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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국의 빈(嬪): 악의 딸
작가 : 써니벨
작품등록일 : 2017.7.15

도덕심이든 윤리의식이든 단 1g도 없는 야만인의 아가씨, 야낙(여주)의 피말리는 궁중생존기와 위태로운 로맨스 스릴러! 살육과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야인족의 영애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입궁한 대국의 내명부는 그야말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였다. 그러나 얼마못가 궁에서 낙오되어 사라질 것 같았던 야만인 소녀는 정말 강하고 사악했는데?! 아름답고 가련한 '마왕(魔王)'과 그 마왕을 사랑하고 만 '대마왕(大魔王)'의 사극 로맨스 스릴러.(실제 역사와 아무런 상관없는 중세시대 사극물입니다. )

 
18.비상경계
작성일 : 17-07-19 18:55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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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연혜궁의 북쪽과 남쪽에는 주로 행사 때 쓰이는 전각들이 있습니다. 처소로 쓰이는 전각들은 주로 동쪽과 서쪽에 있사온데, 여기 희연전은 공빈 마마께서, 금안전은 제가 생활하고 있죠.”

 

 응접실에서 점잖게 얘기나 하며 친해지기엔 야낙은 너무 부담스런 존재였다.

 

 “서쪽에 있는 전각들에 대해선 저도 잘 모릅니다만.... 적어도 동쪽의 것들보다 더 규모 있고 정갈하게 잘 관리되었다고 하네요. 적어도 몽혜당보단 나을 테니, 미인께서도 마음에 드실 거 에요.”

 

 실내보다 바깥이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걸까? 산책을 명분삼아 야낙을 금안전 후원으로 끌고 나온 재인이 애써 웃으며 연혜궁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서쪽으로 배정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나는 재인과는 이웃해서 지내지는 못하게 되었군요.”

 

 “어머, 낭랑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자주 찾아뵈겠습니다. 같은 궁에 사는 데 생활하는 처소의 방향이 다르다 해서 서로 얼굴 마주할 일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요. 뭘”

 

 .....확실히 바깥에 나오니 기분이 크게 나아진듯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한자리에 제 편인 궁녀들과 같이 있자니 정신적인 부담도 적어진 것 같았고. 서재인은 다시금 너스레를 떨 정도로 많이 뻔뻔스러워져 있었다.

 

 ‘이제 슬슬... 비벼볼 만도 한 것 같은데.’

 

 어려운 상대이긴 해도, 일단 분위기도 많이 차분하고 조용해졌겠다. 응접실에선 실패했지만, 이 쯤 되면 자신의 사교술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판단이 든 모양이었다. 서재인이 곧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침묵하는 야낙의 뒤에 은근슬쩍 다가갔다. 그러면서 마치 지나가는 듯한 어조로 얘기하길.

 

 “저 미인 낭랑. 괜찮다면 저.... 제가 낭랑을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꺄아! 못 들은 척 해주세요. 제가 너무 일렀.....”

 

 “예쁜 장신구로군요. 여러 보석을 보았지만 이런 독특한 보석은 처음 보았습니다.”

 

 “네, 네에?”

 

 “아까 재인이 내게 준 장신구 말입니다.”

 재인이 뭐라 얘기하든지 간에 아까부터 계속 딴청을 피우느라 못 들은 것 같았다. 별 말 하지도 않았는데, 상대가 무척 무안한 얼굴을 하고 있자 야낙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뭡니까, 재인. 아까 내게 무슨 말 했습니까?”

 

 “예? 아니, 그게... 아, 아뇨.....”

 

 상대가 응해주지 않으면 되게 부끄러운 친한 척을 시도한 터라 서재인이 달아오르는 얼굴을 얼른 숨기며 어설프게 미소를 지어 올렸다. 이 빌어먹을 야만인이? 하며 속으로 짜증이 울컥 치솟았지만, 애써 감정을 다독인 그녀가 서둘러 미인이 꺼낸 보석 얘기에 대해 답한다.

 

 “아하하, ‘호박’ 말입니까? 아까 제가 낭랑께 드린?”

 

 “오호 이 보석의 이름이 호박이었습니까? 호박을 녹여 굳힌 것처럼 생겨서 이름도 호박인가 보군요.”

 

 “네? 쿡! 아닙니다.”

