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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레이디
작가 : 몽연혜
작품등록일 : 2016.8.14

평소보다 한층더 평화롭던 밤, 자고 일어나 보니 아니나 다를까 또 고문도구에 갖혀있었습니다.

산전수전 다겪으며 간신히 탈출해 놓고 보니까, 뭐? 신탁? 구해? 뭘? 세상을? 아니, 난 구해준다고 안했습니다. 아, 그런데.....우선 상담사의 명예를 걸고 이 사람들 부터 구해야겠는데.

심리상담사 지망생의 본격 '나는 버리고 다른사람 마음부터 구하고 보기.' 프로젝트. [작가 이메일-soyun0405@naver.com]

 
용의 여인-2
작성일 : 16-08-18 17:52     조회 : 341     추천 : 1     분량 : 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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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nd-

 

 화면에 비치는 글자가 모든것을 마무리 지었다. 그 글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허, 하고 헛숨을 내밷었다.

 

 그랬다.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 하나를 결제하여 천천히 읽기 시작한 것이, 어느세 완결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동이 트려는지 살짝 밝아진 밤하늘에 시계를 보니 이미 새벽 4시였다.

 

 당황스런 마음도 잠시, 나는 곧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찌뿌드드한 몸의 근육들을 풀기위해 기지개를 쫙 폈다.

 

 

 

 "으으으으아아아! 재미있었다."

 

 

 

 그러다보니 괴상한 소리가 입밖으로 튀어나왔지만 신경쓰진 않았다. 내일은 주말이고 지금은 새벽 4시니 알찬 시간을 보낸거야. 좋아. 맘에 들어.

 

 나는 뿌듯한 마음에 싱글벙글 웃으며 불을 끄고 침대위 이불속에 미적미적 들어가 누웠다.

 

 고등학교 다닐때 수능전에나 이렇게 공부좀 했으면 좋았으련만. 뭐, 난 안해도 공부 잘하니까 괜찮아. 학점도 잘 나오고. 과제도 꼬박꼬박 해가고. 그리고 여차하면 아빠회사 물려받으면 되니까.

 

 이제 대학교 3학년 파릇파릇한 23살의 생각치고는 매우 칠렐레 팔렐레 철없는 생각이었지만, 뭐어떠랴. 한번뿐인 인생 즐기고 사는거지.

 

 

 

 '이힛, 좋은꿈 꾸게 해주세요.'

 

 

 

 여느 날처럼 버릇이된 기도를 나즈막히 하고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소설을 읽은 뒤에 온갖 공상을 하며 잠자리에 드는, 몇안돼는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재미였다.

 

 자, 내일 또 저만한 소설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려면 일찍 자야해. 게다가 내일 아침에 내가 멀쩡히 집에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슬퍼졌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포기한건 꽤 됬지만,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내가 기억이 닿는 10살때 이전 부터 계속되던 일상이었다.

 

 그 어린 나이부터 공부, 공부, 공부, 또 공부. 아빠 회사를 물려받아야 하는 상황 덕에 나에게 사회과는 필수 중에 필수였다.

 

 또한 예의 범절, 예절, 교양, 몸매 관리, 피부 관리는 물론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경제학 책읽기 부터 사회학, 경영학, 각종 심리학 등등 안해 본게 없었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상담심리에 관심이 생겨서 지금은 상담심리학을 하며 아빠 몰래 상담카페를 차린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후계자 수업에 지칠대로 지치고 상처 받을대로 받은 몸이었다.

 

 다들 '후계자 수업'이라고 하면 삐까뻔쩍! 그런거 생각하지만 그런게 아니란 말이지? 그냥 뭐랄까, 게임캐릭터가 된것 같달까.

 

 게다가 초등학교 4학년땐 사람에게 크게 데이기 까지.

 

 

 

 '으엇.'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 직전에 퍼득 정신을 차린 나는 자꾸만 그때를 회상하려는 생각을 중단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잊기 위해 소설의 내용에 집중하려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소설을 읽고 쓰기 시작한것도 그때 부터인가......그땐 그저 하나의 현실도피 수단이었지.

 

 

 

 '으아아! 안돼! 그만, 그만!'

 

 

 

 또다시 생각이 우중충한 기억으로 흘러가자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묻어두고 살기로 했잖아! 정신차려! 자, 아무튼 하루안에 장편소설의 완결을 봤다는 건 매우 뿌듯한 일이야. 그래. 그런 일이야.

 

 나는 헤실헤실 웃음을 지었다. 자조적인 웃음이었지만 그렇게 해야 다시 그 우중충한 생각에 빠지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바보같이 웃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그냥 잠밖에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괜히 착잡해진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이만하면 되었다. 때가 되었구나.'

