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57 화. 텅 빈 속을, 마음을, 따뜻하게 가득 채워 가다
작성일 : 17-07-20 13:54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808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57 화. 텅 빈 속을, 마음을, 따뜻하게 가득 채워 가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전등 하나 켜져 있지 않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한 남자가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타닥. 타닥.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타자를 쳐 내려가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 A few days ago, I heard about your company and got to know that, needed core technology about your new marketing. The technology, in my opinion, may act essential role for your future achievement. So, I suggest to deal with this issue : new officer job and more pay as a reward for handing over the technique. Contact someday, please.

 

 (얼마 전, 귀하의 회사에 새로운 마케팅을 위한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귀하의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그 기술은 아마 미래의 성과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기술을 넘기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임직원직과 더 많은 보수를 두고 거래를 제안합니다. 연락 주십시오.)

 

 탁-.

 

 딸깍. 딸깍.

 

 <송신 완료>

 

 씨익.

 

 

 

 

 

 ***

 

 

 

 

 

 단잠을 자고 있던 세희를 깨운 것은 그녀의 엄마, 시은이었다.

 

 “딸, 일어나.”

 

 어깨를 살살 흔들며 깨우자, 세희는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리며 웅얼거렸다.

 

 “우웅... 왜......”

 

 얘가, 얘가. 오늘이 무슨 주말인 줄 아나.

 

 “아침에 강 서방이 아침 먹으러 온다고 어제 그랬잖아.”

 

 “으... 응......”

 

 아침잠이 좀 많은 세희였다. 그녀는 손을 뻗어 더듬더듬. 작은 2단짜리 서랍장 위에 놓아둔 핸드폰을 찾아 시간을 보더니 ‘아직 시간 좀 있네’라며 다시 이불을 뒤집어 써버린다.

 

 보다 못한 시은은 더 이상은 못 참아주겠는지, 세희가 덮고 있던 이불을 저 멀리 던져버린 뒤 딸의 현실을 상기 시켜준다. 딸, 내가 널 1시간 일찍 깨운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단다.

 

 

 

 천천히 다가가 다시 꿈나라로 빨려 들어가려는 딸의 귓가에 속삭였다. 낮은 목소리로.

 

 “딸, 너 강 서방 오기 임박해서 일어나면 좀 곤란할 거 같은데... 헝클어진 머리에, 입가에 흐른 침,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빈속에서 올라오는 입의 향기. 이 엄마는 다 널 위해서 미리 행동 한단다. 그런 엄마 마음도 몰라주고... 강 서방이 그런 네 모습을 본다면......”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속삭였지만, 그 속에 든 내용은 그 어떠한 말보다 강했기에 잠식하려던 세희의 정신을 완전히 깨우는 데 효과가 있었다.

 

 “헉!”

 

 일어난 딸의 모습은 헝클어진 머리가 사자 갈기 저리 가라며 입가에 흐른 침이며. 동네 미친년이 따로 없었다.

 

 “어이고, 너 그 정신으로 어떻게 출근하니? 엄마는 아침 준비할 테니까 넌 얼른 가서 씻고 출근 준비 다 해서 나와. 아, 강 서방은 언제 온다니?”

 

 세희는 거울 앞에 서서 입가에 흐른 침을 정리하며 거울을 통해 비친 시은에게 대답했다.

 

 “몰라! 올 때 되면 오겠지. 그럼 나 씻으러 간다!”

 

 

 

 시은은 화장실로 후다닥 달려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급하긴 급한가 보다. 선머슴 같던 딸도 제가 좋아하는 남자에게는 예쁘게 보이고 싶은 모양인지, 그렇게 좋다던 잠을 마다한다.

 

 그러고 보면 연애는 정말 공평하다. 외모에 더 신경을 쓰고 꾸미다 보니 예뻐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부엌에 들어가 냄비에 청국장을 끓이고, 표고버섯 조림을 정갈하게 그릇에 담고, 계란 후라이를 인원수대로 먹음직스럽게 구워냈다.

 

 그러고서는 압력솥에서 갓 지은 밥을 소복하게 담아내니 밥공기에 담긴 따뜻한 온기가 공기를 타고 모락모락 피어났다.

 

 아침마다 피어나는 따뜻한 밥 한 공기는 시은의 자랑이자,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렇게 모든 상차림을 끝내고 지원이 오기를 기다리니.

 

 띵동-

 

 준비가 다 됐음을 어찌 알았는지, 지원이 제 시간에 맞춰 초인종을 누른다.