 

 축하와 환영의 선물로 준 호박 노리개가 제법 마음에 든다는 듯 미인이 감탄하자, 재인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뭐든 다 잘 알 것같이 행동하던 야만인이 처음으로 무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호박(瑚珀)’, 우리가 흔히 먹는 식물 호박과는 전혀 관련 없는 보석이에요. 저 먼먼 남부에서 저희 집안이 수입해온 귀중한 보석인데, 이 보석에 벌레가 하나 있으면 더 비싸게 팔린답니다.”

 

 “호오......”

 

 노리개의 보석으로 장식된 호박을 잠시 뚫어지게 쳐다보던 야낙이 곧 웃으며 처음으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선물받은 호박에 작은 날벌레 하나가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묻지 않아도. 값어치가 상당할 거라 예상되는 선물 앞에 그녀가 순순히 재인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이걸로 서재인이라는 여자가 정말 ‘돈 많은 부잣집 아가씨’라는 게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마나! 준비한 걸 가져 오거라.”

 

 그새 주인의 명령대로 재인에게 줄 ‘선물’을 챙겨온 마나가 웃으며 주인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그리고 마나가 자신에게로 가까이 다가오자 재인이 한 눈 파는 사이, 야낙이 재빨리 마나의 등 뒤로 무언가를......

 

 “!”

 

 주인으로부터 물건을 건네받은 마나가 순간 표정을 고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곧 야낙의 뜻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

 

 

 마나가 이내 말없이 다시 웃으며 재인 앞으로 다가서자,

 

 “잠깐만요!”

 

 이번엔 재인의 시녀인 명옥이 바로 마나 앞을 가로 막아서고 있었다.

 

 “네?”

 

 “그 선물, 제가 직접 재인낭랑께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이상 재인 낭랑께 다가오지 말아주시겠습니까?”

 

 주인인 재인이 미인을 상대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본방나인인 그녀만큼은 주변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던 터였다. 미인과 미인의 시녀 사이에서 뭔가 오고갔다는 걸 바로 눈치 챈 듯 명옥의 태도는 몹시도 날서 있었다.

 “네? 하오나.....”

 

 그 광경 앞에, 야낙의 표정이 바로 굳어지고 있었다. 마나도 갑자기 명옥이 앞을 가로막자 크게 당황한 듯했고.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자신의 판단이 맞다 확신을 들었는지 명옥이 자신만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안 될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

 

 잠시 명옥을 차갑게 노려보던 마나가 낮게 숨을 들이쉬며 해맑게 웃어 보인다.

 

 “아닙니다, 그러시지요.”

 

 “아아니, 명옥아 너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느냐!”

 

 야낙이 재인에게 주는 선물은, 부드러운 천에 감싸져 있는 작고 기다란 물건이었다. 선물이 딱히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데도 명옥이 경계를 거두지 않자 재인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웃전이 내린 선물을 본방나인이 대신해서 받는다는 건 명백히 웃전을 의심한다는 것으로, 결례가 되는 행위였는데 그걸로도 모자라 명옥이 자신에게 선물을 선뜻 건네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까 자신에게 어떤 위험이 있었는지 눈치도 못 챈 모양인지 자신의 시녀를 꾸짖는 재인의 어조에 짜증기가 가득했다.

 

 “한낱 본방나인에 불과한 네가 내 앞을 가로막질 않나. 정말이지, 너답지 않게!”

 

 “죄송합니다... 낭랑.”

 

 “미인 낭랑, 송구하옵니다. 제 본방나인의 무례는 제 뜻이 아니오니, 부디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아랫것의 무례는 반드시 제가 잘 다스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그 아랫것이 자못 충직해서 좋군요.”

 

 명옥을 노려보는 야낙의 눈빛에서 너그러움을 가장한 ‘무언가’가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미인을 쳐다보던 명옥의 표정에도 공포와 긴장감이 서리고 있었다. 주인을 지킨 대신에 자신이 어떤 위험에 처했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보다 뭘 이런 걸 다....”

 

 호박에 버금가는 선물일까 궁금했는 지, 야낙이 전달한 선물을 얼른 풀어보는 그녀였다. 그러다 곧 선물의 내용을 본 재인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

 

 

 “이히히히.”

 

 얼마 뒤.

 

 재인과의 만남을 마치고 배정된 처소로 향해가는 중이던 야낙이 곧 실없이 웃어대는 마나에게 곁눈질을 가했다. 오늘은 웃을 만할 일이 전혀 없는 데도 시녀가 저러는 꼴을 보자니 짜증났기 때문이다.

 

 “뭐가 그렇게 우스우냐.”

 

 “서 재인의 표정이 다시 생각해도 너무 웃겨서요.”