 

 

 

 하지만 이내 들려온 목소리에 다시 눈을 번쩍떴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봤지만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게 당연한 것이 아까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으니까. 순간적인 오한에 나는 몸을 바짝 굳혔다.

 

 뭐지? 무슨 소리야? 암살자? 납치범? 아니, 그런것 치고는 목소리가 다정했다. 아빠? 아니, 아빠는 오늘도 야근인데. 엄마라고 하기에는 목소리가 굵었다.

 

 누구지? 때가 되었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람. 판타지만 읽더니 머리가 어떻게 됬나봐.'

 

 

 

 전에도 흔히 있던 일이었다. 항상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하던 목소리가 소설속의 대사와 겹쳐서 떠올랐지. 그러면서 나혼자 부끄러워하고.....

 

 굳이 다른점이 있다면 너무 생생한 목소리 였다는 거지만, 그냥 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거겠지.

 

 진짜 암살자나 납치범이라고 해도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아빠가 최첨단 보안 시스탬을 깔아 놨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나에겐 비장의 수단이 있으니 괜찮아.

 

 게다가 현대 과학이 발전한 21세기에 환청이라니. 가끔 어떤 심리적 현상으로 환청이 들릴수도 있지만 확실한건 그 심리적 현상이 나의 경우는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그 현상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일어났는데, 딱딱한 무언가에 둘러싸여 있다. 젠장. 그냥 자는게 아니었어.

 

 조금 미친것 같아도 밤새볼걸. 마침 일지 써야 될것도 있었고. 아, 이 바보 멍청이.

 

 나는 일단 좀 움직여 보려고 했다. 하지만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태아처럼 몸도 잔뜩 움츠려져 있었다. 게다가 몸을 펼만한 공간도 없이 비좁았다.

 

 뭐냐 이건. 일제강점기 시대때 독립열사들을 가뒀다던 그 고문도구인가? 아니면 과거 조선시대때 사도세자를 가뒀던 뒤주를 재발굴한 새로운 고문 도구인가?

 

 난 지금 어디에 있는것이고, 뭘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드는 생각이란건 누군가 이 지랄맞은 고문도구 안에 날 가둬놨다는것 뿐.

 

 아아, 또 납치당해 버렸네. 이젠 하도 이런 일이 많아서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납치 당할때마다 매번 바뀌는 수법에 적응이 안될뿐이지.

 

 제갈은 물려있지 않은지 말을 해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벌써 이 21세기에 사람의 목소리를 나오지 않게하는 약도 발명된건가. 아니면 원래 있었나?

 

 사방은 빛한줄기 조차 들어올수 없게 만들었는지 어두컴컴했고, 눈을 무언가로 막아놓은것 처럼 보이기는 커녕 눈이 떠지지도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내가 지금 눈을 뜨고있는건지 감고있는건지 조차 구별이 안됐다.

 

 

 

 '으으윽! 답답해!'

 

 

 

 앞은 안보이지 몸은 못움직이지 매우 불편하고 답답했다. 나가야 된다는 생각은 절실히 들었지만 나가는 방법을 몰랐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자루속이나 큰 박스속, 캐비닛속 혹은 정체 튜브(Stasis tube)에 갇힌적은 있어도 이런 미친곳에 갇힌건 처음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머리를 빨리 굴려야 했다.

 

 저번에 튜브에 갇혔을 때는 날 납치한 인간이 날 완전히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데 성공했었다. 하지만 그래놓고 멍청하게 우리 아빠한테 자신의 핸드폰으로 협박전화를 걸었지.

 

 그래서 그대로 위치추적을 당하는 바람에 완전 깽판 났었다. 정말 응원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당시 난 정체 튜브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애석하게도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데. 바라보는 것 조차 못하는데.

 

 도움이 될까싶어 떠올린 생각이었지만 도움은 개뿔. 참고조차 되지 않았다.

 

 나는 계속 방법을 생각하려 애썼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꽤 오랜시간이 지난건 맞는듯 싶었다. 그래서 산소가 부족했는지 점점 숨이 막혀오고 호흡이 가빠졌다.

 

 뭐야진짜? 엄마, 나 죽는거야? 안돼! 아직 못이룬 꿈이 많다고! 젠장. 일제강점기때도 이렇게 고문하진 않았을거야!

 

 여긴 어느나라지? 인도? 일본? 이집트? 파라오? 스핑크스? 피라미드? 잠깐 이런건 나라가 아니잖아. 한국은 맞는건가?

 

 

 

 '답답해! 답답하다고! 숨막혀!!'

