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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음의 단편
작가 : 마이랑
작품등록일 : 2017.7.20

원치 않은 운명에 휘말려 타인의 죽음이라는 사건의 단편을 볼 수 있게 된 한 사람. 죽음이라는 거대한 운명에 맞서 싸우며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 한다.

 
3월 -2-
작성일 : 17-07-20 22:13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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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이후 며칠간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정민도 먼저 목소리에게 연락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그래서 정민의 하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정민이 평소처럼 보내는 하루는 언제나 계획한 대로 잘 돌아갔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설명서에 적혀 있는 날짜와 시간은 어느새 다가왔고, 마침내 시간이 다 될 무렵의 정민은 잔뜩 긴장한 채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현재 시각은 3월 4일 오후 11시 30분.

 

  ‘설명서에 따르면 사건이 곧 나타날 시각이야.‘

 

  ‘도대체 사건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풀어야 하는 숙제? 해결해야 하는 진짜 사건?’

 

  정민이 사건의 내용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에 시간은 금세 지나갔고, 마침내 때가 되었다,

 

  3월 5일 0시. 드디어 사건이 나타날 시각. 처음에는 비어 있던 화면에 흐릿하게 서서히 나타나는 것들은 처음엔 사진과 함께 사진을 설명하는 글처럼 보였는데, 사진과 글이 점차 선명해지자 정민은 두 손으로 입을 가로막은 채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진은 정민이 전혀 모르는 여성의 사진이었고, 사건 메뉴의 화면에서 설명하는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희생자 : 1명

  이름 : 최수연

  나이 : 26세

  주소 : 경일도 부연시 부사로205번길 320 하나센스빌 704호

  사망 시각 : 3월 27일 20시 41분

  사망 원인 : 흉기에 의한 자상 및 과다출혈

 

  정민은 멍하게 화면을 바라보다가,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화면을 살펴보고, 천천히 글을 다시 읽어나갔다. 그리고 궁금한 점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생각했다.

 

  ‘이 사람의 개인정보가 뜨는 건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왜 이 사람이 희생자이고 3월 27일에 죽는다는 이야기를 내게 왜 알려주는 거지?’

 

  정민은 황급하게 설명서 버튼을 눌렀다. 새로 추가된 글이 없을까 하는 조바심에서 나타난 행동이었다. 정민이 예상한 대로 새로운 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9 : ‘사건’에 대한 정보는 표시되는 것이 전부입니다. ]

 

 [ 10 : ‘사건’은 당신이 ‘무조건’ 해결하지 않아도 됩니다. ]

 

  “사건을 ‘무조건’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정민이 이렇게 읊조리며 글을 다 읽을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였다.

 

  “지금 제 표정이 궁금해서 전화하신 건가요?”

 

  목소리가 차분하게 답을 했다.

 

  “우선은 그래. 역시 생각한 대로 많이 놀란 것 같군.”

 

  “도대체 이 ‘사건’ 이란 게 무엇인가요? 왜 나에게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건가요?”

 

  정민은 지금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것을 도저히 참아넘길 수 없어서 바로 질문에 들어갔다.

 

  “그것은 그 시각에 정확하게 일어날 사건을 설명하는 글이야. 정보는 표시되는 것이 전부이고, 여기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거기 적혀 있는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거지.”

 

  목소리의 답변은 생각보다 자세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목소리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저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며칠 전에 만들어진 거야. 바로 너지. 이 앱의 역할은 이번 달의 한 희생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야. 일단 말하자면 가장 기본적으로 말이지.”

 

  “설명서에 적혀 있는 대로, 넌 저 사건을 막을 수도 있고 막지 않을 수도 있어. 막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생기는 불이익은 없어. 있었다면 설명서에 쓰여 있었겠지.”

 

  이어서 목소리의 질문이 이어졌다.

 

  “넌 어떻게 할 거야? 네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죽음을 막아볼 거야? 아니면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만 할 거야?”

 

  냉정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질문에 정민은 금방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목소리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도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고 있어, 넌 그 죽음의 현장에서 아주 작은 단편을 살펴본 거야. 그 단편을 그대로 둘지 억지로 빼낼지는 온전히 너의 선택에 달려 있어.”

 

  “한 사람의 죽음을 막는 영웅이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걸? 모르는 한 사람의 죽음 정도는 놔둬도 된다는 생각, 지금 전혀 안 하고 있지는 않잖아?”

 

  정민은 이번에도 답변을 하지 못했다. 목소리의 말이 또 이어졌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고 선택은 너의 자유야.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설명서의 글을 잘 보면서 잊지 마. 그럼.”

 

  전화가 끊겼다.

 

  정민은 한참을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죽는다는 상황은 그저 뉴스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해 왔던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이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바로 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3월이 바쁜 달이라 퇴근해서도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이 일과 무게를 비교하는 것이 맞는 일일까?‘

 

  ‘솔직히, 모르는 사람의 죽음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니었어.‘

 

  ‘하지만,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그대로 있다는 건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

 

  ‘사실 주어진 정보만 가지고도 사람을 찾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잖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야. 분명히 얻는 성취감도 있을 테고.’