 

 “실없기는.”

 

 “체구는 꼬맹이만한 것이 욕심은 많아가지고는~ 무슨 대단한 선물을 기대했나 봐요? 육포하나에 그런 똥 씹은 표정을 짓다니....”

 

 “..........”

 

 아까 재인에게 준 야낙의 선물의 정체는 바로 ‘육포’였었다. 고향에서 애용하는 그 비상식량 말이다. 도축된 양의 위장으로 만들어진 육포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개한테는 최고급 간식으로 통했다.

 

 그렇지 않아도 금안전에 있었을 때, 서 재인이 개를 키우고 있다는 걸 넌지시 알아차렸던 그녀였다. 그래서 응접실에서 마나더러 선물로 주게 육포를 가지고 오라 넌지시 지시를 내린 거였고.

 

 거기까진 좋았는데.....

 

 육포를 받고 황당해하는 서재인에게 처소에 개를 키우는 것 같으니 그걸 간식으로 달라 말을 했다가, 개를 키우는 것까지 어떻게 알았냐며.... 야낙은 결국 공연히 ‘수상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람의 심리는 물론이고, 이젠 하다하다 주변 상황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니.... 그녀를 무슨 첩자 정도로 인식한 모양인지 재인은 갑자기 몸이 아파졌다는 핑계를 대며 다짜고짜 작별을 고해 버렸었다.

 

 말이 작별이지, 야낙의 일행은 쫓겨나다시피 결국 금안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무례에 기분 상할 그녀들이 아니었다. 마나는 물론이고, 야낙도 속으로 기쁜 구석이 있는 지 마나의 방정맞은 태도를 굳이 저지할 생각 같은 건 없어보였다.

 

 “그보다 이게 웬~ 횡재래요. 허세부리는 줄 알았더니 정말로 부잣집 딸이었어요. 자기 본방나인 월급도 줘야하지, 주는 선물도 엄청 비싸지. 거기다 본인 체면유지비도 만만찮게 쓰일 텐데 개까지 키우다니.... 이건 누군가 후원해주지 않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요. 빚 따위론 감당 안되는 사항이죠.”

 

 그 주인에 그 시녀라고.

 

 야낙과 똑같은 속셈을 품었는지 서 재인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는 마나였다.

 

 “서 재인의 재력도 흥미있지, 하지만 나는 명옥이란 시녀가 눈에 띄더구나.”

 

 “에 그 늙은 년이요?”

 

 “후후후.”

 

 드물게 야낙이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사악하고 음흉한 웃음이라, 곁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던 란초이가 숨을 죽이며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저럴 때의 주인은 가까이 하기 싫을 정도로 느낌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이 나를 상대하는 사이, 그 아랫것이 주변을 경계하며 관찰하고 있다는 것 정돈 잘 알고 있었지. 굳이 묻지 않아도 주인을 무척 아낀다는 게 눈에 보이더군. 주인과 시녀 사이인데도 서 있는 두 사람의 거리는 가족이 서로 서 있는 거리와 같았어. 친정에 있었을 때, 재인의 유모였던 게 분명해.”

 

 “늙어빠진 게 의외로 눈썰미가 좋더군요. 야낙 님이 제게 팔찌를 넘기는 걸 포착하다니....”

 

 “아니 눈썰미는 좋다 말 할 수 없다. 그 계집은 계속 나를 주시하고 있었거든. 그 여자는 내가 제 주인을 도둑으로 몰고 갈 거라 여겼나 보지.... 뭐, 내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거지만.”

 

 “그러니까요. 그래도 내 앞을 바로 막아설 거란 생각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일만 더 수월해졌어요.”

 

 “?????”

 

 분위기는 흉흉했는데, 야낙과 마나의 뒷모습만 보자면 흡사 친구에게 짓궂은 장난을 준비하는 아이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둘을 보면서 말없이 금안전 쪽으로 고갯짓하는 란초이였다. 부루크에 있었을 때부터, 주인의 명성을 직접 체험한 몸이라 벌써부터 저들에게 정체모를 동정심이 들고 있었으니까.

 

 

 “............”

 

 지나가는 길에 석연찮은 전각하나 눈에 하나 띄었지만, 배정된 처소까지 오는 데 별다른 위험 같은 건 있지 않았다. 도착하고 나니, 벌써 저녁나절이다.

 

 “!”

 

 

 의례적으로, 앞으로 자신이 머물 처소의 현판을 읽고자 고개를 올리려다가, 야낙이 문득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처소 입구 앞으로 6명의 여인들이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 인사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영 하옵니다, 낭랑! 소인들, 낭랑께 예를 올리옵니다! 반가워요!!!”