 

 

 

 나는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뒤척였다. 움직이라는 뇌의 명령을 계속 거부하려는 팔다리에 최대한 힘을 실어 벽을 때렸다.

 

 톡-

 

 어? 방금 깨지는 소리가 났다.

 

 방금까지 죽는 건가 했던 상황에 한줄기 희망이 생긴듯 했다. 나는 더욱 힘차게 발버둥쳤다. 살고싶었다. 여기서 내가 포기하면 영영 죽어버릴것만 같았다.

 

 안돼. 여기서 죽을 순 없어. 나는 발로 힘껏 벽을 찼다.

 

 탁-

 

 깨질것 같았다. 조금만 있으면 깨질것 같은데...!

 

 

 

 '엄마, 아빠, 살려줘요! 죽고싶지 않아!'

 

 

 

 세상에. 내가 살다살다 엄마 아빠의 도움을 원하게 될 줄이야.

 

 그 사실이 너무 신기했지만 지금은 그 사실에 감탄할 여유따위 없었다. 점점더 숨이 가빠져왔다. 정말 이대로라면 질식할것 같았다.

 

 게다가 앞도 안보이지, 잘 움직일 수도 없지, 숨은 안쉬어지지. 답답해서 미쳐버릴것 같았다.

 

 으으, 이 잔인한 놈들! 차라리 익사시켜! 독사시켜! 아님 폭사시켜! 낙사를 시키고 태워 죽여라 이 잔악무도한 놈들아아!

 

 나는 악에 받쳐 있는 힘껏 발을 굴렀다.

 

 툭, 쩌적-

 

 이번에는 급기야 흡사 공룡알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발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봤자였다.

 

 바람이 느껴졌다고는 하지만 아주 미약했고, 그것이 나에게 산소공급을 해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랴? 아까는 한줄기였지만, 이제는 한줌의 희망이 생겼다. 나는 또다시 발을 힘차게 굴렀다.

 

 쩌저적-

 

 이번엔 조금더 확실한 공룡알 깨지는 소리가 들린후 발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뭔가.......물이 발언저리에 찰랑찰랑......? 게다가 이번엔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다.

 

 희끗희끗 빛이 보이는 것을 보니 발쪽으로 구멍이 난 것 같았다.

 

 뭐야......무슨 고문도구가 이렇게 부실해? 여기 어느나라야?

 

 아무튼 조금있으니 눈이 살며시 떠지기 시작했다. 역시 난 눈을 감고 있었던 거였구나........

 

 그렇게 눈을 뜨긴 떴다. 막상 눈을 뜨고 보니 아까는 희미했지만 굉장히 강렬해보이던 빛이 그렇게 밝아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곳인것 같은데..... 하지만 그게 어디랴? 눈이 보이고 조그맣지만 구멍이 난것 만으로도 조금 안도가 되었다. 이로써 시야와 숨은 어떻게든 된거니까.

 

 시야가 좀 뚜렷하게 보이자 눈 앞까지 찰랑찰랑 차있는 물이 보였다. 그것을 보아하니 난 지금 물에 잠겨있는것 같았다.

 

 .......물이 뜨뜻미지근 하니 뭔가 딱 좋은데. 마침 이 속이 어둑어둑해서 왠지 포근하기도 하고. 엄마 뱃속 양수안에 있는 태아가 이런느낌일까. 너무 편안했다.

 

 

 

 '아......미친것 같지만 나가기 싫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고 누워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깨까지 찰랑거렸던 물이 지금은 팔뚝 언저리에서 느껴지는게, 물이 점점 빠지는듯 했다.

 

 아아, 아까는 죽을뻔 했긴 했지만 그래도 얼굴까지 다 포근했는......

 

 

 

 '응?'

 

 

 

 나는 금세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얼굴까지 포근했다는건 물이 얼굴까지 차있었다는 건데? 설마, 나 지금까지 물속에서 숨쉰거야?

 

 이게 무슨 1 더하기 1이 10이되는 소리지?

 

 신기해서 여기저기 다 떠들고 다니고 싶은 이야기였지만, 어디가서 '전 아무런 장비없이 맨몸으로 숨을 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을때 미친년 취급받기 딱 좋은 이야기였다.

 

 그래도 설마, 절대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하는 마음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물에 얼굴을 들이댔다. 그리고 한번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 킥,켁,키익!"

 

 

 

 역시, 숨은 안쉬어지는 거였어. 난 도대체 뭘 기대한거니.

 

 역시 사람은 물에서 숨을 쉴 수 없다는 걸 확인하자 아무리 편해도 역시 이곳에서 탈출해야된다는 생각이 강렬히 들었다.

