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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시작이자 마지막, 마지막이자 시작
작성일 : 17-07-19 21:33     조회 : 281     추천 : 2     분량 : 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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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제 불편한지 아셨으면 이것 좀 빼주십시오. 전하가 빼주셔야 한다지 뭡니까."

 

  소명이 투덜대며 말했지만, 자신이 말하고도 괜히 부끄러워졌다. 태자는 말할 것도 없이 얼굴이 벌게져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이, 이리 고개를 숙여 보거라."

 

  머리 장식 빼는 일에 왜 이리 둘 다 내외를 하는지 좀 가까이 붙어서 할 법도 하건만 소명이나 언이나 간신히 팔만 닿는 거리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뺨에 서로의 숨결이 닿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왜 하필 이런 상황에서 자꾸 입에 침이 고이는지. 괜히 삼켰다가 그 소리에 더 어색해질까 봐 그는 침이 입안 가득 고이도록 속수무책으로 두었다. 그때,

 

 꿀꺽-

 

  저만 침이 고인 것은 아닌 모양인지 소명의 목 넘기는 소리에 언의 귀에까지 들렸다.

 

 "저, 절대 입맛을 다시거나 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삼킨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태자와 눈이 마주치자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소명은 제 발 저린 도둑처럼 변명해댔다.

 

 "큭! 하하하하하하"

 

  그 모습이 언의 눈에 어찌나 귀여워 보이는지 지금까지 긴장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풀어졌다.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소명의 존재가 만천하에 다 알려질 것이다. 조용히 혼례를 치르긴 했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호는 이미 이 소식을 들었으리라.

 

  그토록 지켜주려고 애를 썼건만 결국 그녀는 제 발로 적의 눈에 발각되고 말았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것에 대해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다짐했건만, 머리 장식은 거꾸로 꽂아 놓고 태연하게 도도한 표정을 순간부터 그 계획은 이미 망해버렸다.

 

 `이리 좋은 것을 좋다 말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소명은 머리도 가벼워졌겠다, 위에 걸친 거대하고 무거운 겉옷이라도 벗기 위해 몸을 일으키던 중 옷자락을 밟고 휘청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이 쓸데없이 긴 포를 입을 때부터 짐작했지. 그나마 혼례 도중 우스꽝스럽게 넘어지지 않을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결국, 그 앞에 있던 태자의 가슴팍에 엎어진 꼴이 돼버린 그녀는 지금껏 몰랐던 탄탄함을 느끼며 화들짝 놀라 떨어지려고 했지만 저지당하고 말았다.

 

  아주 제 입으로 드셔주세요, 하는구나.

 

  태자가 마치 사냥감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던 덫처럼 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놔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왜 그러십니까...?"

 

  당황한 소명이 말까지 더듬어 가며 품 안에서 바르작거리자 그가 팔에 더 힘을 주며 씨익 웃었다.

 

 "우린 방금 부부가 되었고, 이곳은 신방인데... 내가 왜 그러겠느냐?"

 

 "에, 예?!"

 

  지금껏 고자니, 몸의 대화니 저잣거리에서 배운 저속한 농들을 즐기긴 했지만 그 흔한 입맞춤 경험 한 번 없는 그녀였다.

 

  물론 오기 반, 애정 반으로 황제와 결탁해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초야까지 생각하진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혼례를 치르기 전 주변 아낙네들이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된다, 다 알려준다고들 하던데 그녀는 속전속결로 일을 해치우는(?) 바람에 새하얀 눈과도 같은 상태였다.

 

 "옷도 무겁지 않으냐."

 

 "그, 그,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 내가 편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자는 다른 모양이었다. 북계에서 티격태격할 때까지만 해도 저와 별다른 것 없는(아니, 오히려 더 철부지 없는) 어린애 같았는데 지금 보니 완전히 선수 아닌가!

 

  담 넘어가는 구렁이처럼 능글맞은 그의 손길을 따라 포가 그녀의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선수일거란 그녀의 생각과 달리 태자도 속으론 이상하게 능숙한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었다.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하게 된다더니 이게 바로 그런 말이었다 보다. 분명 생전 처음 해보는 일임이 분명한데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네 처소가 왜 휘영궁인줄 아느냐?"

 

  태자가 황제에게 하사받은 궁의 이름에 관해 묻자 소명은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어 보였다. 내전에 있는 여러 건물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는 이 건물이 그녀의 처소가 되었다고 했을 때부터 생각했다.

 

 "밝게 빛난다는 뜻이다. 참으로 네게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니냐."

 

  빛날 휘(輝). 밝을 영(瑩). 그녀의 빛을 연모했고, 빛나는 그녀를 은애하게 된 태자에겐 이만큼 그녀에게 어울리는 곳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마치 그녀를 위해 지어진 곳 같아 그녀가 이곳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해달라고 조용히 하늘에 빌었다.

 

 "나의 어여쁜 빛. 오래도록 내 곁에서 빛나다오."

 

  나를 잊으셨다고 생각했다. 날 어여삐 보아주신 것도, 곁에 있어달라 하신 것도 잠시 잠깐의 유희였고, 나는 그저 떨어지는 단풍처럼 잠시 그의 눈에 들었다가 땅에 떨어져 잊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명을 보며 다시 한 번 곁에 오래도록 있어달라 말하는 그의 눈은 함께 개경에 가자 말했을 때만큼 굳건하고 간절해 보였다.

 

  그런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의 손이 이마에, 눈썹에, 코끝에, 두 뺨에, 턱 끝에 차례대로 닿았고, 이윽고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이런 따뜻한 기분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벅찼다. 그의 두 손이 소명의 볼을 감싸고 있었고, 따뜻한 들숨과 날숨이 그대로 입술에 느껴졌다.

