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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네게 반한 시간
작가 : 신귀빈
작품등록일 : 2017.7.17

"밤새 생각해봤는데, 저 마음 먹고 그쪽 꼬셔보려구요." 삼 년째 예능PD 입사 시험을 준비 중이던 백수 차이영! 어느 날 실연 직전의 친구 주희의 전화를 받고 청담동 카페 '태'로 달려 간다. 하지만 이성 보다 감정이 앞선 이영은 주희의 전 남친, 영우 선배의 턱 밑에 어퍼컷을 날리고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 카페 사장 윤태배는 기막힌 계약을 제안한다. 27세 백수 차이영과 스윗남 윤태배의 사랑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2화. 왜 이제야 옵니까?
작성일 : 17-07-20 00:04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5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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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카페 ‘태.’

 

 하지만 태배의 발 빠른 대처 덕에 실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존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청담동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치솟아있는 아치형 천장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샹송음악은 마치 이곳이 프랑스 거리의 한 가운데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는 외모의 태배는 방금 스쳐지나간 한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하나로 묶은 포니테일 머리가 찰랑거렸던 이영이었다. 카페 안의 손님들은 수박바씨발라를 쳐다보느라 몰랐겠지만 태배는 분명히 목격했다.

 

 테이블 아래 놓인 이영의 떨리는 두 손을.

 

 태배의 눈 속에 원인 모를 두근거림이 깊숙이 박혔지만 그녀는 전혀 굴복하지 않고 영우를 향해 시원하게 어퍼컷 한 방을 날려주었다.

 

 톡 쏘는 사이다같은 청량감 있는 여자였다.

 

 실제로 오랜만에 보는 캐릭터라 호기심이 동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왠지 십 년 전 자신의 여동생을 닮은 것 같아 더욱 눈길이 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였다.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던 최신형 휴대폰이 부르르 떨렸다. 발신자는 할 수만 있다면 수신거부 설정을 하고 싶은 태배의 엄마 한여사였다.

 

 “아드을- 어디야?”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한여사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것도 1차 연막임이 분명했다. 암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죠.

 

 “청담동이요.”

 “우리 아드을, 그랬구나! 프랑스에서 귀국했다더니 엄마한텐 연락 한 통도 없고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 누굴 닮아 이럴까아아?”

 

 그야 매번 한여사님의 속을 썩이는 제 아버지 윤성수 회장님이겠지요.

 

 “엄마, 죄송한데 서론만 해요. 피차 선수끼리.”

 

 태배가 쏘아붙였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한참의 침묵이 들리더니 곧 의자 빼는 소리와 하이힐 또각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어디론가 장소를 이동한 한 여사가 찰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싹퉁바가지 밥 말아먹은 눔아아아!”

 

 한여사의 반응에 태배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러게 왜 마음에도 없는 연기를 하고 그러십니까?”

 “이 녀석아! 네 아빠가 옆에 찰떡처럼 붙어있는데 어떡해. 나도 체면이 있지. 너 자꾸 이럴거야아?”

 “한여사님. 저 진짜 연애고 결혼이고 관심 없어요. 차라리 고자아들 하나 뒀다고 생각하십쇼. 신은 공평하니까요. 한 사람한테 모든 걸 다 주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뭐? 고자아아-”

 

 수화기 너머로 한여사의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자.

 

 고자라는 단어는 태배와 한여사 사이에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였다. 한여사가 태배의 선 자리를 주선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금기의 단어였으니.

 

 태배는 한여사의 억센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전에 통화 버튼을 눌러 꺼버렸다.

 

 프랑스에서 귀국한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첩첩산중이구만.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여느 재벌 삼 세들처럼 자신도 정해진 수순을 따라 정략 결혼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한여사가 지금 이렇게 태배의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는 그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십 년 전의 그 아이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리라. 그런 한여사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기에 태배는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왔다.

 

 순간 태배의 눈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카페 ‘태’의 VIP고객 명부가 띄었다. 카페에서 정해놓은 기준 포인트를 상회하는 고객들에게는 분기별로 이벤트도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눈에 띄는 이름 하나가 보였다. 바로 김주희라는 여자 고객.

 

 그녀는 바로 태배의 카페에 수박바씨발라와 함께 동행해 온갖 막장 드라마를 보여주고, 허구헌 날 창가에 앉아 눈물 바람을 뿌렸던 여자였으며, 오전의 잊지 못한 어퍼컷 사건의 원인 제공자이기도 했다.

 

 태배는 그녀를 알지만, 그녀는 태배를 모르는. 순간 태배의 머리에 좋은 묘책 하나가 떠올랐다.

 

 “여기 잠깐만요.”

 “예. 사장님!”

 “저희 카페 VIP고객 중에서 김주희라는 여자 분 전화번호 좀 전송해주세요.”