 

 “세희야, 얼른 문 열어줘.”

 

 세희는 이제 막 준비를 마치고 나온 터라, 현관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보았다. 산발이었던 머리는 손을 거쳐 단정하게, 지원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먹는 식사는 처음이기에 메이크업도 신경을 써봤다.

 

 평생 화장이랑은 전혀 친하게 안 지낼 줄 알았는데. 그녀 역시 연애를 하며 꾸미기 좋아할 나이의 아가씨였다.

 

 됐다!

 

 

 

 철컥-

 

 문을 여니 지원이 서 있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검은 양복은 그의 몸매를 더욱 살려주어 세련됨을 더했다. 그가 세희의 집에 오기 2시간 전부터 한참을 고르고 고른 노력의 결과였다. 소중한 따님을 주실 그녀의 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으니까.

 

 그런데 세희와 눈을 마주친 지원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찌푸린 눈살을 보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는 입고 있던 양복 재킷을 벗어 세희의 어깨를 살포시 덮어주었다. 그제야 지원의 얼굴이 평상시 얼굴로 돌아왔다. 마음에 드는지 싱긋 웃기까지 했다.

 

 “집에 들어오라고 안 해 줘?”

 

 아침 햇살을 받아 빛이 나는 얼굴을 내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시원하게 잘 빠진 남성적인 눈이 그녀를 그 속에 가득 담는다.

 

 “앗! 미안. 밖에 너무 오래 세워둔 거 아니지? 어서 들어와. 엄마가 아침밥 준비 다 해놨어.”

 

 

 

 세희는 지원을 먼저 현관으로 들어오게 한 뒤, 그의 뒤를 따라 부엌으로 향했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마주친 그의 얼굴을 보니 떠오르는 것은 불현듯 스치는 전날의 기억.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었다.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는 여태껏 키스만 해봤지 금단의 선을 넘기 위한 어른들의 애정행각을 해본 적 없는 순진한 아가씨가 아닌가.

 

 쇄골과 목덜미, 그리고 곳곳에 지원이 남겨둔 흔적은 아직 뜨거우면서도 설레게 하는 자국이었다.

 

 

 

 지원도 겉만 반듯하게 차려입고 왔을 뿐. 세희와 다를 바 없었다. 세희를 지나쳐 부엌으로 가며 속으로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전날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그는 정말이지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껴야만 했다. 도진이 장난삼아 ‘너 그렇게 연애도 안하고 살다가는 뒷감당하기 힘들다’며 놀릴 때만 해도 자기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며 콧방귀를 꼈었다.

 

 그때 왜 그랬지, 그 말 허투루 듣지 말 걸 그랬나 싶다.

 

 분명 시은의 등장과 함께, 피를 타고 올라오던 불은 얌전해졌었다. 세희의 집을 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뒤, 씻고 침대에 누웠을 때도. 그리고 오늘, 집을 나서기 전까지도 그는 시은의 허락을 받아낸 것에 내심 뿌듯해하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하기 바빴다.

 

 조금 더 잘 보이고 싶어 노력하는 성실한 남자가 그의 아침을 주도했다.

 

 

 

 그랬는데. 세희를 마주한 순간 그의 마음속 성실한 남자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본능에 눈을 뜬. 완전체 격의 늑대가 도사리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잊고 끄지 않은 불은 언제 어디서 터져버릴 지 모르는 수류탄과도 같다.

 

 그는 당연히 자신이 항상 알고 있던 귀여운 세희가 저를 반겨줄 줄 알았다. 그렇게 자극적인 모습이 아니라.

 

 과한 화장과 노출이 심한 옷은 사내 규정에 어긋나는 지라, 지금 세희가 입고 있는 옷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정석이라 할 법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은은하게 칠한 눈 화장에 살짝 빼어낸 눈 꼬리. 한듯 만듯하여 촉촉하게 윤이 나는 앵두 같은 입술. 지원에게 잘 보이고자 입은 치마.

 

 세희는 그냥 단순하게, 기분 전환 겸 그에게 더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항상 즐겨 입던 바지 대신 치마를 택했다. 지원이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뜨거운 용암을 끓이고 있다는 것은 절대 모를 일이었다.

 

 

 

 세희의 다리가 저렇게 예뻤었나? 왜 저렇게 새하얀 거야?

 

 

 젠장.

 

 오늘 왜 저렇게 예쁜 거지?

 

 몸 안에 가득찬 이 열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몰라 얼굴 위로 난감한 기색이 피어올랐다.

