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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9화. 피워낸 사랑을 너에게 꺾어줄게
작성일 : 17-07-20 10:41     조회 : 305     추천 : 1     분량 : 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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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이 산길 덮어 바람 따라 물결치더니/바람, 하늘에 몰아쳐 눈송이 먼지처럼 자욱하네/강가의 흰 것 모래 아님에도 기러기는 내려앉고......』

 

 “눈을 생각하면 이런 느낌이야?”

 “응.”

 

 겨울에 내놓을 미니 앨범 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내년 봄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짧게 활동할 계획이라 마음이 더 조급했다. 이번 작업에서는 옥봉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싶었다.

 

 옥봉에게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그녀가 없는 동안 내내 신후의 머릿속을 맴돌던 멜로디였다. 그녀가 기타 선율에 맞춰 까딱까딱 고갯짓을 했다. 고요한 강물 위로 흩날리는 눈을 떠올리며 만든 멜로디였다. 옥봉의 크고 맑은 눈망울을 떠올리며 만든 것이기도 했다.

 

 『창 밝아 홀연 날이 새니, 시름 많은 사람 겁나게 하네/강남에는 오늘쯤 매화 피었을 텐데......』

 

 “참 신기하다.”

 “뭐가?”

 “시가 이렇게 술술 나오는 거 말야.”

 “안 그럴 때도 많아. 이상하게 네 멜로디만 들으면 더 잘 떠올라.”

 

 옥봉이 그에게로 온 이유가 이 때문일까. 그녀의 시와 신후의 멜로디.

 

 “천천히 생각해도 돼.”

 “그래. 걱정 마.”

 “아까 신영 누나랑 무슨 얘기 했어?”

 “한시 번역이랑 또......”

 “또 무슨 얘기?”

 

 신영이 오후 내내 그녀와 무언가를 얘기하다 돌아갔다. 신후는 두 사람 사이에만 오갈 수 있는 대화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내 거처 문제.”

 “거처?”

 “당장 오늘이라도 언니 집으로 옮겨도 된다구.”

 “음.”

 “넌 어떻게 생각해?”

 

 옥봉과 재회했다는 기쁨에 앞으로의 문제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가 신후의 집에 계속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옥봉이 언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신후의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우리 재민이네 놀러 가자.”

 

 옥봉이 홀연히 사라지지 않을 방법을 재민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알고 있어야만 했다.

 

 ***

 

 “송기자. 결국 아무것도 못 건졌어?”

 “그렇죠, 뭐.”

 “천하의 송유리도 에단한텐 못 당하네.”

 

 유리는 노트북을 열어 사진 파일을 클릭했다. 신후와 소라가 카페에서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분명 뭔가 있는데. 친선대사 건부터 낌새가 좀 이상했어.”

 “현재까진 심증만 있다는 거 아냐? 그럼 애매하게 터뜨리던가.”

 “그러기엔 뭔가가 부족해.”

 “근데 왜 그렇게 에단을 못 건드려 안달이야?”

 “제가요? 오해하지 마세요.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어요.”

 

 유리는 데뷔 오년차 이하 연예인들의 스캔들이 전문이었다. 잘 나가는 아이돌의 열애설부터 신인 배우의 숨겨진 가정사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스캔들 중 여럿은 다름 아닌 그녀의 솜씨였다.

 

 하지만 에단리 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로맨스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에 뮤지션으로서의 재능, 명문대 재학생이라는 스펙까지 겸비한 그에게 변변한 스캔들조차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에단리는 유리의 승부욕을 묘하게 자극하는 구석이 있었다.

 

 “에단리한테 뭐든 하나는 캐내고 말 거예요. 올해 목표랍니다.”

 “그래. 꼭 성공해라.”

 

 유리는 일단 주변 인물, 특히 여자들을 중심으로 꼼꼼히 점검해볼 생각이었다. 그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여자들을 캐다 보면 무언가 하나는 나올 것 같았다.

 

 “백소라, 민주희.”

 

 유리는 에단리 주변의 최측근인 두 사람을 먼저 만나보기로 했다.

 

 “둘 다 만만친 않겠군.”

 

 ***

 

 “저희 집을 방문한 첫 번째 여자 사람이네요.”

 

 재민이 호들갑을 떨며 신후와 옥봉을 맞았다.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재민의 집은 멋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와, 너무 예쁘다.”

 

 옥봉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가 현세에 와서 살아본 집이라고는 너저분하고 좁은 신영의 집과 휑한 신후의 집이 전부였을 터.

 

 “우와, 이런 건 어떻게 만들어요?”

 “옥봉씨가 감탄하는 거 보니까 내가 인테리어를 잘하긴 했나보다. 여자들한테 먹히겠어.”

 

 옥봉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이자 신후 역시 그녀의 시선을 따랐다.

 

 “옥봉아, 너 이런 거 좋아했어?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거 별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조선에선 손재주도 꽤 발휘했었지.”

 “뭐 할 줄 아는데?”

 “자수, 도자기 공예, 목공, 바느질. 손으로 하는 건 다 좋아했어.”

 “그랬구나.”

