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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59 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는 법이 없듯
작성일 : 17-07-20 13:56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7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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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59 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는 법이 없듯

 

 

 

 한편, 세희가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집으로 돌아온 시은은 출근하려던 성환과 딱 마주쳤다.

 

 시은은 군복을 입고 집을 나서려는 남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입에 침이 달도록 부대 내에서도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라 했거늘. 귀찮다는 이유로 소홀히 한 나머지, 태양에 그을려 구릿빛으로 변한 피부. 그리고 그 속에 실금처럼 서서히 진해지기 시작하는 잔주름들.

 

 그도 자신이 늙은 만큼 늙어서 젊은 시절 자신의 심장을 간질였던 풋내는 사라지고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는 시은이 사랑하는 내 남편이자, 든든한 울타리였다.

 

 마치 장을 보고 후딱 들어온 것처럼. 하룻밤 떨어져 지낸 부부 사이가 무색할 만큼. 살갑게 손을 내밀며 그를 배웅하려 했다.

 

 “벌써 가요?”

 

 “어? 응. 가려고 그랬는데...”

 

 

 

 성환이 시은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현관 근처에 슬며시 자리를 잡고 앉는다.

 

 “당신 왔으니까 지각 안하는 선에서, 조금만 늦게 가야겠다.”

 

 아직도 그녀를 향한 애정 표현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무뚝뚝한 성격의 남편은 좀처럼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굳이 그걸 말로 해야 아는 것은 아니질 않나. 지금 성환은 무뚝뚝한 성격 탓에 말로는 잘 표현을 못하는 대신, 온 몸으로 시은을 반겨주는 것이었다.

 

 연애할 때는 그 무뚝뚝함 때문에 실망하고 속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건 연애라는 관계에서 남자에게 거는 기대가 많았던 젊은 시절의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막상 코를 꿰어 보니. 성환은 끓이면 끓일수록 진하게 우러나는 사골 육수처럼, 알면 알수록 속이 깊고 진국인 남자였다.

 

 지금처럼 은근하게 자신과 있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 그만의 표현법은, 그간 고생했던 제 마음에 대한 보상인 것 같아 행복하다. 조금 덜 살가우면 어때, 내가 조금 더 살갑게 다가가주면 되지.

 

 

 

 시은이 성환의 옆에 앉았다.

 

 “나 없는 동안 밥 잘 챙겨 먹고 있었어요?”

 

 “응.”

 

 진지하게 대답을 하며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성환을 본 시은은 순간,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내가 원래 이러는 성격이 아닌데. 장난은 그와 연애할 때 수없이 많이 치고 놀았다. 세희를 놓은 후부터 엄마가 되가느라 졸업을 했지만 말이다.

 

 유치한 거, 안다. 나이 먹어 주책이지만 그래도 장난삼아 확인하고 싶은 게 변함없는 여자의 마음 아닐까.

 

 “나, 보고 싶었어요?”

 

 “응... 당신 없이 혼자 밥 먹으려니까 모래 알 같더라,”

 

 됐다. 시은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결혼 후에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성환의 행동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저 사람이 진심이라는 것이 듬뿍 느껴지는 담백한 말.

 

 매번 저런 식으로 대답하면 그녀에게 완벽하게 적응한 기계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는 성격이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뱉으려면 얼마나 쑥스럽겠는가. 마주보고 있던 눈도 슬쩍 피하기까지 한다.

 

 

 

 무뚝뚝하면 어떤가. 저렇게 쑥스러워 하는 모습은 딸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자신만이 아는 모습인데.

 

 “나 세희 남자 친구 만나고 왔어요.”

 

 “...어땠어?”

 

 “재희에게는 미안하지만, 세희랑 정말 잘 어울리더라구요.”

 

 

 마음에 든다는 시은의 말에, 줄곧 또렷하던 성환의 눈빛이 아주 잠시 흔들렸다. 뭔가를 생각해보던 그는 이윽고. 언제 그랬냐는 듯. 빈틈 하나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의 목소리.

 

 성환의 딸을 향한 애정은 시은에게 무뚝뚝하던 그간의 성격을 날려버릴 만큼 각별했다.

 

 세희가 말을 걸면 말 수가 적던 남자가 수다쟁이로 바뀌곤 했다. 그가 세희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이만하면 말 다했다.

