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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사무소
작가 : 클레어
작품등록일 : 2017.7.3

복수하고 싶은 이들에게 능력을 빌려주는 "능력사무소". 얄미운 남동생 골탕먹이는 것부터 살인범 찾아내기까지. 능력을 빌려드립니다. 맡겨만주세요.

 
좁은 서울 바닥 (2)
작성일 : 17-07-19 20:51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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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 덥다.”

 야누스가 셔츠 칼라를 펄럭였다. 핏 좋은 슬랙스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그는 걸음을 빨리 했다. 뒤따라오는 평범이는 안중에도 없는 매너다.

 평범이는 마치 야누스와 밀당을 하는 기분이었다. 처음 이틀 동안 야누스는 집착하는 애인처럼 끝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능력이 정확이 어떻게 되냐.’, ‘어디까지 보이냐.’ 혹은 ‘지금까지 본 능력자 얘기 좀 해봐라.’ 등등 평생 동안 들은 질문은 다 들은 기분이다. 부담감에 평범이가 우물쭈물 대자 야누스는 눈초리를 가늘게 뜨곤 ‘알겠어’라는 말과 함께 제자리로 돌아갔다.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일까. 그 이후로 야누스는 절대 말을 먼저 거는 법이 없었다. 밥을 먹었냐는 평범한 인사에도 뜨뜻미지근한 반응 뿐이었다. 먼저 다가가는 것이 서툰 경식은 그저 야누스가 마음을 열어줄 때까지 그의 뒤만 쫓았다.

 길을 걷던 야누스는 셔츠에 껴둔 선글라스를 집어 쓰곤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길쭉하고 마른 몸매에 까만 선글라스까지 끼니 행인들이 힐끗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괜히 옆에 있는 평범이까지 신경 쓰게 만드는 관심이었다. 하지만 야누스는 익숙한지 휘파람까지 불며 단골 샌드위치 가게로 앞장섰다.

 “.... 그렇게 7개 주문할게요.”

 야누스가 주문을 마치고 카드를 내밀었다. 여직원이 조심스레 카드를 받아 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영수증 드릴까요, 손님?”

 “아니요. 괜찮습니다.”

 까만 유리에 눈을 감춘 야누스가 입꼬리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직원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계속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대화가 길어질수록 야누스의 오른쪽 뒤통수가 시꺼메지는 것을 경식은 보았다. 염색한 갈색 머리를 뒤덮듯 검은 아우라가 올라와 그의 머리를 감쌌다.

 “아, 네. 혹시 회사까지는 얼마나 걸리실까요? 요즘 날씨가 더워서 잘 상하거든요.”

 “금방이에요.”

 끝내 비릿한 미소로 대화를 끊어버린 야누스가 주문을 마치곤 평범이 마중편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고개를 갸웃하자 검은색 그림자가 사라져갔다.

 ‘아 궁금해.’

 경식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한 번 터진 아이의 옹알이를 막을 수 없듯, 질문하는 재미를 깨달아버린 경식은 이제 참을 수 없게 됐다. 입이 근질근질해도 참지 않는 법을 이제야 배우게 되었다.

 “지금 혹시 능력 쓰신 거예요?”

 “뭐?”

 야누스가 무뚝뚝하게 반문했다. 마치 질문엔 질문으로 답하라고 명령된 기계처럼 야누스는 어느 것 하나 함부로 답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도리어 나만 비밀이 까발려지는 기분이다.

 “능력 쓰신 거 아니에요? 방금 머리가 까매졌는데.... 혹시 무슨 능력 쓰신 거예요?”

 “오오. 능력이 보이긴 하는구나?”

 야누스는 진심으로 놀랍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선글라스를 바싹 콧등 위로 올리곤 씨익 웃어보였다.

 “우리 평범이. 정말 능력이 눈에 보이나 보네? 맞아 써버렸네. 잠깐 깜박하면 이렇게 써버리게 된다니까.”

 “그렇군요....”

 경식이 습관적으로 대꾸했다. 사실 이쯤이면 능력이 뭔지 얘기라도 해줄 텐데, 알고 싶냐고 묻기라도 할 텐데, 섭섭함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때 경식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야누스가 물었다.

 “혹시 내 능력 궁금해?”

 “네!”

 말이 생각보다 먼저 나갔다. 경식은 고개까지 끄덕이며 야누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야누스는 또 ‘흐음’ 같이 애매한 소리를 낼 뿐이다. 마치 사람을 간보듯 그는 시간을 끌었다.

 “흐으음. 커피 마시고 싶다.”

 “네?”

 “커피 사주면.”

 떼인 돈 받듯이 야누스는 당당했다.

 “사주면 알려줄게.”

 야누스가 시원하게 미소 지었다. 구두쇠 아저씨가 젊은 청년의 주머니를 터는 느낌이다. 하지만 턱을 괸 그의 손목시계가 비싸게 반짝이는 걸 보니 구두쇠 아저씨는 알고 보니 알부자였나보다. 그는 이왕이면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로 부탁한다며 먼저 샌드위치를 들곤 밖으로 나섰다.

 뒤늦게 경식이 음료수 다발을 들고 야누스의 뒤를 쫓았다. 도대체 저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될지 모르겠다. 대학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다르게 살 거라는 엄청난 포부로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신입생 환영회에 불참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동기들은 이미 끼리끼리 친해져 무리를 형성한 후였다. 지금은 나름 수업시간에 소소하게 대화를 나눌 친구는 생겼지만 여전히 ‘친한’ 친구가 없다는 것에 불안한 경식이다. 언제쯤 대인관계에서 외롭지 않을지 조바심에 발을 동동 굴릴 지경이다.