 

 

 ....아무래도 미인이 된 그녀 휘하로 떨어진 수발 궁녀들인 모양이었다.

 

 그보다,

 

 대단히 발랄하고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갓 도착한 웃전을 당황케 할 정도로 말이다. 마나와 란초이의 표정이 대번에 굳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건 지, 궁녀들이 무례해도 너무도 무례했으니 말이다.

 

 ‘환영.... 반갑다?’

 

 궁중 예법 따윈 밥에다 말아먹은 것 같았다.

 

 아니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려는 수작이거나 그러지 않고서야, 저 지랄을 첫 대면에서 태연하게 저지를 수 없었다.

 

 “......으음.”

 

 그 간 겪어왔던 궁녀들과는 느낌부터 전혀 다른 궁녀들 앞에 야낙이 일단 침묵하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꼬투리를 잡아 저들을 벌할 마음 같은 건 없었다. 본능적인 직감이 ‘위험’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릇처럼, 야낙이 잠시 침묵하며 저들을 쭉 훑어보는 사이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상궁이 환히 웃으며 먼저 그녀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대담하게 그녀의 시야를 가려버리고서 말이다.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거지 앞에 그녀가 곧 강적 비슷한 존재를 만났다는 것을 직감하며 상궁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사나운 기세에도 상궁은 조금도 망설여하는 기색 같은 건 엿 볼 수 없었다. 아니, 이 상궁은 오히려 첫 인상부터 대단히 강렬하게 나오고 있었다.

 

 “낭랑! 소인은 부 상궁이라 하옵니다. 이번에 이 전각을 총괄하고 낭랑을 수발하는 직책을 맡게 되었는데, 뭐.... 잘 부탁드립니다!”

 

 ...예법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도 저것이 얼마나 무례한 태도인 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나하나 지적 한 다는 게 웃기는 짓이었다. 자신에 대한 소문이 궁녀들 사이에 안 퍼졌을 리 없을 텐데 이 여자는 대체 왜 이럴까? 대놓고 후궁인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봐야 좋을 게 하나 없을 텐데.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금세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한 듯했다. 야낙의 눈가가 가늘어지고 있었다.

 

 

 “낭랑, 소인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자 어서 드시....”

 

 “...........”

 

 “낭랑?”

 

 어째선지, 이번엔 예법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그녀였다. 화를 내지도, 웃지도 않았고. 다만, 끝까지 침묵으로 응수하며 그대로 상궁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그녀였다. 나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 본방나인 되시는 사람이구나. 안녕! 우리는....”

 

 “.......”

 

 이런 상황에 제일 감정적으로 행동해야 했을 마나조차 궁녀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주인을 따라가고 있었다. 입궁한 이래로 제일 싸늘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그녀들이다. 예상이외의 상황 앞에, 결국 나인들이 당황하고 말았는지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를 보자 상궁이 바로 신호를 보내며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뭣들 해! 어서 뒤를 따르지 않고.”

 

 “네, 넵! 마마님.”

 

 “...........”

 

 마나가 따라오는 궁녀들의 기척을 느끼며 야낙에게 조용히 운을 뗀다.

 

 “야낙 님.”

 

 “..........”

 

 “저 아랫것들은 제게 맡겨주지 않겠습니까?”

 

 란초이도 어떤 위험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궁녀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도 야낙의 앞을 가로막으며 경호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같은 부류라고 눈치 챈 모양이로군. 하지만 상대는 6명이다. 너 혼자 맡기에는 위험해.”

 

 “하지만!”

 

 “이번 아랫것들은 고단수다. 저런 집단을 대할 땐, 그물망을 짜야 해. 그러지 않으면 우린 전멸이다.”

 

 “...........”

 

 “!!!!!!!!!”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야낙의 일행을 강타했다. 드물게 마나와 야낙이 긴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 둘이 아랫것들을 상대로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건 처음이라, 란초이가 곧 믿을 수 없었는지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시야로 수발 궁녀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야낙이 낮게 숨을 들이키며 차갑게 입을 연다.

 

 “마나, 란초이.”

 

 “.........”

 

 “때가 될 때까지 앞으로 너희들은 내 통제아래 있는다.”

 

 “넵.”

 

 항상 정 반대의 모습이었던, 두 시녀의 태도가 처음으로 똑같아지고 있었다. 더없이 냉정하고 차분하게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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