 

 재민이 배달 음식들을 하나둘 가져왔다.

 

 “지난번에 보니까 옥봉씬 치킨 좋아하더라.”

 “맥주랑 치킨 다 좋아해요. 치맥!”

 “와, 옥봉씨 여기 사람 다 됐네. 치맥도 알아요?”

 “그럼요. 신영 언니랑 살 때 치맥 자주 먹었어요.”

 “누나가 치맥 마니아긴 하지.”

 

 재민이 옥봉의 잔에 맥주를 한가득 따랐다. 거품이 차올라 바닥이 흥건해졌다.

 

 “재민아, 옥봉이가 지난번처럼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확신은 없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하던 작업을 완성하면 옥봉씨가 사라지게 되는 거 같아.”

 “그 반대는?”

 “그게 좀 이상해. 과거로 갈 땐 두 사람이 작업을 완성해야 하는데 현재로 올 땐 그렇지 않거든.”

 

 옥봉이 무언가를 회상하듯 맥주잔을 허공에 내둘렀다. 옥봉은 시의 마지막 구절을 완성하지 못한 채 매번 현세로 오곤 했었다.

 

 “맞아요. 과거에서 여기로 올 땐 항상 시 한 편을 완성하지 못했어요. 마지막 구절을 떠올리던 중에 눈을 떠보면 어느새 이곳이었죠.”

 “바로 그거예요!”

 “뭐가요?”

 

 신후도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재민과 눈맞춤을 했다.

 

 “재민아, 너 나랑 같은 생각인 거지?”

 “응.”

 “옥봉이 네가 여기 온 이유는 나랑 같이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야. 조선에서 끝내지 못한 시를 나랑 함께 완성하는 거지.”

 “빙고!”

 

 옥봉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두 번의 시간여행은 모두 동일한 상황에서 출발했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할 때 오가는 것도 가능하단 뜻이죠?”

 “그렇죠.”

 “원하면 언제든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

 

 『나의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조각구름과 빛나는 별들이/끝없이 펼쳐있는/구석진 그 하늘 어디선가/내 노래는 널 부르고 있음을/넌 알고 있는지』

 

 “무슨 노래야?”

 

 윤찬은 아침부터 주희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알 듯도 모를 듯도 했다.

 

 “오빠, 음원 사이트에서 ‘너에게’란 곡을 검색하면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게 돼.”

 “그래? 그게 왜?”

 

 주희는 또다시 노래를 읊조렸다.

 

 『나의 정원을 본적이 있을까/국화와 장미 예쁜 사루비아가/끝없이 피어있는/언제든 그 문은 열려있고/그 향기는 널 부르고 있음을/넌 알고 있는지』

 

 “내가 에단 오빨 좋아하는 이유도 똑같아.”

 “넌 가끔 선문답 같은 걸 하더라. 네 매니저 생활 오 년차지만 갈수록 네 속을 알 수가 없어.”

 “무슨 얘기냐면 세상에 많고 많은 노래, 많고 많은 목소리, 많고 많은 남자들이 있지만 에단리는 딱 한 사람뿐이란 거야.”

 “그야 그렇지.”

 

 주희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신후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음에 스스로도 놀라는 요즘이었다. 학창시절 훈남 교생을 짝사랑하듯, 그저 스쳐가는 여고생의 마음 같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세상에 딱 하나뿐인 누군가를 한눈에 알아봤단 게 참 신기하지 않아?”

 “주희야, 너 에단한테 너무 집착하지 마. 그러다 혼자 상처만 받고 끝나는 수가 있어.”

 “난 괜찮아.”

 “괜찮다구?”

 “한눈에 알아보고 맘껏 마음을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거야. 거기다......”

 

 지금은 곁에 없는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스무 살에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그들은 오래도록 함께 살며 사랑하지 못했다. 심장 발작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엄마. 그리움에 지쳐 끝끝내 그녀를 뒤따라간 아빠. 어쩌면 그들은 더 오래도록 사랑을 지켜가고 있을까.

 

 “거기다 뭐?”

 “내 눈으로 그 사람을 볼 수 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 그건 정말 행복한 일이야.”

 “사랑에 빠진 자는 누구나 도인이 된다더니. 네가 딱 그러네.”

 

 신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가지지 못한, 혹은 되지 못한 무언가 때문에 인간은 항상 굶주린 존재라는 것.

 

 “오빠. 그동안 참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어. 다른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는 말을 마도 모르게 믿고 있었나 봐. 나란 사람한텐 정말 부족한 게 없다고 착각했었어.”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잖아.”

 “날 욕하는 것도 사람들이 날 질투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 참 바보 같았어.”

 “주희 너 정말 왜 그래? 진짜 도인된 거 같아서 소름 돋는다.”

 

 『나의 어릴 적 내 꿈만큼이나/아름다운 가을 하늘이라/네가 그것들과 손잡고/고요한 달빛으로 내게 오면/내 여린 맘으로 피워낸 나의 사랑을/너에게 꺾어줄게』

 

 “내 여린 맘으로 피워낸 나의 사랑을 너에게 꺾어준다...... 이런 일이 나한테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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