 

 

 

 답답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지원은 부엌으로 들어가 식탁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시은에게 꾸벅. 정중하게 상체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시은이 살가운 태도로 그를 자리로 이끌었다. 비록 지원이 세희를 잡아먹으려던 늑대 놈이고 세희가 지원으로 인해 마음 아플 수 있을 지라도.

 

 지금 그는 시은의 예비 사위이자 귀한 손님이었다. 그래서 가족처럼 그를 대할 수 있었다.

 

 “어, 들어왔으면 빨리 오지 왜 이리 늦게 왔어. 어서 앉아, 국 식겠다.”

 

 그 모습에 지원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한동안 서있던 자리에서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다.

 

 문 여사로부터 얻어먹어 보지 못했던 따뜻한 밥 한 끼. 세희가 데려가준 할매 국밥 집에서 한 끼 먹었다 생각했는데. 세희가 제게 해준 그 한 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세희를 통해서 그가 먹는 따뜻한 한 끼가 그녀와 함께하는 순간에 비례하여, 한 끼가 두 끼가 되고. 그렇게. 점점 텅 빈 속을, 마음을, 따뜻하게 가득 채워 간다.

 

 지원은 시은이 앉으라고 한 자리에 앉으며 아무도 모르게 찬찬히 시은과 세희를 한 번. 그리고 식탁에 차려져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음식들을 한 번 눈에 담았다.

 

 좋다.

 

 지금 같은 이 순간이 계속 되었으면 좋을 만큼.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며 살 수 있기를.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이렇게 먹는데, 강 서방 입맛이랑 맞을지 모르겠네. 한 번 먹어 봐. 어때?”

 

 시은은 눈을 빛내며 지원의 평가를 기다렸다. 아무리 요리를 한 지 20년이 넘었어도,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떨리기 마련이다. 남편에게 첫 요리를 선보였을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예비 사위의 잘생긴 외모에 기가 죽었나?

 

 

 

 지원은 시은이 담백하고 구수하게 끓여낸 청국장이 담겨있는 뚝배기에 숟가락을 가져갔다.

 

 공장적이지 않은, 정말 시골스럽고 사람 냄새 나는 향에 절로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그는 시은의 물음에 답해줘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식사에 집중한 상태로, 서서히 밥 한 그릇을 뚝딱뚝딱 비워나갔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시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겉으로는 정말 화려하고 다 가졌을 것처럼 보이던데. 밥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나?’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시은은 지원의 깊은 속사정까지 모르고 있었다. 겉을 보고 속까지 판단하지 마라는 최고의 표본이 지원이지만, 재벌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나오는 위화감은 어쩔 수 없이 겉을 더 보게 만든다. 그래서 시은에게는 지원의 이런 면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매사 완벽하고 각이 딱딱 떨어지면 그거, 무슨 재미로 살아.

 

 사람답게 살아야 사는 재미가 있지.

 

 시은은 조용히, 지원의 대답을 종용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세희와 지원을 관찰하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지원이 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가슴 절절하게 말하며 얘기할 때만 해도 ‘아, 저 남자가 우리 딸을 정말 아끼는 구나. 남자가 더 사랑하는 구나.’ 했었는데 지금 보니 모르겠다.

 

 세희는 자신의 밥공기를 비워나가는 와중에도 이거 먹어보라, 저거 먹어보라며 지원의 숟가락 위에 반찬을 얹어주기 바빴다.

 

 저 기집애가. 엄마 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대놓고 애정표현 중이시다.

 

 

 

 시은은 세희에게 주었던 시선을 지원에게로 옮겼다. 제 딸이 시원시원하게 밥공기를 비워나가는 애인을 보며 흐뭇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면, 반대로.

 

 사위될 남자는 딸이 올려다주는 반찬을 받아먹으며 고맙다는 눈빛을 보낸다. 그 속에는 세희를 향한 애정과 사랑이 가득하다 못해 넘쳐흘렀다.

 

 신혼부부 이상의 깨소금이 쏟아졌다.

 

 아아, 세희 아빠, 성환 오빠. 우리 딸 이미 저 놈한테 푹 빠졌소.

 

 내가 저 어여쁜 연인들 보며 느끼는 감정만 해도 상실감, 흐뭇함, 허무함 등의 여러 감정이 느껴지는데. 나보다 세희를 더 어여삐 아끼는 당신은 어떻것소?