 

 그런 그가, 딸을 데려가려는 남자를 곱게 봐줄 리가 없지.

 

 우리 딸이 사랑한다는 남자가 누가 됐든,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여자 울릴 놈이면 안 돼.”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시집보내야하는 입장인 만큼, 돌다리도 두 번 세 번 두드려보고 보내야 하는 게 맞지만. 아, 글쎄. 강 서방은 정말 괜찮다니까 그러네.

 

 강 서방이 건너야 할 고생길이 안 봐도 훤했다.

 

 “아... 강 서방이 그러던데...”

 

 “강 서방? 당신 벌써 허락한 거야?”

 

 성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도 아직 허락 안 했는데, 당신이 그러면 안 되지’라고 눈치를 팍팍 주는 것 같다.

 

 시은은 그런 성환의 눈치를 보며 그의 손을 잡았다.

 

 “당연히 아니지. 당신도 한 번 봐야지. 내가 허락한다고 허락할 거 아니잖아요. 잘 들어봐요. 강 서방이 그러던데, 울린 만큼 행복하게 해준대.”

 

 “울리는 일이 없으면 될 거 아냐. 여자 눈에서 눈물 나게 하는 남자는 최악이야.”

 

 “강 서방이 사정이 좀 있어서 그래요. 그러니까 일단 한 번 만나 봐요. 세희한테 연락해서 약속 날짜 잡으면 될 거야. 그리고, 오빠부터 가슴에 손을 얹고 당당해져봐. 오빠도 나 울린 적 많았잖아.”

 

 

 

 빈틈없는 강 서방의 예비 장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인 제 아내 옆에서 꼼짝도 못한다. 성환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떠오른 몇 가지 사건들에, 속으로 뜨끔하며 기가 죽었다.

 

 “그래도 내 딸은 안 돼.”

 

 “어이구, 알았어요. 그런데 당신도 허락할 수밖에 없을 걸? 나중에 반대하려고 했던 거에 대해 후회하지나 말아요.”

 

 시은은 자리에서 일어서, 성환을 일으켜 세운 뒤 현관 밖으로 등을 떠밀었다.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조금만 더 있고 싶다는 이유로 잡아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녀는 다녀오겠다며 손을 흔드는 남편을 배웅해주며 베란다로 나와 점점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겉으로는 완벽하고 다른 남자들은 다를 것 같지만, 남자가 다 그렇지. 그들 역시 사람이다. 사랑한다 해놓고 울리기 십상이고, 속도 좀 썩게 하고. 그러다가도 행복하게 오순도순 지내기도 한다. 남자는 죽을 때까지 애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나이를 먹어도 철이 없어서 그렇지. 적어도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헤아려줄 수만 있다면 혼자 아파할 일은 없을 텐데.

 

 

 

 

 

 ***

 

 

 

 

 

 세희를 회사 근처에 내려주고 먼저 출근 시킨 지원은 시간차를 두고 회사로 나왔다.

 

 성큼 성큼. 시원하고 간결한 걸음걸이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장실로 올라왔다.

 

 사장실의 문손잡이를 잡고 돌리려던 찰나.

 

 “지원아.”

 

 장 비서, 현우가 그를 잡아 세웠다.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현우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원이 출근하기 전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

 

 “안에, 민 지수 씨 와 있어.”

 

 지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에는 철저하게 경영지원팀 인턴 민 지수로서 사장실에는 모습을 비추지 않던 그녀였다. 왜 레스토랑에서의 만남을 기점으로 행동에 변화가 생긴 건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주인 없는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 가 있는 민 지수의 행동이 불쾌했다.

 

 

 

 지원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 앞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민 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겨주었다.

 

 “늦었네요?”

 

 그런 그녀가 아무리 웃는 얼굴로 지원을 반겨주어도, 전혀 달갑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상대에게 불편한 기색을 그대로 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업적인 가면으로 목소리에서 제 감정을 지워냈다.

 

 “무슨 일입니까.”

 

 지원이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한 뒤, 민 지수가 다시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편하게 등을 기댔다. 민 지수는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지원의 눈빛에도 아랑곳 않고,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당당 했다.

 

 “강 회장님께서 식사 한 번 하시고 싶어 하세요. 사장님이랑 시간 잡아서 같이 집으로 오라고 그러셨어요. 여기까지가 서론이고, 이제는 본론. 다음 주에 시간 내주세요.”

