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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국의 빈(嬪): 악의 딸
작가 : 써니벨
작품등록일 : 2017.7.15

도덕심이든 윤리의식이든 단 1g도 없는 야만인의 아가씨, 야낙(여주)의 피말리는 궁중생존기와 위태로운 로맨스 스릴러! 살육과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야인족의 영애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입궁한 대국의 내명부는 그야말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였다. 그러나 얼마못가 궁에서 낙오되어 사라질 것 같았던 야만인 소녀는 정말 강하고 사악했는데?! 아름답고 가련한 '마왕(魔王)'과 그 마왕을 사랑하고 만 '대마왕(大魔王)'의 사극 로맨스 스릴러.(실제 역사와 아무런 상관없는 중세시대 사극물입니다. )

 
16.중간 관리자는 서러워~
작성일 : 17-07-19 18:50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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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느리는 후궁만 10명이 넘는 국왕이라는 사람이 첫날밤부터 사랑과 낭만을 운운할 때부터 느낀 바였지만.

 

 ‘아아 제기랄, 단장한 게 다 쓸모없게 되어버렸군...... 첫 날부터 적이 생기겠어. 그것도 아주 많이.’

 

 이 순간, 야낙은 앞으로 궁중생활을 살아가는 데 있어 ‘국왕’이라는 존재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로서, 자신은 초야를 치른 지 이틀 만에 폐하로부터 특혜를 받는 후궁이 되었으니 말이다. 고관대작의 영애들과 공녀들이 다른 후궁으로 있는 내명부에, 그것도 야만인 태생의 여자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앞으로 궁중 여자들이 자신을 무척 ‘귀엽게’ 여겨줄 것이 눈앞으로 훤해지고 있었지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녀가 곧 표정을 고치며 배운 대로 큰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표면적으론 경사였고, 국왕이 자신을 아껴주고 배려해주겠다는 의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긴장하며 뒤로 물러서는 제조상궁을 제치고 결국엔 가마에 오르는 그녀였다.

 

 가마를 거절하고 싶어도, 왕이 하사한 가마를 후궁인 그녀가 감히 거절할 순 없었으니까. 감정을 숨기고 야낙이 태연함을 가장하며 가마에 오르자, 그 뒤를 따르던 마나가 곧 불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여주인의 오래된 시녀로 그녀 또한 주인에게 닥쳐올 위기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 날부터 좋지 않은 시작이 예견되고 있었다.

 

 -연혜궁 동쪽에 위치한, 희연전(禧嚥殿)

 

 “그 천한 것에게 가마라니. 정말이지 폐하는 너무도 너그러우십니다.”

 

 궁녀와 비자들을 포함해 전부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가진 ‘연혜궁’의 동쪽으로 공빈(恭嬪) 교(郊)씨가 생활하는 희연전에, ‘춘상재(春狀材)’라 소소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후원을 겸한 작은 공간이 딸려 있었다.

 

 춘상재.

 

 그 이름마저도, 국왕이 공빈을 부르는 애칭인 ‘춘상(春像:봄의 형상)’에서 유래한 것이다.

 

 “....뭐.”

 

  풍경은 보잘것없었으나 나름대로 소소한 정취가 있는 이곳은 공빈이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장소로 통하는 데였는데... 무엇보다 여기는 ‘애주가’인 그녀가 왕으로부터 특별하게 ‘낮술’을 허락받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궁중에서도 인정한 ‘미녀’ 답게 술에 취한 얼굴마저 곱고 아름다운 공빈이었으나.... 궁주인 숙비 다음으로 연혜궁에서 높은 서열을 위치한 그녀도 곧 연혜궁으로 이주할 신참을 마중할 마음같은 건 전혀 없어 보였다.

 

 연거푸 술잔을 기울며 음주를 하는 공빈의 말투가 벌써부터 취기에 젖어 있었다.

 

 “짜증나긴 해도 신입에게는 그 정도 특혜가 면면히 있어왔지. 장 첩여도 그랬고, 서 재인 자네도 그랬고.... 폐하도 참, 그런 오랑캐를 정말로 취하시다니. 거기다 그런 ‘것’에게 미인의 첩지를 주고 가마를 하사해주다니?”

 

 술잔을 잡아든 그녀의 하얀 손이 경련이라도 일으키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서재인이라는 아래 후궁도 못마땅함과 분노가 가득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빈의 것만 못할 터였다. 초야 직후, 사람을 시켜 알아본 결과 부루크의 영애는 정말로 승은을 입었고 ‘혈흔’까지 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얼마 전, 방각시라는 비자로부터 회임할 공산이 크단 소리까지 들었던 터라.

