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Fanatic
작가 : 길헤윰
작품등록일 : 2017.6.21

동생이 결혼을 한단다. 그래도 난 그리 상관 없었어. 그와 깊이 관계되지 않으려 했지.
몇 개월 후,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계략/이중인격(?) 남주 #초식계 여주


 
계륵의 꼬리
작성일 : 17-07-19 21:48     조회 : 250     추천 : 1     분량 : 486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계륵의 꼬리

 

 

 

 베니슬린은 어쩐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라이다에게 찬물을 한잔 주고, 그를 진정시켰다.

 

 "괜찮다. 경관에게 신고할 필요는 없어. 네가 많이 놀랐겠구나."

 

 그답지 않게 상냥한 어투였다. 이럴 때의 그는 뭔가 숨기고 있었다. 이유없이 상냥할 사람이 아니었다.

 

 "라이다, 그 앤 곧 돌아올게다."

 

 "어디 계신지 아시는 거군요."

 

 "그래."

 

 그의 대답은 짧았고, 라이다는 침묵했다. 라이다의 시선이 닿은 곳은 황가의 도장이 찍힌 편지봉투였다. 적어도 안전은 보장되는 곳인가. 미묘한 불안함은 여전했다. 일반인인 헤일린을 왜 찾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헤일린 본인도 그랬다.

 

 "격조하셨습니까, 페리헬 영애."

 

 "음, 그런 말투는 그만두세요. 홍독수리의 유명한 마검사께서 이러시면 당황스럽다니까요."

 

 "죄송합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용서하십시오."

 

 황성 친위대 홍독수리. 출신 성분이나 능력, 검술 모두 뛰어나야 들어올 수 있었다. 홍독수리에 입단했다는 건 가문의 엄청난 영광이었으며, 그녀와 대화하고 있는 이는 그 단장이었다. 보통의 기사단장하고는 급이 달랐다. 하이르벤 에블핀. 유서 깊은 공작가의 영식이었다. 작은 나라의 귀족 영애를 대하는 것 치고, 그는 너무 예의바른 태도였다.

 

 "오늘 부르신 건 무슨 일이죠?"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황제 폐하께서 친히 영애를 찾으셨습니다. 비밀리에 말입니다. 잠시 누추한 곳으로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는 지하 창고 중 하나로 들어갔다. 화이트 와인만 가득한 곳이었다. 하이르벤이 벽장 쪽 와인병들을 쭉 훝어보다가, 어느 하나를 빼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벽돌 하나를 눌렀을 뿐인데 뒤에서 소리가 울렸다.

 

 "따라오시죠, 페리헬 영애."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조용했다. 하이르벤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고, 헤일린도 마찬가지였다. 도착한 곳은 벽 앞이었다. 그는 작은 열쇠 구멍을 찾아 벽을 열었다. 놀랍게도, 황제 폐하가 있는 침실이었다.

 

 "이런 비밀 공간, 제게 보여주셔도 되는 건가요?"

 

 "폐하의 명이셨습니다."

 

 베니오 황제와 황태자, 주치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니오 황제는 몸이 쇠약해졌다. 그걸 아는 건 극히 드물었다. 헤일린은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몇번 황궁에 초대를 받았었다.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건 최측근만 아는 사실이었다. 아는 걸 원하지 않았으나, 황족들은 헤일린에게 호의적인 것 같았다.

 

 "황제 폐하, 황태자 전하. 페리헬 영애를 데려왔습니다."

 

 베니오 황제와 바이렌 황태자였다. 그녀가 하이르벤을 따라 한쪽 무릎을 꿇어앉았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 고귀하신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일어나라."

 

 바이렌 황태자의 목소리가 상해있었다. 베니오 황제는 숨만 겨우 쉬고 있는 것 같았다. 70대를 바라보는 황제와, 이제 28살이 된 황태자. 그 그림은 미묘했다. 황궁에선 금기로 삼고 있는 것 같아 헤일린도 말을 아끼지만, 바이렌 황태자는 황태자가 된지 얼마 안 되었다. 아마 원래 황태자가 죽었다든가, 그랬던 것 같다. 베니칼데이아(남성의 성, 혼혈, 순수혈통 아님)는 황태자 자격이 없었다. 오로지 베니칼(남성의 성, 순혈)을 부여받은 자만이 황제가 될 수 있었다. 늦게 황태자가 된 탓에 아직 약혼녀만 있다고 했다. 아버지의 일을 거의 맡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은 미루고 있는 것 같았다. 일도 일이지만은, 아버지가 아픈데 결혼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

 

 "아버지, 그녀가 왔습니다."

 

 "오, 왔느냐."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았다. 베니오의 눈이 떠졌다. 빛바랜 회색 머리카락이 고갯짓에 따라 흔들렸다. 안 본 사이, 더 마르고 아파보였다.

 

 "이리 오너라, 헬린."