 

 “......”

 

 

 

 지원이 이유조차 묻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자 민 지수는 다리를 꼬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이번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이유이자 약점은 확실히 제게 도움이 되기는 했다.

 

 “벌써 잊으셨을 거라고 생각은 안 하는데. 이거 나름 데이트 신청인 거 아시죠?”

 

 레스토랑에서 했던 그녀와의 약속을 다시 한 번 상기 시켜주는 말에 지원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단정하게 매고 왔던 넥타이는 그의 목을 죄어올 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시간을 벌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그는 넥타이를 살짝 아래로 풀어냈다.

 

 “원하는 시간이랑 장소, 문자로 찍어주십시오.”

 

 민 지수는 속으로 웃으며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볼 일은 없다는 지원의 차가운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아직 용건이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물러서기로 했다. 주인도 없는 방에 막무가내로 들어와서 선을 넘은 제 잘못도 있고, 에스코트를 핑계로 그와 있을 시간을 더 요구했다가는 지원의 반응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이렇게라도 그의 곁에서, 그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알았어요.”

 

 

 

 

 

 ***

 

 

 

 

 

 지원은 책상 앞에 앉아 수북하게 쌓여 있는 서류들을 검토하다 창가로 돌아앉았다.

 

 그는 한참을 보고 있어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서류더미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마치, 지금 제게 닥친 상황들처럼 복잡하지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어렵기만 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들어 세희에게 톡을 보냈다.

 

 [사장실로 올라와. 보고 싶다.]

 

 지원은 세희의 얼굴을 볼 생각에 조금 전 봤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들떴다. 서류는 잠시 팽개쳐 두고 사장실 문에 온 시선을 집중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사장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세희가 오지 않았다.

 

 이게 아닌데.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은 지원은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

 

 톡을 열어 읽었더라면 사라지고도 남았어야 할 1이 아직 버젓이 화면에 떠 있었다.

 

 한 번 더 문자를 보낼까 말까. 핸드폰을 쥐고 혼자 가슴 졸이던 그는 잠시 갈등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가까이 있는데 굳이 망설일 필요가 있나.

 

 

 

 

 

 ***

 

 

 

 

 

 한편, 지원이 그토록 얼굴을 보고 싶어 기다리던 세희는 기획팀 팀장의 복사업무를 도와준 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들은 복도를 거닐고 있었는데, 팀장과의 이야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사무실에 놓고 온 핸드폰으로 톡이 날아왔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한 세희였다.

 

 요즘 브리핑 심사 준비 마무리는 어떻게 되고 있냐는 팀장의 물음에, 세희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하소연을 하자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담 느끼지 마요. 그냥 평상시처럼 하면 돼. 대신 자신감 있지 말고. 실력 발휘도 못 해보고 끝내면 억울하잖아.”

 

 세희가 팀장의 말에 맞장구쳤다.

 

 “맞아요. 부담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실수할 까봐 걱정 되요. 아, PPT 자료만 기본적으로 갖춰주면 발표 형식에 대해서는 제약이 없는 게 맞죠?”

 

 “물론이죠. 세희 씨 엄청 기대되는데요?”

 

 세희가 팀장에게 뭐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벌컥-.

 

 “세희 씨?”

 

 팀장이 옆을 돌아보았을 때, 세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세희는 갑자기 제 몸이 어딘가로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당황할 틈도 없이, 커다란 손에 입이 막혀 버렸다.

 

 “읍!”

 

 본능적으로 자신의 입을 막아 버린 상대의 정강이를 뒷발질로 차버리려던 그녀의 귓가에.

 

 “쉿!”

 

 익숙한 목소리가 속삭여왔다.

 

 지원이었다.

 

 

 

 상대를 확인할 수 없어 잔뜩 움츠리고 있던 세희는 그의 목소리에 어깨의 힘을 뺐다. 몸에 남아있던 경계심마저 다 털어냈다.

 

 그러고서는 자신의 허리에 감겨 있는 그의 단단한 팔을 풀고 그를 돌아보았다. 혹시라도 보는 눈이 있을까, 걱정을 가득 담은 눈이 불안으로 일렁였다.