 

 예쁘게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아 보기 좋지만, 저 놈에게 딸을 보내며 눈물 콧물 바람 날릴 남편을 생각하니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웠다. 겉은 단단하고 무섭다고 소문이 나 있어도, 알고 보면 한없이 여린 남편이니 말이다.

 

 아아, 여보. 역시 세상 살면서 서로 믿고 의지할 사람은 부부라더니. 우리 딸은 이미 조금씩 우리 품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소. 다 큰 딸, 놓아주고 둘이서 백년해로 합시다.

 

 

 

 “흠. 흠.”

 

 분명 지원과 아침 식사 자리를 함께해도 좋다며 허락을 한 건 시은 본인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졸지에 사이좋은 연인 사이에 껴버린 꼴이 되었다. 어색함에 헛기침만 나왔다.

 

 시은과 눈이 마주친 세희는 그녀를 앞에 두고 너무 지원에게만 집중한 것이 부끄러워 시선을 피했다.

 

 “아. 맛있는 식사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늘 먹는 양만큼 준비해오던 거라 별로 힘든 일은 아니야. 그러니까 이렇게 종종 식사 같이 하는 게 어떨까?”

 

 “정말입니까? 저야 말로 좋습니다.”

 

 시은은 하루 빨리 성환에게 지원을 소개 시켜주고 싶었다. 그녀의 성격대로, 망설임 없이 시원시원한 말이 흘러나왔다. 질질 끄는 것보다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래 산 사람으로서의 감으로 얘기하건대, 너희를 위해서라도 일을 빨리 진행 시키는 게 나을 것 같거든.

 

 “그럼, 다음에 괜찮다면 우리 남편이랑 같이 자리해도 괜찮을까? 나랑은 다르게 우리 남편,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강 서방이 우리 남편 허락까지 받아낸다면, 나는 다른 말 필요 없이 남편의 뜻을 존중해서 너희들 결혼. 나도 완전히 허락할 거야.”

 

 

 

 즉, 모든 것은 세희의 아빠에게 달려있다는 것. 성환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세희와 결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는 말이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강 회장처럼 쉽게 넘을 수 없는 존재와도 같아서, 세희의 아버지를 설득할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지금 이렇게 생각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나 싶지만.

 

 시은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올려다보더니 지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 서방, 먼저 출발해. 출근해야지. 세희는 내가 차 태워서 데려다줄게.”

 

 “아니오, 세희 씨랑 같이 제 차 타고 가시죠. 세희 씨 출근 시켜놓고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강 서방, 너무 반듯하다. 내가 왜 연인들의 시간을 방해하면서까지 굳이 둘이 갈 수 있는 출근길을 막아서겠니. 나도 내 남편 보러 가야 한단다.

 

 “에이, 우리 딸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세희 좀 빌려달라는 건데. 안 되는 건가?”

 

 “그러시면 얘기하고 내려오세요. 밑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지원은 현관을 나서기 전,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세희를 내려다본 뒤 집을 나섰다. 몇 분 뒤에 다시 볼 텐데 그렇게 좋은가?

 

 

 

 시은은 부엌으로 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세희야, 잠깐만 앉아 봐.”

 

 어제까지는 세희의 문제로 너무 진지하게, 걱정만 가득해서 분위기가 무거웠는데. 오늘부터는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무거운 건 나랑 안 맞아.

 

 분위기를 잡지 않고 그저 지나가는 듯이.

 

 하지만, 내용은 진지하게. 지원의 결혼에 대한 간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다. 이제는 세희의 의견이 궁금했다.

 

 “엄마가 생각해봤는데, 너 몇 살쯤에 결혼할 계획이었어?”

 

 그릇을 씻느라 세희와 등을 진 상태였다. 그래서 세희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말투를 보니 결혼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는 듯하다.

 

 적어도 언제쯤에는 결혼 하겠다 정도는 염두 해 두고 있어야지. 내가 원해서 하고 싶을 때 당장 할 수 없는 게 결혼인데.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아직 생각 안 해봤다니까?”

 

 시은은 설거지를 마치고 세희와 함께 집을 나섰다.

 

 

 

 “너, 강 서방은 네가 인턴만 마치면 당장이라도 결혼할 것처럼 그러던데. 지금부터라도 생각해봐. 내 눈에도 강 서방이 널 끔찍이 아낀다는 게 보여. 강 서방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마. 마음에 결정이 선 게 있으면 망설여서는 안 돼. 잘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엄마 마음은 항상 네가 걱정 돼.”

 

 “응. 생각해볼게.”