 “예? 그건 왜 갑자기…”

 “왠지 제 인생에 오작교가 되어주실 분 같아서요.”

 

 의문스러운 태배의 웃음이 카페 위로 흩날리는 순간이었다.

 

 

 ********

 

 

 ‘이영아, 넌 내 인생에 하나밖에 없는 오작교야! 영우 오빠랑 예쁘게 사귈게.’

 ‘오작교는 무슨. 연애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거다, 너?’

 

 고개를 숙이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이영의 귓가에 주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이영의 귓가에 들리는 환청을 깡그리 무시하듯 주희는 카페를 나간 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하긴. 꽤나 상처 받았을 거야. 그 와중에 동영상 찍던 미친 놈들도 있던데 뭐.

 

 순간 이영의 휴대폰 화면으로 카카오톡 알림이 떴다. ‘취못넋’이라는 단톡방이었다.

 

 마치 무협 소설 제목 같기도 한 ‘취못넋’의 뜻은 ‘취업 못한 사람들의 넋두리’였다. 덧붙이자면 스무 살 때 이영이 처음 가입했던 봉사동아리로 현재 취업을 한 사람들은 거의 탈퇴를 했고, 취업을 하지 못한 몇몇 사람들만 남아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단톡방이었다.

 

 이영이 단톡방을 열람하자마자 취못넋의 회장 김미영이 포문을 먼저 열었다.

 

 [야, 에블바디 집중, 집주웅! 대박 대박 초대박 사건!]

 

 그러자 그 밑으로 취못넋의 몇몇 멤버들이 십 초도 되지 않아 답신을 달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아, 공부를 이렇게 좀 해봐라.

 

 →[뭔데요? 무슨 일 났어요?]

 →[회장니임, 또 별 거 아닌 거 갖고 그러기 있긔 없긔?]

 

 그러자 회장 김미영의 칼답이 약 삼 초만에 날아왔다.

 

 [취업 못해 우울한 망생들이여! 모처럼 기쁜 소식에 풍악을 울려라! 회식 소식이니라 ♡]

 

 →[회식? 갑자기 무슨 회식? 회장 너 드디어 미친거삼? 요즘 우리 형편 몰라서 그러는 거임?]

 →[아니, 교통비 받기도 눈치 보이는 백수인데 지금 사람 놀려요? 참나.]

 

 냉랭한 회원들의 반응에 회장 김미영은 잠깐 주춤했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른 자신있는 분위기,

 

 [아냐, 아냐! 이번엔 그냥 몸만 오면 돼. 몸만.]

 

 →[왜? 왜? 어디서 복권이라도 당첨됐삼?]

 →[아, 궁금해 죽겠으니까 빨리 말해봐요! 요즘엔 핵사이다가 대세인 거 몰라요옷!]

 

 그러자 단톡방에는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곧이어 취못넋의 회원들과 이영의 심장을 바운스하게 만들 단 한 줄의 대화창이 떴다.

 

 [이 병신들아! 유민 선배가 밥 사주신대!!!!!!!!]

 

 →[헐. 대박.]

 →[이거 실화 맞음? 그 선배 외국간 거 아니었음?]

 

 유민 선배? 진짜 그 유민 선배에에에?

 

 대화창을 확인한 이영의 볼이 복숭아처럼 붉그스름하게 물들었다.

 

 [몇 달 전에 귀국했대. 근데 더 대박인 건…]

 

 김미영 회장의 말 끝 흐리기 기술에 취못넋 회원들은 이성을 잃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빨리 말해! 지금 당장 쳐!]

 →[회장, 빨리 말해줘요! 왜 이렇게 뜸 들여! 쑥방 한의사가 꿈이냐아아-]

 

 [우린 평생 죽었다 깨어나도 꿈도 못 꿀 그 동네, 청담동에 병원 차렸대!]

 

 회식이든, 몇 달 전 귀국이든, 청담동 개업이든 그런 건 상관없었다.

 

 스무 살 대학을 입학한 후로 제대로 된 연애 경험 한 번 없었던 이영에게 지유민이라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었다.

 

 음, 간략히 표현하자면 막 죽을 것 같이 짝사랑했던 사람은 아닌데 TV속에 나오는 아주 멋진 남자 배우를 향한 격렬한 팬심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이 기분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바라만봐도 부끄럽고 두근거리는?

 

 그런 사람이 바로 이영이 누볐던 캠퍼스의 소문난 훈남 선배, 지유민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김미영 회장의 폭탄 공지로 취못넋 단톡방은 연신 울려대는 알람으로 터질 지경이었다. 미리 단톡방 공지를 확인하지 못했던 타회원들까지 답신을 보내는 바람에 ‘까똑’이라는 알람 소리가 ‘까, 까, 까까, 까라락, 똑, 똑, 또옥’이라는 괴상한 알람음으로 변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취못넋 단톡방의 재부흥이었다. 이 틈을 타 김미영 회장이 총 20명쯤 되는 회원들을 향해 명령했다.