 ‘도대체 왜 이럴까 내 인생은.’

 하나같이 세상이 도와주지 않는 느낌이다. 홀로 고독감 좀 씹어보라는 무언가의 시련이라 하기엔 경식에겐 너무 쓰다 못해 혀가 아릴 지경이다. 그렇게 현실을 씹으며 영혼 없이 야누스의 뒤를 따르던 때였다. 툭 다리를 건드는 손길이 느껴졌다.

 누군가 바지를 꾹꾹 잡아 당겼다. 옆을 내려다보니 한 소년이 청바지에 매달려있었다. 눈을 말똥하게 뜬 소년은 다른 한 손에 수상한 보자기를 꼬옥 쥐고 있었다. 제 몸통만한 보자기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 마냥 보호하고 있었다.

 “혀엉. 도와주세요.”

 “응?”

 “도와주세요. 길 잃었어여.”

 “그, 그래? 그렇구나.”

 경식은 처음 만나보는 미아에 어쩔 줄 몰랐다. 경찰서에 가야할지, 아니면 부모님이 곧 오실거니 여기 있으라고 해야 될지 고민됐다.

 “형아가 길 잃으며언, 착해 보이는 아저씨 골라 잡으랬어여.”

 아이는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어린 아이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었을까, 천사 같은 얼굴로 아이는 세상에 찌든 말을 꺼냈다.

 “그, 그래?”

 “뭐야. 이 꼬맹이는 또 뭔데?”

 “집 잃어버렸어여.”

 야누스가 다가왔다. 맹랑한 소년은 당당하게 말했다. 입을 오물거리며 한 글자 한 글자 말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흐음, 야누스가 슬쩍 선글라스를 내려 아이를 응시했다. 그는 아이를 달래듯이 감정 없이 말했다.

 “꼬마야. 거짓말 하면 못 쓰거든? 집은 잘 찾아갈 것 같은데?”

 “아니, 아니, 우리 집 말고. 형아 집! 형아네 집이여, 할무이가 알려줬는데 길 잃었어여.”

 앵무새처럼 아이는 길을 잃었단 말만 반복했다. 그 모습이 외동인 경식에겐 너무 귀엽고 안쓰러웠다. 여린 생명을 마주하자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불타올랐다.

 경식은 쭈그려앉으며 아이를 깊게 바라봤다. 아무래도 너무 귀엽다. 다가오는 여름에 살짝 그을린 얼굴은 볼살이 포동포동했다. 매끈한 볼을 꼬집어보고 싶었다.

 “형이 어떻게 도와줄까?”

 “형아 집 찾아주세요. 우리 할무이가 이거 가져다주라고 했는데. 할무니가 허리 아파서 부탁했는데. 종이가 날라갔어여. 지도, 지도 보고 가야되는데...”

 아이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지도가 바람에 날아간 것은 어린이 인생 최대의 위기였는지 감정에 북받쳐 히끅거렸다. 결국 통통한 볼을 따고 또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굴러 떨어진 것은 말간 눈물이 아니었다.

 “어어어!”

 경식은 궤도를 그리며 떨어지는 눈물을 황급히 훔쳐냈다. 또 한 방울 떨어지자 소매를 걷어 쳐냈다. 왠지 아이의 눈물 따위 소금 섞인 수분, 그 이상으로 안 여길 것 같은 야누스도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른들의 당혹 속에서도 아이는 결국 울음보를 빵 터뜨렸다. 으아아, 경식이 호들갑을 떨며 아이의 눈물을 닦아냈다. 사람을 저절로 미안하게 만드는 아이의 눈물에 야누스도 당황했지만 경식의 반응은 좀 심하다 싶었다.

 “뭐 하냐.”

 옆에서 핍박이 느껴졌지만 경식은 어쩔 수 없었다. 이게 아이의 능력인 것을 알아도 손길을 멈출 수 없었다.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떨어진 것들은 꼬꼬마 불꽃이었다. 볼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불길에 행여 아기가 다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손을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달랠수록 울음소리만 커져갔다. 이러다간 아이가 탈수로 쓰러질 것 같았다.

 “얘, 얘야. 혹시 형아가 사무소에 살아?”

 경식이 급하게 말했다. 소나기처럼 불꽃을 쏟아내던 아이가 거짓말처럼 눈물을 그쳤다. 아이는 따끈따끈한 볼을 쓱쓱 닦아내며 경식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네에.”

 “형아가 혹시 디-따 커?”

 “네에!”

 소년이 정말 신기하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답했다. 어느새 경식을 처음 올려다보던 그 말똥말똥한 눈동자로 경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보니 닮았다. 왜 그걸 몰랐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 한 편이 뿌듯해졌다. 제 능력이 쓸모 있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능력은 이렇게 쓰는 거라고.

 “형아가 어디 사는 지 알 것 같아, 형아랑 같이 가자.”

 경식은 두 손 가득 들고 있던 콜라를 야누스에게 떠넘기며 아이의 손을 잡았다. 평범이는 말도 없이 야누스를 지나쳤다.

 “와아. 이제 형이고 뭐고 없다는 거지.”

 일부로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 철없는 형처럼 투덜대며 둘의 뒤를 따랐지만 평범이를 바라보는 야누스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오랫동안 기다려서, 너무도 오랫동안 고대했기에 이제는 악 밖에 남지 않는 열망으로 야누스는 문경식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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