 

 그녀는 진심으로 좌절감을 맛보고 있었다.

 

 “마마, 고정하세요. 지금은 대책이 우선입니다. 곧 그 천한 것이 연혜궁에 당도할....”

 

 “그 천한 년이 승은을 입었다는 것 자체가 싫구나. 본궁은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고통을 느껴야 하는 지도 모르겠어. 이런 건 머리로 알아도 속으론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란 말이다.”

 

 들던 술잔을 집어던지며 정말로 괴로운 듯 훌쩍이는 그녀였다.

 

 “마마 고정하세요! 숙비 마마께서도 지금 마마께 일을 맡기셨는데 이러시면.”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찾아왔더니.

 

 공빈이 또 낮술을 하며 주사를 부리고 있자, 재인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때를 잘못 찾은 것 같다 싶었으니까. 감정적이고 변덕스러워서 그렇지, 공빈은 그래도 숙비가 신임하는 웃전이었고, 적어도 자신보단 똑똑한 상관이었다.

 

 “헤헤 투기를 부려봤자 본궁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데, 뭘. 숙비 마마께서도 왕자 저하 간호하신다고 갈마 씨 일을 나한테 떠넘기던데.... 본궁이 뭘 할 수 있겠어? 응?”

 

 거기다 얼마 전에 생긴 조울증마저 도지려고 하는 지, 계속 술을 따라 마시는 공빈의 어조에는 지독한 우울감이 담겨져 있었다.

 

 “태생이 천하다고 함부로 하지 말라는 폐하의 뜻 아니겠냐? 어쩌겠어. 싫어도 잘 해주는 척이라도 해줘야지. 나는 결국 이런 존재밖에 되지 않는 거지 뭐. 재인, 본궁은 말이야. 가끔씩 왜 사는 가 싶기도 해... 첩여 때처럼 폐하는 보나마나 한동안 그 오랑캐 계집을 아껴주시겠지. 나 같은 퇴물은 첩여 때처럼 금방 잊을 꺼야.”

 

 “어휴, 마마! 누가 들을까 걱정되옵니다. 퇴물이라뇨! 폐하께선 여전히 마마를 제일 아끼시는 데요. 얼마 전엔 저 서역에서 수입한 향료까지 몽땅 차지하셨으면서.... 빈첩은 폐하께 그런 은총은 받은 적이 없사옵니다. 마마, 자신감을 가지옵소서!”

 

 “아니다, 아니야.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시작이군, 또 시작이야. 어휴.’

 

 저렇게 자학하고 슬퍼해도, 취기가 풀려지면 당장에 멀쩡해질 사람이었다. 2년을 같이 살면서 저런 꼴을 매일매일 보아온 터라,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로 서재인이 적당히 웃전을 위로해준다.

 

 “됐습니다. 마마, 갈마 씨는 빈첩이 맞이하겠습니다. 마마께서는 진정되실 때까지 빈첩이 상대할 터니 마마께선 오늘 하루 쉬는 게 어떠실련지요.”

 

 “오오 그래주겠나?”

 

 거보라지.

 

 바로 울음을 그치며 좋아라하는 공빈을 두며 재인이 속으로 짜증을 참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제일 귀찮고 짜증나는 일은 자신의 몫이었다.

 

 “정말이지, 모양새 빠지는 일은 항상 내 몫이로구나. 어휴 대낮부터 술독이라니 얼굴만 멀쩡했지, 저런 주정뱅이의 어디가 좋다고 폐하께서는....”

 

 춘상재를 나서면서, 자신의 본방나인에게 분풀이를 하는 그녀였다. 제일 웃전인 숙비 마마께선 아침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당장 일선에서 빠져 나오신 상태였다. 그마나 기댈 그늘인 공빈 마마마저 당장 저런 꼴이 되어버렸으니....

 

 배후에서 일을 조종해야할 웃전 모두가 불참하는 가운데, 저 혼자 나와 반가운 척 야만인에게 가식을 떨어야하는 상황이 오자 어지간히 짜증났는지 재인은 연신 툴툴대고 있었다. 이 얼마나 모양 빠지는 꼴인지. 아 물론 두 분 마마가 아니더라도, 그 다음 웃전이 되는 귀인이 한 명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 인물은..... 궁중에서 목 피고 살고 싶으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자인지라.