 

  ‘이번에는 저 사람의 죽음을 막아 보겠어. 나 혼자서지만, 할 수 있을 거야.’

 

  정민은 분명한 결심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심을 또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학교에 출근하고 나서도 정민의 머릿속에 깊게 뿌리내린 생각은 쉽게 떠나질 않았다.

 

  ‘나의 행동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음을 방치할 수도 있어’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주어진 일일 거야.’

 

  1학기 초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몰아치는 바쁜 일을 소화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문제는 그렇게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정민이 가지고 있는 긴장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드디어 퇴근 시간이 지나고, 집에 주차한 다음 송연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사는 곳이 안서어서 송연역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이어폰을 가져왔고, 음악을 들으려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전화가 왔다. 목소리였다.

 

 “밖에서 하는 대화는 처음이네? 말로 대답하면 죽는 것은 일도 아닐 테니, 답변은 메신저로 해 봐. 난 이렇게 이야기를 할 테니”

 

  정민은 메신저를 켜고 방 이름이 ‘목소리’로 저장된 대화방에 들어가 답변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거죠? ]

  “좋아”

 

 목소리의 답변이 바로 돌아왔다.

 

 [ 지금 전화를 건 이유가 그건가요? 제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살펴보는? ]

 

 정민은 본격적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글쎄다, 도움을 주려는 걸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거지.”

 

 목소리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아니면 그냥 구경꾼으로 와 있는 걸 수도 있어, 그것도 재미있잖아?”

 

 [전 나름 진지하다고요. 그런데 구경하려고 온 걸 수도 있다니, 사람 목숨이 장난이에요?]

 

 정민이 조금 감정을 실어서 답했다.

 

 “저번에 이야기했잖아, 죽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벌어지고 있는 거라고. 내게는 그렇게 보이니까 가볍게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지.”

 

 목소리가 시큰둥하게 다시 답했다.

 

  [하. 저번에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기는 하네요.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니 원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만 알고 있을게요.]

 

 정민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답했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버스는 안서대공원을 지나 송연 남부역을 향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 이제 주소지까지 거의 다 와 가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일단은 최수연이라는 사람이 여기 있는지를 확인해봐야겠죠. 가능하면 사는 곳 근처에서요.]

 

  정민이 침착하게 답변을 남겼다.

 

  “동호수도 알고 있는데 문 앞에서 기다리는 건 어때?”

 

  목소리가 살짝 비꼬는 말투로 질문했다.

 

  [그랬다간 바로 경찰이 저를 잡아가겠죠! 제가 그 정도도 모르고 여기 온 거로 생각하세요?]

 

  정민이 감정을 잔뜩 실어서 답변했다.

 

  “그렇다면 이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겠군. 킥킥킥.”

 

  목소리가 더욱 비꼬는 말투로 비아냥거렸다.

 

  [지켜보세요. 제가 어디까지 해내는지를.]

 

  정민이 이번에는 자신 있게 답변했다.

 

  답변을 마칠 즈음 버스가 송연 남부역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대가 보통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대라 사람들로 가득했고, 정민은 일단 주소지와 가까운 송연 북부역으로 넘어갔다.

 

  목소리가 다시 차분하게 물었다.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할 셈이지?”

 

  정민이 답변을 시작했다.

 

  [저에게 아직 주어진 시간은 많아요. 오늘 당장 최수연 씨에게 달려가서 ‘당신이 이 날에 목숨을 잃을 겁니다’라고 경고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일단 저는 최수연 씨가 나이와 사는 곳을 보았을 때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할 거예요.]

 

  정민이 답변을 계속 이어갔다.

 

  [제가 워낙 퇴근 시각이 빠르고 퇴근하고 집까지의 거리가 짧아서 제가 보기에는 최수연 씨는 확실히 퇴근 시각이 저보다는 늦을 것이기에 제가 최수연 씨의 주소지인 오피스텔 정문에 먼저 가서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척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분명히 최수연 씨와 마주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대략적인 최수연 씨의 퇴근 시각이 나오겠죠.]

 

  [그럼 다음 날에는 퇴근 시각을 또 확인할 거에요. 다음 날에도 또 확인하고요.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렸을 때 만약 그 시각이 사망 시각보다 이르다면, 그다음에 최수연 씨의 죽음에 대하여 경고할 방법을 찾아야겠죠.]

 

 “흠.. 잘 갖추어진 논리적인 추론과 방법론을 이야기해 주었군.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 바로 가장 어려운 단계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어.”

 

  목소리가 꽤 진지한 투로 답을 남겼다.

 

  [그렇죠. 최수연 씨에게 미래에 목숨을 잃을 거라고 경고할 방법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게 가장 어려운 단계라서, 천천히 생각해보려고요.]

 

  정민이 답변을 바로 남겼다.

 

 “그렇군.. 오늘 할 일은 정해진 거네? 적어도 오늘과 당분간의 일을 방해하지는 않을게, 한번 잘 해봐. 그럼.”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답을 남겼다.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전화가 끊어진 이후 정민은 생각했다.

 

  ‘이제 나 혼자 해내야 하는 시간이야. 부디 잘 해낼 수 있기를.’

 

  굳은 각오와 함께 정민은 자신이 알고 있는 주소지로 빠르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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