 

 미친사람 코스프레(?)에서 벗어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나는 몸부림을 치다 살짝 힘을주어 오른쪽으로 몸을 뒤척였다.

 

 쩌적- 퍽!

 

 그러자 쿵하는 느낌과 함께 이마에서 찡한 고통이 밀려왔다.

 

 젠장! 아파!

 

 그 여파로 물이 머리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딱히 숨을 참을 필요는 없었다. 이마쪽이 와장창 깨져서 그 틈으로 물이 빠지고 있었다.

 

 

 

 '좋았어!'

 

 

 

 나는 그 기세를 몰아 이제는 내 뜻대로 빠릿빠릿 움직이기 시작한 몸을 다시 뒤척였다. 그러자 이 빌어먹을 고문도구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면서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아익, 씨.....아파라.....'

 

 

 

 하지만 살았다. 살았어. 살았다고! 살았다는 기쁨속에 아까의 상황이 슥 스쳐가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마치 어떻게 하면 사람이 미칠수 있을지 체험해본 것 같았다. 죽는다는 생각에 잔뜩 당황해 가지곤....사고가 정지된다는 느낌이 이런거구나를 뼈져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그런데 나, 그와중에 거기가 편하다고 생각했구나. 숨과 시야가 어느정도 확보되니까 금세 차분해 져가지곤 별 쓰잘데기 없는 미친생각이나 하고 있고.

 

 

 

 '나도 참, 질릴정도로 익숙해졌구나.'

 

 

 

 아무튼 젠장, 빌어먹을 자식들. 어떤 새끼들인지 걸리기만 해봐. 아주그냥 똑같은 꼴을 당하게 해줄테다. 얼굴한번 보고싶다 이 자식들아!

 

 그렇게 한참 놀란 마음을 달래면서 그들을 저주하는데, 뜬금없이 다리가 보였다. 나는 무심한 시선으로 그 다리를 쭉 타고 올라가 얼굴을 확인했다. 조금을 올라가 보인 얼굴은 꽤 의외의 얼굴 이었다.

 

 

 

 '오오? 뭐냐, 뭔데 잘생겼냐.'

 

 

 

 뚜렷한 이목구비와 진한 눈매. 한껏 드러난 턱선. 여자마냥 백옥같이 희고 고운 생기있는 피부. 금발인 짧은 컷트머리에 은색인듯 금색인듯 애매모호한 눈동자를 가진 미소년이었다.

 

 기껏해야 이제 16살 정도일까? 그래도 제법 남자다운 늠름한 티가 나보였다.

 

 내가 그렇게 그 미소년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마침 그 미소년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내가 흠칫하여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그 금발의 미소년은 뜨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함께있는 여자에게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응....? 여자? 나는 그제서야 여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했다.

 

 

 

 '헐.'

 

 

 

 언젠가 티비에서 몇번 보았던 지구어딘가 화산섬 주변의 파란 바닷빛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더불어 같은 빛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봤다.

 

 그때 친구가 뭐랬더라. 화산재는 물에 들어가면 하얗게 된다고, 그래서 그 화산재가 바다에 가라앉으면 그것때문에 바다가 파랗고 투명하게 보인다고 그랬던가?

 

 딱 그때의 그 색이었다. 게다가 피부도 미소년 못지않게 깨끗하고 희었다. 그리고 건강해 보였다. 입술에도 은은하게 붉은기가 도는것이 인상만 보면 한없이 착하고 온화한 사람같았다.

 

 

 

 '와......장난아니다.'

 

 

 

 젠장, 엄마! 남자가 나보다 더 예쁜데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예쁘잖아! 이게 어떻게 된거지 도대체.

 

 게다가 죄다 하늘하늘한 시원한 소재의 옷을 입고있으니. 어느나라야, 도대체가. 한국은 겨울이었으니, 지구 반대편인가?

 

 

 

 '아, 나 인질이지.'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납치범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었어. 나는 눈을 세게 깜빡이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일단 지금 여기는 무슨 나라인지도 모르고 저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니 그냥 가만히 있는게 상책이었다.

 

 정신바짝 차리고 생각해서 나온 결론이라는게 겨우 이거라 힘빠지긴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괜히 난동 부렸다가 진짜 어디 하나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결국 그렇게 보고싶던 날 납치한 인간 얼굴도 봐뒀으니 적어도, 적어도 저 사람들의 언어가 익숙해 질 때까지는. 그래서 대충이라도 흉내낼 수 있을 때 까지는 가만히 있는게 내 신변에도 좋았다.

 

 

 

 ‘그때가 되면 전화를 하든지 편지를 쓰던지 연락하고 탈출하면 돼.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지......게다가 그게 불가능해도 GPS가 달린 목걸이가 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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