 

 “낭랑, 고정하세요. 오히려 마마들께 잘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르잖아요.”

 

 “아오! 그러기를 바라야지. 어쨌든, 그 야만인의 이모저모를 캐는 건 내 일이니 말이야.”

 

 아, 다소 소개가 늦긴 했지만.

 

 시종일관 짜증을 부리는데 바쁜 이 후궁의 정확한 명칭은.

 

 재인(才人:내명부 삼부인 중 하나의 작위로, 삼부인 중 제일 낮은 지위다.) 서(敍) 씨.

 

 통칭 서재인이라 불리는 자로 그녀 또한 연혜궁에서 생활하고 있는 후궁이었다. 입궁 2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그녀는 올해 18살이었는데, 하얗고 여리여리한 미녀인 공빈과 달리 피부도 거무접접했고 몸매마저 통통한 여인으로...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얼굴에는 심술이 덕지덕지 붙여있었고 개구리의 것을 연상케 하는 큰 눈망울에는 정체모를 독기가 가득했다.

 

 “방문차 선물로 뭘 줘야하나... 아! 명옥아, 저번에 우리 큰올케가 선물로 준 거 말야. 날벌레 한 마리 쑤셔 넣어진 거! 그거 이름이 뭐였더라?”

 

 “호박이요?”

 

 “아 그래그래, 그거! 그거 남은 것 좀 가지고 와 봐라. 다과상도 좀 준비하고! 술 냄새 때문에 입 안이 쓰니까, 차며 간식이며 내 취향에 맞게 무조건 달달하게 해놓으라고 해.”

 

 “네, 낭랑.”

 

 본방나인을 위시한 상궁과 나인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바삐 움직이던 그녀가 확인 차 다시 입을 열고 있었다. 어쨌든, 폐하께서 가마를 하셨으니 거창한 환영식은 아니더라도 환대정도는 해줘야했기 때문이다. 그게 폐하의 숨겨진 의도일 터고.

 

 뭐.... 이미 두 웃전께서 인사를 받지 않겠다고 한 시점에서 환대는 물건너갔지만. 자신이라도 반기는 척이라도 해야 뒤탈이 없었다. 더욱이 ‘신입’에 대한 첫인상과 기타 정보를 캐는 건 제일 아랫사람인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

 

 잠시 짜증을 그치고 손거울을 들어 화장을 고치는 재인의 얼굴에는 긴장이 서려있었다. 자신이 가진 임무가 나름 막중하다는 것도 알았다.

 

 더욱이.

 

 갈마 미인.

 

 그 여자에 대한 거라면 굳이 ‘몽혜당’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미 입궁 전부터 유명했으니 말이다.

 

 

 

 ..........

 

 

 2년 전에 있던 수녀간택. 그리고, 간택후궁으로 들어온 오아 씨 가문의 영애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후궁을 들이지 않겠노라, 공표했던 국왕은 이례적으로 그 공표를 깨고 13번 째 부인을 맞이했었다.

 

 그 마지막 부인이 되는 자가 바로 오늘 미인이 된 영애 갈마 씨.

 

 듣도 보도 못한 오랑캐 출신이라 했던 이 여자는 그 동안 알려진 적 없는 야만인 족속 출신이었던 지라, 내명부는 그 동안 경악과 침묵 속에 ‘대난리’를 겪었었다.

 

 물론, 타국이나 유목민족의 아가씨가 후궁이나 왕후가 된 예는 역사상 드물게나마 존재했지만 야인족 이라 불리는 이 일족은 왕실과 연을 맺기에 여러모로 하자도 많은 족속들이었고, 세간에 들리는 소문마저 끔찍했다.

 

 국왕과 조정에서 정한 일이었기 때문에, 왕후를 비롯한 후궁들 모두 입을 아끼며 쉬쉬하는 입장이었지만....

 

 밀정이 캐온 정보에 따르면, 새로 대국의 한 가문이 된 ‘야인족’이라는 족속은 특히 ‘여자’를 같은 ‘사람’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는 막나가는 일족이라 했다. 약탈과 납치, 인신매매, 겁탈은 물론이고 심지어 ‘식인’까지 암암리에 자행한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더욱이 이 일족은 10년 전에도 한 번 대국의 조정에 언급 된 바가 있었다. 현재의 국왕께서 즉위한 원년에 있었던 일이었는데, 그 당시 야인 족은 내전에서 패배해 도망쳐 온 서북부의 한 영주와 전쟁을 치룬 적이 있었다고 했다.