 

 [회식 갈 사람, 지금 당장 줄 서! 유민 선배가 무조건 다 참가하랬어.]

 

 →[꺄아아- 저요, 저!]

 →[회장, 나도 나도! 내 이름 안 헷갈리게 제대로 표기해! 확인할거야!]

 →[아, 육개월 된 백수 생활. 부모님 눈치 보여 메이크업도 못한지 넘 오래됐는디. 유민 선배, 절 가져요! 흑흑]

 

 하지만 모두들 신이 난 가운데, 이영은 쉽사리 참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없었다. 그래도 이십 칠 평생 동안 고이 가슴에 간직해왔던 롤모델이자 우상인데 이렇게 개털 날리는 백수의 모습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더욱이 단 일 퍼센트의 호감이라도 있었던 사이라면! 한번 생각해보라, 세상 어느 여자가 관심 있었던 남자 앞에 짠내 나는 백수로 나타나고 싶을지.

 

 그래서 이영은 연신 울려대는 취못넋의 카톡 알람을 조심스럽게 꺼버렸다.

 

 휴, 정말 되는 게 없는 하루였다. 스무 살 같았으면 있는 용돈 없는 용돈 탈탈 털어 빡시게 꾸미고 나갔을터인데.

 

 그리고 엎친데덮친격으로 올려다 본 하늘은 먹구름마저 몰려오고 있었다.

 

 곧이어 불행한 예측은 늘 빗나가지 않듯이,

 

 우르르 쾅쾅!

 

 하고 하늘이 두 쪽나는 소리가 들리더니 소낙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아이고, 재수 없는 년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이영은 세차게 내리는 빗속을 뛰어가며 추리닝에 달린 후드 모자를 뒤집어썼다.

 

 이렇게 우울하고 되는 거 없는 날에, 딱 유민 선배 같은 사람이 우리 집 앞에 찾아와서 ‘이영아, 고생했어. 힘들었지?’라고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역시 여름 비는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영화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커플들이 내리는 비를 일부러 맞으며 장난 치듯이.

 

 그렇담, 나도오오오-

 

 이왕 홀딱 젖은 것 이영은 한번 미친 척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부모님은 분식집에서 일하고 계실 것이고, 내 동생 놈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갔을테니.

 

 이영은 추리닝 상의 호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냈다.

 

 그리고 소낙비가 오든 말든 자칫 잘못돼 감전이 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오를 외치며 양쪽 귀에 이어폰을 연결했다.

 

 곧이어 흘러나오는 음악은 매력적인 흑인 듀오 ‘Barbara가 부르는 Lovers concerto!’였다.

 

 그렇게 이영은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골목길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아마 이웃집 여섯 살짜리 꼬마가 보면 ‘엄마, 저 누나 미쳤나봐아아-’라며 도망갈 조잡스러운 포즈로.

 

 그때였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물 사이로 매끈하게 잘빠진 스포츠 카에 기대 서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왼쪽 손에는 멀리서 보기에도 값비싼 브랜드 로고가 박혀있을 것 같은 고급 수제 우산에, 오른쪽 손에는 연갈색 포장지에 곱게 쌓인 프리지아 꽃다발을 든 채.

 

 그리고 그 남자는 마치 꿈결처럼 이영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다가왔다.

 

 쿵, 쿵쿵, 쿵.

 

 남자의 앞뒤 재지 않는 걸음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물기를 머금은 공기 위로 프리지아 향기가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왜 이제야 옵니까?”

 “예?”

 

 이영의 앞에 도착한 남자가 말했다. 당황함으로 얼룩진 이영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하지만 크게 튼 음악 소리 때문에 이영의 귀가 잘 들리지 않자, 그가 큰 손을 망설임 없이 뻗어 왼쪽 귀의 이어폰을 빼고 말했다.

 

 “이렇게 얇게 입고 다녀도 되는 겁니까? 감기는 안 걸립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됐고 이거나 받아요. 언제 올지 모를 그쪽 기다리느라고 하루 다 썼으니까.”

 

 그리고 남자는 이영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오른쪽 손에 들고 있던 프리지아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얼떨떨한 기분의 이영이 프리지아 꽃다발을 내려다본 순간 그녀는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프리지아 꽃잎 사이에 가지런히 놓인 축하 카드에는 청담동 카페 ‘태’라는 고급스러운 금박무늬가 박혀 있었던 것이다.

 

 이영을 찾아온 남자는 다름 아닌 카페 ‘태’의 사장 윤태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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