 

 여전히 친근하고 애달픈 부름이었다. 이유 없는 호의에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이젠 나름 익숙해졌다. 그는 헤일린이 가까이 와서 앉자 살짝 미소지었다. 얼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려 웃는 것 같았으나, 사실 바이렌 황태자는 무척 안심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아다오, 헬린."

 

 바이렌 황태자는 일부러 더 친근하게 굴어서, 거절할 수 없게 만드려는 것 같았다. 제가 어찌 그런 실례를 범하겠습니까? 라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조심 황제의 손을 잡았다. 주름진 손의 감촉, 그는 마지막 힘이라도 짜내려는 듯 그녀의 손을 세게 쥐려고 했다.

 

 "지내는 건 어떠느냐?"

 

 "폐하의 자비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페닐 라는, 여전히 널 무시하더냐?"

 

 진심으로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었다. 그 진심이 전해져와, 그녀는 왠지 마음이 짠해졌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됐다. 무시당하지 말아라. 넌 귀한 아이니까. 누구도, 널 함부로 대할 수 없다."

 

 헉, 헉. 말을 길게 하니 힘든 모양이었다. 그는 잠시 여유를 두고 숨을 쉬다가, 말을 이었다.

 

 "행복하거라."

 

 "폐하."

 

 어째서 제게 그런 말을 하십니까? 헤일린은 제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몰랐다. 그저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분석하려 애썼다. 농축된 애정과 안쓰러움이 짧은 말 한 마디에 담겨서, 기분이 묘했다. 울면 안되는데, 울 것 같은데.

 

 "내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한다……."

 

 헤일린,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는 눈에 그런 희망을 담은 채 힘을 풀었다. 주치의가 조용히 그의 사망을 살폈다. 하이르벤의 눈에도 눈물 한 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베니오 황제가 서거했다. 유래없이 평화주의였고, 그 영향은 컸다. 존경할 수 있는, 만인의 황제였다. 바이렌 황태자는 황태자가 아니라 아들로 그의 손을 잡았다. 몸이 식어가고 있었다. 버텨왔던 만큼 지쳤는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얼굴만큼은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는데, 헤일린은 실례인 줄 알면서도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무도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주치의에게도 오랜 벗이었다. 누구 하나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한동안 그들은 각자의 슬픔을 삭혔다.

 

 "폐하의 죽음은 일주일 후로 발표될 것이다. 그대도 그렇게 알고 있거라."

 

 "알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아니지, 이제 황제 폐하라고 불러야 할까. 눈동자를 굴리는 그녀에게 가벼운 타박이 돌아왔다.

 

 "난 아직 황제가 아니다. 그대도 이제 돌아가라. 와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헬린."

 

 "예, 하명하십시오."

 

 "그댄 곧 돌아가야 할 거다. 꼬리를 자르고 왔으니 말이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하이르벤이 그녀를 왔던 길로 다시 안내했다. 바이렌은 어딘가 후련한 표정이었는데,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나게 해줬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짐작했다.

 

 "오늘 일은 함구하십시오, 페리헬 영애."

 

 "물론 그러겠습니다."

 

 홍독수리에 밉보여서 좋을 건 없었다. 그간 폐하를 봐온 의리도 있고, 그녀는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베니슬린과 라이다는 그녀가 무사히 돌아온 걸 보고 혼내지 않았다. 아마 황성에 갔다온 걸 눈치챈 걸 거다. 편지를 보내고 오다가 늦었어요. 단지 그말만 했으나, 잔소리는 없었다.

 

 ***

 

 정확히 일주일 후, 베니오 황제가 서거했음을 알리는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가 금일 서거하셨으며, 곧 바이렌 황태자께서 황위에 오르실 예정이다. 평안히 잠을 주무시다 하늘로 가셨다고 하며, 주치의 파르노빌은 그의 수명대로 건강히 살다 가셨다고 한마디했다.'

 

 가장 만만한 파르노빌이 기자들에게 붙잡혔나보다. 그의 표정은 슬퍼보이긴 했으나, 귀찮음이 엿보였다. 온 지역이 그의 서거를 슬퍼했다. 모두 회색 옷이나 검은색 옷을 입었다. 상점에는 검은 깃발이 걸렸다. 베니슬린은 더 우울해보였다.

 

 "교수님, 괜찮아요. 그분은 마지막까지 행복하셨어요."

 

 그에겐 홀로 울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녀의 말에 눈물을 꾹 참다가, '그래.'라는 짧은 대답만 했다. 한동안은 계속 저럴지도 몰랐다. 시간이 그의 마음을 위로해주길 원했다. 그녀가 그를 신경쓸 여유는 곧 없어졌다. 의문스러운 말을 잊어갈 때쯤, 황궁에서 편지가 왔다.