 

 영주는 당시에 중대한 반역자의 신분이었던지라, 국왕은 귀족을 공격한 이 일족에게 큰 죄는 묻지 않았고 다만 우두머리만을 ‘처형’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끝내기로 했었다.

 

 하지만, 당시 수장이었던 부루크의 영주는 본인의 ‘동생’을 책임자로 지목해 대신하여 죽게 했다고...

 

 본인이 살겠다고 혈육을 내다버린 영주의 비정함도 가관이었지만, 그 동생은 처형당하기 전 날 옥졸 두 명을 죽여 ‘얼굴가죽’을 벗겨내는 일을 자행했다고 한다.

 

 동생이란 자는 그 직후 자살하여 나중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로발견되었다고 했지만 여기에 의문점이 많아 지금도 괴담이 돌고 있다고.

 

 믿기지 않겠지만, 언급한 저 두 남자가 새로 입궁할 영애의 ‘삼촌’이 되는 자들이니 유의하는 게 좋겠다, 세세하게 설명해주었던 밀정의 말은 모든 후궁들에게 크나큰 정신적인 타격을 주었었다.

 

 살아있는 괴담 그 자체이자, 잠재적 범죄자.

 

 배경이 궁중인 만큼, 그 야만인이 갑자기 직접적으로 무슨 짓을 할 거라 생각지는 않았지만.

 

 “흡!”

 

 화장을 고치고 크게 숨을 들이쉬는 서 재인의 표정으로 사뭇 비장미가 어려 있었다.

 

 하지만 화장을 한다해서 호박같은 얼굴이 수박이 되지 않는 법.

 

 

 절세 미녀가 둘이나 존재하는 내명부에서 자신의 외모는 어디 감히 끼지도 못할 정도로 못난 축에 속했다. 거기다 공부는 소름끼치도록 싫어하는 체질이라, 학문 실력도 쉬운 글자나 겨우 읽는 수준이었고.... 그렇다고 친정 가문이 잘나가는 축에 속하느냐? 그것도 영 아니라서.

 

 입궁 2년차.

 

 서재인은 경쟁률이 쟁쟁했던 수녀 간택에 당당히 뽑혀 후궁이 된 몸이었지만, 동기들이 ‘빈’이나 ‘귀인’으로 승진해 출세하는 동안, 본인 ‘혼자’만 겨우 재인이나 돼서 궁중 구석에 웃전들이 주는 잡일이나 도맡는 신세였다. 궁중에서의 명칭은 ‘서재인’이 맞았지만, 웃전의 나인들이 자신들을 일컬어 비웃듯 이리 부르길.

 

 ‘만년 재인.’

 

 사실 이건 약과였다.

 

 ‘만년 중간관리자.’

 

 참, 이것도 아무것도 아니지.

 

 ‘만년 따까리.’

 

 “어휴!”

 

 대체적으로 이런 취급을 받는 그녀였지만, 그래도 서재인에게는 왕후조차 인정할 정도로 ‘강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재력’과 ‘사교성’이었는데....

 

 적어도 재력에 있어선 압도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서재인에게는 쓸 수 있는 돈이 매우 많았다. 집안 자체가 막 떠오르는 신흥세력이라 별 볼일 없었을 뿐이지, 서 씨 가문은 단지 ‘돈’ 하나로 ‘귀족’이 될 수 있었던 엄청난 거부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재인은 그런 가문의 고명딸로 태어난 사람으로, 더욱이 부모가 나이 40세를 훌쩍 넘겨서 본 늦둥이 막내딸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른바 ‘부잣집 막내딸’이라 불리며 수녀 간택 때부터 유독 활발하고 밝은 성격으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었다.

 

 만년 재인이니 뭐니 뒤에서 수군대도.

 

 .....성격이나 인성에 여러모로 ‘하자’가 많은 내명부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 없는 ‘정상’취급을 받는 그녀였다. 거기다 누구하고도 쉽게 친해지는 성격 때문에, 상대의 소소한 이모저모를 캐내는 데도 용이했던 터라 서재인은 주로 새로운 사람을 접대하는 역할을 도맡아 왔었다.

 

 바로 ‘오늘’처럼.

 

 “명옥아, 어떻게 화장은 절 먹힌 것 같니? 남부에서 가져온 이 분은 다 좋은데 독해서 싫어. 내일 아침 얼굴에 뾰루지 한 번 거창하게 나겠네. 쳇.”

