코를 흡입하였다. 자신의 과욕으로 생겨버린 불상사를 처리하기 바빴다.

 모두의 주문을 박은 지배인이 음료를 내오려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찰라, 지배인의 옆구리를 찌른 윈디가 남몰래 특대를 주문하였다. 하지만 윈디 앞에 도착한 아이스초코의 양은 자그마치 머리 크기. 남기면 천벌 받는다는 김지용의 꾸중 때문에 윈디는 잔 비우기가 바빴다.

 “맛있니?”

 한지예가 양 볼이 빵빵해진 윈디에게 말했다.

 삼분의 일가량 줄어든 아이스초코의 주인, 달달한 행복에 빠진 윈디가 응? 하고 반응하였다.

 “아…… 응. 아마도. 맛있을…… 거야.”

 얼버무린 윈디가 아이스초코를 품속으로 숨겼다. 다 마시지 못할망정 처마 빼앗기기는 싫었다. 나지막한 미소를 띤 한지예가 나무랐다.

 “채할라. 천천히 마셔도 돼.”

 “……응?”

 “안 뺏어 먹어.”

 “그래?”

 그 말에 안심되고는 다시 아이스초코를 빨아먹었다.

 “흠……. 흐음……!”

 한지예의 맞은편에 앉은 김지용이 예스러운 모습으로 고풍스럽게 녹차를 음미하였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찻잔을 빙그레 돌린 다음 코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는다.

 “향기 좋군.”

 어울리지 않은 저음의 목소리였다.

 한지예가 생각하기에 김지용의 첫인상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실 아저씨 인상이었다. 당연히 지금의 행동과 첫인상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트루가 홍차를 음미하는 모습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김지용의 색다른 모습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윈디는 그와 오랫동안 동행한 탓에 그 모습마저 익숙한 듯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뭐 어때.’

 나른한 점심의 티타임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조용한 카페와 심심함을 채워주는 커피, 그리고 안심이 되는 사람들. 이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반겨 주리라.

 그때 옆자리에서 홍차를 음미하던 남자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우리들.”

 티타임을 만끽하는 일행 중에서 트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직 서로 모르는 게 많죠? 서로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소개 어때요?”

 한지예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이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한지예에게 자기소개란 피해야 할 상황이다. 딱히 소개할 만한 게 없는 한지예에게 당연했을 것이다. 남에게 말해줄 만한 살아생전의 이야기 따위 없었다.

 게다가 이름이랑 나이까지는 봐줄 만해도 취미, 취향, 이상형처럼 자신의 세세한 것까지 밝히는 행위는 알몸을 보여주는 창피함과 같다.

 “왜…… 뜬금없게…….”

 “뜬금없다니! 자기소개란 서로 간의 첫인상과 친목을 다지는 좋은 기회입니다.”

 김지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거 좋군. 확실히 이름도 모르지 않는가? 인연도 평범하지 않는데 서로에 대해 여러 가지 아는 것도 좋고 말이지.”

 윈디가 자신 있게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나부터 할래!”

 아까까지만 해도 향긋한 향미가 가득한 카페 안은 평온함을 벗고 활발함으로 갈아입었다. 활발함에도 도망쳐 나올 궁리가 떠오르지 않은 한지예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적당히 이름만 알려주고 끝내고 싶은 심정이다.

 김지용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윈디부터 하여라.”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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