 

 진지하게 생각하려 하니 주변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소리마저 고요했다. 그저 시은을 따라 1층으로 내려왔다.

 

 시은은 입을 앙 다문 채 생각에 빠진 세희를 바라보다 그녀의 등을 살며시 밀었다.

 

 “?”

 

 “가 봐, 저기 강 서방 너 기다린다. 엄마는 이제 갈게.”

 

 “응. 엄마도 조심해서 들어 가.”

 

 

 

 해맑게 웃으며 제게 손을 흔드는 세희는 그렇게 그녀의 곁에서 지원의 곁으로 걸어갔다. 애 같던 딸이 어느덧 아가씨가 되고, 남자를 만나 이렇게 제 곁에서 머무는 시간을 짧게 한다.

 

 지금 느끼는 마음도 어딘가 허전하기 짝이 없는데, 정말 내 딸 시집보낼 날이면 그때는 어쩌지.

 

 시은은 허전해지기 시작한 마음을 뒤로 하고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 자신의 차로 갔다.

 

 

 

 어쩌긴, 내 남편 보러 가야지. 가서 웃고 울고 떠들고 그렇게 살아야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반전을 사랑한 남자 완결 안내 2017 / 7 / 28 581 0 -
81 제 80 화. 외전(2) - 그대를 바라다 (完) 2017 / 7 / 28 368 0 12984   
80 제 79 화. 외전(2) - 그대를 바라다 2017 / 7 / 28 310 0 8901   
79 제 78 화. 외전(1) - Love in France 2017 / 7 / 28 288 0 7659   
78 제 77 화. 그대가 있어 행복하다 2017 / 7 / 28 309 0 10895   
77 제 76 화. 해후(邂逅). 사랑합니다 2017 / 7 / 26 288 0 12784   
76 제 75 화. 서로 아끼며 사랑해 나가겠습니다 2017 / 7 / 26 303 0 9029   
75 제 74 화. 사랑해서 그런가 보다 2017 / 7 / 26 325 0 12591   
74 제 73 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017 / 7 / 26 293 0 8661   
73 제 72 화. 날아간 총알의 끝에는 2017 / 7 / 26 309 0 7440   
72 제 71 화. 구슬픈 진동소리 2017 / 7 / 26 304 0 10599   
71 제 70 화. 폭풍전야 2017 / 7 / 24 305 0 9231   
70 제 69 화. 이 남자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 2017 / 7 / 24 314 0 12421   
69 제 68 화. 사랑은 성숙하게 만든다 2017 / 7 / 24 292 0 10196   
68 제 67 화. 성숙함을 위한 기다림 2017 / 7 / 24 296 0 8136   
67 제 66 화. 방아쇠를 당기다 2017 / 7 / 24 280 0 7235   
66 제 65 화. 오늘 밤은 안 재울거니까 각오해 2017 / 7 / 24 294 0 10142   
65 제 64 화. 딸 주기 싫은 아버지의 밀당 2017 / 7 / 21 299 0 7785   
64 제 63 화. 무섭다고 겁먹지 말고. 망설이지도 … 2017 / 7 / 21 310 0 8261   
63 제 62 화. 아련한 불빛이 흩어진 밤, 넘어가다 2017 / 7 / 21 313 0 9973   
62 제 61 화. 본능과 끊임없이 싸우며 노력하는 … 2017 / 7 / 21 288 0 6519   
61 제 60 화.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야 2017 / 7 / 20 303 0 6300   
60 제 59 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는 법이 없… 2017 / 7 / 20 305 0 7420   
59 제 58 화. 그러니까, 못 놔 줘 2017 / 7 / 20 287 0 8692   
58 제 57 화. 텅 빈 속을, 마음을, 따뜻하게 가득 … 2017 / 7 / 20 297 0 8089   
57 제 56 화. 사랑 때문에 무릎 꿇은 남자 2017 / 7 / 20 293 0 8720   
56 제 55 화. 그래, 사랑이 뭐 별 거 있나 2017 / 7 / 20 290 0 8629   
55 제 54 화. 허공에 대고 불러보는 간절한 이름 2017 / 7 / 20 308 0 6552   
54 제 53 화. 뜨거운 태양 아래 홀로 싸우려는 남… 2017 / 7 / 19 293 0 7397   
53 제 52 화. 어림도 없지 2017 / 7 / 19 286 0 6555   
52 제 51 화. 덮쳐, 말아? 2017 / 7 / 19 275 0 7095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콩깍지라는 마법
샤뚜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