 

  하지만 그 기분을 오래 즐길 수는 없었다.

 

 "저, 저, 전하!! 태자 전하!"

 "황제 폐하께서 붕어하셨습니다...!!"

 

 

  전하, 아니 이제 폐하라고 불러야겠지요. 훗날 돌이켜보면 정말 사람들의 말대로 제가 화근이 아니었을까요. 이날이 우리 행복의 마지막이자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이 그 증거가 아니었을까요.

 

  내가 당신의 곁에 있어 당신의 불행을 조장했던 것이 아닐까요.

 

  내가 정말... 당신의 빛이었을까요. 사실 당신의 빛을 걷어내는, 빛으로 가장한 어둠이 아니었을까요.

 

 

 

 8년 후

 

  8번의 사계절이 지났다. 변한 것도,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황제가 바뀌었고, 오른팔이던 수문하시중이 죽었지만 최호는 여전히 위세를 떨쳤고, 언은 나의 철천지원수가 되었다.

 

  벅찬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우리의 결혼생활은 순탄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그 8년은 내 영혼이 사라지기까지 몇번의 인생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자부할 수 있다.

 

  나는 지쳐있었다. 수저를 드는 일조차 버거워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고, 의복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궁인들이 진땀을 뺐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선 곳은 모든 관객이 지켜보는 무대였고, 오늘 그 막을 내려야 한다.

 

 "휘영궁주를 끌어내라!"

 

 쿵쾅쿵쾅-

 

  음산한 분위기를 풍길 정도로 고요한 휘영궁이 간만에 손님을 맞았다. 그 손님들은 신을 벗지도 않고 들어와 궁인들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어젖혔다.

 

  그녀는 이 일을 예상한 사람처럼 소복을 입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군졸들이 들어가 끌어내기 전에 태연하게 일어나 방을 나섰다. 평소 궁주에 대한 소문 때문에 군졸마저도 쉬이 손대려 하지 않아 그대로 편전까지

 제 발로 걸어갔다.

 

  편전의 너른 마당은 해 질 녘 노을이 내리쫴 따뜻한 빛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위에 선 것은 서슬이 퍼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봐선 안 될 것을 봐버린 사람처럼 경멸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더러운 년!"

 

  한 사람이 시작하자 모두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칼날 같은 말들을 그녀에게 던져댔다.

 

 "어찌 저런 여자가 황실에 들어와서..."

 "어서 죽어라!"

 "황궁을 더럽히지 못하게 밖으로 끌어내 죽여!"

 

  하지만 그 수많은 것 중에서도 가장 그녀를 아프게 하는 것은 말 없는 시선이었다.

 

  나의 정인. 사랑하는 나의 언.

 

  그는 의연하게 걸어와 자신의 앞에 선 그녀를 보고 입을 열었다.

 

 "자결하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처절한 명을 내린 남자는 덩그러니 서 있는 궁주에게 시선을 못 박았다. 그런 남자를 똑바로 마주 본 여자의 얼굴에는 절망도, 슬픔도 어떤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치 이 세상에 둘만 남은 듯 서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아...!"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은 다른 남자에게도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군졸들에게 양팔을 결박당해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제대로 된 말조차 내뱉지 못했다.

 

  잠시 언을 바라보던 여자는 이윽고 뒤를 지키고 서 있던 군졸의 칼을 뽑았다. 그리고 그 칼을 높게 들어 자신의 목에 겨누었다.

 

 "드디어 이곳에서 벗어납니다."

 

  등에 진 짐을 모두 털어냈다는 홀가분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곧 죽음을 문전에 둔 얼굴에는 황홀한 미소가 만연해 있었다.

 

  반대로 그것을 본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튀어나가려는 찰나,

 

 푸욱-

 

  말릴 새도 없이 칼이 그녀의 가냘픈 목에 꽂혔다.

 

  일순 공기의 흐름까지 멈춘 듯 사방이 고요해졌다.

 

  적막. 그 자체였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뛰어나간 남자의 팔 안에 하얀 옷을 입은 그녀가 지는 꽃처럼 허물어졌다.

 

  남자는 날아가는 그녀의 숨을 붙잡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이미 그녀를 데려가려는 사자가 눈앞에 와있었다.

 

  언은 울고 있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그녀의 손을 꼭 붙든 채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소명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소명은 여전히 홀가분한 표정 그대로였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표정 하나 일그러지지 않고 언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그 생에 모든 끔찍한 것들을 통틀어 겪는다 해도, 결코 널 다시 만나지 않으리라.`

 

 `다시 태어난다면, 그 생에 모든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해도 반드시 널 다시 만나리라.`

 

  같은 날, 같은 시, 같은 장소에서 너무나 상반된 다짐이 간절하게 하늘에 가닿았다.

 

 

 

 아버지, 너무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소명아, 고생했다. 이 힘든 세상 살아내느라.

 

 아버지는 혼자 그 불길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무섭지 않으셨어요? 고통스럽진 않으셨나요?

 

 네게 의원님이 태자 전하라고 알려줬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했단다.

 

 왜요?

 

 네가 또 패악질을 부리다가 불경죄로 경을 치진 않을까 걱정했더라지.

 

 하하, 아버지가 그때 사실을 말해주셨다면 제가 그분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요

 

 소명아, 지난 일은 돌아보지 말거라. 앞으로의 날만 생각해도 시간이 모자라단다.

 

 아버지, 다음 생에도 제 아버지가 되어주세요.

 

 그래그래, 그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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