 

 “낭랑, 화장보다도 이거. 하명하신 귀걸이 가져왔습니다. 지금 차고 있는 것보단 더 비싼 겁니다!”

 

 “오오 빨리 달아나 봐! 좌우지간, 이런 첫 만남에서는 기선제압이 제일 중요하니까. 훗, 나부터 화려하게 꾸며봐야지. 그래야 그 계집이 웃전 마마들을 상대하는 데도 부담을 느끼지 않겠어?”

 

 “아휴! 그 분야는 낭랑이 전문 아니십니까. 하지만 상대는, 그 야인족의 아가씨입니다. 사납고 흉폭하다 소문이 파다한 인물이니, 이번만큼은 낭랑도 유의해주세요. 그 여느 때와 다른 사람 아닙니까.”

 

 “헤! 지가 아무리 똑똑하고 지독해봤자지. 몽혜당의 나인들을 고문했다지만, 그건 감흥 없어. 나는 무섭지 않아.”

 

 “낭랑도 참....!”

 

 “무섭게 날뛰어도 나는 오랑캐도 결국엔 ‘사람’이라는 걸 알아. 고향에서 떨어져 낯선 환경에 살아가야하는 데 사람이 어떻게 안 외롭고 안 힘들겠어? 그것도 엄연히 약점이야 ‘마음의 빈틈’이란 거지. 나는 그 빈틈만 잘 노리면 만사형통이야. 그러면서 적당히 바치고 적당히 빠지고... 누군가 버려야 할 때가 오면 적당히 눈치 보다가 뒤통수를 따악 치는 거지. 그러다가 모른 척 웃전 마마들 그늘에 딱 들어가 있기만 하면 끝이고.”

 

 “네이, 네이 명 강연입니다, 낭랑. 이 명옥이, 다시 들어도 낭랑의 처세술만은 내명부 제일이라 생각해요.”

 

 “너 그거 지금 비꼬는 거지?”

 

 그새, 주거니 받거니 자신의 본방나인과 떠들던 서재인이 곧 입던 배자까지 제일 화려한 걸로 바꾸며 연혜궁 입구 밖으로 걸음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것도 잠시.

 

 

 잔뜩 거드름 피우며, 손거울로 웃는 연습을 하던 재인이 곧 근처 연못을 지나치며 몸을 굳히고 말았다. 계속 바삐 주인을 수행하며 곁을 지키던 본방나인도 ‘한 존재’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고.

 

 “야야야야, 저거저거저거.”

 

 심지어 서재인은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하필 이럴 때, 제일 마주하면 안 되는 존재와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명옥이란 몸종도 같은 반응을 보이는 중이었다. 얼른 고개를 숙이며 쩔쩔매는 본방나인을 두며 서재인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재, 재수가 없으려니!”

 

 “히익, 오아 귀인 낭랑이옵니다, 재인 낭랑!!!!”

 

 “나도 알아! 아우우 이런 빌어먹을! 저 화상은 어제 이후로 고뿔에 걸렸다며! 그럼 병석에 누워있어야지 밖에 왜 나와 있는 건대!”

 

 “...음, 어머!”

 

 궁중에서 쓰면 안되는 욕설까지 내뱉으며 크게 당황하는 재인이었다.

 

 “그 쪽은 서 재인이 아니십니까!”

 

 마침 같은 시각, 연못 정자위에서 잉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던 참이었나 보았다. 먹이통을 든 채로, 귀인이 곧 재인의 일행을 발견하고는 상기된 얼굴로 환히 웃고 있었다. 그녀입장으로선 겨우 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으니 말이다.

 

 “오늘은 곱게 차려입으셨네요? 어디 나들이라도 가는 겁니까?”

 

 “으......”

 

 도망칠 시점도 놓쳐버린 터라, 재인이 곧 애써 미소를 지어 올렸다. 저 여자한테 한 번 잡혔다 싶으면 꼼짝없이 2시간 이상은 구속당해야 했기 때문에, 그녀가 얼른 명옥의 옆구리부터 찔렀다.

 

 “마중은 글렸다. 미인이 도착하는 대로 그 쪽으로 서찰하나를 보내.”

 

 “네, 네 낭랑!”

 

 “여긴 어떻게든 내가 처리할 테니까. 뒤탈없이 조용히, 알겠어?”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명옥이 얼른 재인의 뒤편으로 물러서며 자리를 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오묘하게 옆걸음으로 막아서며, 본방나인의 부재를 숨긴 재인이 곧 오아 귀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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