 

 “놀랐잖아요! 핸드폰으로 연락주면 될 텐데. 곤란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당연히 내가 연락해봤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세희는 지원의 톡을 확인하기 위해 들고 있던 서류 뭉치 사이에서 핸드폰을 찾았지만, 사무실에 놓고 온 핸드폰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던 지원은 감정 하나 담겨 있지 않은 목소리로 일방적인 통보를 날린 뒤, 사장실로 가기 위해 계단을 타고 올라가버렸다.

 

 “5분 줄게. 정리하고 사장실로 올라와.”

 

 지원의 등을 바라보다 비상구에서 나온 세희는 복사물을 팀장에게 가져다준 뒤, 사장님이 호출하셨다는 말을 남기고 사장실로 올라왔다.

 

 

 

 세희가 사장실로 들어와 지원을 찾았지만, 사무실의 주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

 

 띠링-.

 

 [옆에 있는 작은 사무실로 와.]

 

 세희는 지원의 문자대로 장소를 옮기기 위해 사장실을 나왔다. 그러고 보니 평소와는 달리 이 층이 너무 고요했다. 평소에도 차분하고 조용한 층이지만, 늘 사장실 앞에 앉아 있던 장 비서가 보이질 않으니 더 그런 것 같다.

 

 지원이 세희를 부른 장소는, 그녀가 처음 입사했을 때 장 비서의 도움을 받아 지원의 복사 심부름을 해결했던 작은 사무실이었다. 갑자기 무슨 이유로 부른 것인지, 좀체 갈피를 못 잡는 세희가 완전히 들어온 것을 확인한 지원은 사무실의 문을 잠갔다.

 

 

 

 “사장님, 부탁할 일이라도 있으세요?”

 

 “둘만 있을 때는 그 사장님 소리 좀 떼라니까.”

 

 그는 사무실 한 가운데 놓인 책상 앞에 서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세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천천히 걸어왔다.

 

 지원이 무슨 생각으로 그녀를 불러들였는지 절대 모를 세희는 여전히 순진한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굳어 있던 지원의 얼굴이 스르륵 풀리더니 속으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세희가 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을 배려해 기획팀이 위치한 층에 내려와서도 한참 동안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갈등만 하며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었던 그였다.

 

 코앞에 두고도 제 마음 가는대로 하지 못하는 답답함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철제문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끌리듯,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제 품으로 데려왔다. 그런 그의 마음을 몰라주는 세희에게 내심 서운했다.

 

 아무 표정 없던 지원의 얼굴이 그에 대한 반증이었다.

 

 누가 먼저 서로를 마음에 담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세희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이 더 크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부터 일만 하며 회사에서 만났습니까, 이 세희 씨?”

 

 지원은 세희의 뒤에 위치한 책상에 한 팔을 짚으며 중심을 잡고서 그녀를 지긋이 내려다봤다. 겉으로는 여전히 감정 없는 척하고 있지만, 속은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다.

 

 그의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감돌았다.

 

 생각이 바뀌었다. 원래는 아무도 쓰지 않는 이 사무실을 세희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내어주고 바로 사장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핸드폰으로 답장 너무 늦게 하지 마. 걱정되잖아.”

 

 “네. 근데 정말 할 일 없어요?”

 

 이 아가씨가.

 

 지원은 분위기와 맞지 않는 세희의 철저한 직업의식에 속으로 혀를 찼다. 분위기를 보라고 이 여자야.

 

 일 못해서 굶어죽은 귀신이 붙었나. 일에 너무 열정적이다.

 

 지원은 상체를 숙여 천진난만한 세희의 얼굴을 코앞에서 내려다보았다.

 

 

 

 세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그녀를 향해 살짝 내려뜬 눈과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눈빛은 점점 분위기를 야릇하게 몰아가고 있었다. 그 뜨거운 눈빛을 한 몸으로 오롯히 받아내기가 민망해 은근슬쩍 상체를 옆으로 쭉 뺐다.

 

 어딜 가.

 

 지원이 세희를 완전히 자신의 양 팔 사이에 가둬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 가득 홍조가 피어올랐다.

 

 “오빠, 이거 좀...”

 

 “걱정 마. 들어올 사람 없어.”

 

 그는 여기까지 하고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듯 늑대가 먹잇감을 마다할 리 없었다.

 

 지원은 오물거리는 세희의 도톰한 입술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고서는 세희의 턱을 조심스레 들어 올린 뒤 커다란 손으로 뒷목을 부드럽게 감싼 뒤, 부드러운 입술을 살짝 머금으며 천천히 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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