 

 '페닐 라의 시민인 헤일린 페리헬 영애에게. 바이렌 황태자께서 공식적으로 페닐 라를 곧 방문하시어 아놀드 총통의 직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실 것입니다. 페닐 라가 제국령이 된 걸 축하하는 자리이니 꼭 참석해주시어 자리를 빛내주십시오.'

 

 젠장! 황태자의 말이 이거였다. 그녀는 일주일의 기한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걸 어쩌지? 셀리도 위험했고, 차기 황제가 직접 온다는데 안 가면 페리헬 가도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대의 행보를 보고 생각해봤는데, 그댄 도마뱀 같군. 꼬리를 자르고 이곳으로 돌아왔지. 남겨진 꼬리는 어쩔 셈이지?'

 

 정떨어지는 놈. 얼마나 분노했는지, 그녀는 속으로 온갖 욕을 했다. 셀리에게서 편지가 또 오지 않았다. 안전책은 세워놨으나 가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었다. 베니슬린은 그녀의 사정을 들었기에, 일단 갔다가 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제뉴어리가 있잖아요. 숙부님이 그리 부탁하셨는데."

 

 "셀리라는 사람도 신경쓰이잖아요, 선배."

 

 "그래, 제뉴어리에겐 내가 잘 이야기하마."

 

 약속했는데, 곁에 있겠다고 그렇게 약속했는데. 헤일린은 저를 이렇게 협박하는 이가 누군지 꼭 알아내어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쩜 이렇게 일이 잘 안 돌아가는 거지? 아카데미 강사가 된 후 자리잡을 생각이었는데 계획을 누군가가 방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황궁에서도 일을 틀어지게 하고 있었다.

 

 "페닐이고, 페리헬 가고 다 지겨워요. 어쩜 저를 이리 괴롭히는 거죠? 전 그저 여기서 제뉴어리, 교수님, 라이다와 즐겁게 지내고 싶을 뿐인데."

 

 "제뉴어리도 이해할 거다."

 

 "그 아인 어리다고요. 어른스러운 거지, 그 아인 보살핌이 필요해요."

 

 네 말도 맞다. 긍정하려던 베니슬린의 차례를 누군가 치고 들어왔다.

 

 "누님, 교수님 말씀이 맞아요. 전 누님을 이해해요."

 

 제뉴어리였다. 헤일린은 주먹을 꼭 쥔 채 울먹거리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제뉴어리도, 헤일린도 알았다.

 

 "돌아가세요, 누님."

 

 헤일린은 제뉴어리와 셀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돌아가야했다. 페리헬 가의 끝은 제뉴어리의 학업에 영향을 미쳤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9 닫힌 총대 2017 / 8 / 19 244 0 3712   
38 사랑하기 때문에 2017 / 8 / 15 261 0 4493   
37 화려한 결혼식 2017 / 8 / 12 268 0 5160   
36 짐승들의 서열 2017 / 8 / 9 246 0 6263   
35 사냥개들 2017 / 7 / 26 252 0 5905   
34 분열 2017 / 7 / 25 255 0 6124   
33 불안한 밤공기 2017 / 7 / 24 248 0 6444   
32 방랑하는 수레국화 2017 / 7 / 23 254 0 6288   
31 계륵의 꼬리 2017 / 7 / 19 251 1 4864   
30 인정의 대가 2017 / 7 / 18 266 1 4559   
29 이별은 소리없이 다가온다(2) 2017 / 7 / 17 254 1 4869   
28 이별은 소리없이 다가온다 2017 / 7 / 17 249 1 3658   
27 붉은 사냥개 (1) 2017 / 7 / 16 276 1 6415   
26 연보라 2017 / 7 / 15 266 1 4907   
25 청개구리 소녀의 잠 2017 / 7 / 13 246 1 5628   
24 이상향 2017 / 7 / 12 262 1 5131   
23 Gloomy day 2017 / 7 / 11 244 1 5194   
22 Stop being bossy?(2) 2017 / 7 / 10 258 1 4848   
21 Stop being bossy? 2017 / 7 / 9 296 1 3952   
20 된바람 2017 / 7 / 8 234 1 4950   
19 2장. 사냥개와 도마뱀 # Unicorn 2017 / 7 / 8 275 1 7607   
18 공자도 제 사는 골에 먼저 비오라고 했다(2) 2017 / 7 / 5 261 1 6709   
17 공자도 제 사는 골에 먼저 비오라고 했다 2017 / 7 / 4 256 1 6285   
16 열번째 도끼질(2) 2017 / 7 / 3 243 1 4988   
15 열번째 도끼질 2017 / 7 / 1 256 1 6371   
14 상처입은 짐승(2) 2017 / 6 / 29 247 1 6735   
13 상처입은 짐승 2017 / 6 / 28 280 1 5981   
12 다가오는 그림자 2017 / 6 / 26 259 1 3182   
11 돈의 쓰임새 2017 / 6 / 25 249 1 4414   
10 10. Wine day(2) 2017 / 6 / 24 248 1 588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